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30)

벨리에나 2018-04-15 1

 독일 관리국.


 슈타인이 관리국 사무실이 아닌 베를린지부 사무실에 있던 이유는 총본부에서 내려온 명령 때문이다. 지부장은 사냥터지기 팀의 직속 상관일 때 '신서울 사건'에서 더스트를 놓쳤고, 흑지수를 살렸다. 총본부는 이를 지부장의 무능함으로 보고 슈타인을 직속 상관으로 바꾼 것이다. 관리국으로 출근하던 슈타인은 자연스럽게 베를린지부로 출근하게 되었고 그의 전용 사무실까지 만들어졌다.


 지부장은 슈타인에게 의존하여 사냥터지기 팀을 이끌었던 것이고 몇몇 중요한 때에 항상 슈타인에게 부탁했었다. 대표적으로 유니온이 흑지수를 없애려고 했을 때, 슈타인이 조치를 취해 김유정을 움직였다. 슈타인은 소극적인 지부장을 앞에 세운 뒤 자신은 뒤에서 총본부를 타파하려고 했었다. 독일 지부를 영 좋지 않게 보고 있던 총본부는 이를 오해하고 지부장이 자신들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해 그 자리를 유능한 슈타인으로 채운 것이다. 슈타인의 입장에서는 대놓고 계획을 실현하기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슈타인은 노력하여 사냥터지기 팀이 총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했다.


 독일 지부장은 베를린지부에서 발생하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슈타인은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지만 현재 그는 관리국에 도착한 상태였다.



 관리국 건물은 전원이 모조리 나간 상태였다. 단순하게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 아닌 관리국으로 향하고 있는 모든 전력이 끊겨있었다. 슈타인은 관리국 건물을 가볍게 만지면서 건물의 세세한 구조를 자신의 머릿속에 넣었다. 구조를 파악하던 중, 슈타인은 앨리스의 오퍼레이퍼 실이 있던 3층에서 막대한 위상력이 맴도는 것을 느꼈다. 다수의 개체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힘이었다.


 터벅, 터벅, 터벅...... .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온다. 아직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이었기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슈타인은 눈앞을 손으로 쓸면서 시야를, 다른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걸어오는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앨리스?"


 슈타인은 위상력으로 밝아진 눈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앨리스를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에는 흐르던 피가 반 쯤 굳어있었다. 앨리스는 슈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안도하며 발을 헛디뎠다.


 "국장...... 님...... ."


 슈타인은 앨리스가 넘어지지 않도록 안아주었다. 앨리스를 안아주면서 그녀의 몸 상태를 파악했다. 뒤통수를 강하게 맞았군. 그 외에 상처는 없어. 그리고 슈타인은 앨리스의 정신을 들여다보았다. 심신이 미약한 상태인 사람은 슈타인이 엿볼 수 있는 정신의 범위가 넓어진다. 원초적인 기억, 즉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볼 수 있게 된다. 슈타인은 앨리스가 정신을 잃기 직전의 기억을 찾았다. 한 여성, 눈에 익은 모습, 관리국에 있어선 안 되는 존재.


 "메리...... !"


 그때, 놀랍게도 전력이 나간 관리국 건물에서 방송이 나왔다.


 "어서 오세요, 국장님. 오랜만에 오신 관리국이 반갑죠?"

 "...... 너의 죄가 더 무거워지겠군."

 "후후훗, 지금 그게 중요한 것 같나요?"

 "무슨 소리지?"

 "지금 베를린지부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시죠?"


 슈타인은 급하게 통신 장비를 꺼냈다. 그러나 베를린 전역에 퍼진 방해 전파 때문에 통신 관련 기계는 전부 먹통이었다.


 "통신 장비가...... 네가 한 짓인가?"

 "네. 관리국에서 요원들을 관리할 때 사용하는 전파를 조금 건드렸어요. 보안 체계를 좀 더 보완하셔야겠네요?"

 "베를린지부가 어떤지 말해라."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 그리고 몇몇 요원들이 베를린지부에 도착했어요. 제가 소마에게 몇 마디 했거든요."

 "너......,이게 무슨 짓이지? 총장이 너에게 무슨 명령을 한 거야!"

 "글쎄요...... . 물론, 총장님이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을 없애라고는 하셨지만...... 전 사냥터지기 팀까지 없애버리고 싶네요."

 "...... 그만둬."

 "저를 말리기 위해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슈타인은 양손으로 위상력을 발산하며 메리의 목소리가 나오는 통신 기구들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메리는 급히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슈타인은 메리에게 향했던 아주 미약한 위상력으로 메리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전달했다.


 "널 죽이겠다."



 슈타인은 통신 기구를 장악한 위상력을 내버려둔 채 몸을 돌려보았다. 입구의 공간이 뒤틀려있었다. 예전에 메리와 만났을 때와 동일하다. 이 공간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메리뿐이다. 나갈 수 없게 된 슈타인은 우선 앨리스를 치료했다. 이런 공간에서 정신을 잃고 있다간 영영 정신을 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쿠구구구...... .


 복도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슈타인은 앨리스에게 치료 보호막을 씌워주며 자신의 뒤로 보냈다. 아까 감지했던 막대한 위상력이 내려오던 중이었다. 불안해진 슈타인은 통신 기구를 장악하던 위상력 중 일부를 빼내어 1층 복도에 전력을 채웠다. 쫘르륵 불이 켜졌고, 그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생명체를 발견했다. 그의 급격하게 표정이 굳었다.


 그들은, 그것들은, 인공 생명체들의 실패작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실험을 거치면서 완성된 생명을 탄생시켰고, 그만큼 많은 실패작이 발생하였다. 슈타인은 그것들이 모두 폐기 처분된 줄 알았다. 미스틸테인, 루나, 소마, 그리고 괴물이라고 불리는 아이의 실패작들이 슈타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주입했던 위상력을 내뿜으며.



 베를린지부, 사냥터지기 성.


 볼프강은 누군가에게 들려있는 상태였다. 성 앞마당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무너지거나, 온갖 잔해가 솟아난 상태였다.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나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볼프강은 천천히 기억을 되살려보다가 정신을 잃었다.



 볼프강이 소마에게 달려간 이유는 그녀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머릿속에 맴돌던 코드는 결국 입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의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렸다.


 "코드...... 78!"


 소마뿐만 아니라 루나까지 코드가 활성화되었다. 그의 예상대로 소마는 행동을 멈추게 되었다. 코드의 명령권자가 된 볼프강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철컹.


 루나가 방패를 두 손으로 쥐었고 곧이어 두 개의 검으로 변화했다. 안나의 힘이었다. 안나와의 결합이 누구보다 뛰어났던 루나는 맥스의 가르침으로 안나의 힘을 알게 되었고, 일시적이지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코드가 발동되면서 루나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자연적으로 발동시킨 것이다.


 사냥터지기 팀 2분대의 코드는 특별하다.


 애쉬는 안나와 2분대 아이들을 결합시키면서 죽어가던 그들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또한 그들의 오류가 사라지게 되면서 코드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이때 애쉬의 힘이 코드에 개입한다.


 총장은 데이비드의 사건 때 칼바크 턱스라는 인물이 미스틸테인의 코드의 제어권을 바꾼 사실을 알고 있었다. 총장은 이를 보고 자신이 코드에 대한 권한을, 코드를 외친 명령권자가 아닌, 코드 제어에 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애쉬에게 부탁했다. 굳이 애쉬에게 부탁한 이유는 더스트에게 부탁했다간 2분대 아이들을 안나와 합치면서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총본부에 대항할만한 곳으로 꼽혔던 독일 지부를 자신이 활용하려는 속셈이었다.


 애쉬는 코드를 철저하게 조작했다. 2분대 아이들의 코드가 한 번 발동되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총장도 쉽게 해제할 수 없도록 말이다. 또한 총장이 아닌 타인이 코드를 해제시키기 위해서는 두뇌를 모두 펼쳐서 제거해야하는 수준으로 코드를 뇌에 퍼뜨렸다.



 다만 애쉬는 한 가지 방법만을 남겨두었다. 총장이 막대한 힘을 이토록 쉽게 가질 수 있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코드에 대한 명령을 받기 위해 2분대 아이들의 뇌는 모두 활성화된다. 코드와 뇌를 비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세 자기 위상력과, 잠금의 원반의 힘을 활용할 줄 알아**다. 제1위상력, 제2위상력이 첫 번째 관문이었고, 제3위상력이 두 번째 관문이며, 마지막으로 잠금의 원반의 힘으로 코드와 뇌의 연결을 닫아버린다면 코드는 해제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볼프강이 명령권자로 알고 있으며, 볼프강 또한 자신이 명령권자로 이해하고 있었다.



 루나는 안나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총장의 명령이 루나에게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루나는 총장의 명령대로 검은양-늑대개 연합 전체에게 피해를 줄만한 기술을 사용했다.


 결전기 : 뒤랑달


 땅이 뒤틀리면서 갈라진다. 총장도 이 뒤랑달의 위력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험 삼아 사용한 것이었다. 뒤랑달은 연합뿐만 아니라 사냥터지기 측까지 날려버렸다. 가까이에 있던 볼프강과 미스틱은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사냥터지기 성 지하, 실험실.


 "커, 커헉.......!"


 먼지를 토해내며 깨어난 볼프강. 그의 곁에는 몰골이 말이 아닌 에릭과 김도윤, 그리고 사냥터지기 팀을 이곳으로 데려오는데 가장 크게 활약한 빅터가 있었다. 또한 김재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볼프강이 깨어나자 에릭은 그에게 다가가 따졌다.


 "볼프강 요원.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신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 아니 이건 막무가내의 수준이 아닙니다!"

 "나, 난, 쿨럭...... 아무 말도, 하, 하지 않았어."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코드가 활성화된 아이들은 명령권자의 명령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합니다. 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움직였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


 김도윤은 볼프강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에릭을 말렸다.


 "이봐요, 그만둬요. 당신 말도 일리가 있지만 볼프강 요원이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저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을까요?"

 "...... 사실은 사실인 겁니다. 코드는 명령권자의 명령만 적용됩니다."


 물을 마신 볼프강은 아이들을 찾았다.


 "루나는......? 소마는 어디 있는 거지?"


 에릭은 한숨을 쉬며 뒤를 가리켰다. 뒤쪽에는 거대한 실험관이 있었다. 그곳에는 루나와 소마가 입에 커다란 마개를 씌운 상태로 둥둥 떠있었다. 에릭이 설명했다.


 "강력한 약물로 몸을 완전히 기절시킨 겁니다. 다만 정신을 깨어있습니다. 코드는 명령권자만 해제할 수 있으니 어서 아이들의 코드를 해제하세요."


 볼프강은 몸을 힘겹게 가누며 아이들의 실험관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가장 먼저 깨어났던 미스틱이 나타나 볼프강의 뺨을 갈겼다.


 찰진 소리가 울려 퍼지며 볼프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에릭과 김도윤, 빅터는 빠르게 그들 사이로 다가가 두 사람을 말렸다. 미스틱은 볼프강에게 화를 냈다.


 "내가 애들을 말리라고 했지, 이용하라고 했어? 저들과는 싸우면 안 된다면서? 그런데 네가 싸움을 부추겼잖아!"


 볼프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내가 그랬다고? 아냐, 난 단지 소마를 말리기 위해...... . 볼프강이 혼란해하는 동안 미스틱은 실험관을 가리켰다. 그녀는 터지기 일보 직전의 표정이었다.


 "아이들의 코드를 해제해. 당장."

 "...... 알겠어, 알겠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볼프강은 실험관을 어루만지며 코드 해제를 명령했다. 육체는 잠들었어도 정신은 깨어있기에 그의 명령은 들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깨어나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볼프강은 이후로 수차례나 명령했지만 아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거지? 이렇게 하면 분명...... ."

 "뭐하는 겁니까?"

 

 볼프강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제가...... 안 돼."

 "볼프강, 당신...... ."


 에릭이 다시 볼프강을 추궁하려고 했다. 억울한 볼프강은 에릭의 말을 듣던 중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에릭은 어떻게 코드에 대한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는 에릭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자, 잠깐. 에릭. 당신은 코드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에릭의 표정이 당황으로 바뀌었다. 화난 표정이던 미스틱도 의문으로 바뀌면서 에릭을 바라보았다. 에릭은 곤란한 듯 머리를 벅벅 긁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도 연구원이었습니다. 코드의 연구원.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는 코드 관리 쪽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됐습니까? 명령권자인 볼프강 당신이 코드를 해제할 수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더 설명이 되겠군. 당신도 봤잖아? 난 몇 번이나 해제 명령을 했어. 지금 아이들의 코드를 조사해볼 수는 없는 거야?"

 "...... 좋습니다. 아이들의 상태를 알아보죠."


 에릭은 빠르게 모니터로 다가갔다. 그동안 볼프강은 김도윤의 위로를 받으며 자신이 누워있던 의료 침상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지친 모습의 미스틱도 앉아있었다. 미스틱은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아두고 있었다. 볼프강은 미스틱에게 양해를 구했다.


 "앉아도 될까?"

 "마음대로."


 김도윤과 볼프강은 미스틱 옆에 어색하게 앉았다. 에릭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지하 실험실에 울릴만큼 그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보다못한 빅터가 미스틱에게 다가가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미스틱은 빅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입을 열었다.


 "...... 때려서 미안해. 너도 당황스러울 텐데...... ."
 "아냐, 오해할만해. 사과할 거 없어. 내가...... 책임져야겠지."

 "말 조심해서 사용해. 책임이라는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뜻을 가지고 있어.

 "걱정 마.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그렇다고 혼자 짊어지려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고."


 두 사람이 체념과도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에릭은 조사를 아이들의 코드에 관한 조사를 끝내고 있었다. 에릭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이들의 코드에는 조작의 흔적이 있었다. 단순한 조작이 아닌 교체 수준이었다. 코드를 교체하는 건 수 십 명의 연구원이 붙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마침내 코드의 현재 상태 완벽하게 파악했다. 절망한 표정의 에릭이 뒤돌았다.


 "...... 볼프강 요원은 단순한 실행자에 불과합니다. 지금 아이들의 코드를 명령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입니다."


 실험실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차원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볼프강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했다. 잠시 후, 수많은 난관을 겪어왔던 김도윤은 의지를 굳힌 듯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가 저쪽으로 넘어가서 현재 상황을 알리겠습니다. 상황이 복잡한 만큼 금방 해결될 것 같진 않네요."


 빅터가 말했다.


 "혼자 가면 위험하다. 나도 가겠다. 그들에게 협력하는 차원종이 있다고 안다. 나도 그들을 설득하겠다."

 

 그리고 실험실로 찾아온 한 사람도 말했다.


 "나도 가겠어."


 흑지수는 검은양-늑대개 연합이 도착한 소식을 듣고 성으로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루나가 뒤랑달로 주변을 파괴하고 있었다. 흑지수도 휘말리면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린 그녀는 흙 발자국을 찾아 이곳 실험실까지 온 것이다.


 "대충 엿들었어. 저 아이들은 내 가족이나 다름없어. 무엇보다 난 저들과 만난 적이 있어. 분명 얘기가 통할 거야."


 볼프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행동으로 모두가 고생하고 있다. 자신의 동료, 친구, 제자들...... . 그는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부탁했다.


 "부탁이야, 아이들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줘."



 사냥터지기 성의 지하 실험실 아래에는 소각장과 같은 곳이 존재한다. 각종 폐기물과 실패작들이 모두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볼프강이 코드를 발동한 직후, 이곳의 불길은 잠들었다. 폐기물과 함께 점점 쌓이기 시작한 실패작들은 몸부림을 치며 주변을 망가뜨렸다.


 우리는 뭐지?


 서로의 육체를 부둥켜 안으며 의문을 품기 시작한 실패작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지만 그들은 자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실패작이야.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어떤 실패작이 말했다. 그래, 우리는 실패했지. 육체가 붕괴되서, 힘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정신이 망가져서, 어떠한 이유가 됐든 우린 실패작이야.


 "일어났구나, 더러운 아이들."


 실패작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다 깨져가는 스피커. 거기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어떤 존재인지, 깨닫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그 점은 자랑스럽네. 나의 손을 거쳤던 존재들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일어나렴, 아이들아. 그리고 너희를 세상에 알리거라."


 목소리는 살벌하게 명령을 내렸다.


 "물고, 찢어, 없애라. 살을 뜯어, 그것을 씹고, 죽여라.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실패작들은 각자의 불안정한 위상력을 내뿜으며 소각장을 부쉈다.


 실패작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슈타인의 관리 보고서.


 이름: 메리 셀리 브리지스톤

 성별: 여성

 직분: 사냥터지기 팀 오퍼레이터 겸 최고 관리자 → 퇴출

 특이사항: 자신의 것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있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모두 교체함.

 

 메리의 실험체 학대 및 과잉 보호가 밝혀지면서 마땅한 절차를 밟은 뒤 그녀를 퇴출시켰습니다. 다만 퇴출시키는 과정 중 그녀가 퇴출을 거부하여 조금 이른 시기부터 그녀의 모든 권한을 박탈했습니다. 메리의 빈 자리는 앨리스 와이즈맨이 대신하게 될 겁니다. 그녀의 보고서도 함께 보내드립니다.

 

 또한 메리의 사냥터지기 팀 관리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숙고하여 심사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녀는 클로저의 능력을 악용하여 학대했고, 사냥터지기 팀에 대한 강압적인 관리를 해왔습니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곤 하나 그럴수록 더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녀의 독일 출입을 금지시키며, 유니온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빼앗고, 치료소로 보낼 것을 권해드립니다.



 보고서 처리

 

 메리 퇴출, 앨리스 대체 관련 내용 통과. 그 외의 내용 기각.


 메리 퇴출 직후 총장의 비서가 새로 뽑힘.

 

2024-10-24 23:19: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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