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6)

건삼군 2018-11-11 1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일어나 보니 나는 내가 길거리 전봇대 옆에서 취객인 마냥 잠들고 있었다는걸 알아차렸다아니취객이 맞지술을 처음 마셔본 주제에 7 정도는 마셨으니까그거 떄문에 필름이 끊긴건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숙취에 적응하지 못해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난 나는 꺠질듯한 머리를 붙잡고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핸드폰의 화면은 7:10 AM 이라는 글을 비치고 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내가 어제 집에 들어가지 않은  가게에서 잠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이렇게 길거리에서 자고있던 이유도 아마 가게 주인이 아무리 꺠워도 일어나지 않는 나를 그냥 가게 바깥으로 쫒아버린 거겠지.

 

참으로 잘하는 짓이다 이세하인생 한번 망쳐볼려고 작정했냐아니지이미 망쳐졌지.

 

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일침을 날려보자 조금이나마 두통이 가셨다그냥 두통이 가시기만 했다면 좋았을 것을두통이 가신바람에 잊고있었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까지 전부 돌아왔다.

 

다시 눈을 감으면  찌르고 있는 기억들을 조금이나마 잊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고 해본 나지만 그러자 오히려 잊혀지기는 커녕 그녀와의 추억들이 더욱 선명하게 나를 조여왔다.

 

뭐가 생각하기 나름이야...”

 

어제 만났던  노인의 말을 내뱉으며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지만 이런식으로 쓸데없는 배신감을 느껴보았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잠이나 다시 자자.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나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애써 똑바로 교정하고는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내가 쓰러져있던 거리와 술을 마시던 가게는 집에서 고작 3분정도만 걸으면 왕복할수 있는 거리라서 나는 얼마 가지 않아서 집의 정문 앞에 서있는 나를 확인할수 있었다.

 

집이라고 해봤자  볼것 없는 평범한 집이다클로저일로 쓸데없이 쌓인 돈을 모아 그냥 보기 좋은 적당한 주택을 골라 내가 슬비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그날부터 같이 살기 시작한 집이다간단하게  3개에 화장실 2개라는결코 크지 않은 지극히도 평범한 주택이다지금은 그마저도 내게 있어서는 매우 크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조만간 이사나 갈까생각하며 나는 전자 잠금장치로 잠겨있는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은 내가 어저께 술을 마시러 나가지 전의 모습과 다를게 없었다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신발이여성의 신발 하나가 어제까지만 해도  신발 하나만 놓여져 있던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내가 깜빡 잊고 그녀의 유품정리를 할떄 빠뜨린 것일까?

 

잠깐 현관에 놓여진 신발을 보며 치울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이내 귀찮다는 같잖지도 않은 이유로 무시하고는 신발을 벋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그냥 이대로 침대에 가서 눕자고 생각한 나는 화장실 바로 옆방에 위치한  사람이 자기에는 조금  2인용 침대에 눕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그대로 방안에 들어가 침대에 누우려고   순간무언가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   뒤에 닿았다.

 

느낌으로 봐서는 아마 뾰족한 나이프 사이에 강도라도 침입해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이렇게 나이프로 위협해도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재빠르게 제압할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며 이대로 나이프의 주인이  그만 이런 현실속에서 꺼내주기를 바라며 가만히 정체불며의 인물이 나이프를 그대로  목에 찔러넣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인물은 나이프를  목에 찔러넣는 대신위협적이지만 확실하게 여성이라는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움직이지마손을 위로 올리고 뒤로 천천히 돌아.”

 

 위협하는 여성의 말에 따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잠시 당황한 나는 나이프의 주인이 나보다 키가 작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는 시선을 조금 내렸다그러자 그제서야 정체불명의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그녀였다.

 

꿈일 것이다꿈이지 않고서야 있을수가 없는일이다.

 

환상이 아닐까지금이라도 손을 뻗는다면 사라지는게 아닐까.

 

혹시나 사라질까 노심초사 생각하며 번개처럼 그녀을 끌어안았지만 다행히도 그녀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기적이다이것은 분명이 기적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그녀를 끌어안은  눈물을 흘려보냈다.

 

... ....”

 

그런데 아까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대체 무슨 소리일까아무래도  울음소리는 아닌  같은데뭐지?

 

**치한!!!”

 

내가  끌어안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그렇게 소리치며 염동력으로 나를 크게 밀쳐내었다 장면 예전에 많이   같은데... 이거 분명 여주인공한테 **로 오해받는... 그런데 고작 끌어안았다고 해서 **로 몰리는 것은  아니잖아.

 

속으로 잠시 눈앞에 일어난 사실에 대해 불평을 하며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딫혀 바닥에 쓰러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뜩이나 밀쳐진 충격 때문에 어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홍색 머리칼푸른 눈동자작은 체구인형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예쁜 외모그래떠나간줄만 알고있는 슬비가  앞에 얼굴을 붉힌  그대로 서서 나를 치한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쨰려보고 있었다.

 

대체  저러는 걸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나지만   이내에 그녀가 방금  화장실에서 알몸에다 달랑 목욕타올 하나만을 걸친 상태였다는 것을 꺠달았다.

 

그래 상황에서는 **라고 오해받는 것도 납득이 갈만하다하지만나와 그녀는 이미 볼거   사이인데 굳이 이렇게 나를 치한취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갑자기 사람을 밀치고 그래?”

 

 밀치냐고요난생 처음보는 남자가 난데없이  집에 들어와서는 갑자기 알몸인거나 다름없는  껴안는데 좋아라 해요?!”

 

어라 존댓말...? 그것보다 방금 분명 난생 처음보는 남자라... ....

 

-옛다들어주마.

 

-그냥 들어주면 재미가 없으니 제한을  걸겠지만 말이야.

 

설마 제한 이라는게 이건가...?

 

내가 누군지 몰라...?”

 

알리가 없잖아 **자식아!”

 

무언가 응어리와도 같은 감정이 마음속 한구석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그리고  어떠한 감정이 느껴졌다는 것을 느낀  순간나는 어느새 현관문을 향해 도망치듯이 달려나갔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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