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부서진 이세하 이야기 - 上

블랙이세하 2015-02-13 4

*읽기 전에 주의*

-캐릭터 이해성이 부족해서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음

-세계관 붕괴일 수도 있고, 시간 축도 확실하지 않음

-그냥 학교 생활하면서 지내는 이세하와 나머지를 적고 싶었음

-진짜 그게 다임

-그래도 괜찮으면 스압 조심하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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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길 중에서 아침 햇살이 살인적이다.

 

"아아, 피곤하다. 졸리다. 못 해먹겠다"

 

어제 저녁을 먹고 있던 도중에 갑작스럽게 차원종이 대량발생하여 연락을 받고 거기에 끌려 나간 것이다.

평소라면 그 시간대에는 학생이라는 직업을 겸임하고 있는 나 이외의 요원들만으로도 충분할 테지만 대량발생이라는 말은 멋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기에 일손이 부족해져 결국 나에게까지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 연유로 저녁 7시를 넘어 출동하여 새벽 2시 쯤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집에 돌아온 2시부터 4시까지는 게임을 하였다.

겨우 2시간으로는 부족하여 조금 더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정신을 차리니 책상에서 자고 있었다.

 

"이게 다 야근 탓이야."

 

그렇다. 지금 나는 야근 탓에 수면 부족인 것이다.

몸이 찌부둥한 것도 책상에서 잔 탓이 아니라 야근 중에 몸을 너무 혹사시켜서이다.

정말이지, 8시 정도 즈음에 일어나서 학교로 가자니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애초에 인력부족이 뭐야. 도대체. 내가 무슨 게임의 주인공도 아니고 나나 우리 팀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도대체 왜 우리한테 일이 넘어오는 건지..."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듣는 사람도 없기에 그 말에 의미는 없다.

혼잣말에 불과하다. 그래도 안타까움에 나는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게임을 하는 손가락도 멈출 수가 없지만.

 

응? 아아, 물론 지금은 게임 중이다.

어제 야근 때문에 게임을 못하였으니 목표 달성치를 채우지 못했다.

피곤하지만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도 모두 야근 탓이다.

어쩔 수 없지. 피곤한 잠은 학교에 가서 보충하도록 하자.

 

하아, 정말 야근이란 곤란하다니까.

 

"우왓, 럭키!"

 

화면에 비친 것은 금색 빛깔을 한 몬스터이다.

이 녀석을 쓰러뜨리면 보너스로 돈과 경험치를 2배로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자주 안 나오는 녀석이지만, 후후후,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좋지.

나의 캐릭터는 망설임 없이 그 녀석에게 돌격하였고 데미지를 주는 것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칫, 너무 얕았나."

 

데미지를 입은 그 몬스터는 도망가기를 시도한다.

 

"놓칠까보냐."

 

나는 무심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대로 버튼을 연타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다. 도망치기까지의 시간이 내 연타하는 속도로 따라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얕** 말라고. 절대로 잡고 말겠어...!"

 

나는 연타하는 속도를 늘리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버튼을 눌렀고, 결과 2초를 남기고 몬스터를 잡는 것에 성공하였다.

화면은 그런 나의 승리를 축복하며 몬스터를 퇴치하였다는 별표 알림창을 표시해주었다.

 

"하하하, 이 별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

 

그러고 보니, 별에 관련해서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이제는 의미도 없는 이야기인 것 같으니 넘어갈까.

 

"자아, 그럼 다른 몬스터들도..."

 

잡아볼까, 라고 말하면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려고 하였다.

 

"...응?"

 

하지만 그 다음 말을 내가 잇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나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였고 정신을 차리니 교실의 내 책상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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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세하... 야, 이세하...!!"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거기에는 얼마 전에 겨우 친해진 클래스메이트의 모습이 있었다.

 

"...아, 정미구나..."

 

우정미.

얼마 전에 신강고등학교에서의 일이 있고 난 뒤부터는 예전보다는 많이 이야기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클로저스의 일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여러저러 말이 많다. 그래도 이슬비에 의하면 자기에 비해서는 별로 독설도 강한 것 같지 않다고 하니 의외로 우호적일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서유리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멍한 모습으로 어딜 가는 거야?! 꼴불견이니까 등줄기 좀 펴고 돌아다녀."

 

우호적... 인 거겠지?

 

"아, 아아... 그럴게."

 

그나저나 정미 쪽에서 먼저 말을 걸다니, 그 정도로 꼴불견이었던 건가. 나는.

그 사실과 오늘 아침 일이 동시에 겹쳐서 더욱 우울해진다.

나는... 도대체...

 

"...그래서?"

 

"응?"

 

내가 등줄기를 펴고 다니는 것으로 영락없이 이야기가 끝난 줄 알았으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아직 대화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에 깨닫는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어?"

 

"펴, 평소에는 조금 더 등줄기를 펴고 다니면서 무슨 일 있는 거냐고."

 

정미는 어디까지나 시선을 이 쪽으로 돌리지 않고 말을 끝마쳤다.

 

"걱정해주는 거야?"

 

"누, 누가 걱정했다고 그래!! 그냥 달리 떠오르는 화제가 없어서 질문을 던진 것 뿐이라고."

 

아아, 그냥 등줄기만 펴고 다니라고만 하고 끝내기에는 조금 애매하니 그 외에 화제를 찾다가 우연히 질문한 것 뿐인가.

뭐, 그래도 물어봐준 건 맞으니 감사는 해야겠지.

 

"고마워."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걱정해서 말 건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런 감사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니까...!"

 

"아니 그래도... 고맙다고."

 

"으으, 정말 그런 게 아니라니까...!!"

 

"왜 그렇게 흥분해. 거짓말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흐, 흥분하지 않았고 거짓말도 하지 않았어!"

 

아무리 봐도 흥분한 것 같은데...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 같지만.

하긴, 거짓말하지도 않았는데 거짓말한 사람처럼이라고 말하면 더 흥분할 뿐인가.

나도 말이 조금 이상하게 튀어나오고 만 건 사실이다. 사과하지 않으면...

 

"미안."

 

"사과할 필요 없어!"

 

칼 같이 빠른 대답이 돌아왔다.

하아,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우호적인 걸까.

정말로.

 

"...그것보다 도대체 질문에나 대답해."

 

"질문?"

 

"너 바보니? 불과 얼마 전에 왜 그렇게 풀죽어 있냐고 물었잖아."

 

"아아..."

 

그 후에 너무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서 그만 본제를 잊고 있었다.

그래도 말이지...

 

"아니야, 아무것도."

 

게임기가 부서졌다는 이야기고 하니 정미한테 이야기해봤자 별로...

으음, 그냥 넘어가기보다 오히려 한소리 들을 것 같으니 대충 얼버무리자.

이야기한다면 석봉이 정도지 아, 그래. 석봉이한테 이야기해야겠다. 어째서 이 생각이 조금 더 빨리 떠오르지 않은 거지?

아마 힘들겠지만 의외로 그 녀석이라면 뭔가 해결책을 알고 있을지도.

 

"뭐야, 나한테는 상담하지 못하는 이야기야?"

 

"응? 어, 뭐어..."

 

상담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상담하기 조금 그런 내용이지만, 어느 쪽이던 비슷한가.

 

"상담하기 조금 그래. 상담한다면 석봉이한테 하는 게 낫달까."

 

"...한석봉? 아아, 네 친구?"

 

"그래. 뭐, 그 녀석에게 이야기해봐도 별로 소용 없을 것 같긴 한데..."

 

"소용이 없다?"

 

"응."

 

"...혹시 여자, 이야기야?"

 

우정미는 살짝 불안해하며 물어봤다.

그 눈빛에는 이거 밖에 없다는 듯이 보이기도 하였다.

 

"어?"

 

여자 이야기??

갑자기 왜 이야기가 그 쪽으로 가는 거지?

조금 기억을 되돌려보면 나는 우정미 대신에 한석봉에게 상담한다고 말했고,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아, 그런가.

한석봉이 남자이고 우정미는 여자니까 우정미한테는 이야기하기 조금 그런 내용이라면 여자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는 질문에 내가 대답한 후에 확신에 찬 눈빛으로 물어왔단 말이지, 이 녀석.

석봉이에 대해서 실례잖아. 뭐, 이슬비와 관련해서 별로 진도가 없는 걸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 석봉이한테 실례잖아."

 

아, 말이 나와버렸다.

 

"맞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게임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 근데 석봉이한테 물어봐도 소용없다는 것에서 여자 이야기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라고, 나는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정미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어서...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 눈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뭐야, 너 왜 그래? 괜찮아?"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마...! 그래서 누구인데...?"

 

"응? 아니, 그러니까..."

 

그 이야기가 아니라니까.

라고, 나는 또 말할 생각이었다.

 

"이세하...?"

 

"어? 진짜네, 세하다!! 그리고... 정미정미 아니야?"

 

그러나 이번에는 이슬비와 서유리에 출현에 의해서 막혀버리고 말았다.

서유리는 바로 나를 지나쳐서 정미정미, 아니 우정미에게로 다가갔다. 처음에는 함박 웃음으로 다가간 서유리였지만,

 

"앗?! 정미정미, 괜찮아?! 왜 그래??"

 

살짝 촉촉한 그녀의 눈을 보고 바로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표정이 잘 바뀌는 녀석이다.

 

"세하,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어? 아니,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정미정미가 이럴 리 없잖아!!"

 

"아니, 그게..."

 

"...드라마로 말하자면 이건 수라장이라는 걸까."

 

이슬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어본다.

 

"저기 말이지."

 

이슬비의 잘못된 상식에 머리가 아프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좋지만 그런 막장 드라마 같은 건 조금 가려가면서 보란 말이야.

 

"...아무 것도 아니야. 특히 이슬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삼류 드라마와 같은 전개는 아니야. 도대체 뭘 보면 이 상황을 수라장이라고 하는 거지? 우등생이라면서 이상한 상식만 머리 속에 들어있는 거야?"

 

"뭐...!"

 

우와...

아니, 나도 하기 싶은 말이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우정미가 말하면 용서가 없다.

분위기는 갑작스럽게 싸하게 변하였다.

 

"하하. 이런 게 바로 수라장이지!"

 

"아니, 야. 네가 말려야지. 웃고 있으면 어쩌자겠다는 거야."

 

서유리가 웃고만 있길래 가볍게 머리를 툭 치고 태클을 걸었다.

 

"헤헤, 어쩔 수가 없네. 자자, 둘 다 나를 두고 너무 싸우지 마!"

 

서유리는 넉살좋게도 그 사이에 끼어들어가서 싸움을 말렸다.

서유리의 패시브 스킬인 친화성이라면 아마도 문제가 없겠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 자리에서 조용히 퇴장하기로 하였다. 뒤는 알아서 서유리가 처리해줄 것이고, 무엇보다도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한석봉을 만나러 가**다.

너무 뒤쳐지고 말았다.

 

...게임이다. 게임.

오늘은 아침에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기에 게임기를 하나 밖에 안 가져왔다.

휴대폰도 여태까지 그 게임기를 대신하여 수업시간에 하다보니 배터리가 부족하고, 이대로라면 하교할 때 놀 수 있는 게임기가 없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인 것이다. 지금은!!! 후우,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당장이라도 숨을 못 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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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무리야..."

 

"에..."

 

"미안... 나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게임기를 고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제대로 된 업체에 맡기는 게 안전할 거 같아..."

 

"그, 그런 말 하지 말고 나에게 자비를..."

 

"그래도 내가 건드렸다가 더 이상해질 수도 있어서... 잘못하면 세이브 파일이 날아가는 참사도 일어날 수 있어."

 

"윽... 그건 안 돼."

 

그건 나의 인생을 전부 잃어버린다는 뜻이 된다.

숨을 못 쉬는 괴로움은 어떻게든 참겠으나, 인생을 잃어버리는 괴로움은 참을 수 없다.

 

"미안해,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아니야, 오히려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거지. 너무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응. 그래도 어째서 게임기는 고장난 거야?"

 

"아마도 어제 야근할 때, 아 그러니까, 차원종을 없앨 때 들고 다니다가 이상한 곳에 부딪힌 것이 아닐까?"

 

"차원종 상대하면서 게임, 한 거야?"

 

"어. 약한 상대 정도라면 그게 가능할 정도의 스킬을 이제 몸에 익혔으니까 여유지. 그래봤자 어제는 조금 힘든 차원종들이 많아서 많이 못했지만..."

 

"굉장하네... 역시 세하, 너는 대단하구나..."

 

"아, 아니...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야..."

 

조금 쑥쓰러워져서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만다.

게임에 관해서는 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고 인정한 석봉이로부터의 말이라서 더욱더 그렇다.

 

"그나저나, 하아... 이게 다 야근 때문이네. 정말, 어제와 같은 일은 이제 더 없었으면 좋겠어. 야근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게임기도 부서지고..."

 

"그러게... 고생이 많아. 나도 편의점 바이트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니까..."

 

"흐응..."

 

"아, 혹시 괜찮다면 내가 게임 하나 빌려줄까??"

 

"어?! 괜찮아?!"

 

"어, 나 오늘 게임기를 3개 가져왔고 그 중에 하나를 빌려줘도 상관 없어."

 

"역시 한석봉!!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니까. 그 점이 멋져! 동경하게 되버려!!"

 

"...그,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니야, 정말 무심코 저 대사가 나올 정도로 넌 게이머들의 귀감이야."

 

"고, 고마워..."

 

석봉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감사를 표시하였다.

아무래도 정말로 기쁜 모양이다. 나처럼 나를 인정했기에 더 기쁜 거면 좋겠다만, 그게 정말 그런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겠지.

 

"그, 근데 내가 빌려주는 건 괜찮은데 아마 이걸로는 네가 하던 게임은 못할텐데 상관 없어?"

 

"...훗, 우문이네. 내가 그런 걸 가릴 리 없잖아?"

 

"그렇지? 자, 그럼 이거 게임기."

 

"오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기로 할 수 있는 게임 소프트 2개. 둘 다 내 추천작이야."

 

"쌩큐. 어디보자, 하나는 전형적인 RPG인가. 좋지. 캐릭터를 키워가는 맛이 있고!! 게다가 네가 추천해주니 아마도 스토리도 재밌을 것 같아! 또 하나는... 아..."

 

제목을 본 순간, 알았다.

이게 어떠한 게임인지. 그렇기에 조금 반응이 애매할 수 밖에 없다.

 

"왜 그래? 별로야?"

 

"아, 아니... 고맙게 받아둘게. 내일까지 다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만..."

 

"천천히 해도 돼. 어차피 그 게임기 요즘 잘 안 쓰니까."

 

"어. 고마워."

 

나는 석봉이의 호의에 반하지 않도록 최대한 말과 표정에 조심하며 그 게임기와 소프트들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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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수업이 끝나고 하교를 하려고 학교를 나가려던 참이었다.

 

"오, 세하야!!"

 

"서유리. 거기다가 이슬비까지 뭐하는 거야?"

 

"...어차피 우리 모두 클로저스 일 때문에 유정 언니 만나러 가는 거니 유리가 너랑 같이 가자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거기다가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말이지! 후후후...!"

 

"뭐야, 매우 불길한데."

 

"후후, 그건 걸어가면서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자!"

 

서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언제나보다 훨씬 텐션이 올라간채로 달려나갔다.

기다린 이유가 뭐냐 그렇게 달려나갈 거면.

 

"빨리 와."

 

아, 그렇군.

같이 달릴 사람이 필요했던 거냐.

쓸데없는 곳에서 사람을 달리게 하고.

 

"어쩔 수 없네, 정말. 이슬비 너는 달릴 수 있겠..."

 

하지만 거기에 이슬비는 없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와."

 

서유리와 같이 앞에서 뒤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 이런 곳에서 위상력 쓰지 말라고!!"

 

"무슨 말이지? 나는 그런 걸 쓴 적이 없는데?"

 

"그럼 어째서 네가 여기 있었는데 거기로 가냐고. 기척도 없애고 말이야."

 

"네가 못 본 사이에 달려서겠지. 서유리 옆에 숨어서 달린 거야."

 

"네가 무슨 닌자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뭔데."

 

아무래도 좋지 않지만, 더 이상 말하는 것도 귀찮아서 일단 넘어가자.

 

"세하야, 너 좋아하는 여자라도 생긴 거야?"

 

서유리가 말하였다.

여전히 경계심 없이 이 쪽에 몸을 기대고는 만면의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물어왔다.

 

"예?"

 

거기에 나는 당황한 나머지 그만 새된 목소리로 존댓말까지 쓰고 말았다.

아마도 이건 평생의 흑역사가 될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2024-10-24 22:23: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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