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트레이너와 세하의 훈련

카스틸리아노 2018-01-27 0

"새삼스럽지만, 다시 소개하도록 하지. 오늘부터 네 트레이닝을 맡게된 트레이너다. 잘 부탁한다."



"네.... 잘 부탁해요."



오늘 유니온에서 공문이 하나 날아왔는데, 앞으로 1년동안 트레이너의 밑에서 훈련을 받으라는 명령이었다.



트레이닝은 어렸을 때도 연구소에서 받아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들의 행태에 질려버려 내 쪽에서, 정확히는 엄마가


그만 두자고 했다. 그래서 솔직히 트레이닝이라면 신물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가끔씩 혼자서 위상력을 다루는 연습 정도는 많


이 해봤지만 (물론 그 시간도 게임에 쏟아부은 시간에 비하면 극히 드문 시간이다.) 남한테, 혹은 누군가의 전투력 측정기가 되


는 것은그때 이후로 관뒀다. 하지만, 트레이너 씨라면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그 사람의 성격이라면.



"이제부터, 네가 내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겠다."



그는 내 눈을 잠시 응시하더니, 마치 약국에서 약에 대해 설명하는 의사처럼 말했다.



"최근 여러 작전을 통해 이세하, 네가 이전과는 달리 매우 강해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허나, 네 녀석의 루트를 한번 자세히 보


니, 강해지는 시기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깨달았다. 솔직히 나 스스로도 인정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바로, 항상 위기가 극한 수준으로 갔을 때, 네 녀석의 잠재력이 터져나와서 순간 폭발하듯 강해진다는 것이지."



그렇다. 나는 희안하게 이슬비처럼 노력을 해도 그 만큼 눈에띄게 강해지진 않았다. 이건 어렸을 때, 연구소에서도 그랬으니,


이해한다. 문제는 이러한 잠재력이 항상 극한의 위기에 달했을 때, 터져나와선 날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기의 순간에 시기적절하게 잠재력이 터져나오는 것 자체는 좋다. 하나, 그 잠재력이라는 것은 결국 사용하지 못하는


힘과도 같다. 이미 네 녀석의 것으로 발현이 이미 된 힘에는 아무 말 않겠다. 하지만, 네 녀석은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는 잠재


력이 풍부해. 그 잠재력이 언제나 위기의 순간 시기적절하게 터져나올 것이라 생각하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언젠가는 이대로 가다간, 그 위기의 순간 잠재력이 터져 나오지 않아, 죽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제안한 거다. 네 녀석의 1년간 트레이닝을 내가 맡게 된 이유가. 사실 이번 트레이닝도 내가 직접, 김유정 임시지부장


에게 건의한 것이다."



"!"



"지금부터 네 녀석의 트레이닝의 방침을 설명하겠다."



그때였다. 갚자기 그의 존재감이 가로 세로 높이 5m 짜리 방을 꽉 채우기 시작하더니, 나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너는 내가 없는 동안에는 네 몸이 버틸 수 있는 극한까지 수련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흘에 한번, 나는 네 성취를 그때


마다 확인할 것이다. 이 주먹으로 말이지. 물론 네가 사흘 전부터 극한으로 수련을 했다면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힘을 낮


추겠다. 허나,"



방 안을 꽉 채운 그의 존재감은 이내 살기가 되어 내 피부를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 솔직히 아직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대


로 3분만 지나버려도 내 전신 피부에서 핏물이 솟아오를 것이다.



"만약 네가 버티지 못한다면, 너는 죽을 수도 있다. 아니, 넌 아마 틀림없이 죽을거다."



피부를 콕콕 찌르기 시작한 살기는 이내 공기 중에도 녹아들어, 내 호흡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점점 숨이 막혀온다.



"나는 너에게 '할수 있느냐?' 라는 질문은 하지 않을 거다. 네 녀석의 근성과 잠재력이 충분하고, 이 나의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반드시 해 내야 하는 것이다. 아니, 반대로 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봐야지."



그 말이 끝난 순간, 방 안에 휘몰아쳤던 살기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동시에 내 숨도 트이기 시작했다.



"최근 연속 정화 작전과 오염지옥 소탕으로 강해졌다고 생각했을 테지? 넌 고작 이 정도의 살기도 채 버티지 못하는 '약자'일


뿐이다. 설마 그 정도의 힘으로 자만하려 했던 건 아니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유 모를 '무언가'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트레이닝을 받을 때마다 항상 엄마와 비교하


는, 혹은 '엄마의 아들' 로만 보는 연구원들의 말에 신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강해졌다고 칭찬받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한 노력을 인정받는 걸 원했을 뿐이라고... 그때도 지금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약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마


음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목구멍을 내닫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내 무의식으로는 스스로 강자라고 여겼었


나 보다. 하지만, 여기서 화를 낸다는 것은 스스로가 미숙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뿐이다. 나는 목구멍을 빠져나오려는 그 '무


언가'를 다시 무의식 깊숙한 곳으로 끌어내렸다.



"아니요, 저는 제가 강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훗. 적어도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잘 아나보군. 그렇다면 시작은 좋다. 때로는 자신의 위치를 알지도 못하여, 어디서부


터 해야 할지 모르는 클로저들이 태반이니 말이다."



"그럼 오늘부터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트레이너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의욕은 넘치나보군. 좋다. 오늘부터 사흘동안은 네 개인 수련시간이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극한까지 네 잠재력을 끌어올


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넌 내 수련을 버티지 못할 것이고, 버티지 못한다면 죽을 것이란 걸."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나는 사흘 동안, 이때까지 했던 모든 수련, 혹은 연습 따위는 전부 버리고 진짜 내 몸을 극한까지 몰아부쳤다. 작게는 기초 체


력 단련부터 시작해서, 위상력을 미세 단위로 조절하는것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전부 할수 없을 때까지 모든 힘을 한방울이


라도 쥐어 짜 내면서 수련했다. 트레이너 씨는 절대로 허튼 소리는 하지 않는다. 내가 그의 트레이닝을 버티지 못한다면 정말


로 날 죽일 것이다. 그런 꼴을 ** 않기 위해서는 지금 숨 쉬는 시간 1초라도 허비해서는 안된다. 식사는 오직 아침 점심 저녁


의 정해진 시간에만 칼같이 끝내고, 쉬는 시간은 내가 더 이상 손가락 하나도 꿈틀거리지 못하는 시점에서 30분간만 이행하기


로 했다. 사실 클로저라서 그런지 회복력은 일반인들보다 수십배는 빠른 것이 사실이다.



여하튼 사흘이 된 순간, 그는 정말로 딱 정해진 시간에 나를 방문하더니, 대뜸 주먹부터 날리고 봤다. 일단 스피드부터가 내가


피할 수 있는 그런 공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맞고, 또 맞았다. 머리, 가슴 배, 등, 팔, 다리 등등, 맞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찰지게 맞았다. 처음 1분간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고, 끝날 때까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으려 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런


나의 눈빛을 본 트레이너 씨는 곧장 강도를 내가 느끼기로는 두배 가까이 늘려버렸던 것이다.



"크아아아악!!!!"



정말 맞고 또 맞고, 죽을때까지 쳐맞다가 죽는다는 것이 이런걸까?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같은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만약 네가 버티지 못한다면, 너는 죽을 수도 있다. 아니, 넌 아마 틀림없이 죽을거다.'



트레이너 씨는 내가 버티지 못한다면, 즉 정신을 놓아버린다면 날 죽인다고 분명히 경고했었다. 솔직히 난 여기서 죽고싶진 않


다. 아니, 어느 누가 차원종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고작 트레이닝을 받다가 죽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절대로 그렇게


는 죽고싶지 않다. 그렇게 쓰러질 것 같으면 오기로라도 다시 일어나려는 나에게 트레이너 씨는 그저 주먹을 날릴 뿐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지. 나타의 말대로, 독기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은 확실히 사실이군. 그래. 그렇게 못버티겠다


면 오기로라도 일어서는 것이다. 앞으로 그런 자세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적어도 죽지는 않을 거다. 그럼, 사흘 뒤에 또 보도


록 하지. 그때도 오늘처럼 잘 버텨주길 바란다."



그는 무감정으로 한마디 하고는, 쓰러져있는 내 옆에 식사를 두고 홀연히 떠났다.



냄새를 맡아보니, 볶음밥에 물 한잔이다. 지금 나는 자력으로 일어서지도 못한다. 결국 나는 지렁이가 꿈틀대듯, 땅을 기어서


라도 움직여서 볶음밥 앞에 가서는 입으로 먹기 시작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지만, 그렇게라도 먹지 않으면 당장 죽어버릴 것


이다.



앞으로 이 짓을 1년동안이나 해야 한다. 아니, 버텨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죽는다. 죽으면 끝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잠재력을 격발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나는 사흘에 한번 꼴로 위기를 겪는, 아주 혹독한 트레이닝을 겪고 있다. 아마 이 트레이닝이 끝난다면, 나는 얼마나 강해


져 있을까? 최소한 그의 주먹을 피할 정도는 될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트레이닝을 1년동안 무사히 버틴다


면.....






나는 지금보다 몇배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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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의 성격이 속으로는 멘탈이 많이 약한 편인데, 그래서 제 식대로 살짝 바꿔서, 냉혹한 성격으로 바꿔보았습니다.

2024-10-24 23:18: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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