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찾는 소녀, 벚꽃을 찾는 소년

firsteve 2018-11-28 2

인식명 이세하 요원의 위상력이 관측되지 않습니다. 관측 대상을 다시 설정해주십시오.
 
무기질적인 기계음이 어두운 방안을 채우듯 들려왔다.
 
관측 대상 이세하. 영역은 관측 할 수 있는 모든 범위로.
 
관측을 시작합니다……인식명 이세하 요원의 위상력이 관측되지 않습니다. 관측 대상을 다시….
 
관측 대상 이세하! 영역은 관측 할 수 있는 모든 범위로!
 
관측에 실패하였습니다. 인식명 이세하 요원의 위상력은 관측되지 않습니다.
 
연이어 들려오는 기계음에 작은 몸집의 소녀가 주먹으로 기계를 내리쳤다.
 
“왜 관측을 못한다는 거야…..세하는 살아있단 말이야…..대체….왜…..”
 
피가 날 정도로 꽉 쥔 상처투성이의 주먹이 너무나도 처량했다.
 
역시 여기 있었나요…..이슬비 요원.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도연이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로 며칠째 여기 있는 거죠? 제가 말씀 드렸을 텐데요. 사용하는 건 괜찮지만 몸을 해치는 수준으로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정도연 박사님…..”
 
슬비의 슬픈 목소리에 도연이 그녀에게 다가와 화면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당신도 대단하네요…..음성인식으로 작동하는 검색시스템을 10만 번이나 쓰는 건 처음 봤어요….그것도….단 2주 만에….”
 
“.....박사님…..다른 중계기를 주세요….더 넓은 범위를 찾을 수 있는 그런 거로요. 그런 걸 더 많이 설치하면 세하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그러니까….”
 
“이슬비 요원….일단 들어가서 쉬고 나서 그 이야기를 마저….”
 
“아니요. 전 괜찮아요. 아주 멀쩡해요. 그러니까 중계기….가져갈게요.”
 
비틀거리며 방에서 나가려는 그녀의 모습에 도연이 달려가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
 
“적당히 하세요, 이슬비 요원. 지금 당신의 상태는 심각해요.”
 
“저는 괜찮아요….세하만 찾을 수 있다면….”
 
“이 모습이 어떻게 괜찮다는 거죠? 지금 당신의 모습은 환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요!”
 
“안돼요…..이렇게 안 하면….이렇게라도 안 하면…!믿어버리게 된다고요…..세하가 죽었다고 믿어버린다고요…!”
 
슬프게 울리는 그녀의 말에 도연이 그만 팔을 놓아버리자, 마치 종이인형처럼 나풀거리며 그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슬비 요원? 이슬비 요원! 정신 차려요, 이슬비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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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녀에게 너무나 익숙한 천장이 그녀의 눈 앞에 펼쳐졌다.
 
나…..또 쓰러진 건가…..
 
이걸로 5번째였다.
 
그가 사라진 지 2주 동안 그녀가 쓰러진 횟수는 벌써 5번을 넘어가고 있었다.
 
외부차원에 너무나 오랫동안 노출된 탓도 있었지만, 그 후로 잠도 제대로 **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계속해서 그를 찾아 헤맨 탓이 더 컸다.
 
“이제야 눈을 떴군, 대장. 이번엔 좀 오래 누워 있었어. 최고 기록이야.”
 
“제이 씨…..저 얼마나 누워 있었나요?”
 
“…..하루 꼬박 누워있었어. 정도연 박사랑 케롤리엘이 나보고 제발 대장을 말려보라고 하더라고.....나 보고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제이의 말에 슬비가 일어나려고 하자, 제이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대장. 일단 좀 쉬고 나서 움직이지 그래? 아무리 그래도 조금 정도는 쉬고 하라고.”
 
“안돼요……지금도 세하는 우리가 자기를 찾아주길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움직여야 해요.”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모습에, 제이가 다시 한 번 힘을 줘 그녀를 강제로 앉혔다.
 
“이제 충분해, 대장…..대장은….최선을 다했잖아…..”

“최선….이라고요….?제이 씨….설마…..세하를 포기하신 거에요?”

“……솔직히 말할게…..아무리 동생이 누님의 아들이고 정말로 엄청난 잠재능력을 가졌다고 해도…..그곳은 외부차원이야…..살아남았을 확률은…..너무 낮다고…..”
 
제이의 말에 슬비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렇게 세하를 쉽게 포기할 수 있어요?! 세하는 제 남자친구에요! 세하가 죽었을 리가 없다고요!”
 
“나라고 포기하는 게 쉬웠다고 생각하지 마!!!하지만…..하지만…..아무리 관측해도 나오지 않잖아….아무리 범위를 넓혀보아도 아무리 외부차원을 헤매어보아도 동생의 흔적은 전혀 나오지 않잖아….나도….포기 하기 싫어…..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동생이 희생 되는 건 보기 싫다고! 하지만…..하지만….이게 현실이잖아….동생은……돌아올 수 없다고….”
 
제이의 팔이 떨려왔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달려온 그의 팔이 떨려왔다.
 
뭐가 영웅이야…..누님의 아들 하나 못 구하는 내가 무슨 영웅이야….
 
영웅의 팔이 떨려왔다.
 
무수한 사람을 구해왔지만 정작 구하고 싶은 사람은 구하지 못했다.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돌아왔지만, 결국 그는 가장 중요한 한 명을 잃었다.
 
인정하기 싫은 진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괴로운 마음에 자신이 그 원망을 받기로 했다.
 
차라리 이 아이만큼은 죄책감에 슬픔에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운 동생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가장 나쁜 어른이 되기로 했다.
 
“인정….못해요….”
 
“대장….”

“전 인정 못해요!!!세하는 절대 절 두고 죽지 않아요! 약속했다고요! 절대로 절 혼자 두지 않기로 했다고요! 세하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살아 있을 거라고요!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요!”
 
“….왜 못 받아들이는 거야….모든 결과가 동생이 살았다는 증거가 되지 못하는데!”

“죽었다는 증거도 되지 못해요! 제이 씨는 그냥 포기한 거에요! 저는….저는 절대로 포기 못 해요! 세하는 제 손으로 찾을 거에요! 제이 씨처럼 포기 하지 않고 제 손으로 찾을 거에요!”
 
슬비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병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너무나도 익숙한 장소였다.
 
쓰러지길 반복하다 보니 외워버린 통로와 자신의 장비들이 있는 위치를 향해 그녀는 또 다시 달려갔다.
 
익숙하다는 듯이 장비를 챙겨 입고 나가려는 그녀의 앞에 의외의 인물인 하피가 나타났다.
 
“하피 씨…..”
 
“……역시나……또 다시 가려는 건가요?”

“……전 포기 못해요…..세하는….살아 있어요…..약속했으니까요….절대 혼자 두지 않겠다고….저랑 약속했으니까요…..그러니까….살아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비켜주세요. 전 가야만해요.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에 하피가 쓴 미소를 지었다.
 
“그게 정말로 당첨 확률이 낮은 도박이라고 해도 말인가요….?”

“네. 무조건 이루어 낼 거에요.”
 
변함없는 그녀의 모습에 하피가 문에서 떨어졌다.
 
“그럼 저랑 약속 하나만 해요…..꼭 돌아와요. 저는…..이슬비 양도 소중하니까.”
 
“…..네. 반드시….돌아올게요.”
 
그녀가 외부차원으로 통하는 차원문으로 달려가자 하피가 카드를 뽑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승산 없는 도박은 안 하는 편이었는데…..무심결에 응원하게 되네요…..부디….제 지론이 틀렸다고….승산 없는 도박은 없다는 걸…..증명해줘요…..이슬비 양.”
 
슬프게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달려간 차원문 발생 장치에는 아니나다를까 그녀가 서있었다.
 
외부차원의 권위자인 보나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몸으로 또 가려고?너 진짜 그러다가 죽는다니까?”

“죽지 않을 거야…..혹시 알아….?내가 죽었는데 갑자기 세하가 우리 차원으로 올 수 있게 되면 세하가 슬퍼하잖아….그건 싫어. 그러니까 안 죽을 거야.”
 
“하아….진짜…..너 진짜 단단히 ** 거 알아? 시뮬레이션 결과는 네가 더 잘 알잖아? 살아있을 확률은 0%에서 한없이 가깝다고! 그런데 왜 가려는 건데?!”

“계산으로는 측정 불가능한 믿음이 있으니까. 내 남자친구는 그렇게 약속을 깨는 남자가 아니야. 그렇다면….나도 전력으로 답해줘야지…..”
 
“그런 걸 믿고 미지의 영역으로 간다고? 웃기지 마! 그런 건 결국 환상이야! 증명이 불가능한 가설에 불과하다고! 환상과 가설만으로는 현실에 닿을 수 없다고!”

보나의 말에 슬비가 미소를 지었다.
 
환상은 현실을 이기지 못한다.
 
그건 그녀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를 만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절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짝사랑 상대한테 고백을 받고, 사랑을 했다.
 
사랑 받기를 두려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불안감을 깨고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그녀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것이 그녀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환상은 언젠가 현실이 될 거야. 이루어질 리가 없는 발명도 언젠가 이루어진 것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닿을 수 있으니까.”
 
“이슬비…..”
 
“시뮬레이션 데이터….있는 거지? 갔다 올게. 돌아 올 때는…..세하와 함께 오려고 해볼게.”
 
“…..오려고 하는 게 아니라 꼭 돌아와야 하는 거야. 알았지?”
 
보나가 그녀를 보다가 무언가를 건넸다.
 
“가져가. 혹시나 이세하 그 바보가 다쳐 있으면 써. 유니온이 가진 비약 중의 비약이야. 뭐….아직은 개발단계라서 임시로 부활캡슐이라고 이름 짓긴 했지만…그래도 효과는 보증해. 재료는 네가 들으면 싫어하겠지만…..소마의 영약이 주 재료니까.”
 
“고마워….잘 쓸게.”
 
“아 그리고 이거 들고 가. 게이트가 닫히면 우리 쪽에서 수신하기 어려우니까. 차원문을 여는 시간을 만들기 위한 신호 발생기야. 누르면 그 쪽에 있는 중계기로 신호가 들어가서 우리 쪽으로 신호가 들어오니까 세하를 찾거나, 돌아올 때 눌러줘. 곧바로 열어줄게.”
 
“응. 그럼…..다녀올게.”
 
슬비가 차원문 발생장치 앞에 서자, 보나가 옆에 있는 기계를 조작하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카운트 다운 시작. 5….4….3…..2…..1…..차원문 생성!”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차원문이 생성되자, 슬비가 곧바로 그 안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뛰어들고 나서 처음으로 보인 곳은, 지금까지 세하를 찾기 위해 들어온 외부차원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마치 누군가가 지나간 것 같은 흔적이 군데군데 보이고 있었다.
 
“지지직…이슬비…..들려?”

“응. 노이즈가 심하긴 해도 들려. 그 쪽은?”

“….아, 이제야 되네. 응. 감도 양호해. 상황은?”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이 보여. 그을린 자국이나 불을 피웠던 흔적이 보여….세하의 흔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흔적이 있다는 건 큰 수확이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발견이야. 아, 이제 차원문이 닫힐 거야. 한동안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거야. 무슨 일 있으면 곧바로 수신기를 눌러줘. 지금 있는 장소나 아니면 그 주변의 장소에 생성해볼게.”
 
“응. 잘 부탁해. 보나야.”
 
“그래…..그럼….통신 종료할게. 건투를 빌어. 이슬비.”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차원문이 닫히자, 슬비는 흔적을 따라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온기가 많진 않지만…..그래도….미약하게라도 온기가 있어…..게다가 이 느낌은…..
 
흔적들을 조사하는 그녀의 손 끝에 익숙한 느낌의 위상력이 감지되었다.
 
비록 아주 미약한 흔적이었지만 그건 그녀에게 아주 익숙한 흔적이었다.
 
그의 따뜻한 위상력이었다.
 
추위에 떠는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불을 피워주던 그의 따뜻한 위상력이었다.
 
얼마나 오래 전에 피운 걸까…..
 
위상력의 흔적이 환경에 따라 잔류시간이 다르다는 걸 아는 그녀가 주변에 위상력을 흩뿌리며 생각에 잠겼다.
 
제 2 위상력인 내 위상력이 그다지 흩어지지 않는다는 건…..이곳이 그나마 오랫동안 위상력이 잔류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겠지….
 
하지만 그 뜻은 그가 생각보다 오래 전에 이곳을 떠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조금 오래 된 흔적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그래도….세하의 흔적을 찾은 게 어디야….이걸로….더 힘내서 갈 수 있어…
 
그를 찾기 위한 외부차원 탐사, 그것도 7번째에 이르러서야 겨우 찾게 그의 흔적을 헛되게 할 순 없었다.
 
달려가는 그녀의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겨우 찾아낸 한 줄기의 단서를 따라 그녀가 미지의 영역으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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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인지 그에게는 알 수 없었다.
 
밤 따위는 없는 백야 같은 밝은 하늘을 피해 잠을 이루고, 달려오는 차원종들을 사냥해 그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등, 야생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 생활 속에서 점차 무뎌져 가는 시간감각과 현실감각을 붙들어주는 건 그녀가 선물해준 손목시계와 그녀와 나눈 반지가 전부였다.
 
그 쪽 시간으로 벌써 2주는 지났으려나….
 
떠오른 2주 전의 기억에 세하가 자신의 팔을 주물렀다.
 
분명 평소와 같은 외부차원의 탐사였다.
 
새롭게 발견된 군도 형태의 지형을 탐사하기 위해 두 사람이 같이 온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돌아가려는 중 지형들이 마구잡이로 섞이고 흩어지며 무너졌다.
 
돌아가려는 두 사람이 내딛고 있던 땅이 무너진 것도 그 때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몰려오는 차원종들을 상대한다고 위상력을 거의 다 소모해 비행조차 못 하는 슬비의 발 밑이 무너진 것도 그 때였다.
 
떨어지는 연인을 보는 순간, 세하는 그녀를 향해 뛰어내려 그녀를 아직 무너지지 않은 차원문이 있는 땅으로 던졌다.
 
그 때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눈빛은 그에게는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그녀의 표정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나저나 지금까지 몇 백마리 정도는 없앤 것 같은데 대체 왜 돌아가는 방법을 아는 녀석은 없는 걸까….”
 
애초에 지금까지 만나온 상대들이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녀석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위화감이 있는 일이었다.
 
그 때….편히 잠 못 자면서 발생한 그의 예민해진 감각에 익숙한 느낌의 위상력이 걸렸다.
 
한 쪽은 자신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그녀의 위상력이었지만, 다른 한쪽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위상력이었다.
 
“어머나~길 잃은 미아인가? 아니네. 우리 사랑스러운 이세하잖아? 내가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면 조금 기쁜데? 드디어 인간을 버리고 내 편이 되기로 한 거야? 매우 기뻐. 얼굴 마구마구 망가뜨리고 성대를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살벌한 건 여전하네. 더스트. 너를 보러 온 건 아니거든.”
 
“흐응~?그러면 왜 여기까지 온 걸까나? 여기 내 실험동인데? 아, 혹시 요즘 따라 방목해둔 실험체들이 계속 사라지는 게 네가 죽여서 그런 건가?”
 
“그게 네 실험체였어?”
 
“그래. 차원전쟁 때 넘어왔던 그 인간들을 차원종과 교배시켜서 만든 2세대야. 언어도 할 수 있고 꽤나 지능도 높은 편이었지. 아쉽지만 방목해둔 것들은 내 통제도 안 듣는 야생동물 같은 것들이고, 그다지 센 편도 아니었지만.”
 
그게 약한 거라면 좀 위험한데….
 
세하가 말없이 건블레이드를 쥐었다.
 
탄창은 꽤나 넉넉했다.
 
최근 개발된 휴대용 무기 창고에 꽤나 꾸준히 탄창을 넣어둔 덕에 아직까진 여유로웠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는 달랐다.
 
탄창을 다 쓴다고 해도 도망칠 수 있을 지가 문제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면 탐사하다가 떨어지기라도 했나보네? 흐응….보아하니 떨어진지 좀 된 것 같고…..그렇다면 돌아갈 방법을 아는 차원종을 찾으려고 온 건가? 네 어미처럼?”
 
“말 가려서 하지 그래? 아무리 내가 엄마보다 약해도 우리 엄마를 욕하는 걸 그냥 넘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눌러져 있던 살기가 그녀에게 뿜어지자, 더스트가 광기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역시 너는 최고야! 이 정도인 녀석들은 손에 꼽는다고! 역시 수집하고 싶어. 가지고 싶어. 그리고 네 앞에서 네가 좋아하는 녀석들을 차원종들과….읏!”
 
신나서 떠드는 그녀의 앞으로 살기 가득한 일격이 지나가자, 그녀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말 가려서 하라고 했다. 내가 옛날이랑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최강의 잠재능력. 알파퀸과 비슷한 위상력의 파장.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도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2주 동안의 살의 가득한 전투들은 그에게 더스트가 가장 무서워하던 능력을 각성시켰다.
 
불사살해.
 
더스트와 완벽하게 상성을 이루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능력이 그의 검에 담겨있었다.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내 친구들을 내 동료들을 우리 엄마를 모욕했겠다? 어때? 다시 한 번 불사가 사라지는 기분을 맛보고 싶나?”
 
신경을 긁는 독설에 더스트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실험체들을 소환하고는 그를 노려봤다.
 
“죽여서라도 데려와. 팔다리는 없어도 돼. 머리랑 몸통만 잘 붙여서 데려와.”
 
위험한 말을 하며 사라지는 더스트의 모습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바로잡으며 중얼거렸다.
 
도발….너무 했으려나….좀 많네.
 
위험한 수준의 위압감과 눈에 다 담기도 힘든 크기에, 셀 수 조차 없는 숫자까지 모든 면에서 그를 압도했다.
 
그러나, 그는 건블레이드에 탄창을 다시 꽂고 적과 마주했다.
 
돌아가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녀가 오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살아남아서 돌아가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우는 걸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덤벼, 차원종. 쉽게 끌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공기가 진동할 정도의 위상력이 그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공격!!!”
 
차원종의 필두가 외치자, 차원종들이 엄청난 속도로 그에게 쇄도해왔다.
 
덤프트럭들이 돌진하는 것 같은 그 군세로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들고 달려들었다.
 
-세하야. 절대로 다쳐오면 안돼. 알겠지? 다쳐오면 나 화 낼 거야.-
 
안 다쳐. 절대로 안 다쳐.
 
-아니야. 다쳐도 좋아. 무사히 돌아오기만 해줘. 살아서 돌아만 와 줘. 날 혼자 두지 말아줘.-
 
약속했으니까. 반드시 돌아간다고 약속했으니까.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슬비한테 돌아가는 걸 방해하지 말란 말이다!!!!!”
 
무수히 많은 폭발과 총알들이 전장에 난무했다.
 
뒷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그저 필사적으로 탄창을 교체하며 그는 건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몇 번이고 몸을 찔려, 피가 흘러나와 시야가 어질어질했지만 그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것만이 지금의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 순간, 오른팔의 근육이 파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필이면 이럴 때….!
 
그도 그럴 것이 전력으로 휘두르는 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전차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차원종들을 몰아세웠으니 근육이 버티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왼손으로 검을 지탱하며 계속해서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나 오른손에 비하면 반응이 느려진 왼손으로 인해 연이어 몸이 꿰뚫리자, 그가 피를 토했다.
 
위험하다.
 
그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위험하다고 소리 지르는 몸은 이미 한계였다.
 
눈 앞에 있는 적은 덩치 큰 놈 하나.
 
탄창에 든 총알은 단 6발.
 
한 번이라도 오차가 나면 끝장이었다.
 
그 순간, 그의 귀에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세하야!!”
 
만신창이가 된 옷을 이끌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녀를 보던 세하가 그녀의 뒤에서 날아오는 차원종을 보고는 건블레이드를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감각에 자신의 앞에 있던 차원종의 공격도 느껴졌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했다.
 
자신이냐 연인이냐. 잔혹한 두 개의 선택지의 앞에서 그는 그녀의 뒤를 향해 덤벼든 차원종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5발의 불꽃이 차원종을 불태우며 일직선을 그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차원종의 공격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세하야!!!!!!!!!!!!!!!”

슬비의 절규에 세하가 **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차원종의 머리에 발포를 사용하며 차원종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의지였다.
 
의지를 잃은 몸뚱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슬비가 뒤늦게 그에게 달려와 그를 흔들었다.
 
“세하야! 눈 좀 떠 봐, 세하야! 정신 차려!”
 
흔드는 그녀의 모습도 처참했지만, 그의 모습은 더욱 처량했다.
 
여기저기 찢겨진 옷과 파열된 근육의 흔적에, 가슴 부분에 뚫린 구멍은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그래! 보나가 준 캡슐!”
 
보나가 준 약이 생각난 그녀가 곧바로 캡슐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 그에게 넘겨보려고 했으나, 캡슐을 씹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가 그의 턱을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제발….제발 터지라고….터지란 말이야….”
 
떨리는 손으로 연신 그의 턱을 누르던 슬비가 울음에 먹힌 소리로 중얼거렸다.
 
제발….제발 먹어….먹으란 말이야….
 
그녀의 절실한 말에도 그의 입에 담긴 캡슐이 터지지 않았다.
 
절망에 빠지던 슬비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캡슐을 입에 넣고는 자신의 입 안에서 터트렸다.
 
네가 못한다면 내가 대신하면 돼!
 
입 안에 가득 머금은 캡슐의 액체들을 그에게 입맞춤을 한 슬비가 곧바로 그의 입 속으로 입 안에 있던 액체들을 흘려 보냈다.
 
목으로 액체가 흘러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슬비가 곧바로 그의 위에 올라타고는 그의 가슴에 대고 CPR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 마음대로 죽어….누구 마음대로 죽어….절대 안 보내….아니 못 보내….나 아직 너랑 못 해본 거 많단 말이야…! 아직 제대로 데이트도 못 해봤고, 아직 제대로 진도도 못 나가봤고, 아직 결혼도 못했잖아….일어나…..일어나, 이세하!!!!나 혼자 두고 가지 말란 말이야!!!!”
 
점점 울먹거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 때….그의 입에서 고여있던 핏덩이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세…세하야!!”
슬비가 자신도 모르게 그를 꽉 껴안자,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커억…..스….슬비야….나 갈비뼈….”
 
“알아…아는데…..아는데……이대로….있어줘…..”
 
죽다 살아나서 아직 회복중인 몸인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지금 그가 되살아났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돌아와줘서….돌아와줘서….고마워….세하야….”
 
“….참나….내가…..너 두고 어디 가겠냐, 바보야….”
 
그 느끼한 말…..우리 세하 맞네…..
 
그의 따뜻한 온기가 그녀에게 전해져 왔다.
 
그녀의 부드러운 다정함이 그에게 이어져 왔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시간들이 이제야 이어졌다.
 
겨우 다시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어.
 
그를 껴안은 그녀의 팔이, 그녀를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 때...
 
그들 앞에 엄청난 열풍이 불더니 차원종들이 나타나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더스트의 소행인가….!
 
“슬비야! 뛰어!”
 
위상력이 고갈된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열풍의 군세는 죽음 그 자체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자 차원종들이 그에 맞춰 사방에서 몰아쳤다.
 
그에 맞춰, 땅을 기어오는 금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하야! 조금만 더 힘내! 게이트 열었다고 하니까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돼!”
 
앞장서서 달리는 그녀를 따라 달리던 그가 자신의 내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회복이 덜 된 건가….
 
반응이 조금씩 늦게 이루어지는 느낌과 망가져버린 것 같은 내부의 느낌에 세하가 입술을 꽉 물었다.
 
알 바 아니야….난….슬비랑 돌아갈 거야…..이런 걸로 쓰러질 것 같아?!
 
달려가는 다리에 다시금 힘이 돌아왔다.
 
“아! 저기야! 세하야, 조금만 더 힘내….?!”
 
달려가던 슬비가 순식간에 붕괴된 발 밑에 반사적으로 간신히 무너진 땅 끝을 붙잡았다.
 
“슬비야!”
 
“으읏….괜찮아….버틸 수 있어…..그러니까, 놓으면 안돼…알았지?”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는 혼자의 무게를 버티기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지금의 그는 짐에 불과했다.
 
“슬비야. 내 손을 놔! 이대로는 둘 다 죽어!”

“싫어!절대 안 놓을 거야! 두 번 다시는 안 놓을 거야!”
 
그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한 손과 눈물에 젖어있으면서도 용감하기 그지 없는 그녀의 눈동자에 그는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를 버리고 가는 것이 최적의 판단인 걸 알면서도 그를 놓는 건 불가능했다.
 
그가 없는 2주 동안은 지옥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죽는 그 순간까지 같이 있고 싶었다.
 
그 때, 그녀가 매달려 있던 땅이 붕괴하며 그녀를 끊어진 틈 사이로 떨어뜨렸다.
 
끝이네…..
 
그녀는 느리게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중얼거렸다.
 
결국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같이 살아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을 수 있었으니까.
 
혼자 남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그녀를 감쌌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날 ** 않아도 돼, 세하야. 난 지금 정말 행복해….너랑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그러니까….마지막은 웃어주면 좋을텐데….
 
그녀의 눈에 비친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펐다.
 
자신을 탓하는 듯한 슬픈 눈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착한 내 남자친구.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자.
 
그리고 유일하게 내 마음을 가진 사람.
 
사랑했어.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그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음 생에는…..내가 감정표현 잘 하는 사람이 되기를….너를 상처 주는 사람이 되지 않길….그리고….다시 한 번 너랑 연인이 되기를….
 
그녀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와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행복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람이 너무 행복을 많이 받으면 죽는다고 했는데…..그래도….마지막까지 행복했어.
 
그녀의 눈에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안녕…..내 사랑.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마음을 정리하려는 그 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이런…젊은 녀석들이 그런 표정 짓는 거 아니라고.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자신들을 받아내는 거대한 지지대의 느낌에 눈을 뜨자, 그 앞에는 아주 익숙한 냉소적인 미소를 짓는 장발의 남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볼프강 씨…..어떻게….?”
 
“뭐긴 뭐야…..찾았다고 수신기 보내놓고는 30분 가까이 안 와서 혹시나 해서 찾아왔지. 뭐….자세한 이야기는 위에 가서 하자고.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벨리알. 올라가자.”
 
그의 말에 벨리알이 다시금 위로 올라가자, 그들을 마중하기 위해 다른 팀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와….진짜로 다 왔네….방위 시스템은 내팽개쳐놓고 오는 거 봐…”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동생을 찾았다고 대장이 연신 수신기를 눌러대는데 어른이 된 도리로 안 올 수 없잖아?”
 
제이가 벨리알에서 내려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그에게 다가오더니 그를 꼭 껴안았다.
 
“미안해, 동생….나는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했어….하지만….이렇게 살아돌아와줘서….너무나도 기뻐….”
 
힘이 들어가는 제이의 팔에 세하가 그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 때….
 
볼프강의 책이 차원종들을 감지한 듯 펄럭거리기 시작하자, 볼프강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추가수당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동쪽에서 다수 서쪽에서 다수 남쪽 방면에서 두 갈래로 다수…..마음 같아서는 게이트로 바로 달리고 싶지만…..게이트가 닫히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열고 있었던 시간만큼 걸리겠지. 대략 30분 정도 열려있겠네.”
 
“도망치면 그대로 밀고 들어오겠군요….숫자도 많고 이거 참….근무 의욕을 너무 불어넣어주는 거 아닌가 싶네요….”
 
“도망갈 테면 도망가라, 건방진 후배. 나는 이곳을 정리하고 돌아갈 거다.”
 
티나가 허수공간에서 무기를 꺼내들자, 제이가 웃음을 지었다.
 
“그럼 오랜만에 테스크포스나 결성해보실까, 티나? 후배. 도와줄 수 있겠어?”
 
“하아….알겠습니다. 이 착한 후배가 할망구랑 어르신을 위해 봉사해드리죠.”
 
“말버릇을 고치지 않았군. 교전중에 총에 맞아도 상관없다는 걸로 알겠다.”
 
“아, 이 할망구가….알았다고요. 티나 선배님.”
 
“좋은 자세다. 그럼 제이, 볼프강. 지금부터 테스크포스 베테라누스를 결성하겠다. 이의는 없겠지?”

“어차피 선택지도 없잖습니까….가시죠, 어르신.”
 
“그래. 동쪽은 우리 어른들이 맡도록 하지. 서쪽은….”
 
“서쪽은 저희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제이 노사님. 걱정 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테스크포스를 결성했으니까요.”
 
“이름하여 소드 앤 걸스! 헤헤~멋지죠?”
 
“저로서는 바이올렛 기사단이 좋았지만….서유리 양의 소드 앤 걸스도 좋은 울림이니까요.”
 
두 사람의 말에 파이가 두 사람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럼 두 분. 지금부터 테스크포스 소드 앤 걸스 진형으로 가겠습니다. 모두 주의하십시오. 여러분이 다치는 건 보기 싫으니까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네요. 서유리 양, 파이 씨. 절대로 다치지 마세요.”
 
“헤헤~언니들도 다치지 마시라고요~.”
 
배시시 웃으며 전투준비에 들어가는 두 그룹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두 사람을 누군가가 질질 끌고 뒤로 이동했다.
 
“환자의 위치는 이쪽입니당~자, 자. 모두 릴렉스 하시고요. 만트라!”
 
소마의 몸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오자 서서히 두 사람의 몸의 상처들이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루나야. 성좌의 가호를 부탁해.”

“당연하지. 그 누구도 선배님들을 상처 입히지 못하게 만들 테니까.”
 
아이기스를 땅에 꽂으며 방어의 공간을 펼치는 루나의 모습에, 남쪽 방면을 바라보고 있던 하피가 싱글싱글 웃음을 지었다.
 
“저쪽은 걱정 할 필요 없을 것 같고…..저희들은 저 손님들을 상대하면 되겠군요?”
 
“헹! 쪽수가 많으면 썰어버릴 게 많아지는 것뿐이야. 왜, 겁나냐, 도둑 여자?”
 
“그럴리가요. 이런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데요. 안 그런가요? 미스틸 씨?”
 
“우웅….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여러분을 지키는 창이니까요. 열심히 할게요.”
 
“저…저도 열심히 할게요….여러분을 지켜드리기 위해서….”
 
미스틸과 레비아의 모습에 나타가 기합을 넣으라는 듯 툴툴거리고는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는 적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야, 레비아! 따라와!”

“네, 나타님! 도와드릴게요!”
 
“어머나~레비아 양은 저쪽을 맡기로 했네요….그럼 미스틸 군? 잘 부탁할게요.”
 
“네, 누나! 그럼 저 먼저 돌격합니다!”
 
달려가는 미스틸의 뒤를 웃으며 달려가는 하피의 모습에 슬비는 갑자기 눈물이 나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다 모였다고.
 
함께 등을 맞대고 싸워온 동료들이 모두 모였다.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우….너무 심하게 다치셨어요. 회복하기 힘들어요…..”
 
“그야 당연하지….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그게 정상이겠어….?”
 
“그렇긴 하네요…..그래도 열심히 해볼게요. 기합을 팍팍!”
 
소마가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치료하다가 문득 느껴지는 오싹함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검은 열풍의 군세가 다가오고 있었다.
 
“못난이네 군대인가….아, 진짜….이쪽은 손 비는 사람이 없다고!”
 
한 구역씩 맡아서 차원종들의 군세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그들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루나나 소마가 끝이었다.
 
“소마야. 내가 일단 어떻게든 아이기스로 막아보고 있을게. 최대한 빨리 선배님들을 치료해줘. 나는 모두를 지키는 방패니까. 어떻게든 막아 보이겠어.”
 
루나가 방패를 들고 일어서자, 소마가 미안하다면서 회복을 멈추고는 루나의 옆에 섰다.
 
“루나를 혼자 보낼 수는 없지. 빨리 못난이들 두들겨 패버리고 선배님들 곁으로 돌아가자.”
 
“정말이지…..너라는 애는….”
 
툴툴거리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그녀를 바라보던 루나가 앞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군세를 보며 말했다.
 
“죽지 마.”

“루나야말로.”
 
두 소녀가 검은 열풍의 군세와 마주하려는 그 순간, 게이트 너머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멋진 각오야. 하지만, 여긴 애들이 나설 자리가 아닌데.”
 
“그래, 맞아. 우리 꼬마 후배님들. 그 자리는 우리들이 서도록 할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네 사람이 경악했다.
 
그것은…..
 
“안녕, 아들. 2주만에 보네?”
 
“엄….마? 그리고, 지수 누나에…..트레이너 씨?”

“뭐야, 그 미적지근한 반응….좀 더 극적인 만남일 줄 알았는데, 영 맥 빠지는 반응이다, 너?”
 
“아하하~우리 아들의 반응은 저런 게 정상인 걸? 그리고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오늘따라 상황인지가 빠르군, 서지수. 죽을 때가 다 된 건가?”

“아들 앞이잖아. 폼 나게 가자고, 교관. 그리고…..나 지금 무지하게 열 받았거든?”
 
싱글싱글 웃던 서지수의 표정이 싸늘해지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오싹함을 느꼈다.
 
“감히 우리 아들을 건드렸겠다? 불사? 원래의 힘? 벌써 치매가 온 거야, 더스트? 널 나누고 널 몰아붙인 건 나라고.”
 
“그리고 불사살해 능력을 쓸 수 있는 건 서지수뿐만 아니라, 나도 있고 말이지.”
 
“이쪽은 오랫동안 묵혀둔 분노다. 오늘은 조금 진심으로 가도록 하지.”
 
백전노장의 세 사람이 살기를 내뿜으며 걸어가자, 파이가 얼음으로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주며 웃음을 지었다.
 
“부디 무운을.”
 
“고마워, 파이. 이거 안 녹고 잘 부서지는 거 맞지?”
 
“네. 바닥에 직격만 안 해주신다면 안 녹고 안 부서질 거에요.”
 
“고마워. 그럼 교관, 흑지수…..시작하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전방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이 가해지자, 공간 전체에 흔들림에 일어날 정도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아, 정말! 데리고 돌아오라니까, 뭐 하는 거야, 다들! 아까 공격 때문에 닫히는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3분 남았어! 빨리 돌아와!”
 
보나의 말에 각 방위를 맡고 있던 사람들이 사방으로 자신들의 공격들을 퍼붓고는 곧바로 게이트 너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루나와 소마가 슬비와 세하를 업고 게이트 너머로 탈출하자, 서지수가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교관. 흑지수. 이만 퇴장 해야 할 시간 같은데.”
 
“아쉽게 됐네…저 얼굴에 한 방 먹여주고 싶었는데.”
 
“동감이다. 하지만 이 좌표를 안 이상 기회는 있겠지. 분노는 적당히 표현해주고 떠나주도록 하지.”
 
트레이너의 말에 서지수가 자신의 위상력을 끌어올리며 전방을 노려보자, 흑지수와 트레이너가 거기에 맞추어 공격을 준비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 더스트.”
 
“다음에 볼 때는 그 얼굴에 한 방 먹여줄 테니까 각오하고 있으라고.”
 
“다음에 볼 때는 늑대의 송곳니가 널 물어뜯을 거다.”
 
세 사람의 공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더스트가 급하게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잘 가라. 더스트.”
 
세 사람의 행동이 더스트 보다 빠르게 그녀에게 당도했다.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의 폭격에 게이트를 포함한 공간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지만, 그 정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여유롭게 플레인게이트로 돌아온 세 사람의 모습에 세하가 어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산책 잘 다녀오셨나요, 엄마.”

“응,응! 우리 아들도 자아 찾기 여행 잘 다녀왔어?”
 
“자아 찾기 여행이라니….누구는 죽다가 살아났는데….”
 
어이없다는 듯 툴툴거리는 세하의 모습에 서지수가 그를 꼭 껴안았다.
 
“우리 아들 좀 안아보자~오구오구~”
 
“아, 엄마! 그만해요! 자꾸 그러면 밥 안 해줄 거에요!”

“너무해! 아들 좀 안아보고 싶은데~”
 
버둥버둥 거리며 대화를 나누던 그가 자신의 볼에 느껴지는 한 줄기의 물기에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아니야…..돌아와줘서….고마워…..엄마 곁에 돌아와줘서 고마워, 우리 아들….”
 
그를 껴안은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소중한 보물을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 자신을 꽉 껴안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녀왔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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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춥다는데 여러분은 괜찮으신가요?(캐나다는 눈과 얼음과 우박이 글 쓰는데 함께 하는군요.)

이번 작품도 세슬! 입니다.

다음 작품은 아무래도 세하파이 조합이라는 특이한 조합으로 찾아 뵐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힌트: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여러분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그럼 다음 번에도 여러분이 즐거워 하실만한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p.s: 다음 작품도 세하는 구릅니다.
2024-10-24 23:21: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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