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1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13 1

내 방으로 돌아오자 나는 두 눈을 크게뜨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지러워졌던 내 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유리... 유리의 시신은 어디로 간 거지? 침대밑, 샤워실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몰라하고 있을 때 검은코트를 입은 사내가 아래서 불쑥 튀어나와서 말했다.


"중요한 거라도 찾고 있나요? 중요한 거라면 역시나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그것이려나?"

"그것이라니?"
"뻔하죠. 모든 남성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것, 바로 섹시한 여자들의 잡지죠. 하하하하하하!"


호탕하고 웃고 있었다. 내가 그런 남자들의 부류인 줄 아나보다. 난 절대로 **책이나 보는 사람이 아니다. 난 오로지 게임밖에 내 머릿속에 안 들어있으니 말이다. 이 남자도 고정관념에 빠진 모양이다.


"그 딴 거 아니거든!? 너 이자식! 유리를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하다뇨? 아, 시신 말인가? 그거라면 내가 깔끔하게 청소했어. 네 방이 언제까지고 더러워질 수 없잖아. 아, 그리고, 너에게 줄 게 있어.  아마 택배보관실에 너에게 온 소포가 있을 거야. 찾아가는 거 추천하지."


택배보관실? 그런 게 있었나? PDA를 보니 정말로 있었다. 식당 바로 옆이다. 그건 그렇고 내가 물어볼 것은 유리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냐다. 분명히 그녀의 시신을 이용해서 이 남자가 무슨 짓을 또 벌일거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는 유리의 시신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어본다.


"말해. 그녀의 시신을 가지고 뭘 할 생각이지!?"

"이거야 원, 만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설마 내가 시신을 가지고 좀비라도 만들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그거라면 아주 심각한 게임중독이군요. 뭐, 이세하는 애초에 게임 폐인이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죠."

"잔말말고 빨리 말해! 유리를 어떻게 했어!?"

"안심하세요. 시신을 가지고 어디에 써먹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시신을 가지고 써먹을 생각은 없다? 그 말은 즉 시신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고자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리의 시신은 어딘가에 묻어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러자 사내는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면서 심술궂은 말투로 말한다.


"호오, 이세하 요원은 서유리 요원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나봐요?"
"그게 아니야. 그 녀석과 나는 단순힌 소꿉친구였을 뿐이야. 친구를 생각하는 게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야?"

"뭐, 그건 아니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답니다. 새로운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는 늘 반발을 받게 되기 마련이죠."


사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다. 아물 일도 안 일어났지만 그냥 한번 해본 걸까? 남자는 대체 어떠한 삶을 살아온 걸까? 우리에게 이러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보다 인생을 더 많이 살아온 사람인 거 같았다. 선글라스 너머에 있는 눈동자나 한번 보고 싶을 정도였다.


"더 물어볼 거라도 있나요?"

"아니, 없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자유시간 잘 보내시길."


사내는 이렇게 말하고 바닥으로 꺼졌다. 대체 그 남자는 정체가 뭘까? 아무튼 유리는 죽었다. 그나마 우리 검은양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말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작 유리는 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달려온 거나 다름없는데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침대위에 앉아서 내 나약함을 탓했다. 이를 악물고 한참동안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문은 열려있어요."


나가서 손님을 맞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았다. 슬비였다. 표정을 보니까 그대로 무표정이었다. 이런 시간에 왜 온 거지?


"뭐하러 온 거야?"

"제이씨와 테인이를 만나고 너에게 온 거야. 두 사람 모두 유리가 죽은 것에 대해서 슬퍼하고 있어. 애쉬가 죽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확실히 그렇지. 유리를 죽인 애쉬가 처형당해도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유리가 살아돌아올 수는 없는 건 사실이니 말이다. 두 사람은 방 안에서 풀이 죽은 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슬비가 그 두 사람을 위로하고 이 방으로 온 것이었다.


"세하야.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내 부탁을 들어줬으면 해. 이번에 2층으로 가는 길이 열렸어. 같이 가주지 않을래?"

"뭐라고? 야! 이슬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를 보고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두 손으로 그녀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는 내 눈빛을 보고 잠시 무서웠는지 시선을 돌리는 게 보였다. 유리가 죽었다. 다른 사람들도 풀이 죽을 정도인데 어째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을 짓는 거지? 그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어째서!? 너는 유리와 친했잖아. 그런데 슬프지도 않아!? 슬프지도 않냐고!? 말해... 뭐라고 말을 좀 해!!"


큰 소리로 말했지만 슬비는 표정변화없이 그저 고개만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계속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창문을 통해 그녀의 눈가 밑에 뭔가 굳은 게 보였다. 그걸 보고 그녀를 놔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보며 말한다.


"이제 만족해? 이걸로 조금 진정 되었어?"

"너..."

"리더는 다른 사람 앞에서 맘대로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리더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 정도는 상식이지. 뭐라고 말해도 좋아."


원칙적으로 계속 행동하겠다 이건가? 원래 슬비는 이런 애였다. 어떠한 상황이 **도 냉정하게 판단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확실히 그녀도 슬퍼하긴 했겠지. 하지만 그 슬픔을 이겨내고 다른 팀원들을 위로하러 왔다. 팀원들이 투정부려도 다 받아주겠다 이건가?


"유리가 지금 네 모습을 보면 아마 슬퍼할 거야. 유리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네가 뭔가를 해야되지 않을까?"

"미안해. 멱살을 잡아서..."

"아니야. 신경쓰지 않아. 이건 유리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할 테니까."


등을 돌려서 내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두워보였다. 슬픈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이건가? 쓸쓸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가서 닫았다.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침대 위에 앉았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였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맞다. 해야할 일이 있었지?"


자리에서 일어나 택배 보관소로 갔다. 그곳에는 나에게 보내져온 박스가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것도 있는데 몇 명은 벌써 가져간 모양이다. 방으로 가져와서 보니 지금 내가 입은 옷과 똑같은 옷이 있었다. 지금 내 옷은 피로 물들어있었는데 세탁하고 갈아입을 옷으로 쓰라는 거 같았다.


*  *  *


옷을 갈아입은 뒤에 세탁실로 들어가서 피묻은 옷과 바지를 빨았다. 세탁하는 건 세탁기로 간단조작하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2층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했나? 왜 이제와서 갑자기 열린 거지? 학급재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나 다름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환멸이 들 정도다.


"그 자식."


일단 분하지만 2층으로 가서 조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층에는 대체 뭐가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일단 세탁기 가동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니까 한번 2층으로 가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도 2층을 조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PDA를 보니 2층 구조가 한 눈에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는 도서실, 그리고 단련실이 있다고 했다. 단련실이라면 당연히 헬스장같은 곳이겠지.


그리고 음악실도 있었다. 그곳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들어가 보니 피아노와 리코더, 바이올린같은 기타 악기들이 보였다. 음악시간은 내가 좀 싫어하긴 했지. 악기를 다루는 연주를 해야되니 말이다. 악기를 하나하나 만져보고 연주까지 해본다. 대부분 멀쩡한 것들이다.


"신기한 것들 뿐이군."


하얀머리 소녀가 언제부터인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이름이 분명히 티나라고 했나? 마침 잘 되었다. 이번 기회에 티나에 대해서 알아야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아... 안녕? 그러니까... 나는..."

"검은양 팀의 이세하 요원, 너에 대한 건 다 알고 있다. 나이 18세, 혈액형 A형, 좋아하는 것은 게임, 클로저 중에 가장 강력한 위상력이 잠재된 인물, 그리고 전설적인 클로저 알파퀸 서지수의 아들..."

"저기, 거기까지 해줄래? 너무 말이 많잖아."


알아도 너무 잘 안다. 꼭 내 신상정보가 털린 기분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9: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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