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미래를 투영해주는 보석(feat. 180603)

루이벨라 2018-06-03 0

※ http://closers.nexon.com/board/16777337/11988/ 에서 이어서 쓰고 싶었던 이야기





 -미래를 본 적이 정말 있는 거야?

 “있었어요...아마도.”

 

 소년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말상대가 되어주는 이는 투덜거렸다. 시시하다, 라면서.

 

 소년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은색의 돌을 만지작거렸다. ‘문스톤(Moonstone)’ 이라고 불리는 보석이었다. 어느 나라의 전설에 의하면, 그 보석은 달빛 아래에서 만들어졌기에 달에 투영해서 보면, 보석 안에서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말해준 건 누구였더라. 누구인지는 생각난다. 하지만 그 사람의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일, 지금은 뿌옇게 흔적만 남아있는, 그리운 이다.

 

 이런 소중한 물건의 비밀을 남에게 들킨 기분은 좋지 못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비밀을 알고서 상대방이 취할 태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드는 당연한 감정이었다. 소년은 보기와 다르게 세심하고 여렸다. 하지만 상대방은 다행히도 특별한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의아하여 소년이 되레 물었다.

 

 “신기하네요.”

 -뭐가?

 “사람은 언제나 앞날이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미래를 짧게나마 볼 수 있다면, 그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되던데.”

 

 자신에게 영 관심이 없는 건가? 상대방은 소년의 질문에 시큰둥했다.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걸 억지로 뺏어서 엿볼 정도의 위인은 아니야.

 “어떻게 아셨어요?”

 

 이게 소년에게 있어서 참 소중한 물건이라는 걸. 소년의 잘린 뒷말을 상대는 알아차린 모양이다. 상대방의 담담한 반응은 계속 이어졌다.

 

 -손길 하나하나에서 소중하다는 게 다 느껴져. 내가 그걸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둔한 사람은 아니라고.

 “대단한 분이시군요.”

 -그걸 너한테 건네준 사람보다는 덜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예리하기까지 하다. 소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중요한 사람이다. 가끔 자신의 엄마도 비슷한 모양의 돌을 들고 달을 보는 걸 목격한 이후로 또 다른 감상평도 추가되었다. 굉장히 걱정이 많고 자상한 분이셨구나, 라고. ‘너의 아빠라는 말을 내뱉을 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자신의 엄마의 표정과 행동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희미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자신의 기억에서도 나쁜 기억은 없다. 소년은 웃었다.

 

 “너무 걱정이 많으신 분이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보석을 남기고 가신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도움이 된 적은 많았어?

 

 단편적이긴 하지만, 미래를 보잖아.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이걸 필요로 한 이유는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그런 용도로 쓰길 원한 거라면, 원할 때에 언제든지 이미지가 보였을 것이다. 그게 아니다. 보석은 참 불친절했다. 자기가 필요할 때에만 살짝 보여주고 끝이었다. 그래도 소년은 괜찮았다.

 

 그 장면에서 얻고 싶었던 건, 확실한 정보가 아니었다. 행복해 보이는 자신이 보이는 이미지, 그거면 충분했다.

 

 상대방은 계속 물어봐서 미안하다는 투로 다시 말했다.

 

 -하나만 더 물어볼게. 미래를 본 적이 있다고 했었지?

 “.”

 -그 미래...그대로 이루어졌어?

 

 그 질문, 나올 줄 알았어.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활기찬 대답은 덤.

 

 “.”

 

 단편적인 부분에만 해당이 되기는 했지만. 그게 항상 진행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 부분 부분에 닿을 때마다 부쩍 커지는 자신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 말하지 않은 좋은 점 하나 더. 자기 자신을 지독하게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행복해?

 “행복해요.”

 

 무조건반사마냥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 보인다. 상대방은 소년에게 심심한 악수를 건네었다.

 

 -계속 빌어줄게.

 “고마워요.”

 

 항상 고마워요. 이 말은 결국 말하지 못했다. 소년은 아쉽다는 듯이 손가락 끝을 계속 맞대고 있었다. 상대방은 어색하게 웃었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

 “그런 거 같네요.”

 

 저와 닮은 얼굴에 호선이 매력적이게 걸린다. 소년은 자신도 지금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다. 참 닮은 두 사람이다.

 

 -그럼...난 이만 가볼게.

 “조심히 가세요.”

 

 가지 말라달라는 떼도 쓰지 않는다. 섭섭하지만 이게 맞는 이치이겠지. 상대방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사라졌다. 소년은 한참을 그가 간 방향을 보았다.



 

 * * *

 



 오늘은 참 신기한 장면을 보았다. 참 기대가 되는 미래이기도 하다. 세하는 제 손에 붙들린 보석을 만지작거렸다.

 

 내일도 달이 크게 떠오르는 날이다. 내일은 그 장면에서 이어서 더 보여주면 좋을 텐데. 더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겠다. 세하는 남몰래 소망했다.

2024-10-24 23:19:3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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