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용사(Fallen Warrior) [재업로드]

바스케즈 2018-04-12 0

군인에게 있어서 명예는 참 소중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자기가 맡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국토방위와 주권수호에 힘을 쓰는 군인들은 명예로 삽니다.


"멋과 명예와 감탄이 없으면 군인은 그저 볼품 없는 일용직 노동자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군인은 항상 명예를 최우선 해야된다."


저희 7연대장님께서 직할 중대 병사들과 간부들을 모아놓고 하셨던 말씀입니다.


명예가 없었다면 GOP 최전방 수호병들은 한낱 시간 벌어주는 인간방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보병은 명령대로 전진 밖에 할 수 없는 폰(Phon)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포병은 온몸에 시꺼먼 기름때를 묻히고 다니는 더러운 거지 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운전병들은 택시 운전 기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며, 지휘관은 권력에 빌붙어 사리사욕을 챙길 줄만 아는 정치 군인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연대 경비 소대도 마찬가지 입니다.


경비병은 명예가 없으면 그저 집 지키는 개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연대 본부를 사수하고, 연대 지휘부를 경호하고, 전시에도 연대 본부가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소대 정도 규모의 병력 정도는 거뜬히 주둔 가능한 CP(Command Post:지휘소)를 손수 대령하는 일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그것이야 말로 말할 수 있는 개에 지나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군인에게 명예란 정말 중요합니다.


명예는 곧 군인의 고귀한 영혼.


명예를 잃은 군인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 지금 제가 올리는 소설의 주인공은 명예를 잃고, 적이 되어 다시 아군에게 돌아왔습니다.


명예를 잃고 추락해버린 한 용사의 이야기를 읽고 뭔가 느끼는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듣기 좋은 음악: STAR-CRAFT 2-Berserker https://www.youtube.com/watch?v=ZXI4X9EW3KU



왜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전역하면 군에 비판적인 사람이 될까?


왜 대한민국의 전역자들만 군 수뇌부도 두려워하는 적으로 변하는 걸까?


해답은 간단하다.


바로 국가다.


필요할 때만 나를 사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나를 버리지 않았는가?


사회에서 병사를 코를 푼 휴지마냥 쉽게 이용당하고, 쉽게 버려지는 존재로 기억하는 이유는 다 국가의 그릇된 인식에서 기인된 결과가 아니었던가?


누가 보상해주지?


누가 이 불만을 들어주지?


슬프게도 90% 사람들은 전혀 관심있게 듣지 않고 각자 자기가 가야할 길을 간다.


그렇다면 내 가슴팍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훈장과 집에 가보로 간직하고 있는 표창장은 다 무슨 소용이지?


훈장은 그저 고물상에 갖다 줘도 껌값도 못 받는 고철에 불과하며, 표창장은 화장실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답답하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군복을 입었던 것인가?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한 자루의 총을 들고 전장에 나갔던 것인가?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내 팔 하나를 잃으면서까지 차원종들로부터 국가를 지켜야했던 것인가?


정말 화가 난다.


정말 답답하다.


이 응어리는 감사 인사로 어떻게 해볼 수준을 훨씬 넘어섰어.


난 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면 뉴스나 신문에 내 얼굴과 내 개인 정보가 돌아다녀도 상관없어.


이 기회에 병사를 그저 기계를 돌릴 때 필요한 하나의 톱니바퀴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썩어빠진 군 수뇌부를 고발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내가 썩을대로 썩어빠진 이 나라 군대를 변화시킬 하나의 촛불이 될 것이다.


컴-백 무대는 오늘 밤 시작된다.


장소는 나를 실컷 이용하다 버린 대한민국 육군 수도 방위사령부 헌병단이다.


난 이들에게 지옥을 보여주겠어.


이 사이버네틱 슈츠로 말이지.


이 슈츠의 힘을 빌려 그 때의 힘을 다시 보여주는거다.


검독수리 박건 부활이다!


시계바늘은 후퇴없는 전진을 거듭하여 어느덧 밤이 되었다.


거사 당일 날 야간은 월광도 약하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차량도 없고, 상점이나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의 불도 다 소등이 되어있었다. 


월광이 강하거나 약한 것은 지극히 자연 현상의 일종인데, 거사 당일에 거리와 거주 지역에 불이 안 들어오고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이유는 20년 전에 있었던 차원 전쟁 당시에 군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장렬하게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서 정부가 직접 차원 전쟁 참전 용사 추모의 날을 제정하여 이 날 딱 하루는 비상 업무를 제외한 민 . 관의 모든 야간 운행과 야간 업무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장렬하게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 날이다.


지금 내가 거사를 시행할 장소인 신서울 경복궁의 헌병단은 원래 같았으면 야간에도 정신없이 도로 위에 차량이 돌아다니고, 건물에 불이 꺼지지 않아야 되는게 맞지만 차원 전쟁 참전 용사 추모의 날 덕분에 일을 진행하기가 수월해졌다. 


굿 나잇 언론.


굿 나잇 셀러리맨.


내가 간다.


나는 슈츠의 고공 점프 기능으로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전경이 훤히 보이는 30층짜리 복합 단지 빌딩 옥상으로 올라가서 거기에 주둔하고 있던 수도 방위 사령부 1 방공 여단 예하의 발칸 소대의 소대장을 제외하고 전부 테이저-건으로 기절시킨 다음에 소대장을 협박해서 '특이 사항 없다고 알림.'이라고 거짓 무전을 날리게 만들고 소대장 마저 테이저-건으로 기절시켰다. 


이제....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은 이제 내 손바닥 안이다.


건너편 고층 은행 빌딩 옥상에도 수도 방위 사령부 1 방공 여단 예하의 발칸 소대가 주둔하고 있지만 이미 나는 사전에 저 건너편의 고층 은행 빌딩 옥상에 주둔하고 있는 1 방공 여단 예하 발칸 소대가 대공 경계를 게을리 하고, 농땡이 피운다는 사실을 사전 조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괜히 일부러 제일 대공 경계를 열심히 하는 건물을 턴 게 아니란 말이다.


제일 무서운게 무능한 아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저 고층 은행 빌딩에 주둔하고 있던 발칸 소대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빌딩 밑에 있는 경복궁 수방사 헌병단 전원은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복합 단지 옥상 위에서 경복궁 수방사 헌병단의 전경 스캔을 완료하고 이 곳에서 주둔하고 있던 발칸 소대의 옥탑방 간이 무기고에서 소이 수류탄 8발을 챙겨들고 곧장 건물에서 뛰어내린 다음, 내 슈츠의 사일런트-플라이트 기능을 발동시켜 은밀하게 경복궁 수방사 헌병단 상공 위를 날아서 영내 북쪽에 있는 야산의 물탱크 타워 위로 착지했다.


레이더망에도 걸리지 않았고, 위병소와 탄약고 경계 근무자들의 시야에도 걸리지 않았고, CCTV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이 부대는 내가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다.


나는 슈츠의 클로킹 능력을 발동하고 준비했던 소이 수류탄을 가지고 경복궁 수방사 헌병단 영내를 들쑤셔놓았다.


위병소, 탄약고, 무기고, 수송부, 유류고, 보급 창고, 식량 창고, 본청에 불을 낸 것이다.


한밤 중에 머리 위에서 불벼락이 떨어질 줄은 몰랐겠지?


멍청한 놈들.....


난 이곳 특수 경찰 대대 파라-레스큐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어디가 보안이 제일 취약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곳은 바로......


조금 전 내가 침투로로 사용했던 수방사 헌병단 영내의 북쪽 물탱크 타워 지역이다.


물탱크 타워 쪽은 내가 군 생활 하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경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멍청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나는 수방사 헌병단이 훨훨 타오르는 것에 크게 기뻐하면서 침투로를 통해 유유히 수방사 헌병단을 빠져나왔다.


거사를 마친 다음 날, 수도 신서울 전역에 국지 도발 페이즈가 걸렸다.


일터를 향해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신서울 시민들 틈에 섞여있는 나를 잡기 위해서 수방사 헌병단과 유니온 신서울 감찰국이 검문소, 편의대, 기동 타격대, 매복조를 가동해 수도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


그들은 내가 어디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나는 지금 벌쳐스 본사에 있다.

벌쳐스 본사의 지하는 철저한 비밀의 영역.

나는 벌쳐스가 마련해준 은신처에서 개인 정비를 취하며 다음 공격 목표와 계획을 수립했다.

다음 공격 목표는....

신서울 강남의 유니온 감찰국이다.


내 복수를 도와준 벌쳐스의 은혜에 보답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이 부패의 온상과도 같은 회사에게 받은게 많으니 난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으면 안돼....


벌쳐스의 사장이 비서를 통해 내게 전달한 유니온 감찰국 청사진과 요원 리스트를 쭉쭉 읽어보며 공격 계획을 세우던 중에 롱코트를 입은 긴 머리의 사내가 내 방에 들어왔다.

"흠..... 다음 공격 목표를 유니온 감찰국으로 삼으셨던데..... 어떻게 칠 생각이오?"

"아, ​당신이 이번 작전에서 내 파트너가 되어줄 트레이너란 사람인가보오?."


"나는 사장의 지시를 받아 당신을 도울 뿐이오. 하지만 당신을 제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면 난 바로 당신을 제거할 수 있소."


"사장이라는 자는 역시 무서운 사람이로군. 분명히 이번 작전이 끝나면 사장은 당신을 시켜서 날 제거하려 들겠지. 하지만 괜찮소. 나는 내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 준비되어있소. 이번 작전은 그간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오. 나를 거둬서 위상력이라는 이 놀라운 힘을 준 것도 모자라서 최첨단 장비와 은신처와 생필품까지 마련해준 사장의 은혜에 나는 깊게 탄복하고 있소. 난 고용주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오."


"역시.... 듣던대로군. 그대를 버린 특수 경찰 대대는 이번 사건을 통해 깊게 탄식할 것이 분명하오. 한 때는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던 사람을 가혹하게 내치다니....."

"그대는 명예가 뭔지 아나보오? 명예란 군인에게 있어서 심장과도 같소. ​그대는 내 가슴 속에서 뜨겁게 뛰고 있는 이 명예가 보이오? 국가는 날 버렸지만 난 아직 국가를 포기하지 않았소. 이번 일을 통해 국가가 크게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바뀔 수만 있다면 나는 뭐든 할 것이오."


"박 원사....."


"계급이 뭐가 중하오? 계급은 그저 장식에 불과하오. 가장 중요한건 실력이오. 지금의 군부는 그저 장식에 불과한 계급만 내세우면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오. 오늘 나와 같이 거사를 진행할 그대가 거짓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내가 똑똑히 지켜볼 것이오."

"알겠소."

간단히 대화 몇 마디를 나눠보았는데 난 트레이너란 자가 맘에 들었다. 분명 이 사람도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한 때는 나처럼 조국을 위해 무엇이든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었을 사람....

하지만 그의 목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저 차원 압력 발생 초커가 뭔가를 말해주는 듯 하다.

배신당했다고.


배신이라.....

정말이지 차가운 비수와도 같은 단어다.

배신......

배신만 아니었다면 오늘 내가 여기서 날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이 사내와 같이 내 사랑 신서울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가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을까?

나도 한 때는 정말 잘나갔었는데......

정말로.....



듣기 좋은 음악: 최강의 군단-Man Of War https://www.youtube.com/watch?v=zuMPSpw73GE


클로저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준비된 최종 결전 병기였던게 나였다.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의 특수 경찰 대대 파라-레스큐 팀장으로 임명되기 전, 나는 특수전 사령부 1공수여단의 특전 부사관이었다.

차원 전쟁만 아니었으면 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면서 국가에 해가되는 존재를 단숨에 덮쳐서 발톱으로 쥐어뜯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송두리째 모든 것을 앗아갔다.


전쟁은 우리의 알과 둥지를 전부 가져가버렸다.


알과 둥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젊은 독수리들은 전부 사냥당해버렸고, 남은 건 나처럼 늙고 초라한 독수리.


나는 내 아들, 딸과도 같았던 후배들이 전장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전쟁이 원망스러웠다.

전쟁 때문에 자랑스러운 독수리 여단의 대가 끊겨버렸다.

독수리 여단.....


지키고 싶었지만 지킬 수 없었던 나의 고향.....


전쟁이 끝나고 우리처럼 궤멸 수준까지 이르른 부대들은 없어지거나 통폐합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늙은 독수리들은 검은 베레모와 휘장을 내려놓고 자기 주특기를 살릴 만한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폐허가 된 이 나라를 다시 일으킬 원동력이 되어줄 젊은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특수 경찰 대대 파라-레스큐팀에 합류했다.  


특수 경찰 대대 파라-레스큐팀의 임무는 조국의 하늘을 수호하는 전투기와 건-쉽 조종사를 구출해 다시 하늘로 올려보내는 것이다. 

비록 나이를 먹긴 했어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터득한 지혜는 이제 막 하늘을 날아오르려는 젊은이들을 부상시키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파라-레스큐 팀 내에서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쪼르르 따라오는 사람이 많았다.


이 아이들 만큼은 꼭 지켜내리라......


그게 먼저 보낸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속죄가 되리라.....


그렇게 믿었지만.....


결국 나는 또 한번 곤두박칠쳤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그 때 참을 걸 그랬나?


왜 참지 못했을까?


나를 믿고 의지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정말 참았어야 했다.


그런데 참지 못했다.


왜 참지 못했냐하면......


우리 파라-레스큐 팀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물건을 갖고 장난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불량 낙하산 납품 사건이었다.


낙하산은 공수 부대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물건이다.


고공에서 적진 한가운데에 낙하산을 펼치고 내려와 자신의 소중한 생명과 맞바꾼 강력한 한 방을 정확히 꽂아넣어야 하는게 공수 부대의 임무이거늘....... 그런데 헌병단의 군수과장이 민간 협력 업체 [파란 날개]의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량 낙하산을 다량 구매했다.

오랜 실전 끝에 어느 낙하산에 내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지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로서 도저히 눈감고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곧장 헌병단 군수과로 찾아가서 군수과의 다른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군수과장에게 소리쳤다.

"야. 김인성! 이 인성이 개만도 못한 놈아!"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 한 방.....

퍽!

군수과장은 의자와 함께 뒤로 고꾸라졌다.

군수과장이 코피를 철철 흘리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날 쏘아붙이듯 말했다.


"야. 박 영감! 나이먹은 사람답지 않게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부사관 예우는 밥말어 먹었나? 게다가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노장에게 못하는 말이 없나보군?!"


"조용히 전역이나 할 것이지. 나에게 망신을 줘?! 이거 하극상인거 몰라?!"


"좋아, 그렇다면 정중히 예의를 갖춰서 다시 말하도록 하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군수과장 있을 자격도 안되는 이 개만도 못한 김인성 소령님아?!"


"이..... 이게....."

"​우리 얘들한테 불량 낙하산 줘 놓고 뒷돈 받아쳐먹으면서 군복을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마음 같아서는 당신이 우리 얘들한테 쥐어준 불량 낙하산을 당신한테 입혀놓고 상공에서 떨어뜨리고 싶은데, 이정도에서 끝나는 걸 다행인줄 알아야지! 부끄러운줄 알라고! 알겠습니까?!"


나는 그대로 군수과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퇴근하기 위해 내 자가용 코란도에 시동을 걸고서 헌병단 위병소를 빠져나왔다.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어....어?"


난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던 것은 차량 조수석 바닥을 굴러다니는 뚜껑 열린 수면탄이었다.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봤는데 나는 어떤 창고 안에 갇혀 있었다.


"크윽,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 때였다.

창고 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당할 것만 같아서 좋은 방도를 떠올리는데 내 발치에 유리병 조각이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손 뒤로 케이블-타이가 묶여진 채로 감금되어있던 상황이었는데, 유리병 조각에 손가락이 찢어져 피가 흘리는 와중에도 아픔을 참고 손을 뒤로해서 케이블-타이를 끊어냈다.​

케이블-타이를 끊어내고나서 나는 유리병 조각을 들고 구석으로 가 숨어있었다.

잠시 후, 창고의 셔터문이 열리더니 사냥용 더블-배럴 샷건을 든 남성​ 한 명과 권총을 든 남성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내가 사라진 것을 알고서 창고 곳곳을 이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코너에 몰리기 전에 내가 치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유리병 조각을 던져 소음기 달린 권총을 든 남성 한 명의​ 목에 정확히 꽂아 넣었다.

기습에 놀란 남성 두명은 사방에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나는 재빨리 와인이 담긴 오크통 뒤로 숨어서 타이밍을 쟀다.

물론 내 손엔 유리병 조각 맞고 쓰러진 남자의 권총이 들려있었다.


난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전략을 짰다.

"더블-배럴 샷건은 두 발의 산탄을 한꺼번에 뱉는 총. 분명히 다음 두 발을 장전하는데 시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긴 재장전 시간은 기관권총을 든 사내가 커버하고 있단 말이지...... 어떻게 한다..... 아, 그렇구나! 여기는 술창고야! 보아하니 2층 구조로 되어있는 것 같은데 우선 내가 샷건 든 떡대를 바닥에 굴러다니는 와인병 던져서 기절 시켜놓고 재빨리 계단을 타고 올라가 술통을 저 녀석들 머리 위로 던져버리면 죽진 않겠지만 놈들은 술로 진하게 목욕 한 번 해서 취하겠지. 그 틈을 노려 나는 정확히 놈들 머리 위에서 정확히 정수리 한 가운데에 총알을 박아 넣어야 겠다."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우선 바닥에 굴러다니는 와인병 하나를 집어서 샷건을 든 남자의 머리를 맞춰서 제일 큰 위협을 제거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이 남자가 이마에 피를 철철 흘리고도 끈덕지게 버텨내고 바로 제압 사격을 펼쳤다.


"끄악!"


난 그 순간 내 왼쪽 팔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지체할 틈이 없었다. 나는 뜯겨진 왼팔 자리를 붙잡고 계단 타고 올라가 계획대로 놈들 머리 위로 2층에 있는 술통을 있는대로 넘어뜨려 밑에있던 놈들을 술 기운에 절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권총 세례.....


퓩! 퓩! 퓩!

나는 세 명이 바닥에 널브러진 것을 확인하고 밑으로 내려왔다. ​


그리고.... 시체를 확인했는데.....


아니?!


나와 파라-레스큐 팀 제자들을 물먹였었던 김인성 소령과 그의 부하들이 아니던가?!


망했다......


그 때였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헌병들이 일대를 포위했다.

아니야.... 나는..... 나는........ 범죄자들을 단죄한 것 뿐이라고!

헌병들은 점점 사건 현장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떡하지..... 자수할까?

그래....

자수하면 살 수 있다.

자수만 하면......

하지만.....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크헉!"


마지막으로 봤던건....  예전에 나의 파라-레스큐 팀의 부팀장으로 있다가 수사과의 수사관 자리로 인사 이동을 명령 받았던 내 애제자 김인준 중사가 눈물을 흘리며 부하들에게 사격을 중지시키고 무전으로 상황 종료를 보고하는 모습이었다.....




듣기 좋은 음악: Oblivion https://www.youtube.com/watch?v=TdoQGYdMGX4



3개월이 지나고 나는 국군 수도 병원의 특별 병실에서 깨어났다.

잘려나간 왼쪽 팔은.....

돌아오지 못했다.

잘려나간 왼쪽 팔을 대신해서 오른쪽 손이 침상 다리에 수갑으로 묶여있다....


"하......."


의식을 되찾고나서 보름 정도의 안정 기간을 가진 나는 2~3일 동안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헌병단 영창에 10일간 구금되어있다가 군사 재판을 받게 되었다. 나에게 내려진 판결은..... 이등병 불명예 전역 및 연금 박탈...... 


사형수 신분으로 남은 여생을 육군 교도소에서 보내야될 내가 이정도 선에서 끝난 이유는 내가 군에 있으면서 군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난 그대로 실업자가 되었다.


심지어 상이 군인이자 전과자......


어디에도 나를 써줄 사람이 없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에게 남은건 국가로부터 받았던 훈장과 표창....... 그 뿐이었다.


하루하루가 고달팠다.


하루하루가 내 인생에 있어서 지옥과도 같았다.


가족이라도 남아있으면 좋겠는데 내 꼬라지 보고 싶지 않다고 아내와 이혼 당했다.


아이들도 아내 친정으로 가버린 뒤로 두번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특전사 1공수여단, 수방사 헌병단 특경대 파라-레스큐 팀에 있을 때 만났던 지인들에게라도 연락이 왔으면 좋았겠는데 지인들 마저도 연락하지 않았다.


난 혼자가 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는데 바로 벌쳐스였다.


벌쳐스는 잘려나간 팔 자리에 최첨단 의수를 달아주고, 재활 훈련을 무상으로 지원하여 나를 다시 정상인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전역하고나서 줄어든 근육과 체력을 강도높은 피트니스로 다시 복구시켜주고, 위상력이라는 축복받은 힘을 선사하고, 최첨단 장비와 은신처와 생필품을 제공해 나를 버렸던 수방사 헌병단에 복수할 기회를 주었다.


난 그간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


은혜갚기는 4일 뒤에 시작된다.


그 때까지 예방 정비와 몸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조금만 기다려라......




[4일 뒤...]


듣기 좋은 음악: STAR-CRAFT 2-Berserker https://www.youtube.com/watch?v=ZXI4X9EW3KU



4일 뒤, 유니온 감찰국에 40대 남성 시신이 하나 들어오게 된다.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서 시체실로 사건 담당 부검의가 호위 클로저 3명을 대동해서 시신이 든 더블-백을 열어보는데.....


더블-백이 열리기 무섭게 부검의의 목구멍에 총알이 꽂혀버렸다.


그리고 시신이 더블-백에서 벌떡 일어나 부검의 곁을 지키던 클로저 3명에게 소음기가 부착된 권총으로 머리에 2발, 가슴 1발을 꽂아넣고 더블-백이 놓여있던 침상에서 내려온다.


죽은 상태로 알고있던 남성 시신의 정체는.... 바로 나였다.


나는 시체실의 6번 컨테이너를 열었다.


거기에는 내 옷과 장비들이 들어있었다.


먼저 침투해있었던 벌쳐스의 처리부대 대원들이 준비해놓은 것인데, 나는 권총을 내 의수 안에 다시 집어넣고 서둘러 옷과 장비를 챙기고 시체실을 빠져나왔다.


시체실을 빠져나온 나는 슈츠의 클로킹 기능을 가동시켜놓고 행동에 돌입했다.


텔레패스 능력을 가진 클로저와 위상력 감지 기능을 가진 감시 카메라를 조심하면서 나는 지하 차고, 기계실, 유류 탱크, 식량 창고, 전산실, 상황실 순서대로 폭탄을 설치했다.


"순조롭군."

이어서 나는 유니온 신서울 지부 감찰국장실에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서 슈츠의 바이저로 감찰국장실 내부를 스캔해 사전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이상 없다고 판단, 의수 안에서 암호 해독 장치를 꺼내 전자 도어-록을 따고 감찰국장실에 들어왔다.


그 순간.....


쾅!


지하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들렸다.


"뭐지? 나는 폭탄을 누른 적이 없는데?!"


그 때였다.


감찰국장실 창문으로 총알이 날라왔다.


탕!


"크-읏!"


나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왼쪽 다리를 관통당했다.


"설마! 트레이너~!"




[건너편 건물 옥상]



"티나, 여전히 실력은 훌륭하군. 다음은 저 사내의 슈츠 동력원을 찾아내 파괴하도록 해라."

"알겠다, 교관."


철-커덕!


탕!



[감찰국장실]



"끄아아아악!"

복부를 관통당하자 뚫린 구멍을 통해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슈츠의 동력이 꺼졌다.

​그 순간, 감찰국장실로 유니온의 감찰국의 경비대원들이 C-4 블럭으로 감찰국장실 문을 파괴하고 돌입해 들어왔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넌 끝났어! 당장 무기 버리고 항복하라고!"

"드디어 잡았구나! 이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끝인가........

그때였다.​

"잠깐만요! 기다리세요!"


뭐지..... 저 은발의 미소녀 클로저는? 어디서 낮이 익은데?


"오세린 요원님, 물러나십시오! 여긴 위험합니다!"

"요원님 앞에 한​ 발자국도 발 못 붙인다! 각오해라 테러리스트!"

뭐....?

오세린?

오세린이라고?

설마.....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차원 전쟁 때 부상을 입고 전역한 ​내 애제자 오미경 하사의 딸이 어떻게 여기에?

"아저씨..... 아저씨 맞죠? 건이 아저씨 맞죠?"

"세린이..... 세린이 맞니?"

"아저씨가 시체실에 폭탄을 터뜨린 범인이었어요? 전 믿어요. 아저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맞죠?"

"세린아.... 그게....."​

"오세린 요원님, 여긴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어서!"

"아저씨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미안하다.... 세린아......"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품속에 감춰놓았던 기폭 장치를 떨어뜨렸다.

그걸 본 세린이는 오열했다.

"안~돼! 아저씨! 안돼요! 아저씨가 테러리스트라니! 안돼요! 그럴리가 없어요! 아저씨가 어떻게....."


내가 기폭 장치를 떨어뜨리기 무섭게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화력을 퍼부었다.


투타타타타타타!


"안~돼! 건이 아저씨! 건이 아저~씨!"




[에필로그]


듣기 좋은 음악: 태극기 휘날리며 ost https://www.youtube.com/watch?v=7psu1717afY

"​앞에 총!"

척-!​

"조준!"

척-!

"격발!"

탕!

"격발!"

탕!


"받들어~ 총!"


"단! 결!"


"차원 전쟁 당시, 특전사 1공수여단 3특전대대 2지역대 1중대 폭파 담당관으로서 아군의 진로 개척과 적 거점 폭파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셨던 박건 원사님은 특전사 1공수여단 해체 직후,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특경대 파라-레스큐팀으로 넘어가 적진에 고립된 아군의 전투 항공기 조종사 구조 임무에서 항상 최선봉을 맡으셨습니다. 박건 원사님에게 나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하셨죠. 47세라는 군인 황혼기의 나이에 불구하고도 항상 후배들의 안전과 팀의 화목을 최우선으로 두고 모든 임무에서 노령의 나이에도 항상 최일선을 고집하며 투지를 불태우던 박건 원사님은 부정부패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경유착의 표본으로 남은 불량 낙하산 납품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당시 부패의 온상이었던 벌쳐스는 계열사를 통해 고액의 뇌물을 그 당시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의 군수과장으로 있었던 김인성 소령에게 전달하고, 고액의 뇌물을 받은 김인성 소령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불량 낙하산을 비싼 값을 주고서 사들였습니다. 불량한 낙하산은 공수 부대에게 있어서 재앙의 씨앗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박건 원사님은 팔을 걷어 붙이고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으나, 벌쳐스의 협박이 두려웠던 김인성 소령과 그의 부하들에게 납치되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박건 원사님은 살아남기 위해서 부패한 군인들과 용감하게 싸웠으나, 결국 돌아온건 불명예였습니다. 그 당시 사건을 맡았던 김인준 중사는 박건 원사님의 애제자 중 하나였으나 박건 원사님이 저항하던 중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버지인 김인성 소령을 죽이게 되자, 복수심에 박건 원사님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시켰고, 그 결과 박건 원사님은 모든 것을 다 잃고 외로운 늑대가 되어 폭탄을 들고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불쌍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 자리에서 저를 친딸처럼 키워주시던 박건 원사님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박건 아저씨! 보고싶어요! 돌아와요! 박건 아저씨....흑흑흑....."

벌쳐스가 그동안 저지른 비리가 드디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된 날이 왔다.

바로.....


헤카톤-케일 부활 프로젝트였다.


헤카톤-케일 부활 프로젝트가 구로구 난민촌의 난민들에 의해 미디어로 온 세상에 드러나지고 난 이후, 벌쳐스를 대상으로 강도높은 조사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벌쳐스가 박건 원사의 인생을 망쳐 놓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간 박건 원사를 원망하며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박건 원사의 유가족들과 1공수여단 전우와 파라-레스큐 팀의 대원들은 오세린 요원의 영결문 낭독이 끝나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보..... 미안해......"

"아버지..... 못난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크흑흑흑...."

"건아..... 이 못난 친구를 기억 속에서 영영 잊어다오."

"선생님...... 찾아뵙지 않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고..... 박 서방..... 내가 미안하네..... 정말 미안해......"



외로운 늑대가 되어 돌아온 박건 원사였지만, 그는 이것 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군인이 가져야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뜨거운 명예를.


이 날, 못난 자들은 잘난 자를 위해 목놓아 통곡했다.


2024-10-24 23:19: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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