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CUBE 1. 껍데기

Sehaia 2018-03-31 5

나도, 특별해지고 싶었어.”

 

괴물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싶어 했던 소녀의 말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이런 내가 이상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힘, 난 고맙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내게서 친구를 앗아갔다. 유년기를 회색으로 덧칠해주었다. 내 손을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의 피로 더럽혀주었다. 어른들의 기대를 멋대로 내 어깨에 지웠다. 이런 걸 인정하고 살아간다는 건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유하나와 나는 서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겠지.

 

인간으로 돌아온 걸 환영해. 네가 그걸 바랐는지는......모르겠지만 말이야.”

 

아저씨가 유하나에게 이 말을 건네는 그 순간에도 난 유하나를 이해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그 노력은 불꽃이 닿은 물거품처럼 의미가 없었다. 가까스로 차린 정신을 부여잡으며 우리를 노려보는 걔를, 난 그 순간에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인식명 엠프레스 코쿤에서 유하나를 다시 꺼낸 그 날 저녁, 우리는 말이 없었다. 학교를 이런 난장판으로 만든 게 애쉬, 더스트 남매와 그 뒤에서 협력하던 유하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학교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우호적으로 다가온 누군가가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황토색 학교 벽돌은 회색빛으로 그 색을 덧칠해갔다.

 

유하나를 구해낸 것 자체에는 후회도 없다. 그게 올바른 일이라며 팀원이 만장일치로 결론 내리고 행한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우리를 비난하던 유하나의 모습은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소한,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 싸운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저씨는 그런 상황에 익숙했을 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아니, 이슬비와 서유리, 미스틸은 그 상황에 전혀 내성이 없었다. 단단한 껍데기를 부수고 애벌레처럼 기어 나왔던 유하나는 자신의 모든 추함이 우리 때문이라는 듯이 우리를 비난했다.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유하나는 증오를 여과 없이 내비쳤다.

 

그 때, 난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있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우리 힘을 혐오했던 갈색머리 여자애를 문득 떠올리고 있었다. 비수같이 날아와 심장을 쥐어짜낸 그 말은 제발 말하지 말아줬으면 했던 세간의 시선이었다. 어쩌면 다른 팀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너희는 괴물이야.’

 

그런 묵직한 분위기가 답답해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른 팀원들은 침울해진 상태로 교무실에 남아있었다. 먼저 일어난 나를 따라서 일어나려고 한 팀원은 없었다. 그것이 내가 더더욱 빠르게 교무실에서 멀어지게 했다.

벌써 여름 특유의 툽툽한 무게의 공기가 한 가득한 운동장에는 은은하게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흘끗 돌아본 반파된 학교는 보는 것만으로도 여기서 일어난 참상을 생생히 전달했다. 간간이 내가 부숴놓은 흔적도 보였다. 알아보기는 쉬웠다. 유독 시커멓게 그슬린 자국이 크게 보인다면, 그곳이 내가 부숴놓은 곳이었다.

 

기껏 받은 휴가 동안에 학교를 지키러 온 보수가 이딴 거냐.

운동장 한 복판까지 멀리 튕겨 나온 눈치 없는 교실 벽돌을 하나 집어 들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어둑어둑한 밤을 밝히는 달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던진 돌은 소리도,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그 뒤를 내 고함이 따랐다.

 

그딴 걸 누가 몰라!”

 

어려서 위상력에 각성한 이후로, 평생 동안 안고 온 말이었다. 근 몇 달 동안 이슬비와, 서유리와, 아저씨와, 미스틸과 만나서 잠시 동안 잊고 있었던 말이었다.

우정미는 부모를 차원종에게 잃었다. 그런 걔로서는 위상력을 가진 우리나 차원종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지도 모르겠다. 식칼을 든 살인마를 본 사람이 요리사가 손에 쥔 식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뻔한 거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나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건 솔직한 심정.

엄마는 내가 괴물이 아니라고 했지만, 난 내가 차원종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을 멈춘 적은 없었다. 답을 찾았는지는 별개의 질문이지만.

 

문득 내려다 본 내 손을 익숙한 무게가 짓누르고 있었다. 건블레이드였다.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나와 버린 모양이었다. 벽돌을 집어던질 그 때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벽돌과 함께 내던져버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으나,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멍청하게 서 있었다.

어느 새부터인가 이걸 쥐고 있는 게 당연하게 바뀌었다. 팔을 적당히 내리누르는 무게감. 조금만 힘을 주어도 차오르는 열기가 머리를 차갑게 만든다. 그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팔을 휘둘러봐도 별 위화감이 없다. 오히려 내 팔이라도 된 것같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건블레이드는 언제라도 무언가를 베어버리겠다는 듯이 날카롭게 위상력을 머금고 있었다.

 

뭘 새삼스럽게. 어차피 부수고 태우는 데 특화된 위상력이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이 쓸데없는 잡념을 떨쳐내기 위한 무언가다. 건블레이드는 내 손에서 떼어내 몸과 팔 사이에 적당히 끼워 넣는다. 내 손에는 이런 무기가 들려있을 자리는 없다.

이럴 때 할 만한 거라곤 정해져있다.

 

게임이나, 할 거야,”

 

오늘 밤은 조금 깊어질 것 같으니,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나 할까. 어떤 걸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내 상황보다는 웃을 만한 스토리일 테니.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교실을 찾아들어가 책상 몇 개를 나란히 이어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교실 벽면에 걸린 커튼을 멋대로 뜯어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간이침대 완성이다. 어차피 뒷수습 때문에 오늘 집에 보내주진 않을 거라고 그랬으니, 잠깐이라도 편히 쉬자. 커튼을 물어내라고 하면 어쩌지 라는 속물적인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지만, 그럴 리가 없다며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어차피 다 망가진 학교, 조금 더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별 일은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푹신하게 만든 침대 위에 드러누워 평소 상시 휴대하는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 자고로 스마트폰과 휴대용 게임기는 푹신한 곳에서 누워서 하는 것이야말로 제일인 것을. 눈 나빠지는 건 위상력 가진 사람들에게는 인연도 없는 얘기다.

 

전원이 들어온 게임기의 화면이 그렇게 안심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내가 몰입했던, 몰입해도 될 세계라는 걸 알려주는 하얀 빛이 반가웠다. 그러나 이윽고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몰입하려고 했던 게임의 조작감이 약간 어색했다. 분명 요즘 게임할 시간이 좀 줄어든 건 맞지만, 그렇게 감각이 퇴화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진 나머지 평소 같았으면 하지도 않을 실수를 연발하다가 ‘GAME OVER’가 화면을 가득 채웠을 땐 내 집중력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인게임 스토리 한 챕터를 끝낼 때까지 그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깐 쉬려고 눈을 붙인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

 

어쩐지, 게임기가 너무나도 가볍게만 느껴졌다.

어쩐지, 가벼운 게임기가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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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몸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걸 보신 학원 선생님이 주말엔 자습 나오지 말라고 하셔서 소설을 썼습니다.(양심 ㅇㄷ)

아마 이번 에피가 클저에 올리는 마지막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이후로는 더욱 빡세게 공부해야 될 거라서요. 그나마 지금이 제 건강과 취미를 약간이나마 챙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나름 신경써서 쓰겠지만, 한동안 시도, 소설도 안 쓰고 있었더니 필력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번 에피는 제목 보시면 알겠지만 정식요원 승급입니다. 제 불안정한 정신이 글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며, 짧.지.만.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의 눈물을 훔쳐갈 수 있는 도둑놈이 되보도록,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모쪼록 중간에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도 빌어주시길. 


댓글로 응원해주신 rold님, 환상향의초요괴탄두님, CODENUM03님, li라임il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10-24 23:19: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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