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나는 너를 질투했다

루이벨라 2018-02-10 8

짧음주의

 

 

 

 

 

 나는 너를 질투했다.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사는 거 같은 네가 참 부러웠다. 가끔씩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 그렇게 깊숙하게 있던 관계도 아니었는데 항상 눈부시게 웃고 있는 너를 볼 때마다 감정은 요동쳤다. 그 감정은 아마도 호감. 아마도 부러움...그리고 그런 부러움 뒤에는 항상 질투라는 추악한 것이 따라붙었다.

 

 복도를 가다 마주치면 한번쯤은 인사하는 정도. 아는 사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 관계에서 너는 나를 볼 때마다 인사와 함께 환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단 한 번도 너에게 너의 웃음에 버금가는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다. 애초에 할 수도 없었다. 나와 너는 달랐다. 난 그런 웃음, 지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너의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다름 한편으로 안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역겨웠다.

 

 그 사건 이후로 '위상능력자' 라는 공통분모가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 사람은 자신과 같은 것을 가져야 더 가까워지기 수월해진다. 너와 나도 그랬다. 이제는 나도 너의 인사에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받아줄 정도는 되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실을 더 알 수 있었다. 가족 관계, 좋아하는 것, 꿈 등등...대화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하나의 주제가 끝나면 너나 내가 그 다음 주제를 계속 내뱉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었다. 호감은 더욱 커졌다. 이젠 내가 너의 앞에서 '좋아하는 감정' 을 숨기지 못할 지경까지 되었다.

 

 감정은 깊었지만 고백은 하지 못했다. 앞서 말했던 추악한 감정 하나가 그걸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비슷한 것을 공유하고, 그거에 공감하게 되면 그 감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줄 알았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는 사라진 줄로 알고 있었다.

 

 질투라는 감정은 내 안에서 가시지 않았다. 거울 벽을 마주보고 있는 상반된 감정이라니...내가 이때까지 고백을 할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난 어느 하나에만 마음을 정해야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예의를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혼란스러우면 상대방도 나를 보며 같이 혼란스러워할게 분명했다.

 

 감정은 금방 정리되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그 존재의 발길이 크게 느껴졌다. 그 흔적을 쫓아가면 그 길의 끝에 울고 있는 어렸을 때의 내가 있을 거 같아서 발길이 시작된 지점까지는 가지 못했다.

 

 나는 결국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내가 너한테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을 털어놓기로 했다.

 

 -좋아해. 지금도 좋아해.

 

 여기까진 수월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 이리 술술 나가니 참 이상했다. 그 다음 말부터는 상당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네가 부러웠어. 지금도 부러워.

 

 나는 너를 질투하고 있었어. 아니, 지금도 하고 있는 거 같아. 그리고, 그리고...

 

 -하지만 네가 너무 좋아.

 

 이 말로 매듭을 지었다. 손에 땀이 났다. , 참 힘낸 거 같다.

 

 너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게 전부. 그 후로 네가 내 품에 안겨왔던 거 같은데 참 포근했다. 그와 동시에 마음 한 구석이 찌릿거리기도 했다.

 

 아, 아프다...

 

 노란 장미를 꺾어보았어. 그 날 밤, 꿈에서 마주한 어린 시절의 내가 나한테 장미 한 송이를 주며 내게 한 말이다. 아이의 손은 가시로 인해 상처투성이다.

 

 축하해. 꿈은 거기서 끝났다.

2024-10-24 23:18: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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