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하얀 날개를 가진 아이 (上)

꽃보다소시 2018-03-2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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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의 사건이 끝난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 사건이 끝나간 직후에 지고의 원반이라는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이 엄청난 빛을 뿜어대며 날아다녔다. 그게 뭔지 확인 하려고 다가간 리더.. 였던 이슬비는 그 이상한 원반에 손이 닿자마자 그 원반과 같이 사라졌다. 그 뒤로는 2년이 지났어도 이슬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니온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슬비를 잊고 없는 사람 취급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직도 이슬비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정작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본 적도 없고 이슬비 얘기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에 한번 씩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슬비는 지금 어디있을까..?'


.
.

"세하야..!!"

"어..? 서유리?"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회의실 창고에 필요없는 게 많아 보여서... 좀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하려 했지!"

아까부터 계속 불렀다는 건 아무래도 내가 멍때리고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창고 정리는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 알았어."

"근데 세하 너 뭘 그렇게 열심히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고기가 먹고 싶구나...?!"

"내가 넌줄 아냐.."

서유리는 언제나 생각하는 게 단순하다. 뭐 어찌됐든 나는 서유리의 부탁으로 몇달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아 먼지의 소굴이 된 회의실 창고로 들어가게 됐다. 

"먼지 참 많네.."

갑자기 왜 이 방의 물건들을 정리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전구 하나 켜지지 않은 깜깜한 창고안에 불부터 켜고 아무거나 눈에 띄는 서랍 하나를 열어보았다. 

"쓸데 없는 게 많긴 하구나..."

정말 버릴 게 많았다. 날짜가 훨씬 지난 고기집 할인 쿠폰이라던지, 내용물 없는 약 봉지라던지, 잉크를 다 쓴 볼펜이라던지, 도대체 언제적 물건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쓰레기들만 들어있는 서랍속에서 뭔가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으니..

"어..?"

유니온 클로저 요원증이었다. 처음엔 우리 팀원 중 누군가 여기에 놔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 요원증의 주인은..

"이..슬비..?"

2년 전 이것만을 남기고 사라진 슬비의 요원증이었다. 이렇게 누추하고 거의 버릴 것들 밖에 없는 서랍 속에 슬비의 요원증이 나왔다. 잊혀져버린 슬비를 아예 숨겨서 감춰버리려는 건지, 신서울을 구한 클로저의 요원증을 보관해두었는지 그 아무도 이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 요원증이 여기에 있는지 그런 의미를 알고 싶은게 아니라 이슬비가 어디로 사라진건지,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는지 그게 더 궁금할 뿐이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내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쯤이었다. 

"세하형?"

"어.. 미스틸..?"

"형이 하도 안나와서요.. 근데 그 카드는 뭐에요?"

"어.. 그게."

"우와 예쁘신 분이다..! 유니온 전직 클로저 요원증인가요..?"

"뭐..?"

미스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지금 내 눈앞에 이 아이가 슬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내가 잠시 잘못 들은걸까.

"미스틸.. 그게 무슨소리야. 얘 이슬비 잖아?"

"네? 이름은 거기 써져 있어서 알겠지만.. 전 이 분 뵌 적 없는데요?"

"그... 그런.."

"아, 그것보다 세하형! 유리누나가 빨리 정리 끝내고 나오래요! 농땡이 부리면 가만 안둔다고 했어요!"

일단 슬비 요원증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시 쓰레기들만 정리를 시작했다. 나중에 시간내서 유리나 제이아저씨한테도 슬비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정말 다른 사람들도 기억 못하는 걸까?'

...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피곤에 휩쓸려 침대에 바로 널브러져 버렸다. 청소 중 한명 씩 한가할 때 다가가서 이슬비에 대해 물어봤지만 제이아저씨도 유리도 슬비를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팀의 리더였던 이슬비를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다. 유리한테는 '우리팀의 리더였잖아!' 라고 외쳤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말은 '검은양팀의 리더는 너잖아.' 이 소리였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뒤엉켜버린거야."

잠시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손에 전화를 들고 연락처로 들어가 이슬비의 번호를 눌렀다. 과연 그녀는 전화를 받을까? 내 마음 깊은 곳 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뚜루루- 뚜루루-



전화를 건지 1분이 다되어 가지만 쉴새 없이 통화연결음만 흘러나오고 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툭


예상은 했지만 슬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희망이 보였다. 그렇게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사라지고 2년동안 쓰이지 않은 그녀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린다는 것. 이젠 다른 사람 번호 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많은 희망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0.1%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밤 8시가 넘어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윗옷을 챙겨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가 지금 이 근처에 있는지, 나와 같은 세상에 있는건지, 있었다면 어떻게 된건지.. 내 머릿 속에 있는 궁금한 것 모든것을 다 물어보고 싶다. 시간이 늦었어도 난 괜찮았다. 

그 동안 나와 함께했던 리더를... 한번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




"하.. 여긴가?"




예전에 그녀가 살았던 집으로 도착했다. 2년전 그때만해도 슬비처럼 환하고 밝은 색깔의 집이었는데 이젠 많이 달라졌다.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는 집처럼.. 그리고 뭔가 차원종 비슷한 괴상한 생명체들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변해있었다. 이게 과연 내가 알고있던 그녀가 살던 집인가.. 도착하자마자 30초정도는 혼자서 멍때리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걸까.


"!!"


근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들리는 소리가 사람 소리는 아니었다. 이 정체불명의 소리는...


"크아아아...."


차원종의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이 근처에 차원종이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틀림없이 귀에 살며시 들리는 이 소리. 틀림없는 차원종의 울음소리이다.



그 울음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봤더니 역시나 그곳에 차원종이 기묘하게 서있었다. 지금 무기가 없는 나는 공격을 할 수 없다. 애초에 요즘은 차원종이 많이 나타나지 않아서 작전시간 이외엔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

크기도 꽤 크고 괴기하게 생긴 정체불명의 차원종이 눈 앞에 바로 있어도 공격하지 못하는 나였다. 이대로 여기서 죽는걸까?

서서히 다가와 지근거리에 도달한 차원종은 괴기하게 꺾여있는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려 했고 도망갈 곳도 방어할 방법도 없는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가만히 이 차원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 생각에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여기서 죽는걸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죽어가기 직전에 나의 가장 큰 미련이라면 사라져서 지금까지 모습 한 번 드러내지 않은 그녀를 만나지 못한거다. 그게.. 가장 서글펐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내뱉은 한 마디...

"슬.. 비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을 빼고 불러본 그녀의 이름이었다.


.
.
.


눈을 감고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려던 순간, 쾅 하고 차원종과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나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픔을 느낄새도 없이 죽은걸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걸 보면 죽은 것 같진 않았다. 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눈을 감고 있던 3초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내 눈앞엔..

엄청나게 반짝이는 빛을 내뿜고 있는 키가 작은 여인 한명이 서있었다. 그녀는 금발머리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여린 소녀처럼 보였다. 그 소녀는 내 눈앞에 있던 차원종을 단숨에 쓰러트렸고 그 쓰러진 차원종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어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겠지?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녀는 아무말도 없었다. 아무말을 안하는 대신 뒤를 돌아 내 쪽으로 바라보았다. 파랗고 금빛이 섞여있는 눈동자, 왠지 모르게 누군가와 닮은 얼굴.. 그 곳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의 이슬비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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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벌써 3번째 명전 가다니.. (넥슨 플레이 알람으로 알았습니다,,)
이 난장판 속에서도 제 글을 읽어주시고 추천 눌러주시는 모든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원래 이 소설은 딱 한 편의 단편이었지만 뒷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상,하로 나뉘게 됬어요..!
하편도 될 수 있으면 빨리 다시 쓸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2024-10-24 23:19: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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