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4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8-25 0

식물원으로 달려왔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시환 아저씨가 칼에 찔린 채로 죽어있는 것이다. 양 손에 피가 묻어있었다. 그리고 시환 아저씨의 시신 옆에 메모가 놓여 있었다. 그것을 주워서 읽어본다.


-이세하 요원님.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 알립니다. 저는 흑막의 내통자였습니다. 그리고 이세하 요원님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합니다. 다만 명심하십시오. 흑막은 이세하 요원님을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당신을 두려워하는 것일테죠. 어째서인지 여기 있는 모두를 절망으로 물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뭔가 이유가 있습니다. 어떠한 순간이라도 절망하지 말아주십시오.


시환 아저씨가 흑막의 내통자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CKT부대에 대해서 알려준 것도 시환 아저씨, 설마 정말로 우리를 속였던 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시환 아저씨가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믿을 수가 없어. 시환 아저씨가 흑막과 내통자였다니......"


슬비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현장에는 피를 흘린 채 죽어있는 시환 아저씨의 시신, 왼쪽 가슴에 칼이 꽂힌 거 외에는 다른 게 없었다. 그건 그렇고, 흑막은 우리를 절망으로 물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망하지 않는다면 흑막에게 이용당하는 일은 없다고 말이다.


녀석은 두려워하고 있다. 모두를 희망으로 이끄는 나를 말이다. 솔직히 그건 내 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어떻게 모두에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희망을 두려워한다. 그게 흑막의 약점이다."

"어머, 남편 덕분에 그 망할 녀석이 꼼짝도 못한다는 거잖아. 꺄하하핫!"

"그래. 세하 네가 있어줬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까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아니, 그건 틀렸어."


슬비의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이들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들 모두 지나치게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건 흑막도 마찬가지다. 희망을 주는 건 나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확실하게 말했다.


"희망이라는 건, 판도라의 상자 안쪽에 남아있는 게 바로 희망이야.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아있는 한 우리는 누구나 희망을 가질 수가 있어. 희망은 누군가에게 받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꺼내는 것이 희망이라고 나는 생각해. 더스트, 너도 네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아서 희망을 가진 거야. 티나, 너는 안드로이드지만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신뢰라는 것을 보여주었어. 슬비 너도 동료들이 죽어갔지만 강한 마음을 보여주었잖아. 굳이 내가 아니었어도 너희는 모두 희망을 가졌다는 거야."


그렇다. 흑막의 판단은 잘못된 거다. 나만 죽인다고 해서 이들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희망이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아있는 한, 누가 죽더라도 반드시 희망은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아버지께서 가르친 거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 희망이 남아있는 한, 누구나 절망에서 벗어난 희망을 가질 수가 있다.


"세하야."

"어머, 역시 내 남편이야. 이렇게 멋있는 말을 할 줄은 몰랐네."


더스트의 감상은 패스하기로 하고 일단 시신을 조사하기로 했다. PDA에 정보가 들어왔다. 이게 뭐야? 겨우 칼에 찔려서 사망? 이게 다라고? 아무래도 이상했다. 사인을 이렇게 대충 한 문단으로 쓸 줄은 몰랐다. 칼에 찔려서 사망한 것이 뭐가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다.


"크윽, 일단 별 다른 특징은 없는 거 같아. 아무래도 시환 아저씨는 정말로 자살한 거 같아. 여기 쓰인 필체도 시환 아저씨의 것이니 말이야."

"그래. 얼핏봐서는 시환 아저씨가 자살한 걸로 **만... 응?"


슬비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시환 아저씨의 옷을 찢어보였다. 정확히 왼쪽 가슴이 찔린 부위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상한 자국이 나왔다. 나도 티나와 더스트도 이걸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칼에 찔린 자국이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였던 것이다. 이제 답이 나왔다. 시환 아저씨는 예전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썩은 부위가 보이는 것, 슬비는 눈을 감으면서 옷을 덮어주었다.


"이제 더 볼 것도 없어. 그 유서는 거짓일 거야. 시환 아저씨는 타살이야. 흑막녀석, 아무래도 실수를 한 모양이야. 시환 아저씨가 찔린 부위에 정확히 꽂혔다고 생각했겠지만 약간 빗나갔어. 범인은 누가 봐도 흑막이야."

"호오, 벌써 그렇게 알아내셨습니까? 역시 대단하군요."

검은코트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것도 웃는 얼굴로 말이다. 이제 와서 자신이 살인마가 아니라는 걸 말할 생각이냐고 물었지만 녀석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김시환은 제가 죽였습니다. 이번 학급재판에서는 이렇게 하는 걸로 하죠. 여러분들은 제 정체를 알아내시는 겁니다. 제 정체를 맞추신다면 여러분들은 모두 이 학교에서 나갈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틀릴 경우, 모두 사형에 처할 겁니다."


녀석이 순순히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한방을 노리려는 모양이다. 녀석이 우리를 절망으로 물들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냥 모조리 제거해버리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만큼 우리가 흑막을 화나게 했다는 거겠지. 시환 아저씨의 말이 정말인 모양이다. 그럼 흑막은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를 받고 이런 짓을 벌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저에 대한 단서는, 여러분들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 그럼 학급재판에서 뵙지요."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이번에 결판을 낼 생각인가? 그래, 지금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들을 죽게 만든 건 바로 검은 날개, 그 녀석이다. 반드시 정체를 밝혀서 모두 앞에 잘못을 구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순순히 그러지는 않겠지만 녀석에게 우리 동료의 원한을 갚아주게 할 것이다.


"흑막을 알았다. 지금까지 살인 동기를 준비할 정도의 교활함, 절망을 즐기는 성격, 그리고 유니온의 기밀 정보까지 알고 있는 거물급 벌쳐스 인물, 그 사람 밖에 없다."


티나의 말에 우리는 전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다면서 티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했다. 강남에서 G타워까지 무슨 짓을 해왔는지를 말이다.


*  *  *


학급 재판시간이 되었다. 이미 단서는 모두 찾은 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떠올린다. 늑대개 팀에게 원한이 있는 자, 온갖 살인 동기를 주어서 살인을 유도하는 치밀함, 유니온의 기밀인 코드 78까지 알고 있는 거물의 인물, 벌쳐스의 핵심 간부 중 하나, 그리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망을 즐기는 자.


이러한 단서들을 계기로 티나는 흑막이 누군지 가려냈다. 늑대개 팀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학급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검은 날개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회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단서를 얻었고, 제가 누군지 지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마 서로 협력했으면 충분히 알 거라고 생각하는 데 말이죠."

확실히 그 말대로다. 우리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티나는 그 사람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대표로 그의 정체를 말하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봐왔을 때 늑대개 팀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 벌쳐스나 유니온 고위급 간부들 뿐이었어. 그러나 트레이너 씨를 곧바로 죽일 정도로 늑대개 팀에게 원한이 있는 것으로 보아 벌쳐스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 그리고 온 갖 살인 동기들을 준비하고 주변사람들의 신상을 조사하여 DVD로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려는 치밀한 계획, 그리고 살인동기 준비까지,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벌쳐스가 전에 G타워에서 헤카톤 케일 웨폰을 차지하려고 했을 때도 치밀한 계획을 짰던 사람이었다. 그 계획으로 인해 차원종도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비극이 벌어질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차원종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고 깨닫기도 했었다.


"그리고 코드 78은 유니온 기밀 사항이다. 그걸 알 수 있는 건 벌쳐스 내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온 사장 밖에 없다. 그리고 절망을 그 누구보다 즐겼던 사람,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단 한 명밖에 나오지 않지."
"호오, 그래서 누구라는 거지?"

"전 늑대개 팀 감시관이자 벌쳐스 사장을 맡기도 했던, 홍시영. 바로 당신이야!!!"


검지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검은코트의 사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닥 아래로 꺼졌다. 그리고 하얀 연기를 일으키면서 누군가가 위로 올라오는 걸 보았다. 은발색의 단발머리, 황토색의 코트를 입고 폼을 잡은 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티나의 말대로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들과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걸 말이죠."

"이해할 수 없다. 홍시영. 넌 분명히 헤카톤케일의 손에 죽었을 텐데......"

"그 시신이 제가 아니라고 가정하면 어떨까요?"

"그럼 그 시신은, 가짜란 말이냐?"

"그럼요. 제가 늑대개 팀 여러분에게 그렇게 당했는데 이대로 순순히 죽어줄줄 알았나요? 역시 로봇은 어쩔 수 없군요. 처음부터 제 밑에서 계속 일했다면 그렇게 비참하게 다들 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오호호호호호호!!"


호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사람들을 죽여놓고 저렇게 웃을 수 있다니 말이다. 완전히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들 저를 인간도 아닌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저는 원래 이런 여자에요. 제가 해왔던 건 전부, 우리 벌쳐스를 위해서였죠. 그걸 몰라주는 말 안듣는 개들은 죽어도 싸죠."


죄책감도 없이 당당한 모습에 우리는 잠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2024-10-24 23:20: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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