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팀 늑대개 (완결)

설현은바이올렛 2018-08-29 1





1
세하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다. 오랜만에 포만감이 가득찬 아이들은 금세 잠이 든다.
이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금세 어두워진다. 살면서 촛불이란 걸 처음 써본다.

"이렇게.. 쭉 살았던 건가." 세하

신도시에서만 자랐던 세하는 이런 불편한 생활을 상상도 해본 적 없다. 그러나 이곳의 아이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불편함을 감수한다. 사람은 가축이 아닌데..
차원전쟁으로 인해 도시들이 폐허가 되고 새로 지은 도시는 확실히 모든 사람이 생활하기엔 좁았다. 또 치안 문제도 있어서 돈이 없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은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났고 제대로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그저 선심쓰듯 공무원들이 가져오는 보급에 굶어죽지 않을 뿐이다.

"우선은 교육부터 해야겠네. 이런 상태면 도시에 들어가서도 아무 일도 못할 거야." 세하

세하는 막연히 사람은 평등하기 때문에 똑같은 환경을 누릴 자격이 있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우선 증명해야 한다. 혁명이 아니고서야 도시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난민들의 가치를 인정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3년.. 아니, 5년. 어쩌면 평생을 바쳐도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세하는 도전하고 싶었다.




2
세하가 클로저를 그만두었다. 세하가 퇴직금으로 선물한 목걸이는 슬비의 목에 걸려 있었다.

"오, 예쁘다~" 유리

그의 선물을 그의 여자친구에게 칭찬을 받는다. 나쁜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세하는 왜 그만둔 거야?" 슬비
"음, 글쎄.. 서로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어." 유리
"하고 싶은 거.." 슬비

세하는 줄곧 허무해 했다.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면서도 부담스러워 했다. 결국 낙오해버린 걸까..

"나도 고민해봤는데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유니온에 남기로 했어." 유리
"세하 보고 싶지 않아?" 슬비
".........." 유리

유리는 눈물을 훔쳤다.

"나만 좋아했던 거 같아." 유리
"왜..?" 슬비
"가버리고 나서 연락도 없는 걸. 나쁜 놈.." 유리

슬비는 유리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토닥여주었다. 슬비는 알고있었다, 세하가 진짜로 좋아하는 건 자신이라는 걸. 이렇게 위로해주는 건 위선이다.

"돌아올 거야, 세하는. 아직 헤어진 건 아니잖아?" 슬비
"웅, 그치.. 고마워 네가 있어서. 혼자였으면 되게 우울해졌을 거야." 유리

슬비의 마음이 시큰하게 아팠다. 자신이 잘못한 건 없다. 세하가 멋대로 나를 찾아오고 멋대로 고백하고 멋대로 이 목걸이를 주고 간 것일뿐.
그럼에도 선물을 거부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내버려두지 않고 굳이 착용하고 있는 건.. 아마도 유리에 대한 우월감. 세하에게 유리보다 자신이 더 특별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3
나타는 멀뚱히 무언가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것은 웬만한 건물을 뛰어넘는 크기의 병기였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린 게 아닌가.." 나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타." 티나

티나는 10대 초중반 소녀의 모습이었다. 뒤로 묶은 머리가 수수해 보였다. 입은 군복은 나이대에 비해 전혀 안 어울린다. 귀엽다는 느낌이다.

"기계가 사람한테 말 걸지 말라고 했지. 당황스럽다고." 나타
"그건 좀 상처군. 알겠다, 앞으로는 주의하지." 티나
"알았으면 됐어." 나타

나타가 벌처스(Vultures)에서 해온 일은 차원종 잔해 수집이었다.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이 아주 오랜 기간 저 거대한 차원종을 만드는데 부품으로 쓰였다. 그리고 이제 완성 직전이었다.

"다들 모여 있었나요?" 바이올렛
"아가씨가 오셨군." 나타
".........." 티나
"티나, 왜 삐져있죠? 나타, 당신이 또 뭐라고 한 거죠?" 바이올렛
"기계인데 뭐 어때. 로봇에 인권이 있나 뭐가 있나." 나타
"둔감해요. 티나는 전부 기계가 아니라구요. 감정이란 게 존재해요." 바이올렛
"네이네이~ 뭐.. 사장이 시켜서 시찰이라도 온 거야?" 나타

그때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장님이 네 친구냐, 나타?" 트레이너
"앗.. 꼰대." 나타
"말버릇이 없군. 어렸을 때부터 주의를 줬것만." 트레이너
"뭐 상관없어요. 제 친아버지도 아니니까.." 바이올렛
"..음, 그런가." 트레이너

트레이너는 유독 바이올렛에게만 약했다. 꼰대도 갑을 관계는 어쩔 수 없구나라고 나타는 생각했다.

"이런 거 왜 만드는 거야? 나야 뭐 말단이니까 시키는대로 했지만서도." 나타
"벌처스는 무기를 만드는 회사지. 설명이 더 필요한가?" 트레이너
"차원종을 창조해서 무기로 쓴다니 과연 사장밖에 못할 생각이네요. 솔직히 대단해요." 바이올렛

바이올렛은 분노하는 것처럼도 보였고 감탄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겉은 누구보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속을 알 수 없어 나타는 그녀가 꺼려졌다.

"레비아는? 같이 출동해던 거 아니었어?" 나타
"소방차를 보고 싶다고 해서 단독행동하게 놔두었다. 이제 사고칠 나이는 지났으니까." 트레이너
"글쎄, 몸만 컸지 아직 애라니까.." 나타
"불안하면 네가 찾아서 데려오던가." 트레이너
"알겠어, 뭐.. 할 것도 없으니까." 나타

나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헤카톤케일(Hecatoncheir)이라 불리는 거대한 인조 차원종을 만약 무기로 쓴다면.. 누구를 공격하는 걸까?
당연히 차원종이겠지만 혹시라도.. 나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까진 자신이 판단할 일도 판단해서도 안 된다. 자신은 그저 사냥개에 불과했으니까.




1장 시간을 넘어서, fin.
2024-10-24 23:20: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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