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2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7-02 0

"아무래도 학급재판이 끝날 때마다 잠금이 해제되는 거 같군요."


시환아저씨의 말에 역시나 하고 생각했다. 시환 아저씨의 해킹능력에도 뚫리지 않는 첨단 보안시스템이었다. 애초에 시환 아저씨가 가진 해킹 장비가 없었기에 자력으로 푸는 거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메리 도미레인이라는 인물, 혹시 흑막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환 아저씨, 혹시 이 여자가 흑막일까요?"

"그건 아직 알 수가 없어요. 중요한 건, 이 잠금 파일 말인데... 의도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도한 거라는 말에 나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테인이도 그것을 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류종말계획, 인류를 종말하는 데 앞장서는 프로젝트라고 하니 테인이도 관심을 갖는 듯 했다.


"시환 아저씨, 그렇다면 저희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거 같아요."

"물론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클로저 여러분들은 초커를 착용하고 계셔서 위상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계시잖아요."


시환아저씨 말대로였다. 지금 바깥에서는 인류 종말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가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이미 DVD를 통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알았으니 말이다. 테인이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테인이의 DVD내용을 ** 않았던 거 같았다. 테인이에게 부탁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그냥 관두기로 했다.


괜히 남의 사생활을 보는 건 도리가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일단 테인이와 같이 도서관에서 나왔다. 메리 도미레인, 그냥 넘어갈 이름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지는 몰라도, 조심해야될 부분이라고 확신했다.


*  *  *


나는 테인이와 같이 식당으로 와서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혼자서 방안에 있고 싶은데 슬비가 나에게 떠넘기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테인이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고, 맛있게 먹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드시 테인이만큼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지켜주고 싶은 내 친동생 같은 녀석이니까 말이다.


"세하형, 저희는 살아돌아갈 수 있죠?"

"그래. 희망을 잃으면 안 돼."

"하지만, 여기에서 나가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살인은 계속 된다는 얘기잖아요. 나타형도 처음부터 레비아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을 거에요. 나쁜 건 그 사람이잖아요."


테인이는 검은날개를 미워하는 말투로 말했다. 나타, 그 녀석은 소영 누나를 구하러 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여기를 탈출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소영누나가 벌쳐스 요원들에게 잡혀서 약물을 투여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 입장에서는 견디지 못할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마음을 열었던 몇 안 되는 사람인데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처한다고 생각하면 차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동기부여를 한 데다가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열쇠까지 제공하려고 했으니 동기로써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다음에도 무슨 동기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식으로 우리를 흔들리게 할 건지 매우 불안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여기를 나가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거짓말로 테인이를 안심시키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 학교는 도대체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걸까? CKT부대인가? 아니면 검은날개 본인이 만들어낸 건가? 그리고 여기는 정확히 어디에 위치한 곳일까? 창문도 막아놔서 바깥날씨도 확인할 수도 없으니 마치 지하에 갇힌 사람같았다.


"세하형은 슬비 누나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누나는 세하형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데 세하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솔직히 말하면, 별로 맘에 안들어."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테인이가 조금 상처받은 얼굴이다. 그녀가 리더로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거 까지는 괜찮다고 **만 레비아가 죽었는데도 차갑게 말해버리는 그 태도는 맘에 안 들었다. 아무리 차원종에게 원한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레비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거 자체가 이해가 안 될 노릇이다.


나도 차원종은 싫었다. 애초에 싸울 생각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니온들 따위도 맘에 안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유니온 자체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그녀가 리더인 만큼 나도 어느 정도 따라야 될 부분은 있다고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뭔가를 숨기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었다.


내가 생각한 추리를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일부로 다른 사람 앞에서 적극적으로 말 안하고 나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었다. 그녀가 어디서 큰 일을 당하든 별로 상관하지 않을 거니까 말이다.


"세하형, 또 누나와 싸우신 건가요?"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테인이 네 친구인 레비아가 죽었는데도 그 녀석은 차갑게 말했어. 그래서 맘에 안드는 거야."

"슬비누나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알아. 안다고. 사정이 있다고 해도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는 행동이야."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테인이는 고개를 숙이면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테인이는 우리 검은양 팀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원했었지. 하지만 이번 기회로 사이가 또 틀어지는 게 아니냐고 말할 거 같았다. 테인이는 한 동안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샌드위치를 먹다말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테인아. 어디가는 거야?"

"세하형은 바보에요."

"뭐?"

"세하형은 슬비 누나에 대해 너무 몰라요! 너무 무관심한다고요! 누나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 알기나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테인이는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었다. 일단 나는 밖으로 나와서 테인이가 간 방향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혹시 방 안에 있는 건가? 테인이의 방으로 찾아가보았다. 그리고 노크를 해보았지만 미동이 없다. 혹시 문을 잠그고 안에 박혀있는 걸까?


후우, 그냥 내버려둬야하나? 방 안에 들어가 있는 채로 틀어박혀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말이다.


"동생, 무슨 일이야?"

"아, 제이 아저씨, 어디 다녀오세요?"

"저기 음악실에 갔다오는 길인데..."

"혹시 테인이 못 보셨어요?"

"어? 그러고 보니 아까 지나가더라고. 뭔가 급한 건지 2층으로 뛰어가던데..."


아저씨의 말을 듣고 나는 곧바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2층이라고 했지? 2층 어디에 있을까? 나는 급하게 뛰어가고 있었다. 테인이를 지키기로 마음 먹었으니 이대로 둘 수는 없지. 나는 2층 곳곳을 **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그리고 음악실에서 나오는 슬비와 마주쳤다.


"앗! 이세하."
"아, 미안해. 놀라게 해서, 혹시 테인이 여기 안 왔어?"

"여기에는 오지 않았어. 무슨 일이야?"
"테인이가 2층에 뛰어왔다길래 찾고 있어."

"그래? 그럼 나도 같이 찾아줄게."

맘에 안들었지만 일단 테인이를 찾아야되는 상황이었기에 슬비와 같이 테인이를 찾았다. 2층을 샅샅이 뒤졌지만 테인이는 여기에 없었다. 슬비는 테인이가 있을 만한 곳을 아는 데 있냐고 내게 물어봤고,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층으로 바로 뛰어올라갔고, 그 뒤를 슬비가 바짝 따라온다. 그리고 나는 PDA를 따라서 미술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 짐작대로 테인이는 이곳에 있었다.


"테인아."

우리 둘이서 테인이의 이름을 불렀다. 테인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조용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은 천천히 테인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그가 그리는 그림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양 팀의 맴버를 그린 모습이다. 다 같이 화기애애한 좋은 분위기였고, 평화를 지키는 클로저들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테인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쩌다가 검은양 팀이 이렇게 변해버린 건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서로 신뢰하지 못한 채로 갈라진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테인이는 인식하고 있었다. 슬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그녀를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테인아."


슬비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테인이는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 크레파스로 색칠까지 다 마친 뒤에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죠? 유리 누나는 죽었고, 레비아도 나타형도 죽었으니까요. 세하형은 몰라주고 있어요. 누나가 지금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테인아.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아도 돼."
"말하지 않으면 세하형이 모르잖아요."

"잠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슬비가 내가 모르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나는 당장 말해보라고 슬비에게 말하자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너는 알 필요 없는 일이야."
"왜 말하지 않는 건데?"

"알 필요 없다고 했잖아!"


그녀가 큰 소리로 나를 제지하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면서 뒷걸음질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어차피 그녀도 날 믿지 않는 듯 하니 나는 그 자리에서 이동했다.


"그래. 알필요 없다면 상관없어. 그럼 둘이서 잘해보라고. 난 갈테니까."
"세하형!"

"시끄러워! 짜증나게 하지마!! 지금 화가 엄청 치밀어오르니까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을 두고 나왔다. 그 길로 방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관심없다. 테인이가 어찌되든 말든 별로 관심없으니 말이다. 불침번, 그것도 필요없다. 나는 절대 안할 거니까 말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9:5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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