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세하슬비)

firsteve 2018-09-25 6

비극이란 건 참으로 분위기를 읽지 못한다고 누가 그랬다.
 
분위기 같은 건 읽지도 않고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들어오니까.
 
그 말이 맞았다….
 
비극의 시작은….그렇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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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이 너무 심합니다! 서둘러서 수술 준비를!
 
바쁘게 움직이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손에 두 개의 이동식 침대가 달려갔다.
 
“세하 동생! 정신 차려! **….!세하 동생!”
 
“슬비야! 정신 차려! 죽으면 안돼! 조금만 참아! 금방 도착하니까....!”
 
침대에 실려가는 두 사람을 향해 제이와 유리가 따라붙으며 **가는 두 사람의 빛을 재촉했다.
 
이윽고, 두 사람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유리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원종들의 무리를 헤치고 나올 때 다친 몸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심각했기에, 지금껏 ** 못했던 정말로 죽음에 가까운 두 사람의 모습에 유리의 몸에는 힘이 빠져나가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제이는 조용히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는 주변에 뛰어다니는 간호사들을 불러 유리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괜찮니, 유리야?”
 
“…..전….괜찮아요….전….두 사람처럼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유리가 피투성이가 된 손을 꽉 쥐며 울먹거렸다.
 
“세하랑 슬비….괜찮…겠죠? 둘 다….멀쩡하게…치료 받으면….둘 다….둘 다….사는 거겠죠? 죽는 거….아니겠죠?”
 
“괜찮을 거야…..두 사람의 질긴 생명력…잘 알잖아….”
 
제이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써 담담하게 이야기를 건네지만….그의 남은 손은 펴지지도 못한 채 떨리고 있었다.
 
살아돌아올 것이라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멀쩡히 돌아올 거라고…그녀에게, 자신에게 말해**만…
 
머리의 한 구석은 최악을 생각했다.
 
자신의 영웅이었던 누님의 아들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영웅을 동경하던 어린 소녀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머리가 계속해서 어두운 감정을 퍼트렸다.
 
“제이 씨! 유리야!”
 
어두운 감정과 불안함에 짓눌려질 무렵, 제대로 정돈하지도 못한 머리를 흩날리며 유정과 다른 요원들이 뛰어들어왔다.
 
“세…세하랑….슬비는….”
 
“수술실로 들어갔어, 유정 씨. 괜찮을…거야…”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달래주고 안심시켜야 하는 자신이 이렇게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한심하다고 속으로 삼켰다.
 
“어르신….잠시 나오시겠습니까?”
 
자신을 부르는 볼프강의 목소리에 제이가 유정에게 자리를 맡기고 그를 따라 나오자, 볼프강이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어르신….세하랑 슬비…..위험한 겁니까?”
 
“적어도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랬지…수술이 잘 되길 바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그런……노사님 그럼 수술이 잘못 되면 두 사람은….?!”


“…..아마도…네가 생각하는 것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이….현실이 되겠지….”
 
“이…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제 능력을 사용해서 두 사람의 시간을 다치기 전으로…!”


“파이 윈체스터!!!”
 
갑자기 터져나온 볼프강의 말에 파이가 움찔하고 몸을 떨자, 그가 조용히 그녀에게 말했다.
 
“네 능력으로 두 사람을 구했다가는 네가 어떻게 될지 몰라! 독일에서 있었던 일을 벌써 까먹은 거야?”


“하지만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고요! 살릴 수 있어요! 제가…제가 조금만 희생하면….!”


“너야말로 제정신이야? 그래. 두 사람을 구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면 네가 죽어. 아니 차라리 죽으면 나은 편이지. 기억이란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목표도 기억 못한 채 폐인이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선배!”
 
“내 말 들어, 파이 윈체스터! 네 능력은 절대 안돼.”


“하지만....이 이상으로 늦어지면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고요! 아이들이….지금 가면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이 저기 있는데…..왜 말리시는 거냐고요!”
 
“너도 중요해! 저 아이들이 네 기억을 담보로 해서 살아났다고 하면, 저 아이들이 어떤 얼굴로 널 볼 것 같은데?”
 
“……이럴 때….아무 것도 못하는 건….싫단 말입니다….”
 
“파이….”
 
“또 다시….무력해지기 싫단 말입니다! 저는….두 번 다시….무력하게 제 주변의 사람을….잃긴 싫단 말입니다….”
 
파이가 검을 꽉 쥐며 말했다.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듯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알고 있었다.
 
감정이 계속해서 이성을 넘으려고 했다.
 
하지만….지금은….두 사람의 수술을 기다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억눌렀다.
 
“저…저기….볼프 쌤…파이 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소마가 평소랑 달리 쭈뼛거리며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저기….혹시 두 사람….위험한 거에요?”


“…..괜찮을 겁니다. 두 사람은 수술만 잘 받으면 괜찮아 질 거에요. 그러니, 소마 양은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려주시면 될 것 같네요…”
 
파이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소마가 한참을 세 사람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거짓말.”
 
“소…소마 양?”


“볼프 쌤이랑 파이 쌤. 그리고 제이 요원님도, 저한테 거짓말 하시는 거죠?사실은 위험한 거죠?”
 
“후우…이봐 아가씨. 그런 건 아니라고. 그저….어른들은 언제나 최악을 생각하니까 이러는 거라고. 그러니까 아가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것도 거짓말. 아까 봤어요. 잠깐 수술실 문이 열렸을 때 봤다고요! 피투성이가 된 몸이랑 주변에 고일 정도로 흐르는 피를!”
 
소마가 보기 드문 진지한 얼굴로 세 사람에게 말하자, 볼프강이 조용히 소마를 보며 말했다.
 
“소마….우리한테 왔다는 건….너….무슨 생각이 있는 거지?”


“두….두 분은 싫어하실 수도 있겠는데요…..방법을 생각해봤거든요? 물론….루나나 다른 분들은 저를 말리시겠지만….”
 
소마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쥐며 낮게 내뱉었다.
 
“제 피를…..두 사람한테 쓰고 싶어요.”
 
“소마 양!”
 
“괜찮아요. 이번엔 제 의지로 하는 거에요. 물론….제 피로 성공할 지는 알 수 없지만….그래도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쓰게 해주세요! 엘리스도 루나도 임시지부장님도 지수 언니도 모두 제 계획을 반대해요. 그러니까….그러니까…..쌤들이 설득해주세요….”
 
“소마 양…..”
 
“저도….잃고 싶지 않아요…..구할 수 있는데 못 구하는 건…..너무….슬프잖아요….”
 
웃음이 언제나 걸려있던 그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겨우 15살의 소녀가 그토록 싫어하던 피를 뽑는 것을 하겠다고 남을 설득해달라고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해달라고 내가 빌어도 모자란 상황인데 이렇게 와 주니까…..기쁘면서도 착잡하군….”
 
제이가 조용히 눈물이 맺힌 채 자신을 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소마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어르신….”
 
“노사님….”
 
“……염치없지만……부탁해, 아가씨…..우리 아이들을….살려줘…..”
 
허리까지 숙여가며 부탁하는 제이의 모습에 볼프강이 거칠게 머리를 긁어대고는 소마를 향해 말했다.
 
“소마….잘 할 수 있지?”

“제 피한테 열심히 하라고 전할게요. 맡겨주세요.”
 
소마가 눈물 거칠게 닦아내며 말하자, 볼프강이 파이에게 고개짓을 하며 말한다.
 
“가자. 이 바보 같은 말썽꾸러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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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수술이 끝난 세하의 병실에는 오늘도 서지수가 와 있었다.
 
“누님….눈 좀 붙여….벌써 며칠 째 깨어있는 거야….아무리 누님이라도…..”
 
“미안…..하지만…..세하가 이런 꼴인데….내가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누님….”
 
제이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지수가 세하가 누워있는 이불을 꼭 잡으며 중얼거렸다.
 
“나….참 별로인 엄마다, 그치….?아들한테 밥 한 번 제대로 해준 것도 없고, 매번 아들한테 어리광이나 부리고…..이렇게….아들이 다쳤는데도….아무것도 못해….”
 
“누님….그건….”
 
“나….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너무 마음이 아파….수 많은 사람들을 구하면 뭐해….아들 하나도 못 구하는데…..”
 
그녀의 어깨가 떨려왔다.
 
전쟁시절부터 보아왔던 그 강해보였던 어깨가, 누구보다 밝게 웃던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이야…..우리 아들….불쌍해서 어떻게 해…..이대로….이대로……눈 못 뜨면 어떻게 해? 나…아직 세하한테 못 해준 것 많은데….아직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누…님…..”
 
“이럴 줄 알았으면…..게임하게 놔둘 걸…..이럴 줄 알았으면…..클로저 시키지 말 걸 그랬어….그냥 재미있게 친구들이랑 게임하면서 평생 살게 놔 둘 걸…..내가….내가….”
 
그녀도 엄마였다.
 
영웅이라 떠받들어지는 것보다 아들이 소중했다.
 
괜히 잔소리부터 나오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했다.
 
그것이 전부….이제야 밀려왔다.
 
의식불명이 된 채 쓰러진 아들의 얼굴에….결국….영웅은 울고 말았다.
 
뭐라고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슬픔의 깊이는….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
 
그 때,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거칠게 열렸다.
 
“이슬비님, 진정하세요….! 아직 그렇게 움직이시면….!”

뒤따라 달려와 그녀를 말리는 레비아를 뒤로 한 채 병실 안으로 들어온 슬비가 누워있는 세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세하….”
 
망가진 테이프처럼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간 슬비가 한참을 멍하게 세하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뭐하는 거야…..빨리 일어나….일어나라고….나 일어났잖아….나 일어났잖아…..빨리 일어나…..일어나라고, 이세하!”
 
“슬비야….”

“왜 그랬어……왜 그랬어…..그냥 내가 당하면 되는 건데…..내가 죽으면 되는 거였는데!!!!왜 그랬어!!!!!”
 
점점 격해지는 감정과 더불어서 갈라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레비아와 유리가 황급히 그녀를 세하에게 떼어놓았다.
 
“놔….놓으라고!!!! 나 안 갈 거야…..세하를 두고 안 갈 거야!!!”

“슬비야…제발….제발….”

“유리야….레비아….놔 줘…..돌아가기 싫어….세하 옆에 있게 해줘…..제발 부탁이야….”
 
“슬비님…..제발…..제발…돌아가서….치료 받아주세요….그러다가 진짜로 죽는다고요…!!!!”

“싫어, 싫다고. 세하 옆에 있게 해줘! 죽어도 좋으니까 제발 있게 해달라고!!!!”
 
울음범벅이 된 채로 버둥거리며 사라지는 슬비의 모습에 제이는 말없이 병실을 빠져 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그것은 마치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한 일상으로 보였다.
 
그것이….제이의 억누르고 있던 무언가를 끊었다
 
“…..***…..제기라아알!!!!!”
 
평소에는 있을 수 없을 만큼 거친 말과 처절한 목소리가 옥상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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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제이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지수마저 돌아간 세하의 병실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작은 몸집의 그림자는 문을 닫고는 세하에게 다가와 그를 한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바보 멍청이….나 아파….나 아프다고 이세하.”
 
세하의 침대 위로 슬비가 몸을 포갰다.
 
“너무 아파. 네가 없으니까 너무 아프다고. 그러니까….일어나서 나 좀 안아주라.”
 
잔잔한 척, 담담한 척 조용히 말을 내려놓는 그녀였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머리 속에 순식간에 그에 대한 기억들이 솟아올라왔으니까.
 
“그거 기억나? 네가 처음 나한테 고백하던 날, 사실 나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거?아, 역시 나는 안되는 거였나….선배님이 정해줘도 결국엔 나는 안되는 거였구나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네가 나한테 고백해줬어.”
 
정리 되지 않은 채 떠오른 기억들의 뒷이야기를 대답 없는 그에게 내려놓았다.
 
“그 때 나, 너한테는 되게 담담한 척 이야기 해놓고는 집에 들어와서는 좋아서 혼자서 침대에서 구르고 난리였다? 후훗….둔한 너는 몰랐겠지만…..”
 
문득, 솟아오른 행복했던 기억에 슬비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또 뭐가 있었더라….너를 만난 후부터는 말 못했지만 되게 행복했어. 엄청나게. 내가 이런 행복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어. 그래서….벌 받나봐. 너무 행복해서. 내가 가진 행복을 다 써서. 그래서 네가 이렇게 아픈가봐.”
 
뒤이어 올라온 마지막 기억에 그녀가 울컥 하고 올라오는 눈물을 쏟아냈다.
 
“세하야….진짜….진짜로 나 너 좋아하거든?세상에 있는 모든 거랑 바꿔준다고 해도 안 바꾸고 싶을 만큼….너를 좋아해. 그러니까….이제 그만 일어나주면 안될까….?내가 마음고생 시킨 건 이 정도로는 못 갚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앞으로 더 잘 해줄께….틱틱 거리고 잔소리부터 하지 않을게….그러니까….제발…..제발 일어나서 내 이름 좀 불러주라….나 한 번만 안아주라….”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눈물을 쏟은 만큼 그가 빨리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울 수 있다고. 평생을 마음고생 하면서 살아**다고 해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고. 그녀는 속을 빌었다.
 
그녀의 연인이 돌아오기를 빌었다.
 
“이세하….제발…..내가 부르면 와 주기로 했잖아….언제든지 내 옆에 있어주기로 했잖아…..안 떠난다고 했잖아….그러니까….제발….돌아와….”
 
서서히 슬비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채 회복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와, 없는 체력에 펑펑 울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녀는 왠지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리고 싶었다.
 
이대로 잠들면 안된다고. 이대로 잠들면 무언가가 끝나버릴 것 같다고.
 
마음 한 구석이 외쳤다.
 
하지만, 그것보단 몸은 주인의 상태를 우선시 했다.
 
“조금만 자고 일어날게….내가 일어났을 때…..너도….일어나….”
 
감겨오는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그를 향해 그녀가 조용히 말하고는 그대로 잠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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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야. 일어나.”
 
귓가에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녀가 기억을 더듬었다.
 
“누구…세요?”
 
눈꺼풀은 채 열리지도 않았지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뭐야….누구 보고는 일찍 오라고 해놓고는 너는 자고 있어? 어제 드라마 보고 잤어?”
 
어딘가 모르게 밝으면서도 진지한 목소리.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온기. 그리고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
 
이세하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슬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세하…야?”

“뭐야, 그 표정은…..내가 온 게 싫어?”
 
세하가 멀뚱멀뚱 그녀를 보며 말하자, 슬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세하….세하 맞지? 그치? 세하 너 맞는 거지?”

“아직 잠 덜 깼어? 내가 이세하가 아니면 누가 이세하인데? 이렇게 게임광인 남자친구 나밖에 없잖….우왓…!”

세하가 어이없다는 듯 대답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을 향해 안겨오는 슬비의 모습에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어버버거렸다.
 
“스…슬비야? 왜….왜 그래?”

“….세하다….진짜 세하다…..”
 
“…..무슨 일 있었어?”

세하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슬비가 세하의 품으로 파고 들자, 세하가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악몽이라도 꿨나보네….괜찮아. 난 여기 있어. 걱정하지마.”
 
너무나도 포근하면서도 다정한 말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그에게 빠지게 된 계기이자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와 같은 말이었다.
 
“크응….악몽을 꿨어….나 때문에 의식불명이 된 꿈을…..”
 
“의식불명 되는 꿈이라….되게 강렬한데…..임무 중에 그랬어?”

“응….나를 지키려다가…..네가….그래서…..너무….무서웠어….후회만 가득했어….못 해준 게 많다면서 펑펑 울었어.”
 
평소답지 않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투에 세하가 그녀를 품에 가두며 말했다.
 
“괜찮아. 지금부터 하면 돼. 후회 안 하게.”
 
“할 거야….후회 없이.”
 
눈물을 쓱 닦으며 올려다보는 슬비의 모습에 세하가 웃음을 짓고는 빨리 씻고 나오라며 그녀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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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야?”
 
“응?”
 
“왜 또 멍하게 있어…데이트….마음에 안들어?”
 
‘어라….나 방금 전까지….집에 있지 않았나….?’
 
강렬한 위화감이 든 슬비와 달리 앞에 있는 세하는 오히려 멍하게 있었던 그녀에 대해서 걱정되는 듯 바라보는 모습에, 슬비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살짝 멍했어. 요즘 너무 활동을 했나….머리가 멍해졌네….하하….우리 데이트 하던 중이었지?”

“…..괜찮아, 정말? 몸이 안 좋으면 다음에 해도 돼. 난 네가 좋으면 좋은 거니까….”
 
걱정 되는 듯 물어오는 세하의 모습에, 슬비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나도 네가 좋으면 좋은 거야. 데이트…하고 싶지?”

“응. 하지만 네가 오늘이 아니라면 다른 날이라도….”

“아니야. 오늘 꼭 하고 싶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그녀의 감정을 말했다.
 
“그럼 어디부터 갈까? 역시 카페부터….”
 
“아니. 오늘은 게임센터 가자. 우리 한 번도 데이트 할 때 게임센터 안 갔잖아.”
 
“그야 네가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네가 좋아하잖아. 같이 하는 건 상관없어. 날 두고 혼자 노는 게 싫은 거야.”

솔직한 그녀의 감상에 세하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꼭 껴안았다.
 
“오늘 왜 이렇게 예쁜 말만 하냐….사람 불안하게….”
 
“예쁜 말 해줘도 뭐라냐….”
 
슬비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세하가 그녀를 품에 꼭 안는다.
 
“너무 좋아서 그래…이렇게 진작에 해주지….끝에 와서….이러냐….”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어쩐지 그 모습에 슬비는 아까 전부터 올라오는 위화감이 다시 올라왔다.
 
“끝에 와서라니….그게 무슨 말이야?”
 
“응? 내가 그런 말을 했어?”
 
어느새 아까랑 달리 다시 활달한 세하로 돌아온 모습에 슬비가 이상함을 느끼다가 문득 생각난 것을 입 밖으로 내놓는다.
 
“…세하야….우리 커플링 언제 맞추었어?”
 
슬비의 말에 세하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너…..왜 그런 건 또 빨리 알아채서…..”
 
“이거….꿈….이야?”
 
슬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세하가 고개를 떨군다.
 
“이 바보야….꿈에서….꿈이라고 하면….꿈은….깨는 거 잖아….”
 
그의 말에 주변의 공간들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럼…지금까지 있었던 건…..”
 
“네 후회와 내 후회가 만든 마지막 시간이었어….네가 눈치 채지 못한 채 끝까지 있었으면….그랬다면….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는데….”
 
“그게….무슨 말이야….오래 있을 수 있다니…..?”
 
마음 속에서, 머리 속에서 울려오는 한 가지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그것만은 아니어야 한다고.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하지만….세하의 입은 그녀의 최악을 말했다.
 
“우리 둘…..지금 죽어가고 있어. 아마 이대로 가면….우리 둘 다 죽을 거야.”
 
“죽어 가고 있는 중….이구나….”
 
그래도 최악은 아니네. 너랑 같이 죽는 건….
 
슬비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젓는다.
 
“나한테 최악인데….네가 나랑 같이 죽는 건….”
 
그러니까….돌아가, 슬비야.
 
세하의 말에 흐려져만 가던 주변 풍경이 서서히 안개로 바뀌어가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에 슬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대로 가면 세하랑 영원히 떨어진다고.
 
“이세하, 내 손 잡아! 나랑 같이 돌아가자!”
 
“바보야….진짜 죽어가는 나랑 살 수 있는 너랑 어떻게 가냐….”
 
“왜 포기 하는데?! 난….난 너랑 살고 싶어! 아니면 같이 죽을래!”
 
“이슬비!”

“왜 나만 살아야 해? 너도 살아! 또 다시 혼자 되기 싫어!”

슬비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세하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정말….그런 표정 지으며….편하게 못 간다고….이 바보야….”
 
“그러니까 가지마! 나만 살게 만들지 마! 난….난 더 이상 못 버틴다고….네가 없는 세상은…이제 못 버텨….”
 
“혼자….아니야….네가 사라져도….넌 혼자가 아닐거야…”
 
마치 마지막을 고하는 것처럼 세하의 발 밑에서부터 서서히 그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안돼….안돼….!안돼, 안돼, 안돼, 안된다고!!!!!이세하!!!!”
 
“아 진짜 용서없네…..작별인사 하려면 하루는 넘게 걸리는데…..”
 
세하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돌이킬 수 없을 속도로 사라져만 가는 그의 모습에 슬비가 그를 향해 달려가지만 뛰어간 만큼 그의 몸이 멀어져만 갔다.
 
“싫어….싫어, 싫다고. 제발 부탁이야….가지마…..”
 
울음에 먹힌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비야….미안해….그리고….사랑해.”

“하지마….마지막인 것 같은 말 하지말란 말이야!!!!”
 
“너를 만난 모든 순간은 축복이었고, 너랑 함께한 시간들은 내게 과분할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어.”
 
“그만….그만해….그만하라고….”
 
“잘 있어…..슬비야…..널….많이 사랑해….”
 
슬비가 고개를 들자 이제는 거의 사라지기 일보 직전인 그를 향해 그녀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그 손은….닿지 못한 채…..
 
그는….사라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사라져가는 빛들을 향해 그녀가 허공을 휘저었다.
 
“안돼…안돼!!!!!!!!!!!!!!!!!!!!이세하!!!!!!!!!!!!!!!!!!!!!!!!!”
 
허공을 향해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랑하는 그의 이름을.
 
사라진 그녀의 행복을.
 
사라져버린 그녀의 유일했던 남자를….
 
목 놓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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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꿈결에 듣는 것 같이 멀리서 들려왔지만 왠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슬비야, 정신 차려! 슬비야!!!”
 
그 목소리는 지수였다.
 
“선배…님…..”

“슬…슬비야! 정신이 드니?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니?”

“선배님….”
 
몽롱한 정신을 깨우며 눈을 돌리자, 유리와 그녀의 동료들이 그녀의 손을 잡고 다행이라며 얼굴에 부벼댄다.
 
그 모습에 방금까지 자신이 있었던 상황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세…세하….세하한테 가야해요…..”
 
“슬비야…..”

“방금 전에 세하랑 있었어요. 꿈 속에서요! 둘 다 죽어가는데 세하가 방금 자신은 죽어간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빨리 가서 세하를….!”

몸을 일으키려는 슬비의 모습에 유리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슬비…야….세하는…..세하는…..”
 
유리가 점차 흐느끼는 목소리로 변해가더니 그녀에게 그녀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전했다.
 
“세하…..죽었어….”
 
“……..거짓…말….”
 
“미안…해…..세하….못….살렸어……너만….너만…..살렸…어…..”
 
“왜……왜……왜, 왜, 왜, 왜!!!!!!!!!!!!!!!!!!!!나를 살렸어…..왜 나를 살렸어!!!!!!!!”
 
“슬비야….”
 
“그냥 죽게 놔뒀어야지…..죽었으면….같이 갈 수 있었어….같이 갈 수 있었다고!!!!!나만 이 세상에 남지 않아도 됬었다고!!!!!”

“슬비…야….미안…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데!!!!!이세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라는 건데!!!!!!”
 
쏟아져나오는 원망과 슬픔이 담긴 그녀의 울부짖음에 유리가 울면서 그녀에게 미안하는 말만 계속했다.
 
“왜….날 살렸어…..나보고…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야…”
 
그녀가 울음에 먹혀 소리조차 못 내며 울자, 파이가 조용히 말했다.
 

“한 명보다….두 명이….중요했습니다…..”
 
“무슨…말이에여….두 명…이라니….”
 
“세하 씨는….한 명이었고…..슬비 양은…..두 명이었으니까요….”
 
파이의 말에 슬비가 반사적으로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설마…..”

“최악의….알림이지만……슬비 양…..슬비 양은….아이를….가졌어요….”
 
“….하….하하….하하하…..”
 
슬비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마지막 말이 이런 뜻이었어….?
 
이제야 알게 된 세하의 말에 슬비가 주먹을 꽉 쥔다.
 
“이런 걸…..선물이라고….주냐…..바보야…..이런 건….네가 없으면…..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슬비 양……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파이마저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자, 슬비가 결국 형언 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몸을 맡겼다.
 
그것말고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는…..떠났다.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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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7년 뒤….
 
소박하다면 소박한 무덤 앞으로 슬비가 조용히 걸어갔다.
 
벌써 17년이나 지났나…..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한테는 어제 일어난 일처럼 너무나 생생한 일 이었는데.
 
세상은 어느새 그의 이름을 위대한 클로저로 추앙하고 있었다.
 
“세하가 들었다면 부담스러워서 머리를 긁었을텐데…..”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17년 동안 그녀를 달래 준 건 짧았던 그와의 추억과 자신의 안에 있던 그가 살아온 증거였다.
 
추억을 곱씹으면서 어느새 무덤 앞에 도착한 슬비가 무덤 앞에 작은 잔을 놓고 술을 따랐다.
 
“또 왔어, 세하야. 요즘따라 자주 오지, 나…그래도 이해해주라….나이 먹을수록 네 생각이 더 나더라….”
 
비석에 놓여진 작은 사진을 바라보던 그녀가 옆에 놓여진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시더니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정말이지….우리 아이…..크면 클수록 널 닮아가는 것 같아. 게임 좋아하는 것도, 그리고 이성에게 인기 많은 것도….그리고….속 깊은 것도 전부 널 닮았어.”
 
그와 그녀의 아이에 대해 그녀가 생각했다.
 
너무나도 그를 똑 닮은 아이.
 
살아있었다면 똑 닮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 얼마나 웃음이 나는 하루였을까.
 
아이가 커질수록 그 생각은 커져갔다.
 
잠이 안 올 때마다 그 아이를 껴안고 그의 이름를 불렀다.
 
참으로 못난 엄마인데, 어쩌면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한심한 엄마일텐데.
 
그럼에도 그 아이는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너무나도 배려심 깊은 아이로 자라주었다.
 
그럴수록 그녀도 스스로 바뀌어갔다.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만나고 친분을 쌓아갔다.
 
아이를 보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점차 줄어갔다.
 
하지만, 일 년에 5번은 그에 대한 기억이 사무쳤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이곳으로 왔다.
 
“역시 여기 계셨네요. 걱정 했잖아요, 엄마.”
 
들려오는 목소리에 슬비가 고개를 돌리자, 그를 꼭 닮은 소녀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디 간다는 말도 안 하시고, 놀랬잖아요. 여기 오실 것 같아서 와봐서 다행이네요.”
 
“걱정했어, 우리 딸?”

“당연히 걱정하죠. 우리 엄마는 단 한 명 뿐인 우리 엄마인데.”
 
소녀가 빙그레 웃음을 짓자, 슬비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엄마….?”

“미…미안해, 우리 딸…..엄마가 술 먹어서….살짝….울컥해서 그래….아무것도…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하의 무덤 앞에서 열려버린 마음은 쉽게 닫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소녀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괜찮아요, 엄마. 제가 있으니까 우셔도 되요. 엄마 딸, 엄마 닮아서 어른스럽다고요?”
 
“정말이지….그런 모습까지….세리, 너는 너희 아빠를 닮았니….”
 
슬비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세리가 그녀를 토닥였다.
 
“전 엄마랑 아빠 딸이니까요.”
 
그 말까지 똑같아….
 
슬비가 세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어느새 이렇게 잘 자랐다.
 
세하야. 너는 그렇게 날 두고 가버렸지만 여기 네가 남긴 또 다른 네가 있어.
 
네가 내게 준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 여기에 있어.
 
네가 남긴 너의 흔적이 여기 있어.
 
너무 사랑한 너의 흔적이 어느새 너만큼 괜찮은 사람이 됬어.
 
“미안해. 우리 딸….”

“또 미안하다고 한다….이럴 땐 고맙다고 하는 거라니까.”
 
“그런 능청스러움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할아범한테 배웠지. 할아범 전매특허잖아.”
 
씩 웃음 짓는 세리의 웃음에 슬비도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엄마가 요즘따라 못난 모습을 계속 보이네….이러면 엄마 체면이 안 서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그래….더 기대도 돼. 나, 엄마만큼 속 깊은 여자야.”
 
“어쭈? 머리 좀 컸다고 엄마한테 반항이야?용돈 줄여버린다?”

“용돈은 죄가 없어, 엄마!”
 
당황해하는 세리의 모습에 장난꾸러기 마냥 놀려대던 슬비가 울려대는 세리의 폰에 장난을 멈춘다.
 
“응, 강우야. 응….또? 아, 진짜….모처럼 엄마랑 놀려고 했는데…..알았어, 갈게. 조금 있다가 보자.”
 
통화를 끝낸 세리가 슬비를 보고 머뭇거리자, 슬비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쓰다듬는다.
 
“가야 하는 거지?”

“미안해, 엄마….가야 할 것 같네….”
 
“그럼 잠깐만 차에 가자. 엄마가 줄 거 있어.”
 
슬비를 따라 차로 온 세리가 차 트렁크에서 꺼내어지는 커다란 박스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게 뭐에요, 엄마.”
 
“네 아빠가 쓰던 건블레이드. 가지고 가.”

“엄마…..”

“엄마는 네가 아빠처럼 안 살기를 바라지만, 너는 세하랑 내 딸이니까 그렇게 못 살 거야.”
 
영웅의 딸로서, 클로저로서 그녀는 걸어가게 될 것이었니까.
 
그것을 잘 알기에,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그녀를 최대한 클로저에게서 멀리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녀는 클로저로서의 길을 택했다.
 
그 모습은 마치 세하의 뒷모습 같아서 그녀는 조용히 응원해주기로 했다.
 
“이건 우리 세리가 다치지 않기를 기원하는 선물. 갔다 와. 이세리 요원. 가서 멋지게 사람들을 구하고 와.”
 
슬비가 조용히 손을 뻗어 박스에 걸려있는 음성인식 암호를 입력한다.
 
“Per ardua ad astra(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해)”
 
그녀의 말에 건블레이드를 감싸고 있던 안전장치가 해제되며 그녀 앞으로 내밀어졌다.
 
“잘 다녀와, 우리 딸. 상처 없이 돌아오면 유료 아이템 구매를 생각해볼게.”
 
“그러면 상처 없이 와야지. 헤헤….다녀올게요, 엄마.”
 
세리가 손목에 끼고 있는 시계형 장치를 누르자, 그녀의 몸 위로 요원복이 씌워졌다.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황금색으로 빛나는 그녀가 자신을 응원해주는 어머니를 향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신서울지부 차원종 대응팀 검은양 팀 이세하와 이슬비의 딸, 이세리, 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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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firsteve입니다.

한동안 캐나다에 와서 조금 이것저것 바빴네요 ㅎㅎ

게시판도 조용해서 쓸 맛도 안 났는데 또 안 쓰니까 여러분이 보고 싶었어요 ㅎㅎㅎ

이번에는 조금 슬픈 노래를 모티브로 만들어서 살짝 슬픈데요.

다음번에는 신나는 노래를 모티브로 달달하고 신나는 분위기로 만들어볼게요.

그럼 다음에 뵐게요. 이번엔 더 빨리 와볼게요 ㅎㅎㅎ

(다음은 아마도 세하 루나 아니면 볼프 소마 일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느 쪽 이신가요? ㅎㅎㅎ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에 올려주세요. 그러면 참고해서 그쪽도 써볼게요 ㅎㅎㅎ)

지금까지 firsteve였습니다.

2024-10-24 23:20:3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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