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2부 1화) - 이세희의 훈련일기 (1)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2-1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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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드라고와의 결전으로부터 5일, 드디어 판테르칸의 피해 복구가 완료되었다. 복구 작업이 끝나는 대로 나는 즉시 지구로 돌아왔다. 지구를 떠나온 지 아직 6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도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 때문인가, 무척이나 오랜만에 와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렇게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지. 이렇게 다시 지구로 돌아왔으니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다녀왔다는 인사를 간단히 하고 어서 세희를 만나러 가야겠다. 세희를 6일동안 ** 못 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욱 그리워지는 그 얼굴, 어서 만나야겠다!


"다녀왔습니다!"


6일 동안 집을 비웠다고는 해도 부모님은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듣자하니 이세하 씨가 벌써 부모님께는 얘기를 끝마쳐놓은 상태였다고 하더라. 어쩐지... 그래도 괜히 붙들려서 이때까지 뭘 했느니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을 끌지 않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달까? 아무튼 이제 세희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렇게 세희의 집에 도착... 을 하기는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세희의 집에 오는 건 처음이잖아? 그래서인지 조금 긴장이 된달까... 아니지! 나는 대체 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냐. 그냥 초인종 누르고 '천용이입니다'하고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되는 거잖아. 나도 참, 6일동안 세희를 못 봐서 그새 세희에게 고백을 제대로 못 해서 답답해하던 시절의 나로 잠깐동안 돌아가기라도 한 건가. 


"좋아, 자연스럽게."

띵동-

"...?"


뭔가 좀 이상하였다. 초인종을 누르기는 했는데 이러면 보통 '누구세요?'라던지 초인종을 누른 사람을 확인하지 않나?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초인종을 눌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라도 듣지 못 하였나 하는 마음에 2,3번 정도를 더 눌러봤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이상하네... 다 같이 외출이라도 했나?"

"천용아, 잠깐 이리로 와봐."


초인종과 눈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에 천희가 멋대로 담을 통과하여 세희의 집 앞마당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영혼이라고는 하지만 무단침입을 하면 안 되지. 


"? 야, 멋대로 남의 집 마당에 들어가면 어떡... 응?"


천희를 뒤따라 앞마당으로 와보니 앞마당에는 사람 크기만한 정체불명의 웜홀 같은 게 하나 열려 있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부자연스러운데... 대체 왜 이런 게 세희의 집 앞마당에 있는 걸까. 

그때 무심코 웜홀의 너머를 살펴보았는데, 이상한 장소에서 세희처럼 보이는 형상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


세희가 이 웜홀 너머에 있다는 것인가? 혹시라도 무슨 사고를 당해서 의도찮게 이 웜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거나 그런 거라면...


"지금 갈께, 세희야!"

"천용아! 잠ㄲ..."

"우오옷?!"


기분은 묘했지만 다행히 몸이 늘어진다거나 납작해진다거나 하는 이상 현상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웜홀을 통과하여 웜홀 너머로 보이던 장소에 도착하였다.

도착한 장소는 곳곳에서 푸른 화염이 솟아있고 심지어는 강물까지도 푸른색의 용암으로 되어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가만히 있어도 뜨거운 열기가 내 전신을 푹푹 찌르고 있었다. 

이건 좀 큰일이다. 세희처럼 연약한 아이가 이런 곳에 있으면 열사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어서 빨리 세희를 찾고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세희야~ 어디 있어~?!"

쿠구구...

"세희ㅇ..."

쿠과과광-!!

"우와악?!"


그때, 강렬한 푸른 불꽃이 내 옆을 종이 한 장 차이로 비껴지나갔다. 조금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통구이가 될 뻔했다. 


"깜짝이야... 아슬아슬했네."

"...어? 천용아?"


불꽃이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고 잠깐 숨을 돌리고 있을 때, 불꽃이 날아온 방향에서 친숙하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틀림없다. 바로 세희였다.


"아, 세희야!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세희는 다행히도 어디를 다쳤다거나 한 곳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런 이상한 장소에서 무슨 화라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세희의 멀쩡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그런데... 몸은 멀쩡한데 어째선지 세희가 입고 있는 옷이 여러 부분이 불에 약간 그을려진 듯한 흔적과 함께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옷이 이 모양이라서 조금 아찔ㅎ...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아무튼 이럴 때가 아니지, 어서 여기서 나가자!"

"자, 잠깐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천용아?"

"무슨 소리냐니... 무슨 사고로 의도찮게 이런 이상한 장소로 빨려들어온 게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야, 실은..."

"세희야~ 갑자기 왜 그러... 응? 천용이잖아?"


세희가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하려고 하는 순간에 세희의 뒤에서 이세하 씨가 불쑥 튀어나왔다. 세희 뿐만이 아니라 이세하 씨까지 왜 이런 곳에?

이세하 씨는 나를 보자마자 태연히 웃으시면서 내게 손짓으로 인사를 하시며 다가오셨다.


"그래, 판테르칸의 피해 복구 작업이 끝났다며? 그래서 이렇게 곧장 돌아온 거구나? 그런데 네가 여긴 어떻게 온 거야?"

"그게... 세희를 만나러 집에 방문했는데, 앞마당에 이상한 웜홀 같은 게 하나 있었어요. 그 너머로 들여다보니까 세희가 보여서 들어왔고."

"이런... 내가 실수로 닫는 걸 깜빡했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거죠?"

"뭐, 여기까지 왔으니 간단하게라도 설명은 해줘야겠지. 실은..."


이세하 씨께서는 어떻게 된 연유인지 자세하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주셨다. 일단 이곳은 단순히 이상한 장소가 아니라 원래 우리들이 살고 있던 세계와는 단절되어 있고 프레이먼들이 살고 있는 <불의 성역>이라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세하 씨와 세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뜻밖에도 세희의 훈련을 위해서... 라고 한다. 세희는 내가 판테르칸으로 떠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훈련을 해왔다고 하였다. 그것도 이세하 씨가 시킨 것이 아니라 세희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훈련을 해달라 했다고...


"그게 사실이야, 세희야? 어째서 그런... 힘들지 않아?"

"물론 힘들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천용이... 너한테 기대지만은 않겠다고 결심했으니까 힘들어도 견뎌낼거야."
'이젠 천용이한테만 짐을 떠넘기는 건 싫어...'
.
.
.

######

7일 전


"......"

"... 세희야?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뒤로는 기운이 많이 없어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아, 엄마... 그냥 조금..."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털어놔보렴."

"... 실은..."


지금의 나는 학교에 가서는 평상시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돌아오고 집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 풀이 죽어 있었다. 그 이유는 여행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그때 천용이와 언니는 납치되었던 나를 구하기 위해 왔다가 오히려 위험에 처해졌었다. 그걸 계기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힘을 끌어내기는 했었지만, 나는 태어나서 지금껏 주먹 한 번 휘둘러** 못한 몸... 그래서 그 힘을 몸이 버티지 못 해서 결국 나는 납치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못 하였다. 

만약 나에게 힘이 있었더라면 애초에 납치되지도 않았을테고, 그러면 천용이와 언니가 그렇게 심하게 다칠 일도 없었을텐데... 라고 생각하였다. 뭐가 어찌됐든간에 결국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정말 싫었다. 맨날 천용이나 언니에게 기대게 되고 폐만 끼치는... 아무런 힘도 없는 나 자신이...


"그래... 그랬었구나..."

"엄마,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걸 정하는 건 너 자신이란다. 세희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저는..."


나는... 더 이상 남에게 기대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힘... 힘이 필요하다. 강해져서 힘을 얻는다면 더 이상 천용이나 언니,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은 물론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다. 이것이 바로 지금 내가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강해지고 싶어요...!"

"그게 너의 진심이니?"

"네...!"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그거라면 굳이 말리지는 않을께. 그럼 아빠에게 가서 한 번 부탁드려보렴."

"네!"


나는 즉각 아빠가 계신 방으로 향하였다. 아빠는 외교관의 업무로써 작성해야할 서류들의 작성을 전부 끝마쳐놓으시고 비디오 게임을 즐기시는 중이셨다. 내가 방으로 들어서자 아빠는 하고 계시던 게임을 잠시 일시정지 시키시고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세희야,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니?"

"네, 실은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우리 딸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줘야지, 뭔데?"

"... 저를 강하게 훈련시켜주셨으면 해요."

"어... 뭐?"


평소의 나답지 않게 이런 부탁을 갑자기 해서일까, 아빠는 잠시 잘못 들으셨다는 듯이 내게 다시 한 번 말을 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확실하게 '나를 강하게 훈련시켜주세요'라고 또박또박 말하였다.

그러자 방금전까지만 해도 작은 미소를 짓고 계셨던 아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아빠는 조금씩 정색하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세희야, 갑자기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구나, 그건 안 돼."

"네? 어째서죠...?!"

"... 세희야, 나랑 슬비가 아직 고등학생일때 세상이 어땠는지는 알고 있지?"


그거야 물론 어릴 때부터 들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아직 고등학생이셨을 무렵, 그때의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모든 인간은 각각 힘이 있는 자와 힘이 없는 자로 구분되었고,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힘이 있으면 전장으로 내보내져 당시 차원종이라고 불렸던 자들과 서로 목숨을 건 혈투를 벌였다고 한다. 아빠와 엄마도 그런 아이들에 속한 사람이었다. 

특히 아빠의 경우에는 인류의 영웅이라고 불리셨던 할머니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원하지도 않는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어린 아이로써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받았고, 또한 성장할수록 클로저가 되기를 강요받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네가 싸움 같은 것에 몸을 담그지 않았으면 한단다. 그리고 굳이 네가 강해지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잖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았지? 그러니 미안하지만 너의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겠ㄱ..."

"싫어요!"

"세희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구요? 저 때문에 그 다른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도요?! 전 더 이상 저라는 한 사람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세희야, 그럴 일은 없어. 그리고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결코 네 탓이 아니란다."

"... 어째서... 아빠는 제 마음을 몰라주시는 건데요...? 이젠 싫다구요... 저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거나 하는 걸 보는 건..."

"세희야, 그건..."

"됐어요! 더 이상 아빠한테 부탁하지 않을 거에요!"


######


"세하야, 세희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세희가 화난 얼굴로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던데..."

"슬비야... 그게..."


방금 나와 세희에게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슬비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내가 강하게 훈련시켜달라는 세희의 부탁을 거절했고, 이에 세희가 뒤도 돌아** 않고 화를 내며 나간 것 전부 다.

나는... 내가 틀린 결정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희는 나와 다르다. 세희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태어났고, 모두가 똑같이 힘을 쓰는 입장이 되었다. 명백하게 내가 고등학생일 시절과는 다른 세상... 이런 세상이라면 세희는 나와 똑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세희를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청춘을 즐길 수 있는 여자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 슬비야, 내가 틀린 걸까?"

"그렇지 않아. 너는 틀리지 않았어."

"그럼 세희가 틀린 거야?"

"아니, 세희도 틀리지 않았어."

"뭐야, 그게..."


농담 같았지만 슬비는 결코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고 세희도 틀리지 않았다라니, 대체 무슨 뜻이지?


"두 사람의 경우에는 단지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야. 세하 너는 세희를 싸움에 몸을 담그게 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과 세희는 강해져서라도 더 이상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입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의 차이일 뿐이지. 그러니까 나로써는 누가 틀렸고 누가 맞았는지 정해줄 수 없어. 하지만, 간단한 말 정도는 해줄 수 있어."

"?"

"세하야, 옛날에 아스타로트가 강남을 침공했을때 기억 나지?"

"물론이지."


그때의 사건은 당시 나와 슬비, 그리고 다른 동료들이 겪었던 고난 중 하나였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지금의 우리들로 따지자면 아스타로트는 별 거 아닌 상대였지만, 당시의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거대한 벽과도 같은 존재로써 도저히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은 상대였다.


"우리들의 힘은 아스타로트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고, 우리들은 큰 무력감을 맛보게 되었었지. 뭔가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조차 없었어. 그래서 너무나 분했었어. 그렇게나 무력했던 자기 스스로를 탓하면서 말이야."

"......"

"처한 상황은 달랐어도 세희 또한 그때의 우리와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본인은 아무런 힘도 없어서 그저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 마음이 말이야."

"...!"

"... 내가 해줄 말은 여기까지야. 좀 도움이 됬으려나?"


그래... 그랬던 거였구나. 그럼에도 나는 어느새 그런 경험조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나의 생각만이 앞서서 세희의 진짜 마음을 알아주지 못 하였다. 그런 나 자신이 정말로 부끄럽다.


"정말 고마워, 슬비야. 네 덕분에 어떡해야 할지 감이 잡혔어. 그 뜻으로 이건 선물."

쪽-

"꺗?! 가, 갑자기 무슨... 마, 맞다! 주전자에 불을 올려놓고 깜빡했었지?! 내 정신 좀 봐!"

"하하, 어른이 되도 역시 귀엽다니까."
'아무튼 고마워, 슬비야.'


슬비의 말을 듣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나는 곧장 세희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노크를 하고 나는 천천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세희는 침대 위에 이불을 답답해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로 뒤집어쓴 채로 누워있었다. 상당히 기분이 상했나보다. 우선 조심스레 말을 걸어봐야겠다.


"세희야."

"... 뭔데요..."

"으흠...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네 부탁 들어줄께."

"...?! 가, 갑자기 왜요...?"


하긴... 아까는 안 된다고 해놓고서 갑자기 이렇게 태세를 바꾸니 단번에 믿기는 어렵겠지. 그래도 슬비의 말을 듣고 나도 깨달은 바가 있으니 이건 진심이라는 것을 세희에게 알려줘**다.


"옛날 일이라서 잊고 있었지만 실은 나도 너와 똑같은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이 얼마나 분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인지 말이야. 그러니 아까는 네 기분을 전혀 생각하려 하지 않아서 정말로 미안했단다. 하지만 이제는 네 기분을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 훈련...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도록 할게."

"아빠...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도 난 세희를 훈련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세희가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면 나는 세희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 한 사람의 아버지로써 말이다.


"그럼 내일 당장 훈련시켜주세요!"

"그래, 알았어."


세희의 훈련을 내일 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세희의 방에서 나와 슬비가 있는 부엌으로 가서 물 한 잔을 마셨다. 이때 슬비가 내게 세희와의 대화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원할하게 끝마쳤다며 내일부터 훈련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였다.


"잘 해결되서 다행이네. 그런데 세하야, 너 분명히 내일 판테르칸에서 열리는 용왕제에 참석한다고 하지 않았어?"

"...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내일 판테르칸에서 열리는 용왕제에 참석해야 하는데 내일 세희의 훈련을 시켜준다고 약속을 잡아버리다니... 어느쪽이든 중요한 건데 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 아! 그 애가 있었지?"

"?"


######


다음날


"그래, 아무튼 가주는 거지?"


현재 나는 아빠와 함께 집 앞마당에 있었다. 아빠는 잠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계셨다. 통화 상대는 천용이었고,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천용이는 오늘 드라간이라는 종족들이 사는 판테르칸이라는 행성에 열리는 용왕제에 아빠의 대리로써 방문하기로 한 모양이다. 설마 나와의 약속을 지키시려고 그런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시는 것을 그만두시다니,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아무튼, 천용이와의 통화를 끝마치시고 아빠는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시며 말씀하셨다.


"... 그럼 세희야, 시작할까?"

"네, 부탁드려요!"

"힘들어도 꾹 참고 해야 해. 이건 네가 원한 거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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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2024-10-24 23:18: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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