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17)

벨리에나 2018-02-21 0

 트레이너와 베로니카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거대한 차원 균열을 닫고 뒤늦게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이 한국에 모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사람은 램스키퍼를 통해 한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위상능력자가 된 쇼그는 뻐꾸기가 아닌 인간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램스키퍼를 제어하고 있었다. 과거, 데이비드의 습격으로 인해 심각한 파손을 입은 램스키퍼는 아직 주포를 포함해 각종 무장이 수리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비행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베로니카는 램스키퍼 중앙에서 트레이너를 바라보고 있던 쇼그에게 다가갔다.


 "쇼그, 왜 그래?"

 "아, 베로니카 요원님. 아프리카에서 제 힘을 사용하지 못한 게 아쉬워서 말입니다. 만약 저도 작전에 동참했다면 두 분에게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고 싶었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와 함께 다닌다면 힘을 사용하고 싶지 않아도 사용하게 될 테니까."

 "뜻이 담긴 말씀이군요.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로니카와 쇼그가 대화하고 있는 걸 들은 트레이너는 말을 건다는 목적으로 둘에게 다가왔다.


 "무리하지 말도록, 쇼그. 네 능력이 대단한 만큼 넌 아직 능력에 익숙하지 않다. 그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떻지?"

 "예, 현재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이 있는 곳은 한국의 강원도입니다. 근처에만 6개의 크고 작은 차원 균열이 있는데...... 아, 지금 알아보니 모두 닫혔다고 합니다. 사냥터지기 팀이라는 독일 지부의 클로저들이 지원을 왔다고 합니다."

 "사냥터지기......? 혹시, 어떤 클로저가 왔는지 알 수 있나?"

 "두 사람이 왔습니다. 한 사람은 사냥터지기 팀의 특별요원인 흑지수 요원, 다른 한 사람은 정보가 없습니다."


 트레이너는 눈을 크게 뜨며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베로니카 또한 그와 동일한 표정을 짓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교관님이 나타났다면 제이가 가만히 있었을까? 이미 우리에게 연락하거나, 지수에게 연락했을걸."

 "그래, 그 녀석이 있었지.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걸 보니...... ."


 그때, 쇼그의 눈이 번쩍였다.


 "검은양 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이 요원님입니다."

 "빠르군. 연결하도록."


 연결이 성사된 듯 쇼그의 입에서 제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아, 흠흠. 둘 다, 거기 있어?"

 "응, 나 여기 있어."

 "듣고 있다. 지금 그곳으로 가는 중이다. 무슨 일이지?"

 "...... 교관님을 만났어. 힘이나, 체격이나, 목소리나, 결코 가짜가 아냐. 아무튼 지금은 독일로 돌아가셨지만 몇 가지 알려주신 게 있어. 두 사람도 알아놔야할 것 같아서 말이야."

 "알았어, 뭘 말씀해주셨는데?"

 "...... 우선 교관님은 자기 의지로 사냥터지기 팀에 있다고 하셨어. 살아 있었으면서 왜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자기를 죽은 사람으로 기억해달라고 하시더군.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 그리고 경고 비슷한 걸 말하셨어. 그것도 누님의 아들인 세하에게. 선택한다면 어느 한쪽이 죽고, 선택하지 않는다면 모두 죽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셨나?"

 "...... 모두 죽진 않았지만 고통을 줬다고...... ."


 트레이너는 눈을 깜빡거렸다. 맥스의 말을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서 추측해본 결과 맥스가 말하는 어느 한쪽이라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로니카가 트레이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먼저 입을 열었다.


 "대충 이해가 가는데. 세하가 어떤 선택을 해서 죽는 건, 아마 각 팀, 혹은 세하 근처의 클로저겠지. 모두는...... 말 그대로 세하 근처의 모든 클로저."


 베로니카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어. 마지막에 교관님이 따로 말씀하신 모두가 울프팩 팀인지, 아니면 자기 주변의 클로저만을 얘기한 건지. 울프팩 팀만 봐도 관리요원까지 따로 있었잖아? 데이비드, 그리고 슈타인 선배까지. 데이비드가 목숨을 잃은 이상 울프팩 팀을 겨냥한 것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교관님 주변의 클로저라면? 교관님이 아는 데이비드는 단순한 관리요원이었지, 클로저가 아니었어."

 "듣고 보니 맞는 것 같군. 나, 서지수, 베로니카, 제이, 그리고 슈타인 선배님까지. 모두 유니온에게 압박과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다. 교관님의 입장에서 보자면 충분히 그렇게 보인다."

 "...... 근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는데. 어째서 유니온은 교관님의 모든 기록과 정보를 삭제시킨 거지? 우리가 이렇게 남았는데도...... ."


 대답은 쇼그의 입을 빌린 다른 이에게서 나왔다.


 "들리십니까? 울프팩 팀 여러분? 김 사장입니다. 여러분의 대화는 본의 아니게 듣고 말았습니다. 마침 제가 여러분들에게 알려주려던 것과 동일한 대화 주제였으니 다행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저의 든든한 조력자 한 분이 어떤 요원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유니온에서 이렇게까지 기록을 삭제시킨 요원은 처음 봤습니다. 다행히 완벽하진 않지만 몇 가지 알아낸 게 있습니다."

 "...... 어서 말해주시오. 교관님에 대해서 뭘 알게 된 거요?"

 "울프팩 팀의 교관 '레전드' 클로저 맥스. 그는 지고의 원반의 힘을 전부 끌어낼 수 있는 인물입니다. 동시에...... 외부 차원과의 연결을 끊을 수 있는 인물이더군요."


 외부 차원과의 연결을 끊는다. 단순한 입구 막기가 아니다. 더 이상 차원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유니온은 이 내용을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너, 베로니카, 제이는 다른 생각을 했다. 맥스가 끝낼 수 있는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방치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혹시 다른 건 없소?"

 "한 가지 더 있습니다만 알려드려야할지...... ."

 "사장. 더 이상 사람들이 고통 받는 걸 방관하고 싶지 않소. 할 수 있다면, 우린 교관을 설득해서...... ."

 "그게 아닙니다. 울프팩 팀 여러분이 아는, 그리고 제가 여러분에게 들었던 맥스라는 사람은 영웅입니다. 예, 영웅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제가 찾은 기록을 보면 그는 영웅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범입니다."


 쇼그는 김 사장이 보낸 파일을 이미지화 시켜 램스키퍼 천장에 띄웠다. 그 이미지를 볼 수 없었던 제이는 트레이너와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 뭐야, 무슨 일인데? 교관님이 전범이라니?"


 남극의 연구 시설, 학살, 거대한 차원 균열, 지고의 원반 강탈자, 차원 균열을 열어버린 주범.


 수많은 정보가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맥스는, 김 사장이 보낸 정보에 적힌 맥스는 그들이 생각하던 교관이 아니었다. 지고의 원반을 연구하는 남극의 연구 시설에 근무하던 과학자들의 태반을 죽인 학살자이며, 원반을 강탈하는 과정에서 차원 균열을 열어버렸다.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기억하는 교관은 엄격하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던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총장의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를 발견했고, 트레이너의 말에 쇼그는 그 보고서를 확대했다.


 '남극 연구 시설 유니온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에 대해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모두 한 사람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맥스 엘트라 ─브루노의 성을 받았습니다─ 는 자신과 함께 지내던 연구원을 학살했습니다. 그리고 연구 중이던 지고의 원반을 쟁탈하는 과정 중 차원 균열을 열어버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고의 원반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현재 그는 감금 중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계속 자신이 죽였다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브루노의 보고서에 따르면 차원 균열은 그것을 연 사람이 닫을 수 있다지만 맥스는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조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맥스가 지고의 원반의 첫 번째 소유자가 된 것 같습니다.

 본래 지고의 원반은 자유롭게,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만 맥스의 명령에는 절대적으로 복종한다는 말입니다. 그는 살려둘 가치가 있습니다. 그의 힘과 가치는 무한하여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사건들을 대비할 수 있으며, 후에는 차원 균열을 닫을 수도 있을 겁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신다면 제가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어두운 표정이던 베로니카가 말했다.


 "이게...... 그런 상황인걸까? 모두의 원수이며, 어떤 벌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그 자가 없으면 오히려 세계가 멸망하는...... ."

 "...... 우선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곳에 서지수도 있을 테니, 그녀에게 말해**다. 그녀의 반응이 훤히 보이지만 울프팩 팀은...... 교관이라고 할지라도 울프팩 팀의 손으로 처단한다. 물론...... 교관께 직접 여쭤보는 게 먼저다."



 독일 베를린지부.


 휠 오브 포츈에서 내린 흑지수와 맥스, 그리고 김도윤까지. 그들은 본부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도윤은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엄청 났죠? 그렇게 많은 수의 차원 균열이 속초에 몰려있을 줄이야...... . 예전에 미숙이랑 같이 속초 해변을 걸었던 게 기억나네요...... ."

 "너희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 시간내서 한 번 들어보고 싶은데. 괜찮겠어?"

 "미, 미숙이랑 다시 관계가 이어진다면 해드리죠!"


 흑지수는 피식 웃으며 앞장 서서 걷고 있는 맥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맥스는 망토가 조금 뜯어진 것과 얼룩진 것을 빼곤 출발하던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기분이 어때? 착잡해보이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다."

 "음? 뭐가?"

 "난 저들을 만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 제이가 말했던 것처럼, 지수의 아이 이세하가 말했던 것처럼, 난 저들에게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영웅이 아니다. 난 영웅일 수 없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

 "음, 혹시 최면이라도 받아보는 게 어때?"

 "최면?"

 "응. 김재리라고, 예전에 나도 그 사람의 최면 덕분에 머리가 상쾌해졌거든."

 "관리 요원 말하는 건가? 참고하도록 하겠다."


 갑자기 김도윤이 귀를 잡더니 누군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하면서 자신은 발걸음을 늦췄다.


 "아, 네. 사장님. 네, 지금 독일 베를린지부에 도착했습니다. 맥스 요원과 흑지수 요원은 현재 본부로...... . 네......? 아, 예."


 그러던 사이 맥스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단어는 자신을 향하던 것이었고, 내용은 이러했다.


 "아아아저어어어씨이이이이!"


 흑지수는 발을 옆으로 돌리며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맥스는 흑지수를 한 번 쳐다보다가 어느새 자신 앞으로 다가온 소마를 발견하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맥스 아저씨! 맥스 아저씨! 진짜 아저씨 맞죠? 진짜 아저씨죠?"

 "...... 소마?"

 "네! 저예요, 아저씨! 우와아! 기억하시는구나! 이렇게 바깥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죠? 그렇죠?"

 

 소마는 맥스에게 안기려고 했지만 맥스가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실패했다. 소마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예요, 아저씨는 제가 보고 싶었던 거 아녜요? 예전에 안기지 못했던 것만큼 안아드릴게요!"


 어쩐 일인지 맥스는 포기한 듯 발걸음을 멈췄고, 노렸다는 듯 달려들던 소마는 자신의 머리를 내려치는 볼프강의 검은책에 또 다시 실패했다.


 "으아아앙!"


 맥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볼프강을 바라보았다.


 "눈치가 더 좋아졌군."

 "감사합니다, 선배님."


 루나는 소마와 달리 맥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맥스는 워낙 작은 루나를 내려다보았고, 루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 아저씨가 없으셔도 전 이곳 근처를 훌륭하게 지켜냈어요. 말도 없이 떠나신 건 밉지만...... . 건강해보이시니 다행이네요."


 루나는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맥스의 오른손이었다. 그는 따로 쓰다듬거나 하지 않았지만 소마가 보기엔 칭찬이 분명했다. 루나가 당황해하자 소마가 달려들었다.


 "치사해! 아저씨! 저도 루나만큼, 아니 루나보다 훨씬 많은 차원종을 없애버렸어요!"


 볼프강은 맥스가 두 사람을 따돌릴 동안 흑지수에게 다가가 그녀를 둘러보았다.


 "여전한 것 같은데, 맞지?"
 "물론. 걱정하지 마. 그보다 재리는?"

 "...... 아, 아 재리? 지금 슈타인 국장님을 뵈러 갔어. 금방 올거야."

 "맥스도 재리의 최면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머리가 복잡하다고 하던데?"

 "음, 그럴 때는 재리의 최면이 최고지."


 멀리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도윤은 통신을 끊었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가 벌쳐스의 김 사장에게 들었던 말은 두 가지다. 먼저 명령 받은 것은 맥스를 감시하라. 김도윤이 의문을 가지면서 따져오자 김 사장이 어쩔 수 없이 알려준 내용.


 "차원 전쟁 전범...... ."


 맥스 근처에서 서로 맥스를 차지하려는 두 아이들을 보았다. 순수하고, 어리며, 해맑기 짝이 없다. 아이들이 따르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검은양 팀의 아이들만 봐도 그러했다. 제이 요원, 김유정 임시지부장. 맥스 또한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인공 생명체인 두 사람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그들이라서 더욱 믿음이 간다. 김도윤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부릅 떴다.


 "사장님껜 죄송하지만...... 전 여전히 맥스 요원님을 믿습니다. 여기서 제가 엘리트 요원인지, 아닌지, 증명해보이겠습니다!"

2024-10-24 23:18: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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