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마카롱을 좋아하시나요?

루이벨라 2018-03-02 8

※ 짧음주의

※ 끝부분에 나오는 세하가 '아들' 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알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카롱을 좋아하니?


 그게 시작이었다.

 

 

 

* * *

 

 

 

 -아들, 올 때 마카롱 하나~ 가게는 언제나의 그 가게~

 "나 참..."


 하교길,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수신인은 엄마. 요즘 마카롱에 꽂혔는지 어느 디저트 가게의 마카롱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난 잘 모르겠지만 그 가게의 마카롱이 참 맛있다고 소문이 났기에 늦게 가면 얻을 수 없다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런 메시지를 받은 이상, 난 서둘러 그 가게로 향해 뛰어갔다. 예전에 늦게 갔더니 품절이 되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가게.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여자였다. 나 혼자 남자인 이런 곳이 참 껄끄러웠다. 내가 좋아서 온 게 아니라 타의에 의해 온거니 더욱 그런지도. 이런 상황 속에도 줄을 계속 선 보람은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내 앞에서 딱 마카롱이 한 상자가 남아있었다.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손을 뻗는데 불쑥- 내 손 위로 겹치는 어느 사람의 손.


 "어?"

 "앗, 죄송해요!"


 우리 둘다 놀라 동시에 손을 떼었다. 익숙한 목소리다. 옆을 돌아보니 뒤에다가 죽도 케이스를 들고 당황스러워하는 서유리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우연한 곳에서 만난다.


 "어, 세하다..."

 "...여기서 보네."


 예상 밖의 상황에 놀라 떼었던 손을 다시 마카롱에 가져다 대었다. 어찌되었든 먼저 상자를 잡은 건 내 쪽이었으니까. 곁눈질을 하니 서유리는 참 아쉬운 표정이다. 그런 아쉬움이 가득 담긴 그 한 마디.


 "너도 이 집 마카롱을 좋아하니?"


 그게, 시작이었다.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작의 말 치고 그 뒤를 이어서 한 내 말은 참 예술적이었다.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는 것과는 다르게 마지막 남은 마카롱을 소중스레 껴안고 있다는 점이 참 모순이긴 했다. 서유리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아하, 그러셔...라는 뒷말을 중얼거리는 걸 보면 말 다했다.


 "난 이 집 마카롱 좋아해!"


 계산을 하고 나와 어찌된 일인지 같이 같은 방향의 길을 가는 나에게 서유리는 조잘거렸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왔다는 말을 하며 난 이 마카롱과 관심이 없다, 라는 걸 말을 했음에도 어쩐지 지금의 대화 주제는 마카롱이었다.


 "난 딱히..."

 "세하 너도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데!"


 지금 내 손에 든 걸 먹을 순 없지만...기회가 된다면 한 번 먹어보도록 할게. 내 옅은 다짐을 받자 서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후회는 안 할거야, 라며 연신 칭찬을 해주었다.


 "그보다 오늘도 실패했다. 항상 열심히 뛰어가지만 번번히 실패해."

 "..."

 "내일은 좀 더 일찍 와야겠어."


 그럼 난 갈게~ 내일 봐! 서유리는 그렇게 골목 코너에서 사라졌다. 앞서 서유리를 의외의 곳에 만났다고 표현은 했지만 의외는 아니었다. 단 걸 좋아하고 와플이며 크레페 맛집을 다 꿰차고 있는 걸 생각하면 마카롱 맛집이라는 그곳에 오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주 출석하는 것치고 성적은 나보다도 더 저조해보였다.


 마카롱을 좋아하는 건가? 이 달콤한 걸? 괜히 들고 있는 애꿎은 마카롱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잘하면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마카롱...한 번 만들어 볼까나.




* * *




 "참 신기하네요."

 "응?"

 "아빠가 마카롱 만드는 거요."


 내가 하는 요리에 관심이 없다는 아들은, 내가 휘핑을 만드는 장면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괜히 장난이 생겨 한창 휘젓고 있는 내용물을 아들에게 내밀어보였다.


 "배워볼래?"

 "됐어요."

 "배우고 싶다는 눈치인데?"

 "아닌데요."


 저 뚱-한 표정이 그 때의 서유리가 생각나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은, 계속 내 주변을 맴돌며 이야기거리를 하나씩 꺼냈다. 주제는 신기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유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엄마가 말한 적이 있어요. 아빠가 만드는 마카롱, 정말 맛있다고."

 "그래?"

 "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동의해주진 못했지만요."

 "그래서...지금 먹어보시겠다?"


 아무 말이 없다. 긍정의 표시인 모양이다. 완성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아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걸 바라보자니 말할 수 없었던 속내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쉽진 않았어."

 "네?"

 "유리는 내가 처음부터 마카롱 잘 만드는 줄 알았겠지만, 아니라고."


 마카롱은 쉽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는 아니다. 나의 경우는 모양이 예쁘게 나오면 맛이 없었고, 맛이 있으면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는 당연히, 아마추어가 만들었기에 그렇게 삐걱되는 부분이 있다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계란을 왜 이렇게 많이 쓰냐며 엄마가 놀리기도 했다.


 한숨을 쉬어도 과언이 아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그 때 일을 생각하며 드는 생각은 뜻밖에도 '평온' 이다.


 "마음에 든 완성은 연습하기 시작한지 몇달 후에서야 겨우 만들어졌어. 많이 만든 것도 아니야. 1~2개?"

 "..."

 "그걸 가져다 주었는데 참 맛나게 먹는거야. 행복한 미소를 같이 지으면서."


 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그 뒤로 실력도 늘었는지 괜찮은 마카롱의 갯수도 점점 늘어갔다. 이제는 유리에게 수제 마카롱을 가져다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같이 살기 시작하게 된 이후로는 주말마다 구웠다. 마카롱을 구운 날은 언제나 차도 같이 마셨다.


 오븐의 타이머가 거의 0이 되어갈 때, 오늘의 주인공이 드디어 나타나셨다. 명랑한 목소리는 덤이었다.


 "오~ 좋은 냄새인데? 마카롱이야?"

 "귀신같이 잘 아네. 곧 만들어질거야. 먹을래?"

 "당연히 먹어야지!"


 차 준비하러 갈게! 그새 또 사라진다. 옆에서 계속 같이 있었던 아들에게 한번 물었다.


 "방금 그 표정 행복해보였지?"

 "네, 그리고..."

 "그리고?"


 아들이 말한다.


 "지금 아빠도 참 행복해보여요."


 아, 그렇게 보였구나. 사실인거 같다. 참으로 달콤한 기분이다.






[작가의 말]


어워즈 상품을 이제야 받았습니다. GM 검은양님의 손편지도 잘 받았고요.(진짜 제 소설 다 읽어주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2024-10-24 23:18:4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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