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2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7-04 4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들려도 이제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짜증나서 말하기도 싫었으니 말이다. 내가 그 애의 기분을 모른다고? 확실히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안해주면 나도 모르는 건 당연하지 않는가? 그런 나인데 뭘 어쩌겠는가? 그 뒤로 당분간 문을 닫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물을 마시러 식당으로 왔다. 그리고 물을 마시는 중에 제이 아저씨가 주방에서 나오는 게 보였고, 나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가려고 하는 데 아저씨가 나를 불러세웠다.


"동생. 잠깐 할 얘기가 있어. 시간 괜찮아?"


슬비와 테인이의 일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가능하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 자리에 앉아서 할 말이라도 들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동생, 테인이와 대장과 있었던 일은 들어서 알고 있어. 동생의 심정은 이해해. 솔직히 대장이 뭐하고 다니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이번만은 좀 양보를 해주면 안 될까?"

"양보라고요?"

"여자는 남자보다 마음의 상처를 더 심하게 입는 법이야. 여자애라면 특히나 그렇지. 분명히 뭔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걸꺼야. 우리 검은양 팀 중에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기를 원치 않는 대장이라고. 그러니까 남자인 동생이 대장에게 좀 양보를 해줬으면 좋겠어."


양보를 해달라라고? 그 녀석을 여자로 취급해달라는 건가? 확실히 슬비가 겉으로는 차가울 지라도 속내는 약한 녀석이었다. 아저씨의 말도 일리가 있다. 어쩌면 내가 양보해야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전에 유리의 죽음에 대해서도 혼자서 슬퍼했던 녀석이었는데 말이지.


대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고 말이다. 그 녀석은 속으로는 마음 아파하고 있을 거라고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알았어요. 그렇게 해볼게요."

"그래야지. 이래야 멋진 남**."


흰 이빨을 드러내면서 말씀하시는 제이 아저씨였다. 역시 인생의 선배니까 여자들의 심리를 나보다 더 잘 읽으시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제이 아저씨에게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DVD에 대한 거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DVD에서 본 사실을 제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어? 그건... 그러니까..."

"제가 먼저 이야기할게요. 제 DVD에서는 엄마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못이 박혀있었어요. 죽으신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그게 정말이야? 누님이!?"


역시 놀라시는 듯 했다. 한 때 차원종의 재앙이자 영웅이라고 불렸던 우리 엄마도 당해내지 못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검은날개라는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무력을 발휘하는 걸까? 제이 아저씨는 한 동안 고개를 숙이면서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으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걸 본 것도 오래되었는데, 빨리 여기서 나가서 엄마의 행방을 알아보고 싶어요. 직접 내 눈으로 볼 거에요. 그 녀석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말이에요."


그 DVD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것이 거짓이라고 바랬다. 엄마는 절대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DVD를 믿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검은코트의 사내는 본보기로 애쉬를 처형했다. 그리고 절대 죽지 않는다는 애쉬도 이상한 약물 주사기를 맞은 뒤에 벌집이 되어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 영향은 더스트에게 저절로 공포를 심어주었으며 이 세상에는 불사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버렸다. 하긴, 원래 불사신이라는 건 공상에서나 나오는 말이다. 현실로 불사신을 구현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보이더라도 원리를 간파당해버리면 언제든지 불사의 능력을 빼앗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았으면 해. 내가 본 DVD에 대해서 말해주지."


제이 아저씨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혹시나 유정누나와 관련있는 게 아니냐고 묻자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역시나 가까운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여주는 DVD였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레비아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말이다.


"유정씨가 약물 투여를 받으면서 괴로워하는 게 보였어. 그리고, 차원종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었지. 포박된 채로 지속적으로 생체실험을 강요당하고 있는 모습이었어. 마치 내가 당했듯이 말이야."

"아저씨가요?"

"그래. 내 몸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유니온 소속의 연구원들이었어. 그 녀석들이 이제는 유정씨까지 잡아서 인체실험을 하고 있었던 거야. 유정씨의 몸이 차원종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나는 구경밖에 할 수밖에 없었지."


두 주먹을 쥐면서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게 보였다. 확실히 그럴 만도 하지. 아저씨는 유정누나를 좋아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 중 그 누구도 아저씨처럼 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랬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아저씨가 이렇게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누구도 아저씨처럼 당하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유정누나가 그 표적이 되어버렸다니 말이다.


여기서 나가게 되면 엄마를 찾는 것과 동시에 유정 누나를 찾으러 가야될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DVD에 대해서 슬비와 테인이에게서는 듣지 못했지. 뭐, 남의 일을 쉽게 물어** 않는 법이라는 건 알지만 슬슬 나는 말해야될 거 같아서 제이 아저씨에게 털어놓기도 했었다.


"어이, 동생. 이 일은 나와 동생만의 비밀이야."

"네. 그렇게 할게요."


이 대화는 아저씨와 단 둘이서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뭐, 사나이들끼리의 약속이니 상관없겠지.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두 사람과 화해하는 건가? 그거라면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지.


*  *  *


테인이의 방을 두드렸다. 일단 그 녀석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다. 계속 사이가 안 좋은 채로 있는 건 나도 원하지 않았으니 말이지. 일단 초인종을 누르자 테인이가 문을 천천히 열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세하형, 왔어요?"

"테인아. 아까는 내가 심한 말을 한 거 같아. 사과하러 왔어."

"아니에요. 형. 저야 말로 형에게 심한 소리를 했어요. 미안해요."

테인이도 내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일단 테인이 방에 들어가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테인이가 본 DVD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테인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해줄게."

"하지말아요. 세하형. 저도 말하지 않았는데 형이 말하는 건 불공평해요."


으음, 테인이가 이렇게 말하니 내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하긴 뭐, DVD내용이라는 건 죄다 절망적인 내용들이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러자 테인이는 내게 말했다.


"세하형.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뭔데?"

"슬비 누나와 화해해주세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제이 아저씨의 부탁이었지만 말이다. 그냥 내가 한발자국 물러나서 양보하기로 했다. 슬비가 저래 보여도 마음이 연약한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일단 테인이와 화해를 했으니 슬비의 방으로 가려고 하자 테인이가 내 뒤를 따라왔다. 굳이 따라올 필요까지 없었는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슬비의 방문앞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말 없이 문을 여는 슬비,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하지만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오면서 우리 두 사람을 맞이한다. 남에게 본심을 숨기느라 연기하는 것도 참 고생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야?"

"어, 그게 말이지."

"세하형이 슬비 누나와 화해하려고 왔어요!"


이런, 내가 말하려는 데 테인이가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한다. 이거 참, 우리가 화해할 것을 생각하니까 이러는 건가? 하여간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다.


"어... 그래? 아까는 미안했어. 세하야."

"아니, 나야말로."


우리는 서로 눈을 못 마주치고 있었다. 갑자기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될 지 머릿속이 하애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틈에 테인이가 내 손을 잡더니 어딘가로 이끌어서 따뜻한 뭔가를 잡게 되었다.


"어라?"
"테인아. 지금 뭐하는 거니?"

"자, 화해하신다는 의미로 손을 잡게 했어요. 어때요? 이걸로 해결이에요!"


이 녀석, 남의 일이라고 남의 손을 잡고 이래도 되는 건가? 나와 슬비는 황급히 서로 잡은 손을 떼어냈다. 이거 참, 방심하는 틈을 타서 이런 일을 꾸미다니, 무서운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 손의 감촉은 잊을 수가 없을 거 같았다. 저 녀석의 손이 이렇게 따뜻했을 줄이야.


"볼일이 끝났으면 들어갈게."

슬비가 문을 닫고 들어갔다. 나는 테인이에게 딱밤을 먹여줄까 생각했지만 그냥 봐주기로 하면서 테인이를 방에 바래다주고 난 뒤에 내 방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9:5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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