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겨울비

REDS 2015-02-14 6


쏴아아아아아아아-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바닷물도, 강물도, 빗물도 차갑게 얼려버릴정도로 추운 겨울날, 눈이아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비가 쏟아지는 광경을 검은양의 사무실안에서 의자에 걸터앉아있는 흑발의 소년 홀로 바라보고 있었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고, 그저 쏴아아- 거리며 비가 쏟아지는 풍경과 함께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키며 똑딱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적과 고요만이 사무실을 감싸고 있었다.

"하-...."

그리고 수십분후, 세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에잇! 심심해 돌아가시겠네!"

그렇다. 그는 할일이 없었다.

'이세하. 게임기는 압수야.'

'뭐어어어어어?!'

'앞으로 일주일. 강남의 복구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돌려주지 않을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가련한 이 소년은 여러차례 어떻게하면 게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해봤다.

'그래, 석봉이한테 게임기를 빌리면..!'

'미안.. 세하야... 스...슬비가 절대 빌려주지 말라고...'

'으아아아악!!!!'

또는

'그래, 월급으로 게임기를..'

빠각

'으아아아아아아악!!!!'

또는

'그렇다면.. 힘으로 억지로 뺏는 수밖ㅇ.. 으아아아아악!!!!'

"하아아아아아아아..."

총 19차례. 게임을 하려던 그의 열의에 찬 소망은, 번번히 고고하고 위대한 리더님에 의해 산산히 조각나고 말았다. 오늘이 게임기를 뺏긴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분명 일에 집중할 수는 있겠는데... 이래서는 살맛이 안난다고...."

폭.

사무실의 소파에 세하는 부드럽게 얼굴을 묻으며 엎드려 누웠다.

"으으.. 가련한 내인생..."

혹 다른이들은, '집에가서 게임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네..? 집이... 박살...?'

'그래...세하야.. 어쩔 수 없이 이 사무실이나 숙소에서 지내야..'

'그건 문제가 없는데 게임기가... 게임기가!!!!!! 내 콜렉션이!!!!!'

'세하야.. 어머니 걱정은..?'

'어머니는 외국에 계신다구요!!!!으아아아아!!!!!!'

'잘됬네 이세하. 복구에 전념하라구.'

그 때 분명 그 핑크머리녀석은 싱긋 하고 웃어보였다.

부들부들.. 잠을 청하려 했던 이세하는 그 생각에 치가 떨려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그 때, 끼익 하고 사무실의 출입문이 열렸다.

"어? 세하형!!"

"오, 동생님. 일을 꽤 빨리 끝내고 오셨구만?"

"아.. 테인아.. 아저씨.."

"형이라고 불러달라고 여러번 부탁했는데.."

"그보다 형. 무지 피곤해 보이는데요. 어디 안좋아요?"

"흠! 내가 한번 맞춰볼까?"

그러던 제이아저씨는 손가락을 세하에게 들이밀며

"여자문제냐?"

"아니거든요!"

"아하! 테인이도 알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짝사랑에 빠진 남자는 어딘가 힘이 빠진듯한 모습이었거든요!"

"핑크머리한테 이상한걸 옮았구나..."

언제부턴가 테인이는 슬비에게 이상한 막장드라마를 전파당해 이상한 소리를 자꾸만 하기 시작했다.

"올바르지 않다고.. 리더님.."

"역시 연애문제구나?"

"아니라고요!!!"

"하하!"

제이는 호탕하게 크게 한번 웃으며 세하의 등짝을 쎄게 한번 때렸다.

"원래 사춘기는 다 그런거야!"

"아니라고요..."

분명 아저씨라고 부른것에 대한 보복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보다 형. 저녁은 뭘로 먹어요?"

"아.. 맞다. 장봐야되는데.. 그보다 너 저녁먹고 갈거야?"

"세하형이 만든 밥은 맛있으니까요! 숙소의 저녁은 정말 맛없어요.."

테인이의 집도, 아저씨의 집도 모두 박살이 났기때문에, 모두 숙소에서 머물고있다. 물론 세하는 숙소에 들어가는게 영 꺼림칙해서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생.. 난 파전해줘.."

어느새 소파에 한 자리 차지하고있던 제이가 세하에게 졸음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에네에.."

"거기에 막걸리도..."

"...건강에 안좋다구요?"

"한잔은 괜찮....."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제이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면 막걸리는 생략하는걸로.."

세하와 테인은 나란히 사이좋게 손을잡고 사무실 근처 보급소로 향했다. 쏴아아아- 아직 겨울비는 그치지않았다.

"야호! 서유리님 등장!!!"

"...실례합니다."

유리와 정미가 돌아온 검은양 사무실에는 소파의 아저씨 한명. 

"..잉? 아저씨밖에 안계신건가??"

"그건 아닌것 같은데? 저기."

정미가 가리킨 그곳에는 건블레이드와 테인이의 창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뭐라도 사러간걸까??"

유리와 정미는 식탁에 자신들이 사온 간식거리를 올려두고는 식탁의자를 꺼내 그곳에 걸터 앉았다.

"...아마도. 할일도 없으니 방이나 치워둘까..?"

"그래! 세하는 정리 안할 성격이니 우리가 치워주자고!!"

"아니..! 거기가 아니라..!"

둘이 기세 좋게 찾아간 세하의 방에서 그 둘은 자신들의 방보다도 상태가 좋은 세하의 방을 보고는, 그만 문을 닫아버렸다.

"충격인걸..이세하.."

"정말.."

세하는 의외로 가**이 뛰어난 남자였던것이다.

"엣취!!"

"형 감기에요??"

"쿨쩍.. 응. 그런가봐"

"조심하셔야죠 형. 그래서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구요??"

"이미 내 정신력의 한계는 오래전에 찾아왔어..."

"??"

"아직까지도 그칠 생각을 안하네.. 비.."

"그러게요..."

약해지기는 커녕 빗발은 더욱 강해져만 갔다. 겨울인데? 비가이렇게 쎄게오는건가??? 하고 세하는 속좋은 생각만 하고있었다.

"석봉아. 정말 이걸로 괜찮을까..?"

"으..응.. 네가 가지고있는 게임기랑.. 똑같은거야.. 어쩌다가 부숴먹은거야..?"

"아..아무것도 아냐!!! 그저 임무수행하다가 그만..!!"

"그거.. 세하거지...? 세하가 뺏겼다던 게임기랑...똑같아.."

"윽.."

자신도 모르게 차원종 잔당을 처치하다가 게임기를 비트삼아 레일건을 쏘아올려버렸다. 그에대한 사죄의 의미로, 슬비는 똑같은 게임기를 구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다행이야..세이브 데이터가 안날아갔으니까..."

"응..고마워 석봉아. 너 덕분에 똑같은 걸로 살 수 있었어."

"아..아니야.. 슬비야. 그럼.. 다음에보자.."

"그래!! 조심히 들어가!!"

그렇게 뒤로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석봉을 바라보며 슬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어떻게 사과하지..?"

그렇게 슬비는 한걸음, 한걸음.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던 와중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상점가에서 발렌타인기념 특가세일중인 초콜릿상점 앞에 멈춰섰다.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였구나.."

어느덧 슬비의 손에는 4개의 초콜릿이 든 비닐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슬비의 걸음걸이가 어쩐지 무거웠다.

끼익-

"복귀했습니다-"

"슬비야아아아아아아~~"

"유리야앗.."

유리는 늘 그랬듯이, 슬비를 강하게 끌어안고는 뺨을 슬비의 분홍빛 머리에 부비적거렸다.

"숨막혀...유리야아..."

"에잉~ 조금만 더~~~"

"...너희 뭐하냐?"

"다녀왔어요~!"

"어라~ 세하!!!"

"이..이세하..?"

"보기보다 짐이 무거우니 비켜주지않을래? 현관앞에서 그러고 있지 말라고."

"어라, 형. 질투?"

"테인아. 그런소리는 함부로하는게 아니란다."

세하는 진심으로 짜증난다는듯이 테인이에게 말했다.

"에에-"

"...동생. 파전은?"

어느덧 아저씨는 잠을자다가 부스스한 차림새로 일어나 한껏 가래낀 목소리로 세하에게 질문을 던졌다.

"막걸리는 없어요."

"엥..."

"파전? 우리 파전먹는거야?!"

"그래. 빨리 자리잡아."

"예엣써어!!!"

유리는 전광속화의 속도로 식탁을 정리하고, 조리도구를 세팅했다. 이 모든것에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에 불과했다.

"...정말 빠르네."

세하는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파전~ 파전~"

"그래. 역시 비오는 날은 파전이지. 막걸리만 있었어도..."

"아저씨 진짜로 아저씨 같거든요."

"너무하네 동생님. 이래봬도 아직까지는 형님 오빠라고 불려**다고."

"어련하시겠어요..."

"세하형이 하는건 모두 맛있으니까요!"

"..세하 너. 의외로 요리 잘하나보네?"

정미가 의외라는 목소리로 세하에게 말했다.

"뭐.. 엄마도 요리는 영 꽝인데다가... 아니, 것보다도 요리가 꽝인 주제에 너무 입이 비싸다니까!!"

갑자기 흥분하며 톤을 높이는 세하.

"정말.. 가사담당은 전부 내가해**다니까!! 번거롭다고!!"

휙- 턱- 하며 파전이 한바퀴 뒤집어 엎어지는 소리가 영 공격적이다.

"자! 한판 완성이야!!"

척 하고 새하얀 그릇에 올려진 파전은 제법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먹는이로 하여금 침샘을 돋구는 자태를 뽐내고있었다.

"오오..세하님.."

"잘 먹을게요 형!!"

"좋아 동생. 잘먹어주지!"

"..이세하 고마워."

"그래 그래."

세하는 다시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후라이팬에 올려 다시 파전을 굽기 시작하다가 왠지 모를 위화감에 휩싸였다.

'이슬비가 왠일로 이렇게 조용하지...?'

그것만큼 무서운게 없었다. 벌써 10마디 정도는 이슬비가 말을해야하는데, 그걸로 독설로. 그런데 그렇지 않다.

'설마..'

"..야 이슬비."

"ㅇ..어???"

유리,정미,테인,아저씨가 서로 식탁에 둘러앉아 사이좋게 파전을 뜯어먹고있는데 슬비 혼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우물쭈물 파전을 뒤집고있는 세하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게 서있었다. 

"내가 다 정신이없다. 넌 안먹냐?"

"ㅇ..응.. 난 별로 안배고파서.."

"그런 녀석이 부엌에서 어슬렁거리냐? 너 어디 다쳤냐?"

하며 최대한 걱정스러워보이는 눈으로 세하는 슬비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ㅇ..아..아니야! 나 멀쩡해!! 이것봐!!!"

슬비는 평소답지않게 당황하며 두 팔을 붕붕 휘둘러보였다. 그리고 세하의 검은색 눈을 자꾸만 회피하는 새랗게 빛나는 푸른색 눈.

'흐응, 확실히 어딘가 캥기는 부분이 있는거같단 말이야..'

하고 세하는 남자의 직감을 발휘했다.

"역시 너 나한테 캥기는게 있는게.."

턱- 하며 파전이 찰진소리로 뒤집혔다.

"아니냐? 뭐 할 말있지."

"으... 아니야!!!"

하며 슬비는 빈 식탁의자에 걸터앉아 기세좋게 같이 파전을 뜯기 시작했다.

"오오!! 슬비의 동참인가!!!"

유리는 활기찬 목소리로

"그렇다고 뺏기지 않아요 누나!!"

테인이는 불타오르는듯한 목소리로

"나도 양보할 수 없지! 각오하라고!!"

아저씨는 비장한 목소리로

"적당히들 좀 해줘요.."

정미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싸우지말라고요 다들. 아직 파전은 많으니까."

세하는 다시 이전 파전보다 더 맛있게 요리된 파전을 그릇에 올려주었다.

"후.. 나 먹을건 안남겠네." 라고 중얼거리며 세하는 다시 파전을 구웠다. 

한 30판 정도 구웠을까.

"하- 도저히 못먹겠네."

유리를 마지막으로 모두 기권패. 드디어 정리를 할 수 있게되었다. 세하는 너무 뒤집어서 힘이 든건지 팔에 통증을 호소했다.

"으.. 정말 많이도 먹는다. 기어이 준비한걸 다먹었잖아? 난 맛도 못봤던말이야."

"히히! 승리했도다!!!"

여전히 맑고 기찬 목소리로 유리는 세하에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세하. 잘먹었어. 이거. 선물이야."

"잉? 고마워..?"

정미가 건넨 비닐봉지에는 초콜릿이 5개 들어있었다.

"...정미야 이거 1인당 1개씩 아니니?"

"응 그런데?"

"이걸 왜 다 나한테..?"

"이 중에 그걸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잖아? 당연한거 아니니?"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세하는 생각했다. 소파에 널부러진 아저씨위에 널부러진 테인이와, 바닥에 엎어져 누워있는 유리. 그리고 유리옆에 앉아 차를 마시고있는 슬비까지. 과연...

"아. 왠지 손해보는 느낌인걸..."

"..싫어?"

"아..아니!! 싫다니!! 고맙다 정미야! 잘먹을게!"

"그..그래.."

세하가 너무 힘차게 대답한걸까, 정미는 살짝 놀란듯 보였다.

"정미정미야!! 같이 드러눕자!!"

유리가 실실 웃으며 언제 일어났는지 정미를 끌고 바닥에 억지로 눕혔다.

"유리 너 정말..!"

정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유리와 함께 웃고있었다.

"후.. 모두 속편하다니까."

중얼중얼 말을 읊던 세하는 싱크대에 널부러진 젓가락, 그릇 따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걸 언제치워....."

하- 하고 한숨을 내뱉은 세하는 식탁의자에 힘없이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한 2분쯤 뒤에, 세하의 스마트폰이 문자 수신음을 울렸다.

"으응?? 엄마인가??"

아쉽게도 세하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더스트-

꺄핫! 이세하 잘 지냈어?? 나 지금 너희집 앞에 있거든? 당장 달려나오지 않으면 강남을 날려버릴거라구? 그럼 당장 나와!!

p.s

혼자나오는거 잊지마!!

"무슨.."

세하는 벌떡 일어나 부엌 냉장고에 기대어있던 건블레이드를 집어쥐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잠깐 나갔다올게!!"

"어어- 잘갔다와-"

오직 유리만이 잠들지 않고 졸린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이세하?"

슬비도 있었다.

사무실 앞 공터로 나온 이세하는 외쳤다.

"더스트!! 어디냐!! 당장 나와!!"

건블레이드에 탄환을 집어넣고 위상력을 불어넣어 전투태세로 전환한 세하는, 목청껏 더스트를 불렀다. 이윽고, 더스트는 하늘에서 살포시 땅으로 내려앉아 얼굴에 미소지으며 말했다.

"꺄핫!!! 진짜로 나와줬네!! 내 고백을 받아주다니 기뻐!"

"...엥?"

"오늘 2월 14일. 인간들은 이 날을 발렌타인데이라 부른다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며 고백하는 날 말야!!"

'아 그래서 정미가 초콜릿을..'

정확히 말하자면 정미와 유리가 동반으로 사온거다.

"자. 받아줘. 내 마음을 말야..♥"

"하..뭐야. 그럼 강남을 박살내려는게.."

"응? 1분만 늦었어도 박살냈을걸?"

"하하.."

"그래서 받아줄거야?"

"좋아... 모처럼이니까.. 받아줄게."

"꺄핫! 그럼 어ㅅ.."

"더스트?!"

슬비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윙- 하며 포탈이 열리더니 공중에서 시내버스가 꽂혔다.

콰아아아앙!!!!!!!!

"으에에에에엑?!?!?!"

"적을 섬멸하겠습니다!!"

"꺄핫! 그럼 전해줬으니까 이만 가볼게! 이세하!!"

더스트는 이름그대로, 먼지처럼 흩어져 그 형상이 사라져갔다. 세하손에 초콜릿을 쥐어준채로 말이다.

"이세하!! 괜찮아?!"

"...아니 안괜찮아..."

'너 때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실뻔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말했다가는 어떤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그냥 집어삼켰다.

"어디 당하기라도 한거야?!"

"아니.. 괜찮아. 음. 분명 괜찮지 그렇고말고."

"너란 애는..!!"

또다시 슬비는 예전의 세하를 갈구던 그 표정을 유지하며 세하의 면전에 잔소리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왜 보고하지않았어?! 적의를 갖고 접근한 거였으면 어쩔 뻔했어?!!!"

"윽."

"너는 정말 생각이 하나도 없구나!! 언제 그런 독단적인 태도를 유지하니까 너뿐만아니라 팀원전체에도 해가간다고!!!"

이 말은 세하가 큐브를 혼자서 수리하겠다고 난리 쳤을때도 들었던 말이다.

"넌 이 팀을.. 리더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도대체!!!!"

"죄송합니다..."

"윽..!"

평소같았으면 서로 물어뜯어 죽일듯이 싸웠겠지만, 왠일인지 세하가 먼저 입장을 굽혔다. 슬비도 더이상 인정하는 사람을 쪼아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둘 모두 겨울비에 홀딱 젖어버렸다.

"알면...됐어..! 빨리 들어가자.. 다 젖었어."

"응.. 잠깐만"

세하는 자신의 검은양털 자켓을 벗어 슬비에게 입혀줬다.

"..?! 이세하..?"

"너 추워보인다고. 와이셔츠 한장뿐이잖아. 그러다가 감기 걸린다고. 겨울비는 원래 맞으면 안돼."

"그치만 너도.."

"난 이미 감기걸렸어."

세하는 자켓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었다.

"자. 됐다. 돌아가자."

"고마워. 이세하."

"고마우면 게임기나 돌려주시던지."

슬비는 윽, 하며 심하게 움찔거렸다. 세하는 직감했다. 

'그래.. 부숴드셨구만..'

"...괜찮아 이슬비."

"응?"

어느새 그 둘은 현관앞에 도달해 있었다.

"부숴먹었어도 괜찮다고."

"ㄴ..너..무슨.."

"변명하지마. 다 알고있어."

어느때보다도 차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게임기는 내 목숨처럼 소중해. 그렇지만."

꿀꺽. 슬비는 침을 삼켰다.

"뭐, 게임기는 새로사면 되는거지! 너무 신경쓰지말라고!"

이세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자! 들어가자고!"

"이세하. 잠깐만."

"잉?"

"이거. 받아둬."

그것은 분명 예쁜 포장지로 둘러싸여있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이었다.

"오늘만 일곱개째네 고마워 리더님"

세하는 싱긋 웃어보였다. 슬비는 세하에게 또다시 포장지로 둘러싸여있는 선물하나를 내밀었다.

"응? 이게뭐야?"

"게임기.. 석봉이랑 같이 부숴진 게임기랑 똑같은 걸로 골라봤어. 세이브 데이터인가 뭔가하는 것도 무사하니까.."

"..이슬비 너는 언제나 손해보고 산다니까."

"뭐?"

"아, 아니 아무것도아냐."

뭔가 튀어나올것만 같은 그 말을, 세하는 속으로 집어넣었다. 세하는 주머니에 초콜릿 두개, 게임기 하나를 쑤셔넣고는 슬비와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야 이 바보야! 그걸 지켜보고만있냐!!!"

"아저씨!! 바보라뇨!!! 말이 심하잖아요!!!"

"그러지말고 빨리 가보기나 해요!!"

"그래요. 아저씨,누나! 싸우지말고-"

"다녀왔습니다."

"복귀했습니다."

"세하? 슬비? 으아아아앙~"

유리가 울먹이며 세하와 슬비에게 달려들었다.

"너희 어디갔다 온거냐?"

"아, 더스트가 이걸 보내와서요."

"...이건... 초콜릿..?"

세하를 제외한 5명의 인원이 일제히 대답했다.

"한번..까볼까요...?"

세하가 조심스럽게 전원의 의견을 묻자, 모두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럼..!"

찌익! 소리와 함께 포장지가 뜯겨나가자..

"으윽..."

더스트 ♥ 이세하 라는 문구가 바탕색과 대조되는 하얀색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검은색 바탕의 초콜릿에는 뭔가 먹기 거북한 차원종들의 파편이 마구마구 뒤섞여 있었다.

"으윽...."

세하는 메슥꺼움을 느꼈고, 유리와 테인이는 호기심을 보였고, 제이는 건강식품으로써의 활용성을 생각했고, 슬비와 정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이거, 한번 먹어보자!!"

유리가 신난듯이 제안했다.

"난 됐거든."

세하는 질색하며 받아쳤다.

"그럼 한 입!!"

유리가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한 입 베어물자마자 바로 뱉어냈다.

"으음... 버리는게 나을것같아."

"역시..그렇지..?"

만장일치. 그렇게 더스트의 정성(차원종)이 담긴 초콜릿은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되었다. 어느덧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으차차차차.. 그럼 가볼까.."

아저씨는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정미정미야!! 우리도 슬슬 돌아갈까?!"

"..그럴까? 시간도 시간이니."

"그럼 테인이도 돌아갈래요!"

"너 저녁은?"

"아까 먹었잖아요. 헤헤."

파전이 저녁인건가 하고 세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저녁도 혼자먹겠구만.

"그럼 이만 가보마 동생."

"내일봐 세하야!!!"

"초콜릿 5개. 꼭먹어."

"세하형! 내일봐요!!!"

"그래그래 잘가라."

오늘 하루도 정신없는 하루였ㄷ.. 라고 넘기기엔 아직 하나가 남았지.

"...이슬비. 안가?"

"저녁.. 먹고갈래."

"허?"

이게 왠 헛소리인가 하던 세하는 슬비를 내쫓기에 이른다.

"에잇! 빨리 돌아가라고!"

"왜이리 내쫓으려 하는거야!?"

"그야 같이 있으면 불편하니까..!"

"뭐? 불편하다니?"

"말그대로. 불편하다고."

"하? 내가 있는게 그렇게도 싫으니?"

세하는 빨리 머리를 굴려 최적의 답을 생각해냈다.

"그...그래!! 네가 돌아가야 맘편히 게임을 할거아냐!!"

"..게임이 그렇게 좋으면 게임이랑 살던가!!"

하며 슬비는 화를내며 휙 돌아섰다. 세하는 '그렇다고 게임기를 부수진 않네.' 하며 안도했다.

확실히 세하가 하고싶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 세하는 다시 저 멀리 복도에 돌아가는 슬비를 불러세웠다.

"야, 이슬비!"

"...왜?"

"이거 고맙다!!!"

하며 세하는 초콜릿과 게임기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그리고..."

꿀꺽-

"ㅈ..조...조심히 들어가라!! 이슬비!!!"

"? 그래!! 내일보자!"

그 길로 슬비는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에 초콜릿이 담긴 비닐봉지가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슬비는 '내일은 석봉이랑 정미 초콜릿도 사서 전해줘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세하는 현관문을 닫고 문을 등지며 주르륵 내려앉으며 방금까지는 요란했던 텅 빈 거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어려울줄은.."

오후부터 내린 겨울비는 저녁이 되서야 잦아들었다. 세하는 다시 식탁의자에 걸터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차가운 가랑비는 어느덧 안개비로 변해가고 있었다.

"난 이슬비가 더 좋은데..."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와중에, 의식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내가 미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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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 끝입니다. 스압과 낮은 가독성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빗소리가 생각나 소설을 쓰기시작했는데 잘 써지지가 않네요 다시한번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2024-10-24 22:23: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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