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어느 날

하운드투스 2018-09-20 0






- 사망요소가 있습니다.
- G타워 데미플레인 스토리 날조했습니다.(깬지도 오래되어서 좀 틀릴수도 있슴다... 설정)
- 세하와 암광제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커플링 요소는 지웠습니다.)
- 세하 캐릭터 해석은 제이보다 이해가 떨어져 캐붕이 심할 수 있습니다. 
- 부끄러운 글 이지만 써냈다는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주세요.




















무언가 끊임없이 산화하고 있는 듯 아득한 공기가 세하의 뒷머리를 찌르르하게 울렸다. 검붉은 강줄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강의 원천이 된 사내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공기의 농도보다 피의 농도가 더 짙은 공간에 입을 틀어막은 세하는 폐부 가득 차오르는 혈 향에 구역질을 참지 못했다.

“으욱, 웨…엑.”
걱정으로 며칠을 굶어 투명한 타액만 남은 속을 내보내다 고갤 들면 어느새 검은 가시덩굴을 뒤집어 쓴 모양새를 한 제이가 비죽 웃고있었다. 군단장이 된 그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며 제이가 참혹해 할 심상을 떠올렸던 세하는 질릴 정도로 슬프다거나 울 것 같다거나 하는 얼굴을 생각하길 되풀이했는데 잘도 그렇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려니 이 입꼬리의 궤적은 어느 참상에서 나온 것인지 알 도리 없으나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세하의 앞에 선 이는 그렇지 않다는 듯 주먹을 휘둘러 바람을 가르고 그 바람이 다시 모이고 그 주변을 휩쓸면 한때는 자신의 동료였던 이들과 제 부하로 추정되는 차원종들의 살점이 터져 나가는 붉은 꽃과 분수가 터져나가는 모양을 연출하며 황홀해 하였다. 그 광경을 멀찍이 지켜보던 남은 눈물없이 주린 눈동자의 세하가 이를 악물고 드디어 달려들었다.

아마도 좋아하거나 극한의 상황에 느껴지는 친밀감이 넘치는 동료였던 사람에서 조금 이상해진 아저씨가 되었다가 드디어 어두운 막을 거두고 차원종의 군단장이라는 인식이 박혀든 탓이었다. 잿빛의 호리한 늑대가 사냥감을 압박하는 듯한 가늘은 눈이 건블레이드를 겨누고 접근하는 세하를 포착하나 그는 피하지 않고 맞섰다. 그 반동으로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던 제이가 뒤로 나자빠져 핏물에 녹아들기 전에 파란 불꽃으로 그 혈기를 산화시킨 세하가 물었다.

“대체, 왜!!”
‘이런 모습이 되신 거에요?’ 라고 물으려던 세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상체에 올라타 조금이라도 반항한다면 머리부터 타들어 갈 것을 암시하듯 건블레이드에 열기를 채웠지만 제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바람으로 후 하고 눈을 가린 머릴 치우고 세하의 눈을 바라 본 탓이었다.

늘 탁하고 자신을 바라보 지 못하던 눈이 짙은 자색 빛을 내며 바라보자 오히려 이 순간을 기다렸던 세하조차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해 살짝 시선을 피해 그의 입을 봤다. 검은 피가 말라붙은 입술, 창백한 피부에 달라붙은 잿빛 갑옷 조각들에는 핏물과 살점들, 뼛조각이 틈틈이 박혀 음울하게 번뜩였다. 원래의 제이의 것이 아닌 이질적인 위상력이 느껴지나 애쉬나 더스트, 용의 군단들과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이 든다. 차갑지만 온기가 있고 그 온기는 절대 제 품에 안기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천인이 공노 할 죄라기보다 자기 자신이 용서하지 못할 죄에 결국 파멸할 것 같은 결코 뒷맛이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나도…어쩔 수 없었다고….”
오래간 인간의 언어 대신 비명 같은 신음과 기합만 내던 제이의 목소리는 갈라져있다. 지난 목요일 돌연 실종되고 월요일에 모습을 드러내 수요일인 현재를 사는 제이가 말을 이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모두가 데미플레인에서의 총공격으로 사망했을 테니까.”
‘아니, 모두는 아니었으려나?’ 무슨 말이냐고 묻기 전에 제이는 스스로 실토했다.

“……너희에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어. 그리고 나와 전우들이 차원 전쟁에서 지켜낸 이 세계를 나 하나의 신념으로 잿더미로 만들 순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평범한 수요일이라 아름다웠던 저번 주는 어디로 갔나. 제이를 두고 세하는 생각했다. 평범으로 명명되어 아름답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기도 싶은 그날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날의 지는 해가 생각나 피가 솟고 눈물이 흐른다. 

“사나이는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게 아니야.”
평범해서 지루했다는 말은 철회하는 것이 맞다. 우리의 공유되던 날들은 이제 침묵할 것이고 살아있는 잿빛이 하얗게 지워지면 내 생을 지나갈 이보다 더할 지옥이 있을까. 하얗게 모든 것이 덧칠될 추억들에 남는 것은 있는 거라 말 할 수 있을까. 제이는 웃고 있다.

“그리고 너희는 아직…… 패배를 배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언젠가 은이에게 했던 말이다. 세하는 그 말을 하는 제이를 포장마차 부근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꽤 멋진 말도 하실 줄 아는 아저씨’라고 생각만 했지 막상 그걸 이런 식으로 실천으로 옮기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다만 아저씨 혼자가 아니라 검은양팀 전체, ‘우리’가 함께 패배에 대해 알고 승복하고 이겨낼 방도를 찾아내는 방식은 그에게 시간 낭비의 사치스러운 방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절하기도 했다. 결국 어른 한 사람의 희생으로 무사해질 자신들의 잠시간이 비참해질 거란 생각에 이미 이 관계는 종말을 예견한 어느 외딴 세계의 일부 같아 아득했다.

“이만 끝내줘 동생……이젠 쉬고 싶어.”
쉬고 싶다는 말의 울림이 유난히 출혈로 인한 졸음과 이 아수라장에 둘만 남았다는 권태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 들어 세하는 눈을 번쩍 떴다.

“제, 제가… 어떻게… 아저씨를……….”
침묵. 이유있는 슬픔에 비탄하며 어두운 환희를 만끽한다. 제이를 제 손으로 죽이면 제이의 세상에는 평화가 올 것이다. 데미플레인은 제이가 침묵하던 시간에 다 쑥밭으로 만들었고 제이라는 유니온과 인간의 군사기밀에 훤한 차원종의 위험을 안고 있지 않아도 된다. 또, 제이 자신도 계속 살아가며 죄책감을 안고 있지 않아도 된다. 불면의 밤들, 죄책의 나날 모든 것을 잊고 끝내버릴 수 있다. 

유니온이든 이름없는 군단 측에서든 제이를 어떻게 할 수 없게 된다.

허나, 제이가 죽으면 검은양이라는 주체는 사라지게 된다.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과 추억들이 어떤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추억으로써 잊힐 뿐이다. 시간이 흘러 덤덤하게 추모하다가도 멤버들이 하나하나 시간이라는 강한 적에게 쓰러지면 제이는 진짜 이름도 아닌 이름만 남아 지나간 영웅이었다는 식으로만 표명될 것이다.


그런 건 싫다.


“…싫어요…싫어, 싫다고요! 제가 어떻게 아저씨를 죽여요….”
“…….”
“도대체 그렇게 잔인한 일을 저한테 시키시는 이유가 뭐예요? 차원종이 되고 나니 인간의 마음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차원종의 심상에 물드셨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제이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러다 한숨을 쉬더니 제 몸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음성으로 세하를 다그치듯 불렀다.

“이세하!!!”
이런 식으로 제이에게 이름을 불린 것은 처음이라 세하는 기운 없이 제이의 가슴을 치던 손을 멈추고 제이의 눈을 본다. 이제야 그의 얼굴 전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웃는 게 아니라 실은 울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 운다는 것이 아니다. 눈동자를 떠가는 부유물처럼 어두운 그의 과거들이 흘러내려 가는 것으로 보인단 의미, 그것뿐이다. 저 먼 어둠으로 멀리 뻗어 나가는 생각과 아득한 시간에 세하는 고갤 젓는다. 눈물이 그의 가슴에 흩뿌려졌다.

“이렇게 계속 어리광 부릴 거야? 그래도 나는 동생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날카로운 칼날들 같은 손의 무장을 풀더니 흙먼지나 핏물에 젖은 세하의 머리를 부스스 털어주다 이윽고 파랗게 질린 손으로 세하의 뺨을 비련의 주인공처럼 쓸어줬다.

“이만 끝내자고. 날 쓰러뜨리지 않으면… 진짜 차원종이 된 내가 너희를 죽이고 말 거야.”
“…….”
“내가 그나마 제정신일 때 끝내줘. 애쉬와 더스트의 인형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아. 물론 유니온의 실험체로도. 그렇게 연명하는 삶은 이제 내가 싫어.”
“…그래도… ….”
“유정씨랑 누님한테 약속했어. 너희가 위험해지면 내가 책임을 지고 피신시키겠다는 약속.”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지 세하는 이해하고 싶지 않다. 제이의 약속은 제이의 약속이지 세하의 약속은 아니다. 그것이 제이를 죽여야 할 이유가 세하에게는 되지 못한다. 사실 이해하지만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싫어요, 싫다고요. 저는 그런데도 아저씨가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아저씨가 있어야 검은양 팀에서 제가 여자애들이랑 다퉈도 말려줄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테인이랑 장난도 칠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동생……죽을때가 되면 죽는 게 사람이야.”
“…….”
“…나는 사람이길 포기할 생각은 없어. 사람과 차원종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때가 내가 죽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
“…….”
“이러저러한 이유로 최후를 맞는 겁쟁이 어른을 대신해 용감한 동생이 진짜 문을 닫아줘. 내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야.”
격해지는 감정에 가열되는 건블레이드의 열기로 인해 제이의 귀 부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주변에 검고 얕은 먼지가 일렁거리자 세하는 자신의 열기로 그것을 잠재웠다. 주변이 하얗게 열화하며 파란 불꽃의 재가 하얗게 새어 일대를 덮었다. 세하는 이제 건블레이드를 들었다. 자신이 출력할 수 있는 최고의 열기를 내뿜으며 고통이 없길 바라며 제이의 가슴에 꽂았다. 그 순간 그는 무장을 풀어 제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이처럼 즐겼다.

드라마처럼 피가 입에서 뿜어져 나온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차원종의 재생력과 제이 자신의 위상력이 다할때까지 계속하여 재생되는 환부 덕에 역겨울 정도로 코를 찌르는 단백질이 타들어가는 냄새라던가 제이의 가슴에서 부터 번진 불꽃으로 인해 펼쳐진 파란 불구덩이에서 세하는 제 열기에 손이 데이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죽어버린 먼지의 궤적에 자신이 필연적으로 제이를 죽이게 될 것을 예감한 세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름, 아저씨 이름 알려주시면 안 돼요?”
“…….”
“칼바크 턱스도 애쉬와 더스트도 아는데 아저씨랑 같은 팀인 나도, 유정 누나 나 다른 팀원들은 몰라요……아저씨 기일마다, 그리울때마다 이름이라도 부를 수 있게요……네?”
“…쿨럭, 크헉… 하… … 제이라니까. …동생이 불러주는 이름이면 뭐든... 다 좋았어.”
“…….”
“아저씨 아니라고 화도 내고 했지만 아저씨라도 나라는 사람을 불러주고 찾아줘서 기뻤어. 내가 정한 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지.”
“…….”
“세하야. 오래오래 너희 곁에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살아남은 소년은 죽어가는 소년의 아직 타들지 않은 손을 잡았다. 수포가 잡히고 붉게 익은 손에도 찬 제이의 손에 드는 감정은 슬픔도 회한도 아닌 고독이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헤메이다 전사하고 결국은 이름도 가짜 이름만 남기고 갈 비밀 투성이의 존재에게 말했다.

“이제야 깨달은건데 저 아저씨 좋아해요. 아저씬 정말… 소중한 저의… 동료였어요. ”
제이는 그 말에 눈이 동그래지더니 눈을 반달처럼 휘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건 아마 ‘나도 그래. 그리고 내 이름은…….’ 이었던 것 같다. 세하는 잡은 손에 더이상 차가운 손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열풍에 흩어지는 재를 잡아보려 두 손을 하늘로 뻗으나 남은 것이라곤 그가 늘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 아마 차원전쟁 당시에 사용했던 클로저 등록번호와 새긴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클로저 등록번호들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건 세하와 슬비, 유리 테인이의 번호들이었다.

“혀, 형… 형… 제이… 형…….”
전소된 현장 일대에 비가 쏟아졌다. 세하는 제이의 유품과 제 건블레이드를 뽑아 걷는다. 제 손톱밑에 남았을 재를 생각하며 손을 제 가슴으로 모았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게 세하의 얼굴에 하염없이 흘렀다.

오늘 우리는 열린 결말의 어떤 작품처럼 영원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 영원이 아마 세하에게는 제이가 숨쉬던 온기였을 것이다. 삶을 취미로 방치해도 좋을 평화로운 어떤 나날을 그리며 세하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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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이인짜 예전에 썰 푼건데 생각나서 글로 적어봤슴다. 글 진짜 오래간만에 썼네요... 세하제이 이 글이랑 다른 글 모아서 재록본 함 내볼까 싶기도하고... 데제도 좋아하는데 데이비드 블랙박스 떡밥을 안풀어서 지금 상상가는거도 없고... 허허 뭐 그렇네요... 문과도 아니고 문학도도 아니고 글쟁이도 아니라서 뭐 크게 잘쓰거나 하지는 않았슴다... 오타나 안맞는 말 안쓰려고 엄청 노력은 했는데 히히... 나중에 기회되면 클로저 제이의 일일 같은 짧막한 일상글 써보고 싶어요... 요즘은 참 덤덤하고 먹먹한게 쓰고 싶더라고요.

휴우우우...

나딕아 섭종전에 제이 이름은 꼭 알려주고 섭종해야해? ㅁ▽ㅠ?

2024-10-24 23:20: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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