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서울. 폐허가 된 강남 시가지.

 -G타워 옥상.

 2020년 7월 25일.  -10 : 29 P.m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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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린 강남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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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재난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강남 거리는 움푹 패인 구멍과 균열이 가득한 도로들, 타다가 남은 차량들과 인파의 잔재, 그리고 인기척 없는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건물 파편, 사람들이 급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 급하게 버리고 간듯 아직 포장을 채 뜯지도 않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상품들. 그것들을 공허하게 밝히고 있는 거리의 불빛. 마치 강남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도시의 화려함만 남고 사람의 생기와 온기가 사라진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를 한껏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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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변해버린 강남 시가지를 한 빌딩 위에서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불곰을 연상 시키는 우락부락한 팔뚝과 어깨, 그리고 큰 몸집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다소 유치해 보이는 검은 동물 복면을 쓰고 어둠과는 대조되는 환한 조명을 머리위로 받으며 팔짱을 낀 채 강남 시가지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에 그림자가 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의 표정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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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남자 옆으로, 다른 남자가 걸어왔다. 복면을 쓴 남자보다는 덩치가 조금 작지만, 만만치 않게 우락부락한 남자였다. 검고 짧은 머리칼을 가진 그 남자는, 머리칼에 가려진 한쪽 얼굴에 흉터를 가지고 있었으며 날카롭고 깊은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회색조의 편한 양복을 입은 그는, 바지주머니에 양 손을 넣고는 천천히 복면을 쓴 남자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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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인 게이트의 폭주를 막으셨군. 잘해 주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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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숨을 돌린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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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쪽 대원들도 아스타로트 웨폰, 맘바를 처리한 모양이오. 곧 귀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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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는 그대로 복면을 쓴 남자 옆에서 강남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약간의 감격이 깃든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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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로 우리는 홍시영 씨의 계획을, 그리고 공포의 시대가 도래하는 걸 막은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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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복면을 쓴 남자는 약간의 불편한 기색으로 헛기침을 뱉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검은 머리칼의 남자는 복면을 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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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 표정이 안좋으시군.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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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동안, 복면의 남자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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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너 씨. 아니,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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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조심스럽고 침착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경영진들에게서 연락이 왔어. 현시간 부로, 내가 벌처스 사의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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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축하드리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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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축하하는 말을 건네고, 트레이너는 조용히 복면의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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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으로서 내리는, 첫 번째 지시이네.

  벌처스는, 이제부터 처리부대를 소유하지 않을 걸세. 즉, 해고라는 이야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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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의 이야기에 트레이너는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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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갑작스럽군. 그럼 처리부대의 부대원들은 어떻게 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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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약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한 채 계속 복면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복면의 남자는 여전히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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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은 유니온이 다시 관리하기로 했지.

 자네들, 늑대개 팀을 '제외' 하고는 말이야...

 현재, 각국의 정부들과 유니온이, 자네들 늑대개 팀에게 수배령을 내린 상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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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배령. 그 말을 듣는 순간, 트레이너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곧바로 잔뜩 경직된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복면의 사내를 획 돌아보며, 다소 격양된 말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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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하셨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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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를 바라보며, 복면의 남자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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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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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태로, 똑같이 치부가 드러난 유니온과 각국 정부들이 손을 잡은 거야.

한때 알력 다툼을 하던 그들이, 이제 서로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한편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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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면의 사내는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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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분에, 벌처스도 유지될 수 있게 되었어. 비록, 예전같은 힘은 가지지 못하겠지만 말이네.

 다만, 손을 잡은 유니온과 각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은폐하려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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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환으로, 이번 계획을 폭로하고 저지해낸 자네들을 제거하려 하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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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무거운 한숨이 섞인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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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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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를 보며, 복면의 사내는 다시금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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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정부 소속의 요원들이 이곳을 다녀갔네. 그리고 사태의 목격자 중 하나인 오세린 씨와, 케롤리엘 씨의 기억을 소거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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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소거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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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플레인 게이트의 폭주를 막고 돌아왔을 땐, 이미 소거가 끝난 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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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녀들은 기억 소거를 끝나겠지만, 늑대개 팀은 아니네.

 즉, 유니온과 각국 정부들은 자네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네. 내 힘으로는, 자네들을 도망치게 하는 게 한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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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실이 미안하고 또 슬퍼하듯, 복면의 사내의 목소리가 약간 침울해 져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다시 차분함을 되찾고,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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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니 어서 도망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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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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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동안 복면을 쓴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트레이너는,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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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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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잠시 실신한 것처럼, 고개를 하늘로 올리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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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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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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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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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보고 놀랐는지, 복면의 남자는 놀란 듯한 의아함과 놀란 표정으로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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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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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동안 그렇게 크게 웃던 트레이너는, 복면의 남자가 부르자 웃음을 거두고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감싼 뒤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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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거 실례했소. 너무 웃겨서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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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시영 씨가 했던 말중에, 옳은 말도 하나 있었군.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바보가 된다는 말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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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이것이, 개가 아니라... 늑대를 선택한 대가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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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동안 그런 그를 바라보던 복면의 남자는,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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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어쩔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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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도망칠 거요. 늑대답게, 사냥꾼을 피해 도망다닐 것이오. 그리고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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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럼과 동시에, 중압감과 함께 한기가 주변 공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복면의 남자는 트레이너의 말을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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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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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에게 질문하는 복면의 남자를 바라보며, 트레이너는 자신의 목에 있는 개목걸이 같은 목걸이를 잡아보였다. 그의 손에 핏줄과 힘줄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날아온 질문에 대해 의미심장하고도 깊은 한 마디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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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사냥꾼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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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선언과도 같은 한 마디에, 차디찬 강남의 밤바람이 우우 소리를 내면서 지나쳤다. 그가 그 말을 남긴지 얼마되지 않아, 그 자리에는 차디찬 바람만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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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우리의 고난은 시작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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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히 속을 것을 알면서도, 이용당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유니온과 세계를 다시 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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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팀을 따라서 열려서는 안되는 문을 막았고, 그렇게 두 세계를 지켜냈어요.  

​하지만 제게 돌아온건 끝없는 증오와 배신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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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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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리고 제 팀은 또다시 배신당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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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 번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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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당신들의 위선과 거짓, 그리고 악행에 대해 억만겁의 철퇴를 내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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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남김없이... 제 앞에 무릎 꿇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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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죄값을 치르게 될 거에요....

 반드시...이 원한을 되갚아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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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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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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