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2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29 0

레비아의 DVD를 재생시키면서 긴장했다. 냉정함을 유지하던 바이올렛 아가씨가 경악했을 정도니 말이다. 대체 뭘 봤길래 그런건지 한번 보았다. 화면 속에는 레비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보았던 DVD의 내용과는 달랐다. 지인들에 대한 고통을 주로 보여주었던 내용이었는데 이 DVD는 레비아 본인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레비아의 얼굴이 변형되어가고 있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고, 붉은 핏줄이 양쪽 눈에서부터 시작하면서 흉측하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짐승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온 몸에서 끈적한 촉수들이 끊임없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게 보였다.


"뭐... 뭐야 이게!?"

레비아의 몸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려는 게 보였다. 그녀의 몸에 봉인된 사념체라도 있었던 건가? 레비아는 그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여성인 바이올렛 아가씨도 커다란 충격을 받을 만도 하다. 여성분들은 촉수물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으니 말이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묻어있는 촉수인데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겠지.


그리고 레비아 몸에서 빠져나온 촉수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몸을 뚫어버려서 즉사시키는 게 보였다. 몸에 구멍이 난 채로 죽어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었다. 피투성이로 죽어있는 무고한 사람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었고, 촉수들은 계속해서 뻗어나가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진짜는 이거였나?'


단지 끈적거린 것 때문이 아닌 학살의 현장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DVD를 조용히 꺼내서 한숨을 내쉬었다. 레비아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겠지. 그러고 보니 바이올렛 아가씨는 나타의 DVD를 ** 못했다. 그냥 안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남아있는 인원은 10명, 계속해서 사람이 줄어들고 있었다. 앞으로 이러다가 전부 다 죽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나타와 레비아는 서로 같은 늑대개 팀으로써 동료였는데 그 동기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다음에 흑막이 또 어떠한 동기부여를 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구를 믿어야될 지 고민이 되었다.


슬비는 레비아가 죽은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는 모양이다. 하긴, 그만한 과거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레비아는 인간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맞다. 테인이..."


그 녀석은 괜찮을까? 레비아가 죽은 것에 대해서 제일 많이 충격을 받았을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곧바로 테인이 방에 찾아가기로 했다.


*  *  *


"테인아, 안에 있어? 나야. 이세하. 들어가도 될까?"


문 앞에서 노크를 했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안에 없는 모양이었다. 일단 테인이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기에 나는 테인이를 찾아다닌다. 


조금 돌아다닌 뒤에 식당 안에서 테인이가 슬비와 이야기하는 게 보였다. 테인이가 풀이 죽어있는 모습에 슬비가 위로해주는 모습이었다. 이야기 소리가 들려서 잠시 들었다.


"레비아도 테인이 네가 풀이 죽지 않기를 바랬을 거야. 그녀를 죽게 만든 건 다름아닌 흑막이야. 테인이 네가 할 일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서 우리와 함께 흑막을 처치하는 수밖에 없어."

"누나. 정말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래. 물론이야. 테인이 너는, 내가 지켜줄게."

헉, 지켜준다고? 슬비가 저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아니, 당연한 일이겠지. 리더로써 팀원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지켜줄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나도 서유리를 지켜주겠다고 해놓고 죽게 내버려뒀다. 그 때만 생각하면 정말 이가 갈린다. 애쉬녀석이 살인을 저지른 것도 미웠지만 그걸 유도한 녀석이 더 맘에 안들었으니 말이다.


테인이는 나도 지켜줘야될 거 같았다. 그 녀석은 인공 생명체라고 하지만 초커를 착용한 이상,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 소년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이세하! 거기있지? 엿듣고 있다니, 실례아니야?"


이런, 어떻게 알았지? 나는 뒷머리를 긁으면서 멋쩍게 미소를 지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슬비가 테인이를 위로하는 말은 전부 들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제이 아저씨가 나와서 쟁반 위에 컵을 올린 채로 가져왔다.


"이것 좀 마시면서 해. 어? 동생, 언제왔어? 진작 알았으면 차 한잔 더 준비하는 건데."

"아뇨. 전 되었어요."


보나마나 녹즙이겠지. 제이 아저씨의 녹즙은 정말로 먹기가 힘들었다. 먹는 순간 기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슬비도 그걸 알고 있기에 거절했고, 오직 테인이만 맛을 보고 있었다.


"쳇. 두 사람이 안 먹는다니, 섭섭하구만.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제이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끌어올리면서 말한다. 그리고 품에서 꺼낸 종이를 보여주었다. 살해당한 사람의 명단과 범인에 대한 정보였다. 그리고 아저씨는 우리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봤을 때 살해한 동기는 흑막이 제공해주고 있었어. 그리고 살해당한 쪽은 대부분 순수한 사람들 뿐이야. 형은 맨 처음 규정위반으로 사망했고, 그 다음 서유리, 그리고 레비아가 죽었어. 이 두 사람에게는 순수한 마음을 가져서 경계를 잘 안한다는 거지. 쉽게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그런 자들이라 표적으로 삼기 쉬웠겠지. 그걸 봤을 때 다음에는 테인이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


아저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확실히 다음에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고 한다면 분명히 테인이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제이 아저씨는 테인이를 지켜야될 거 같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슬비도 이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세하, 너도 테인이를 지키는 데 동참해주었으면 해. 다음 표적은, 얘가 될 지도 모르니까. 순수하게 잘 따르는 성격을 가진 테인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기가 쉬우니까."


"나와 동생은 뭐, 알아서 할 거지만 말이지."


"네. 그럼요."


이제 드라이버를 통해 문을 부수는 일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범행증거가 또렷하게 남으니까 말이다. 아직까지 공구를 개봉하지도 않았고, 제이 아저씨도 공구를 개봉하지도 않았다. 남은 남자들은 나와 아저씨, 테인이를 제외하면 시환아저씨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시환아저씨가 범행을 저지른다고 해도 우리 세명이 공구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전부 들통나게 되어있는 법이었다.


검은코트의 사내에게 물어서 알고 있었다. 죽은 사람의 방에 있는 공구나 다른 물건들은 전부 자기가 회수한다고 말이다. DVD는 제외하고 말이지. 시환아저씨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가끔 수상한 눈빛으로 웃고 계시는 걸 보니까 맘에 걸리기도 하기도 했다.


슬비는 뭔가를 작성하면서 말했다.


"늑대개 팀이나 더스트는 믿을 수가 없어. 그러니 이 작전은 우리 검은양 팀들만이 알고 있는 작전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혹시 엿듣고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이세하, 근처에 누구 있었어?"
"아니, 없었는데?" 

"그럼 됐어."


슬비가 적은 것은 바로 불침번 시간대였다. 취침시간 이후부터 3시간 간격으로 불침번 근무를 서는 것이었다. 피곤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불침번 근무라니... 나는 뭐, 잠을 이겨내는 데 별로 문제는 없다. 게임하면서 밤을 샌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루종일 근무를 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물론 게임기가 있으면 말이지. 그러고 보니 여기 들어와서 게임기를 안 켰다. 워낙에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심각하긴 하지. 더더욱 게임을 할 생각이 안 들었다. 슬비가 짠 근무시간을 보았다. 맨 처음에 슬비가 3시간 근무를 서고 그 다음에 나, 그리고 제이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근무를 서는 걸로 되어있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슬비가 테인이 방문 앞에 지키는 거고, 나는 1시부터 4시까지 지키는 거고 4시부터 아침 7시까지 제이 아저씨가 서는 걸로 되어있다.


이 정도로 테인이를 보호하는 작전을 하다가 불침번을 서는 사람이 당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뭐, 불침번 서는 사람이 무장을 하면 되는 일이겠지. 그리고 이 일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테니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늑대개 팀이나 시환아저씨, 그리고 더스트가 이 사실을 언젠가는 눈치챌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테인이는 세하 네가 책임지고 데리고 다녔으면 해. 잠시나마 떨어지지마."


"뭐? 내가?"


"그래. 동생. 대장의 말에 나도 찬성이야. 테인이는 동생을 가장 잘 따르는 거 같으니까 말이야."


테인이를 보았다. 내 팔을 붙잡으면서 내가 옆에 있으면 안심이라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러자 슬비와 제이 아저씨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린 3층을 조사하러 가볼게. 세하야. 잘 부탁해."


"3층? 3층으로 가는 길이 생겼어?"


내 물음에 슬비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제이 아저씨와 같이 조사하러 가겠다면서 테인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흐음, 그러니까 수면시간 외에는 내가 테인이와 같이 행동하라는 말인가? 뭐, 테인이가 귀찮거나 하지는 않지만, 테인이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온 기분이었다.


"세하형. 잘 부탁드릴게요."


"어, 응."


테인이가 괜찮아져서 다행이었다. 정말로 테인이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니, 꼭 테인이가 살해당한다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너무 무리하게 정한 거 아닌게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9:4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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