잊혀지다(31)

건삼군 2018-12-05 0

죽는다는게 이런 느낌이였나

 

편안하고, 차갑고, 불안하고, 그리고 어두운. 그저 그런 기분이였다. 생각보다  대단하거나 초라하지도 않다. 그저, 사라질 .

 

어느덧, 칠흑같은 암흑속에서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떠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없다. 하지만, 한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어떤가?”

 

낮은 중저음의 언륜을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있었다.

 

생각했던  보다는 아무렇지도 않네요.”

 

그런가. 죽음이란 원래  그런거라네. 부질없이 허무한게 바로 죽음이지.”

 

그렇게 목소리와 잠시 대화를 나누자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야에 예상했던 영감님의 모습이 보였다.

 

영감님은 내앞에 서있는 채로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영감님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질문하였다.

 

여기는 저승입니까?”

 

저승이라... 그런건 없다고 생각한다만. 죽으면 그저 죽는  . , 나도 아직은 죽어본적이 없으니  모르겠네. 혹시나 모르지. 저승이라는게 진짜 존재할지, 아니면 그저 사람들의 허상일 뿐일지.”

 

그럼... 여긴 어디입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지. 자네는 그저 사라지기  찰나의 시간속에서 나와 대화하고 있는  뿐이고.”

 

어쨰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영감님의 말이 너무나도 쉽게 납득이 되었다. 아무래도 너무나도 믿겨지지 일들을 겪은 탓에 이정도는 이제 놀라는 축에도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영감님의 말에 쉽게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입을 열며 여태껏 풀지 못한 의문을 영감님에게 물어보았다.

 

“...묻고싶은게 있습니다.”

 

뭔가? 물어보게나.”

 

어째서,   술집에서  소원을 들어주신 겁니까?”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던  , 술집에서 영감님이 내게 찾아와 소원을 들어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근거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어쨰서인지 나는 그때의 일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어쨰서, . 나는 그저 자네를 행복하게 해달라는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자넬 찾아간 것이였다네.”

 

“...?”

 

누군가의 소원이라고? 대체 누구의...

 

아니, 나는 알고있다. 나의 행복을 소원으로 빌어줄 바보같은 사람. 그런 사람은  세상에서  한사람 뿐이다.

 

그런거였구나...  모든 것은...

 

아무튼, 그렇게  것이라네. 그럼  있으면 작별해야 하는데...  전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자네에게 묻도록 하지.”

 

물어보시죠.”

 

어느새 점점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끼며 영감님의 말을 들은 나는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영감님은 손에 들고있던 술병을 내려놓으며 내게 물었다.

 

자네는, 자네 스스로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나?”

 

...무슨 질문을 하나 했더니, 역시나. 마지막까지 대답하기 얄궂은 질문을 하신다.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하였는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뿐이다.

 

모르겠군요.”

 

그런거, 내가   있을리가 없다.

 

완벽한 선택은 따위는 없다.  어떠한 선택이든 얻는 것과 동시에 잃는 것이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을 예측해  ,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결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올바랐다고... 믿고싶군요.”

 

“...그게 자네의 대답인가...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대답이네... 그러면 이제, 작별할 시간이라네.”

 

영감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칠흑과도 같았던 시야에 한가지의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영감님은  빛줄기를 향해 손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쪽으로  가면  것이네.”

 

그런 영감님의 말을 들은 나는 무감각한 다리를 움직이며 빛줄기를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한걸음, 두걸음, 그렇게 천천히 빛줄기에 다가가던 나는 이내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깨끗하게 인정하고는 털털하게 가고싶었는데... 자꾸만 후회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분명 알고있는데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쇠사슬이라는 휘회에 묶여 멈추었다.

 

후회되는가?”

 

“.... 막상 때가되니 후회되는게 너무 많네요.”

 

지극히 당연한 거라네. 죽음이 다가올  추억이 있으면 후회도 있는 . 그러니 자네가 후회한다는 것은 추억이 있었다는 증거라네.”

 

“...추억....”

 

그래. 인생속에서는 수많은 만남이 있고  만남에서 추억이 생겨나며 언젠가는 이별이라는 끝이  찾아오지. 하지만 이별이 있기에...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라네. 그러니 내가 보증할게.

 

 

​너의 인생은, 아름다웠다고 말이야.”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리가 움직이네요.”

 

그거 잘됐구만. 그럼... 이제 진짜 작별이라네.  이만 가도록 하지. 잘 가​게나."

 

영감님의 충고같은 말에 그제서야 밀려오는 후회를 받아들인 나는 어느새 사라진 영감님의 모습을 뒤로하고 빛줄기를 향해 조금씩 걸어갔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자 빛줄기는 어느새  앞에 있었고 나는  빛줄기를 향해 손을 뻗으며 빛에 몸을 맡겼다.

 

그때 느낀 편안함은...

 

그립고도 소중한 이에게 안기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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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어둡다. 주변에는 독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귀에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고 누군가가  부르고있다.

 

저기 손님? 이제 그만 일어나시는게...”

 

손님이라니, 죽은 사람한테 그게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목소리의 주인에게 순간 따져본 나였지만 일순간에 나는 죽은 사람은 냄새를 맡거나 소리를 들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바로 눈앞에 들어온 것은 비어버린 여러 술잔들과 나를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바텐더였다.

 

어라?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지? 내가  이곳에 있는거야?

 

저기 손님, 계산을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순간 당황하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며 안절부절하는 나였지만 이내 들려온 바텐더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갑을 꺼내고는 돈을 지불하고 서둘러 술집을 나왔다.

 

술집에서 거리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자 밝은 아침햇살이 나를 반겼고 이어서 울리는 핸드폰의 알람소리가 오늘이 내가 술을 마시고 영감님에게 소원을 빌었던 바로 다음날이라는 것을 알렸다.

 

“...꿈인가...”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며  모든 것이 꿈이였다는 사실에 허무함을 느끼며 알람을  나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일들이 그저 생생한 꿈이였단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쨰서인지 마음은 가벼웠다. 가슴을 찌르던 슬픔은  이상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길을 헤메는  같은 답답한 기분은 이제는 가볍게 느껴졌다. 아마 꿈이였 더라도 답을 얻을  있었기 떄문일까.

 

그런 가볍고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집이 보이는  까지 도착한 나는 목메이는  같지만 아프지는 않은 슬픔을 일순간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름대로 답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쓰라린 슬픔은, 잊을  없는거다. 아마 나는  슬픔을 평생동안 잊을  없겠지.

 

하지만  잊을  있다 하더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

 

 슬픔은, 나와 슬비가 함께 추억을 만들었다는 증거니까.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앞으로 몇걸음 남지 않은 집과의 거리를 좁히며 걷기 시작한  순간,  집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바깥으로 나왔다.

 

“!!!”

 

 순간, 시간이 마치 정지하려는 듯이 느리게 흐르는  처럼 느껴지며... 아니, 정말로 느려지며  마음을 자극하였다.

 

차려입은 사복,  분홍색 머리칼, 그리고 푸른 눈동자를 지닌 여성은  집에서 나오며 문을 잠갔고 이내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속인 걸까. 아니면 내가 드디어 미쳐서 환상을 보고있는 걸까.

 

내게로 조금씩 걸어오는 그녀를  나는 제자리에서 멈춰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보고 반갑게 맞이해 주진 않을 , 라고 순간 기대해 보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 못한듯이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스쳐 지나갔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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