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2부 7화) - 이블레스 (1)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3-2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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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핀에서 돌아온 뒤, 시간이 지나 그 프레이먼이 말했던 3일 중 어느새 2일째에 접어든 상태였다. 그 프레이먼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으나 한 종족 전체는 물론이고 그들이 사는 행성 하나를 통째로 점거했다면 그 외의 다른 종족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모든 종족들에게 알리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메테우스는 이 일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이번 일을 알고 있는 것은 메테우스와 함께 라이핀으로 갔었던 이세하, 그리고 자신의 7권속인 7명, 그 외에는 알고 있지 않았고 또한 메테우스는 이 8명에게 다른 자들에게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메테우스 본인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어떤 행성에 홀로 몸을 앉히고그곳에서 이틀 동안이나 멍하니 주변 풍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메테우스 님, 아직도 여기에 계신 겁니까."


메테우스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카나트가 찾아와 메테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충성을 다해왔던 측근인만큼, 카나트의 입장으로서는 그런 메테우스를 계속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카나트의 걱정에도 메테우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반응조차 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메테우스는 작은 목소리로 카나트에게 물었다.


"카나트, 여기가 어딘지 기억하고 있느냐?"

"...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과거 우리 프레이먼들은 이곳에서 살고 있었지. 허나, 그날 이후 이곳은 생명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졌고 결국 우리 프레이먼들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메테우스와 카나트가 있는 행성은 사실 메테우스를 비롯한 프레이먼들이 지구에 찾아왔을 때보다도 과거, 불의 성역 이전에 살아가고 있었던 행성이었다. 불의 성역과 비슷한 환경, 지형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었으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 행성은 더 이상 생명이 계속 살아갈 수 없을만큼 황폐해졌다.

대지는 운석들이 수도 없이 내리찍힌 것처럼 크고 작은 크레이터가 지평선 너머까지 줄지어 있었고, 그 갈라진 틈에서는 오염될 대로 오염이 된 유해한 마그마가 분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기는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것 같은 검은 먹구름들이 행성 전체를 뒤덮고 있었으며 그 먹구름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번개가 내리쳤다. 지금 프레이먼들이 살고 있는 불의 성역과는 완전히 다른, 이른바 죽음의 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행성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에 이 행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은 당시 이 행성에서 다른 프레이먼들과 함께 살고 있었던 메테우스와 7권속의 7명만이 알고 있었다.

아무튼, 메테우스는 그 당시의 일을 떠올려가며 말을 이어갔다.


"잃은 것이 이 행성 하나였다면 괜찮았다. 그러나 잃은 것은 너무나 많았었지...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 그런 비극을 겪고 나서 나는 더 이상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녀석과의 인연을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끊어지지 않는구나. 나는 두렵다. 그 녀석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또 다시 그때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운 거다."

"메테우스 님..."

"말이 조금 길어졌구나. 카나트, 이만 물러가다오. 내일까지는 이대로 혼자 있고 싶구나."

"... 알겠습니다."


카나트는 메테우스에게 경례를 하고 불의 성역으로 통하는 차원문을 열었다. 그런데 카나트는 차원문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었을 때,


"카나트, 돌아가기 전에 한 가지, 내 질문에 대답을 해다오."

"예,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메테우스는 카나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답을 해달라고 하였다. 카나트는 언제나 그렇듯 메테우스의 말에 따라 어떤 질문을 받든 대답을 올릴 준비를 갖추었다.


"만약에 말이다만... 너는 보좌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그 녀석이 되었었다면 어찌했었을 것이냐?"

"저의 가문은 대대로 프레이먼들의 지도층에 있는 분들을 보좌하는 사명을 띤 가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좌해야할 사람이 누구였든 상관없이 저는 똑같이 섬겼을 것입니다."

"... 그래, 그렇군..."

"하지만..."

"?"

"메테우스 님,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을 곁에서 섬길 수 있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입니다."

"!..."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메테우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올리고 난 뒤, 카나트는 차원문을 통해 불의 성역으로 되돌아갔다. 카나트가 돌아가고 메테우스는 조금씩 고개를 돌려 카나트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 고맙다, 카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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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제가 아닌 겁니까? 대체 왜...!]

[깨닫지 못 하였느냐? 그렇다면 이 이상 얘기할 필요는 없겠구나.]

[... 인정 못 해... 이딴 결과를 인정할까보냐...! 어째서 내가 아닌 거지...? 왜 이렇게 된 거지? 뭣 때문에... 그래... 이렇게 된 원흉은 전부...!]


"... 음...!"
'꿈인가... 그 빌어먹을 기억이 꿈으로 나오다니, 조금 열받는군.'
"하지만 뭐, 상관없지. 이제 곧 그때의 빚을 청산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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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아, 자?"

"막 잠들 것 같았는데 네가 말 걸어서 깼어."


지금 시각은 정확히 밤 11시,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다. 이제 막 잠에 들려고 하는 순간에 천희가 나를 불러서 잠에서 다시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안."

"괜찮아. 그보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그냥 내가 잠을 자고 있는지 확인차로 물어본 것일수도 있겠지만, 천희의 표정을 살펴보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나에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천희에게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고 물었다.

내 생각대로, 천희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부른 것이었다. 내용은 라이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분명히 나나 세희한테는 이세하 씨가 '다 해결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천희는 그것에 이상함을 느끼고는 이에 대해서 내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천희가 느낀 그 이상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이세하 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뭐? 거짓말이라구?"

"실은 아직 너와 만나기 전에 언젠가 한 번 세희가 해줬던 말이 있는데..."

[우리 아빠는 거짓말을 하시는 게 무척이나 서투르시기 때문에 만약 거짓말을 하시면 표정에 다 드러나셔.]


세희가 말했던 것처럼 그때 이세하 씨의 표정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잘 나타나고 있었다. 처음 그런 표정을 보는 나조차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나도 알아차렸는데 세희도 분명히 알아차렸을거다.


"하지만 왜? 거짓말은 한 이유가 뭔데?"


천희의 말대로 확실히 그건 좀 이상하다. 서투른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숨겨야 하는 게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큰일이 아니고는 딱히 숨길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세하 씨는 왜 라이핀에서 있었던 일을 거짓말로 숨기려고 하신 걸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사실을 알고 괜히 그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아, 그렇구나'하고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다르게 해석했을 때, 결코 가벼이 넘겨짚을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다른 해석이란 바로 이세하 씨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기에 그러시는 게 아닐까 한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이세하 씨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일이었다면 일일이 거짓말을 하면서 숨길 이유는 없다. 설령 그럼에도 거짓말로 숨긴다고 해도 표정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여유를 띠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봤던 이세하 씨의 표정에서는 여유는 찾을 수 없고 심각함을 알려주는 감정만이 드러나 있었다.


"그런 큰일이 일어났다는 말이야?"

"어디까지나 내 예상이지만."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보통 큰일은 아닐 것이다. 사도들 중 한 사람이며, 그 힘과 영향력은 염신 메테우스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는 이세하 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면 틀림없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예상일 뿐, 빗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면서 숨길 게 아니라 이 일을 모두에게 알려서 대비해야 했던 게 아니야?"

"그거야 그런데..."
'왜 그러시지 않았는지가 나도 궁금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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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자고 있어?"

"이제 막 자려고, 무슨 일이야?"

"그게... 괜찮다면 같이 자도 되나 싶어서."

"...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보구나?"

"으, 응..."


언니는 항상 이랬다.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으면 마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듯 단번에 알아차리고, 그 고민에 대한 상담을 해주었다. 지금도 그렇다. 같이 자도 되냐고 한 것은 단순한 구실이고, 그러는 사이에 말을 꺼내려 하였는데 그러기도 전에 언니는 내가 고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언니와 함께 침대에 누운 다음 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빠께서 하신 거짓말에 관해서다. 2일 전에 아빠는 라이핀에서 돌아오시고 나서 '다 해결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그때 아빠의 표정은 거짓말을 하시는 표정이셨다. 그리고 아마 그런 거짓말을 하신 이유는...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야겠지. 너나 나, 그리고 어머니한테도 말이야."

"응... 그렇겠지..."

"그런데 세희야, 그렇다면 아버지께 직접 여쭤보는 편이 낫지 않았어? 왜 굳이 나한테 와서..."


언니가 말한 것처럼 이건 아빠께 직접 여쭤보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런다고 아빠는 솔직하게 대답해주실까? 아마도 분명 괜한 걱정이라고 하시면서 이미 말씀하셨던 것처럼 똑같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실거다.


"확실히 그건 그렇겠네."

"나... 너무 걱정돼. 설마 아빠가 잘못되시는건 아닐까 하고...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어떡하지...?"

"... 네가 뭘 그렇게 걱정하는지는 잘 알겠어. 하지만 괜찮아.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너도 잘 알잖아? 아버지 뿐만이 아니야. 메테우스 씨나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있어. 틀림없이 잘 해결될거야."

"그렇겠지...? 그래, 분명히 그럴거야..."

'그래도 혹시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내가 반드시 너를 지켜줄께."

"? 언니,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 피곤하니까 이제 슬슬 자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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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드디어 그 프레이먼이 말한 3일을 맞이하였다. 메테우스는 이미 그 프레이먼이 말한 장소, 과거에 프레이먼들이 살았던 행성에서 조용히 그 프레이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메테우스의 뒤에서 차원문이 하나 열리고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메테우스는 그 프레이먼이 왔는가 싶어 뒤를 돌아봤으나 차원문을 통해 온 것은 다름아닌 카나트였다.


"카나트?"


카나트 뿐만이 아니었다. 카나트와 함께 이세하, 그리고 7권속의 나머지 6명들도 뒤따라 온 것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 문제는 나와 그 녀석과의 문제라고. 너희들은..."

"아뇨, 이것은 메테우스 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잊지 않으셨겠지요. 저희들도 그 사람에게는 빚이 있다는 것을."

"저는 자세한 걸 아직 모르지만, 녀석은 라이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저의 소중한 동료인 두 사람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만들었어요. 한 명의 사도로써, 그리고 한 명의 클로저였던 사람으로써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 맘대로 해라."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차원문이 열리며 그걸 통해 누군가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바로 그 프레이먼이었다. 그 프레이먼을 본 순간, 7권속의 7명은 반사적으로 모든 힘을 끌어모아 즉각 경계태세를 취하였다. 


"너희들, 진정해라."

"... 아...!"


메테우스는 7명을 진정시켰다. 그런 다음에 그 프레이먼이 메테우스를 비롯하여 이세하와 7권속의 7명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메테우스에게 말하였다.


"네놈이라면 틀림없이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다'랍시고 혼자서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의외인걸."

"......"

'음? 자세히보니 저 7명은... 그때 틀림없이 전부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아, 그런건가.'
"뭐, 상관없지. 오히려 나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희생양들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야겠군."

"힘을 과시한다고?"

"그래, 바로 모든 종족들에게 말이다. 아아, 말하는 게 늦었군. 지금 모든 종족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말 한 마디도 빠짐없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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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 대장님! 지금 통신망이 완전히 장악당했습니다!"

"모니터에는 계속 이 화면만 나오고 있습니다!"

"나도 눈 달려있으니까 닥치고 좀 조용히들 하고 있어!"
'우주경찰본부의 통신망을 전부 장악하다니... 뭐 하는 자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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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목적이 뭐냐, 나에 대한 복수인가?"

"그게 선행과정이기는 하지. 최종목표는 따로 있다."

"최종목표?"

"본래라면 내가 앉았어야할 자리를 되찾는 것... 이라고 한다면 알겠나?"

"설마...!"

"그렇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네놈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있는 다른 모든 종족들에게 선포한다!"


그는 양팔을 펼쳐보이며 전방을 향해 일갈하듯이 소리쳤다.


"여기 있는 이 메테우스를 없애버리고 진정으로 지도자의 자리에 어울리는 이 몸이 지도자가 되어 너희들 모든 종족을 나의 뜻 아래에서 통치해주겠다!"

"뭐라고...!"

"지도자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메테우스와 7권속의 7명을 제외하고는 이세하는 물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이 그저 뜬금없이 내뱉은 황당한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이와 같은 반응에 그는 메테우스를 보며 말하였다.


"뭐야, 설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거냐? 하긴, 예상은 어느정도 하고 있었다만. 그럼 얘기해주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그 전에 우선은 나와 메테우스의 관계부터 말해야겠군."

"......"

"내 이름은 '이블레스', 메테우스와 서로 피가 이어진 '친형제'다. 그리고 메테우스는 바로 나의 형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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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와 메테우스는 프레이먼의 지도자인 아버지의 핏줄을 이어받아 언제가는 지도자의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후계자의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다. 당시 프레이먼은 모든 종족들의 정점에 서서 통치하던 최강최고의 종족, 그 종족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즉 모든 종족들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프레이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잠자는 시간까지 버려가며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런 반면에 메테우스는 달랐다.


"나는 후계자의 자리에는 관심없어. 어차피 이블레스가 될 텐데.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시간을 모두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데에 투자하려고."


메테우스는 끝까지 노력조차 하지 않고 일찌감치 후계자가 되려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러고는 어릴 때부터 계속 메테우스를 곁에서 보좌해왔던 카나트,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던 6명, 그리고 자신의 시중을 드는 여자,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자들, 이렇게 그들과 함께 메테우스는 그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틀림없이 내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후계자는 메테우스, 바로 너다."

"예...?"

"아버지! 그게 무슨...!"

"나를 비롯한 다른 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내린 결정이다. 이의는 받지 않겠다."


아버지... 그 늙은이는 노망이라도 난 것인지 우수한 나를 제쳐두고 지도자의 맏아들로써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내팽겨쳐둔 메테우스를 후계자로 삼았다. 나는 몇 번이고 이의를 제기하였다. 메테우스는 후계자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무엇보다 메테우스 본인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나를 후계자로 세워달라고까지 했기 때문에 후계자는 당연히 내가 되어야 했었다고. 하지만 무슨 말을 하여도 아버지나 다른 자들은 이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인정할 수 없어... 어째서 내가 아닌 거지...? 후계자가 되기 위해 지금껏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노력했는데... 어째서...!"


말이 안 통한다면 힘으로 깨우치게 할 뿐... 그래서 나는 나를 따르는 자들로 구성된 군단을 이끌고 프레이먼의 지도층을 공격했다. 총 전력은 내 쪽이 훨씬 적었고, 그 차이는 10배를 족히 넘겼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때 나의 힘은 모든 프레이먼들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오합지졸들이 떼지어서 덤벼든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전황은 나의 군단 쪽이 우세해졌고, 결국 프레이먼의 지도층을 전멸시켰다. 살아남은 것은 우연히도 다른 장소에 있었던 메테우스 한 사람 뿐, 이제 메테우스를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내가 직접 지도자의 자리에 앉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잘 풀리지 않았다.


"이블레스으으으!!!"

"크억!"


나는 나의 힘을 그저 보잘것 없는 쓰레기처럼 만들 정도의 강대한 힘을 갑작스레 얻게된 메테우스에게 패배하고 생사의 문턱을 넘을 정도의 심각한 치명상을 입고 메테우스의 힘에 의해 생겨난 차원의 균열을 통해 이차원으로 날려지게 되었다. 다행히 죽음을 면할 수는 있었으나 부상이 너무나 심각하여 오랜 시간 동안 휴면 상태에 들어가 부상을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휴면 상태에서 메테우스에 대한 복수심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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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이 지나 네놈에게 당했던 부상도 꽤 회복이 되었었지.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나의 능력을 통해서 네가 뭘 하고 있는지 확인했더니,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힘을 주고 그들의 신으로 떠받들여지고 있더군. 그런 네놈을 도저히 참으면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계획을 세웠지."

"계획?"

"네놈과 가까이 지냈던 헤라클레스라는 인간을 이용해서 네놈을 없애버리려고 한 계획이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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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능력은 [영혼 빙의], 나 자신의 영혼으로 다른 존재의 몸을 장악하여 나의 몸처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것 말고도 나 자신의 영혼만이 별개로 행동할 수 있거나, 직접 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어느 정도의 강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는 통하지 않는 능력이었지만, 나름대로 쓸만한 능력이었다. 프레이먼이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특성 말고도 나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었다.

아무튼, 나는 이 능력을 이용해 메테우스를 없앨 계획을 세웠다. 바로 메테우스와 가까이 지낸 인간, 헤라클레스라는 인간을 이용해서 말이다.


'메테우스, 네놈도 저 헤라클레스라는 인간 앞에서는 경계도 매우 느슨해지는구나. 설마하니 자신의 힘의 일부를 떼어내서 나눠주기까지 할 줄이야.'


메테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앞에서는 경계심이 매우 느슨해진다는 점, 메테우스가 본인의 힘을 분리하여 원반에 담은 뒤 헤라클레스에게 넘겨주었다는 점, 그로 인하여 메테우스의 힘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 이 3가지를 이용하였다. 

그래서 우선은 헤라클레스의 조카인 이올라오스라는 인간에게 빙의하였다. 헤라클레스와는 달리 강한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빙의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헤라클레스가 워낙 경계심이 없는 무방비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에게 빙의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만약 계획을 진행하는 도중에 메테우스가 사력을 다해서 헤라클레스의 몸을 없애려고 한다거나 그럴 경우, 빙의한 나 자신도 똑같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빙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에서 그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헤라클레스가 메테우스에게서 받은 원반을 나의 관리하에 두었다. 그렇게 나의 관리하에 둔 원반을 이용해 나의 능력으로 꼭두각시가 된 헤라클레스와 인간 전사 몇명에게 메테우스의 힘의 일부를 받게 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메테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서 원반을 돌려받기로 한 약속의 날, 메테우스를 함정에 빠트리고 헤라클레스와 다른 인간 전사들을 이용하여 메테우스를 없애려고 하였다. 그들은 메테우스의 힘의 일부를 받아 강해진 반면, 메테우스는 원반에 자신의 힘을 많이 담아놓은 바람에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그래서 메테우스를 없앤다는 계획은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맞게 되었다. 사지에 몰린 메테우스가 폭발적인 힘을 발휘해 헤라클레스와 인간 전사들을 없애버리고 그와 동시에 아틀란티스 대륙을 전부 불태워 바다 깊숙이 가라앉혀버린 것이다. 나는 재빨리 이올라오스의 몸에서 탈출하여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 일로 인해 메테우스는 인간들의 기억, 그리고 그들이 쌓아올린 문명, 그 모든 것을 자신을 비롯한 프레이먼들이 오기 전과 마찬가지로 지워버린 뒤 본인의 영역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봉인하여 회복을 위한 휴면 상태로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결국 메테우스가 봉인에서 풀려나기 전까지는 메테우스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메테우스...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널 없애주마...! 그 다음에 원래라면 나의 것이 되었어야할 지도자의 자리에 당당히 앉을 것이다."


메테우스가 봉인에서 풀려날 때를 기다리며, 나는 다시 조용히 남은 회복에 신경을 쏟도록 하였다. 틈틈이 메테우스의 봉인 상태, 그리고 메테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종족인 인간들의 상태 또한 살피면서... 바로 그때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건...!"


인간들이 서로 분쟁을 겪을 때마다 아주 미세한 정도였지만 조금씩 메테우스의 봉인이 느슨해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인간들끼리 서로 발생시키는 부정(不淨)의 기운에 의한 영향이 봉인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래서 이때까지 몇몇 인간들에게 빙의하여 실험을 해본 결과, 나의 생각은 정확하였다. 이걸 이용하여 나는 메테우스가 봉인에서 풀려나는 것을 앞당기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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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가...!"

"놀랐나?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을 비롯한 큰 사건 등, 거기에는 대부분 내가 뒤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었지. 부정의 기운을 더 많이 발생시켜 메테우스의 부활이 앞당겨지도록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계속 해도 봉인이 조금밖에 느슨해질 뿐, 그 정도의 속도라면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인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이 일어났다."

"... 설마!"

"그래, '차원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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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리고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원종이라는 괴물로 변해버린 인간, 이 둘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큰 관심없이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날 무렵,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봉인이...!"


지금껏 내가 아무리 많은 사건을 일으켜도 조금밖에 느슨해지지 않던 메테우스의 봉인이 7할 정도에 가깝게 느슨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양쪽간의 싸움은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을 정도의 많은 부정의 기운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메테우스가 봉인에서 풀리게 되는 시간을 크게 앞당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만약 한 번만 더 차원전쟁이 일어난다면 틀림없이 메테우스가 부활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차원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놀라운 지식과 지능을 가진 아스트랄이라는 놈의 몸에 빙의하여 강제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어 성공적으로 두번째 차원전쟁을 일으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것도 이전의 차원전쟁보다 더 큰 규모로 말이다. 

그리하여 인간들이 발생시킨 부정의 기운에 의해 메테우스는 드디어 오랜 잠에서 깨어나 봉인에서 풀려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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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네녀석이 꾸민 짓이었단 말이냐...!?"

"그래, 놀랐나?"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들이 상처를 입고 생명을 잃기까지 했는지... 알고는 있나?!"

"알 게 뭐냐, 그런 것 따위."

"이블레스...!"


메테우스의 표정은 격앙되고 양손의 주먹은 분노로 인해 너무 꽉 쥔 탓인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메테우스의 분노는 당연하였다. 이블레스가 행한 짓들은 메테우스에게 있어서, 그리고 인간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블레스는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태도가 더욱 메테우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뭐, 얘기는 여기까지 해두고 슬슬 시작해볼까, 메테우스."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멍청하긴... 그때부터 지금까지 언제까지나 네놈이 최강일 거라고 생각했나? 그렇다면 보여주마, 나의 힘을!"

쿠구구구구...!

"하아아아앗!!!"


그 순간, 이블레스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다들 성화인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영롱한 진홍빛 머리, 붉은 눈동자, 그리고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는듯이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붉은 오라... 그 모습은 바로 [신의 힘]을 두른 모습,


"네가 어떻게... 그 힘을...!"


바로 [신성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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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잠깐 클저의 상황을 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을 접었어도 복귀할 생각이 있긴 했었는데

이젠 그냥 그러한 생각도 완전히 접어버려야겠습니다

문수 시새발끼
2024-10-24 23:19: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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