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6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1-10 0

나는 클로저 활동을 하면서 어두운 경험을 많이 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하던 말이 있었지. 인간의 본질은 원래 어둠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트레이너 씨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라고 말이다. 데이비드가 우리를 배신한 것도 충격이었는데 Union이 클로저에게 대우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클론을 만들어내어 우리 엄마를 배신했다. 그래서 나도 왕족사람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 분명히 뭔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당시에는 그냥 의심하려는 본능 때문인지 아무 이유없이 경계했는데 지금에서야 생각났다. 전에 라크레트 백작이 한 말을 유심히 생각하다보니 내가 그랬던 이유도 알 거 같았다. 사실 나도 내가 스스로 무슨 생각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이유없이 저지르는 경우도 많기에 가끔 내 자신도 이해를 못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나 쉽게 못 믿는다. 에르제 일행은 신분이 나와 비슷한 데다가 배신을 할 이유도 없으니 쉽게 믿을 수 있지만 유미나는 아니다. 그녀는 왕족이고 공주님인데다가 애초에 왕족이 모험가와 결혼하자고 말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내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거나 마안을 써도 그렇지, 그런 사람이 어디 나혼자 뿐일까? 대륙 어딘가에 한 두명 있다는 것 정도는 잘 알텐데? 그리고 국왕도 쉽게 허락한 걸 보면 분명히 날 감시하려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잠깐... 그러기에는 좀 이상한데... 왕위를 물려줄 생각을 하면서까지 날 감시할 이유가 있을까? 아, 머리가 복잡하다.


하도 미스터리 스릴러 게임을 하다보니까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거 같다. 유미나는 에르제 일행과 현재 몬스터 토벌 의뢰를 계속하는 중이다. 나 참, 오늘 하루 정도는 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유미나도 모험가로써 적응이 필요하다면서 에르제 일행이 데려간 상황이다. 나도 같이 가자고 그들이 제안했지만 나는 따로 할 일이 있다. 피브르 산을 탐색하는 것이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피브르 산과 가까운 장소로 [게이트]를 이용해서 왔다. 바로 높게 보이는 산이다. 왠지 탐험가의 정신이 발동되는 기분이다. 피브르 산에 대한 의문, 그곳은 깨끗한 곳이기도 하지만 몬스터 출몰이 한번도 없었다. 그건 이해가 안 된다. 어느 산이라해도 몬스터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마리도 없다? 뭔가 냄새가 난다.


"좋아.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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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 정도 걸었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정상까지 걸어가는 데는 오래걸릴 거 같다. 사이킥 무브로 바로 갈 수 있기는 하지만 조사를 하려면 꼼꼼히 해야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만 있자... 위로 올라갈수록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한 그런 기분이 말이다. 대체 뭘까? 이 기운이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는 건가? 호기심이 있지만 동시에 경계하면서 천천히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어간다. 가면 갈수록 기운이 더 강해지기 시작했고, 저 멀리 동굴에서 보이는 게 보였다.


"후우..."


왠지 긴장이 된다. 좋은 느낌이 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적이 내뿜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불쾌한 기운이 느껴진다해서 적이라는 것과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해서 아군이라는 편견은 버린다. 여기는 게임이 아니니까. 천천히 동굴 안으로 접근하면서 검을 꺼내들었다.


[롱 센스], [인첸트 : 스테미나 업]


혹시나 몰라서 무속성 마법 두개를 사용한다. 여차하면 피부감각으로 적의 기습을 감지하고 피할 수 없을 공격이라면 검으로 막아내고자 하는 의도였다. 천천히 접근하면서 강해지는 기운을 느껴보았다. 어두운 동굴 안에 밝은 빛이 빛나보이는 구멍이 있었다. 천천히 접근하면서 그곳으로 들어간다.


"으음."


호수였다. 그것도 깨끗한 물로 이루어진 호수, 저기 들어가면 때가 완벽하게 씻겨질 거 같았다. 걸어오느라 땀을 좀 흘렸는데 여기서 목욕이라도 좀 해볼까? 아 참, 수건이 없지... 그래도 세수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양 손을 물에 담궈서 얼굴을 씻으려는 데 갑자기 내 눈앞에 있는 수면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라왔다.


"우왓!!? 뭐야?"

"아, 상쾌해. 역시 인간일 때 목욕해서 깨끗하게 하는 게 제일 좋다니까. 응? 너는 누구냐?"

"아... 저는 이새야라고하는데요. 저기 그러니까..."


나는 고개를 홱 돌려버린 채로 얼굴을 붉혔다. 눈 앞에 있는 여성은 지금 알몸이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아보이는 젊은 아가씨의 몸매수준이다. 여자는 왜 고개를 돌리냐고 묻자 나는 코트를 벗으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저기, 몸을 좀 가려주셨으면 하는데요."

"응? 내가 왜 몸을 가려야하는 거지? 인간, 지금 내게 명령하는 것이냐?"


엥? 이건 무슨 소리야? 몸을 왜 가려야 되는지 모른다니... 거기다가 뭐야? 이 거친 말투는? 혹시 사람이 아닌 건가?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역시 안 될 거 같았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젊은 아가씨분께서 알몸으로 계시니까 남자인 제가 보기에는 뭐랄까... 부끄러워서..."

"호오... 하긴, 인간들은 이상하게 옷을 입고다니는데 이유가 그거였구나. 부끄럽다라... 좋은 공부가 되었다. 그럼 이렇게 하지. 고개를 돌려보아라."

"네?"


일단 나는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내 앞에서 잠깐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아가씨는 어느 새 옷을 입고 있었다. 가죽옷이었는데 가만있자... 인간이 아니라면 혹시 드래곤인가? 아니면 엘프인가? 혹시나 몰라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드래곤... 님이십니까?"

"그렇다. 나는 위대한 빛의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파르니아다. 짐은 여기 이 산이 맘에 들었기에 이곳을 내 영역으로 삼았지. 본래의 모습으로 있는 것 보다는 여기서 인간형으로 살면서 목욕도 하고 과일도 따먹는 게 훨씬 맘에 들었노라. 그리고 가끔 인간들이 여기로 오기도 하는데 이제는 못오게 해야될 거 같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네? 못오게 한다고요?"

"짐의 영역 안에서 그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짐의 심기가 불쾌하도다. 허나, 짐은 자비로운 빛의 드래곤이다. 안 그래도 인간들의 마을에 찾아가서 경고를 하려고 했다. 한번만 더 쓰레기를 버리면 마을을 초토화시킨다고 말이다. 마침 잘 되었구나. 인간, 네가 가서 내 말을 전하도록 하여라."


이거야 원, 빛의 드래곤인 파르니아 아가씨가 조금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니 나는 거절하지 않고 승낙했다. 다른 드래곤이었다면 참지않고 마을을 불태웠을 것 같기도 하고 무섭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드래곤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 할 지도 모른다. 위상력이 없이는 나 혼자서 상대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검도 안 통할 테고 어떠한 공격마법도 쉽게 안쓰러질 것이니 말이다. 아무래도 팀 워크로 상대해야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빛의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도 무서운 파워가 나온다고 알고 있다. 강렬한 빛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녹아내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간, 그러고 보니 너에게서 기묘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구나. 보통 하등한 인간으로는 안보이는데 말이다."

"기분 탓입니다. 제가 위대한 파르니아님만큼이나 하겠습니까?"

"마치 우리 드래곤 족을 아는 듯한 말투인데? 그 점이 그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런 이런, 들켜버렸네. 드래곤 족은 자존심이 강한 종족이다. 위대한 존재로 불려지는 것을 원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거 뿐이었다. 피브르 산이 왜 몬스터 출몰 안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드래곤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끗한 환경은 역시 자연의 힘이어서 그런 듯 하다.


"재미있군. 우리 드래곤 족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인간이라... 물론 그런 인간이야 대륙 어딘가에 있겠지. 하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군. 그 밖에 알고 있는 게 있는 것이냐?"

"아뇨. 없습니다."

"짐에게 거짓말하지 말아라. 그 정도만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이런, 아무래도 거짓말 하는 게 티가 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게임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해서 드래곤에 대한 설명을 했다. 골드 드래곤, 레드 드래곤, 등등 이런 종류가 있는데다가 마족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종족이라고 말하자 파르니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크게 웃고 있었다.


"그대가 맘에 들었다. 대륙의 모든 종족들은 우리 드래곤의 위대함을 알아야되는 법이다. 간만에 날 즐겁게 해주는 인간이 나타날 줄이야. 좋다. 그대에게 상을 주도록 하지."

"네? 상이라뇨?"

"인간, 혹시 정령을 알고 있는가?"

"네. 알고 있습니다."

"나와라 실비아."


파르니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 앞에서 빛이 나타나더니 그 형체를 드러낸 정령의 모습이 보였다. 하얀 빛으로 나타난 빛의 정령 실비아였다. 파르니아보다 키는 좀 작아보이지만 공중에 자유자재로 뜨는 유체이탈 영혼인 것처럼 보인다. 정령이라면 인간형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했었지?


"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앞으로 이 인간과 계약을 해라."

"네!?"


아니, 무슨 말이지? 정령과 계약이라니? 나는 정령사가 아니에요. 드래곤 님. 정령도 꽤나 놀란 표정이었지만 거절할 의사는 없는 듯 했다. 감히 드래곤에게 반항을 할 정령은 세상에 없는 게 당연하니까 말이다. 파르니아는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네가 직접 저 인간을 관찰하고 느껴보아라. 그럼 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니. 난 위대한 종족인 드래곤이다. 사실상 정령은 필요없지. 하지만 저 인간에게는 필요하다. 그러니 실비아. 앞으로 저 인간을 도와주도록 해라."

"네. 주인님의 뜻이라면..."


으음, 저기요. 어째 왕궁에서 강제로 결혼시키려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는 기분인데요? 공주님에 이어서 이제는 정령이라니... 거절해야되나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정령이 있으면 편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빛의 정령이라면 회복계열의 마법이 뛰어난 편이겠지?


"저기...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건... 우웁!"


갑자기 실비아가 내게 날아와서 양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입맞춤을 했다. 나는 무슨 짓이냐면서 정령을 밀었다. 어라? 밀었다? 정령은 유체이탈 수준이기에 몸을 만질 수 없는 자연계라고 알고 있는데 내가 정령을 밀었다라... 하지만 그 정령은 불쾌함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만족해하고 있었다.


"계약완료. 이제부터 저 실비아는 주인님의 명에 따릅니다. 주인님, 이름을 알려주십시요."


이게 계약 과정이었어? 아니, 그런 거 말고 다른 방법으로 안 되나? 하여간 이세계는 왜 이런가 모르겠다. 뭐 일단, 계약은 성립되었으니 이름을 알려주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8: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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