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6)

벨리에나 2018-01-14 0

 그 시각, 홀로그램 훈련장.

 훈련장에서 실제 차원종만 나온다고 눈치 챈 볼프강과 루나는 훈련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이해했다. 하얀 바탕이던 훈련장은 어느새 검은 바탕이 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등장하는 차원종의 종류도 하나로 한정되기 시작했다. 모든 차원종은 데스워커였고 모두 변형된 모습으로 관절이 꺽여있었다.


 쾅! 콰지지직!


 볼프강이 휘두른 거대 마검에 수많은 데스워커가 찢겨나갔다. 볼프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찢겨진 데스워커는 자신들끼리 부위를 합치며 새로운 데스워커로 태어난 것이다.


 "카, 카아, 가아악!"


 콰직!


 볼프강은 파멸격으로 얼굴을 뭉개버리며 외쳤다.


 "입 다물어!"


 잠깐의 시간이 주어지자 볼프강은 두 가지 행동을 했다. 한 가지는 자신을 위한 숨, 다른 한 가지는 루나를 챙기는 일이었다. 홀로 싸우고 있던 루나는 다행히 작은 부상밖에 없었다. 다만 그녀의 정신이 문제였다. 기괴한 모습의 데스워커는 아직 많은 차원종을 경험하지 못한 루나에게 있어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루나! 내 목소리가 들리면 외쳐봐!"

 "꺄, 꺄아아아악!"

 "어...... 루나?"


 볼프강은 루나의 고함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잠시 루나에게 가있을 동안 슈브와 엘리고스를 소환해 자신의 빈자리를 매꿨다. 볼프강은 루나에게 다가가며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다.


 "루...... ."


 볼프강은 손을 빼면서 급히 물러났다. 루나가 방패를 치켜들며 수비 태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침 데스워커가 그녀에게 가시를 뻗었는데 카운터가 들어가면서 주변이 싹 쓸렸다.


 "루나, 루나! 날 알아보겠어?"

 

 루나의 몰골은 볼프강과 동일했다. 옷이 뜯겨지면서 상처가 생겼고, 데스워커의 피와 살점이 붙어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냄새는 물론이고 살점이 입에 들어오기도 했다. 루나는 고개를 들며 장신의 볼프강을 올려다보았다.


 "선, 선생님?"

 "다행이구나. 아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우리도 여기서 나가야해."
 "어떻게...... 나가죠?"

 "이곳엔 벽이 없어. 아무리 공중으로 올라가도, 옆으로 달려도 끝이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은 절망이 가득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엘리고스의 검에 찢어지는 데스워커, 슈브의 초토화로 쓸리는 주변, 루나가 던진 아이기스가 돌아오면서 쓰러지는 데스워커. 볼프강은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런......?"


 자신의 발을 보던 볼프강은 점점 고개를 들었다. 루나와 내가 서있는, 저 차원종들이 서있는 이 바닥. 여기도 벽면이잖아?


 "루나!"

 "네, 네?"

 "준비해. 바닥을 부순다.


 볼프강은 벨리알과 함께 도끼를 준비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루나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강력한, 마침 땅을 가격하는 기술을 준비했다. 볼프강의 눈이 검붉게 불타기 시작했고, 루나 또한 눈이 청록색으로 빛났다.


 사라진 소환수, 두 사람에게 달려드는 차원종.


 그러나 이 시간은 두 사람의 시간이었다.


 결전기: 지옥도

 

 

 결전기: 유니버스

 

 

 주위가 보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주위 공기가 무거워졌다. 벨리알의 지옥 도끼가 꽂히며, 루나의 아이기스가 꽂히면서 압축되었던 공기는 순식간에 퍼지면서 태풍과도 맞먹는 바람이 휘몰아쳤다. 주위의 차원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휘몰아치는 바람에 의해 멀리 있던 차원종까지 휘말렸다.


 쿠구구구...... 쿠과과과광!


 바닥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으나 도저히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루나의 유니버스는 이미 시전이 끝났고, 볼프강의 지옥도도 곧 시전을 마칠 것이다. 볼프강은 현실을 체감하며 쥐고 있던 지옥 도끼를 놓았다.


 쩌적, 쾅!


 소리는 바닥이 아니라 천장에서 들렸다. 볼프강과 루나는 갑작스럽게 들어온 빛 때문에 눈을 감았다. 그들이 눈을 감기 전, 그들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형체를 보았다.

 빛에 의해 모든 데스워커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천장을 뚫고 들어온 맥스는 발에 힘을 주면서 붙어있는 두 사람을 각각 팔에 꼈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미국, 유니온 총본부 기지.

 총장에게 호출받은 서지수는 이세하와 플레인게이트에서 헤어진 다음 홀로 미국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복귀 때문에 총본부를 거치지 않고 플레인게이트로 향했던 서지수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호출한다? 서지수는 자신의 감시가 해제되지 않았음을 눈치 챘다. 그런 상대를 어떻게 거짓말을 한다...... .


 "어, 어머? 서지수 요원님?"


 고민하던 서지수는 갑작스럽게 들린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옷차림, 어린아이가 본다면 아줌마라고도 할 수 있는, 서지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아, 김유정 임시 지부장?"

 

 김유정은 멋쩍게 웃었다.


 "그, 그냥 유정 씨라고 하셔도 되요. 어쩐 일이에요? 플레인게이트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총장님이 호출하셨거든."

 "네? 총장님이 직접?"

 "응. 지금 계시겠지?"

 

 갑자기 김유정의 표정이 변화했다가 원상복귀했다. 서지수는 볼 수 있었다. 김유정은 자신에게 무언가 알려주려고 한다. 김유정은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항상 계시죠. 그보다 서지수 요원님. 여기, 뭐 붙어있는데요?"

 "응?"


 김유정은 서지수의 귓가로 다가와 무언가를 때주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서지수의 귀에 무언가가 들어왔고, 김유정은 미리 가지고 있던 부스러기를 보였다.


 "그럼, 나중에 뵙죠."

 

 서지수는 밝게 웃어주며 김유정을 떠나보냈다. 김유정 또한 밝게 인사하며 그녀와 헤어졌다. 잠시 후, 총본부 입구까지 도착한 서지수의 귓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지수. 들린다면 손을 풀어주듯이 오른손 주먹을 쥐었다 펴라.'


 서지수는 목소리가 시킨대로 행동했다.


 '트레이너다. 너의 만남이 끝난다면 다시 연락하지.'


 삐 소리가 들리더니 귀에 꽂혀있던 무언가가 툭 끊겼다. 서지수는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피며 총본부 안으로 들어갔다.



 총장실.

 직속비서의 안내로 총장실에 금방 도착한 서지수는 자리에 앉아있던 유니온 총장을 볼 수 있었다. 짧은 백발에 항상 눈웃음을 하는 것처럼 눈이 작으나 그것 덕분에 인상이 좋은 총장. 나이에 비해 체격도 좋았다. 총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서지수를 맞이했다.


 "알파원 서지수 요원! 이렇게 보는 건 차원전쟁 이후로 처음이군."

 "오랜만입니다. 총장님."

 "괜찮네, 날 경계해도. 나도 어쩔 수 없었네. 그대 같은 영웅에게 감시라니. 난 거부했지만 회의는 다수결 아닌가. 미안하네."

 

 서지수는 뒷짐을 진 상태로 피식 웃었다. 그녀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총장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


 "이렇게 자네를 부른 이유는 이쪽으로 거처를 옮겨달라는 부탁 때문이네."

 "......예? 잘못 들었습니다만?"

 "총본부로 거처를 옮겨주게. 모든 비용과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지."

 "정예요원이 이토록 많은 총본부에 저처럼 늙은 클로저가 필요합니까?"

 "젊고 설익은 정예요원 열 명보다 노련하고 단련된 그대와 같은 클로저 한 명이 더 필요하네. 트레이너를 이곳으로 부른 것도 그 때문이지."

 "트레이너도 이곳에 있습니까? 그럼 더더욱 전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전 세하가 성인이 될 때까진 한국을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지금도 사태가 급박하여 나온 것입니다. 그 말씀은 철회해주셨으면 합니다."


 총장은 짧막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알겠네. 자네 뜻은 뼛속까지 알겠어.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지."


 표정을 굳히며, 눈을 부릅 뜬 총장이 뒤돌았다.


 "이세하 요원과 함께 독일에 간 이유를 물어보도록 하지."


 서지수는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공간 사이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총장이 서지수에게 몇 발자국 다가오자 그녀의 입이 열렸다.


 "해외여행입니다. 감시가 풀렸으니 아들과 함께 다녀왔지요."

 "처음 간 곳이 독일 베를린지부던데."

 "저번 반차원종화 사건 때 후배들과 약속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 기록에 사냥터지기 팀과 만났다는 건 없습니까?"

 "있네. 자네의 클론도 만났고 말이야."

 "더 궁금하신 게 있습니까? 전 그 뒤로 세하와 함께 베를린을 돌아다니다가 총장님의 연락을 받아 돌아왔습니다."

 "글쎄...... . 기록에 틈이 있어서 말이야."


 총장은 서지수에게 더욱 다가왔다.


 "베를린 지부장을 만난 뒤, 그리고 다시 사냥터지기 팀을 만나는 그 틈에 모든 기록이 없더군."


 서지수는 표정의 변화 없이 슈타인 국장을 만났던 것을 떠올렸다. 선배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군. 서지수는 이 사실은 숨기지 않기로 했다.


 "슈타인 국장님을 뵈었습니다."

 "슈타인? 그리운 이름이군. 무슨 얘기를 했지?"

 "과거의 얘기를 했습니다."

 "자네의 교관에 관한 얘기도?"

 "예."

 

 거리낌 없이 대답하는 서지수. 총장은 더 이상 그녀에게 질문하지 않고 다시 뒤돌아 창가로 걸어갔다.


 "한 가지, 명령을 내리지."

 "명령......말입니까?"

 "이번에 사냥터지기 팀에 새로운 요원이 들어왔더군. 맥스라고 말이야."


 서지수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총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가 떠난 뒤에 정식으로 임명된 모양이네. 워낙 이력이 없어서 찾아보니...... 과학자들의 손에 들어가기 전, 울프팩 팀에 있었다는군. 웃기지 않나? 맥스는...... 차원 전쟁 때 죽었으니 말이야. 그러니 알파원 서지수. 울프팩 팀을 사칭하는 그 자를 없애도록."


 서지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대신 그녀의 눈동자가 희번뜩거리며 주변의 위상력이 그녀 중심으로 맴돌기 시작했다.


 "...... 만약 진짜 교관님이라면...... 어쩝니까?"

 "데려오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시간은 넉넉하게 주도록 하겠네. 현재 자네가 담당하고 있는 대정화 작전도 있으니. 그래, 대정화 작전이 마무리 되고 일주일이 좋겠군. 이제 됐네. 가보도록."

 "...... 예."


 서지수는 휙 뒤돌아 문을 강하게 열고 닫으며 총장실을 나섰다.


 

 뒷짐을 지고 있던 총장은 창가에 스멀스멀 생기는 먼지에 반응했다.


 "어딜 다녀오는 건가?"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더스트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옷을 툭툭 털었다. 그녀는 총장을 무시하며 말했다.


 "옛날 친구 좀 만나고 왔어. 서지수는 왜 부른 거야?"

 "내 옛 친구를 제거하기 위해서."


 더스트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다리를 흔들며 꺄르르 웃었다.


 "총장님?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 걔를 제거한다고? 고작 서지수로?"


 총장은 놀란 눈으로 더스트를 바라보았다.


 "고작? 너 지금 무슨 말을...... ."

 "맥스 말이야. 아자젤에게 왼팔을 잃고, 내게 왼다리를 잃고, 더 약해진 줄 알았거든? 어머나? 오히려 그때보다 강해졌는걸?"



 총장실을 나서던 서지수는 동시에 귓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당장 만나.'

 '...... 서지수?'

 '나 화나게 하지 마.'

 '...... 뭐, 좋다. 우선 감시를 따돌릴 방법부터 알려주도록 하겠다. 30분 정도 걸릴 테니 알아두도록.'


 그녀는 유니온 총본부를 나섰다. 그녀는, 그녀의 눈은 노란빛으로 빛나며서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한 것 같았다.




 '레전드' 클로저 맥스에 관한 정보 (4)



 맥스가 얻은 위상력은 원반에서 직접 얻은 위상력이기에 그는 다른 클로저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차이나는 것은 바로 위상력을 담고 있는 그의 육체다.


 그의 육체는 제1 위상력, 제2 위상력, 제3 위상력까지, 그 어떤 위상력이라도 담을 수 있다. 실제로 참모장(더스트)의 농락으로 인해 반차원종화를 경험해보기도 했으나, 고치에서 멀쩡하게 걸어서 나오며 참모장(더스트)을 경악하게 했다.


 그는 육체를 잃더라도 충분한 위상력으로 그 부위를 대신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그의 전신갑옷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closers.nexon.com/ucc/screenshot/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c%a7%80%ec%98%a5%eb%8f%84&n4articlesn=26091

 http://closers.nexon.com/ucc/screenshot/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c%9c%a0%eb%8b%88%eb%b2%84%ec%8a%a4&n4articlesn=28383 )

2024-10-24 23:18: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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