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13화) - 공개수업 (2)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7-12-29 1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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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하', 인류가 메테우스의 제안에 응하여 타종족과의 교류를 진행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때부터 누구보다 앞장 섰으며, 그런 그와 그의 동료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인류가 모든 종족들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 그는 여전히 인류의 '대표'로써 꾸준히 타종족들과의 외교 활동을 펼치는 외교관으로써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 이 시대에서 같은 인류나 타종족들 사이에서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남자가 지금, 한 자녀의 부모로써의 입장으로 오늘 이 신강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공개수업을 참관하러 온 것이었다.

교실 안은 여전히 술렁이고 있었다. 이유는 물론 이세하라는 유명하디 유명한 인물의 뜻밖의 등장 때문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고 있는 중인 아이들, 그와 마찬가지로 반쯤 넋이 나간 듯이 이세하를 바라보고 있는 이천용.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세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는 둘째치고 그냥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신경쓰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 학교도 규모가 꽤 커졌던걸? 많이 바뀌어서 조금 헤맸단다. 금방 찾았지만."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오신 거에요? 이제 막 2교시가 끝났는데..."


공개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은 3교시, 이제 2교시가 막 끝났으니 3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온 것은 결코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간에 다른 어떤 학부모들보다도 한 발 먼저 일찍 온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이세하가 누구보다 일찍 도착한 이유?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명쾌하였다.


"우리 세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그렇지."


이미 이리스에게 들었던 것처럼 이세하라는 한 가정의 아버지는 이세희와 이리스, 자신의 두 딸을 너무나 끔찍히도 아끼며 사랑하는 아버지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일찍 도착한 이유도 단순하였다. 이세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세하는 얼굴에 자상한 미소를 띠며 이세희의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영락없은 부녀의 모습이었다. 몇 번 쓰다듬다가 이세하는 짧게 교실 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그러고 보니 세희야, 듣자하니 너랑 같은 반인 애들 중에서 너의 남자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아이야?"


라며, 이세희에게 물었다.


"!"


이세하가 이세희에게 물은 '남자친구가 어떤 아이야?'라는 질문을 듣고, 이천용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긴장을 하였다. 어제부터 있었던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혹시 정말로 이세희의 남자친구로써 적합한지 시험하려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세희가 잘 말해준다고 하였으니 분명히 괜찮을 것이다... 라며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보려 하였다. 그래도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못하였다.


"... 찾았다, 너구나?"

"엣?!"


그러던 사이에 이세하는 도대체 어떻게 안 것인지 단숨에 이천용이 이세희의 남자친구라는 것을 알아내고는 이천용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세하의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이천용의 머리에서는 조금씩 식은땀이 한 방울, 두 방울씩 천천히 턱까지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저라는 건 어떻게..."

"아아, 어떻게 알았냐고? 이리스가 말해줬거든. 세희의 남자친구는 백발에 이마에는 어릴 때 다쳐서 생긴 선명한 흉터가 나 있다고 말이야. 이 중에서 그런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아, 그렇군요..."
'그래, 이리스 선생님이...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지...'


어떻게 이세희의 남자친구가 자신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느지 이천용에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세하가 자신에게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다. 그러고 보면 아직 이세희가 이세하에게 제대로 이야기도 못 한 상황이었으니, 이대로라면 정말 불길한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도 없지않아 있었다. 이천용은 제발 그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아무튼... 고맙다!"

"...네?"


이것도 예상치 못한 전개, 이세하는 어째서인지 이천용에게 고맙다고 말하였다. 이천용은 이세하가 처음 보는 자신에게 왜 갑자기 고맙다고 말하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이세하가 왜 이천용에게 갑작스럽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이세하가 이리스에게서 들은 얘기 때문이었다.


"이리스에게서 들었어. 네가 세희에게 자기가 반드시 지켜주겠다고도 말했고, 또 실제로도 지켜주기도 했었다면서?"

"네? 아, 그건..."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불안했단다. 세희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녀석들이 좀 적어야 말이지. 혹시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었지만, 이리스가 그렇게 말했으니 안심했어. 무엇보다 너는 세희를, 세희는 너를, 두 사람이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양이니까. 이러면 아무리 아버지의 입장이라고 해도 두 사람의 사이를 막을 수는 없지."

"네... 감사합니다."
'이 사람... 엄청 다정하신 분이다!'


이세하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이천용은 어느샌가 마음 속으로 품고 있던 불안감은 완전히 떨쳐낸 지 오래였고, 대신에 자신을 이세희의 남자친구로 인정해주는 것만 같아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이번 기회에 이세희의 아버지를 이렇게 뵙게 되었으니 이세하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아이는 분명 나타가 말한... 일단 좀 더 지켜볼까.'

"아빠, 그런데 엄마는요? 같이 오신 게 아닌가요?"

"응? 아아,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계속 고민을 하고 있어서 그냥 내가 먼저 왔어. 뭐, 금방 오겠지."


그때 이세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학년 A반 교실의 바로 앞 복도에서 사람 크기 정도의 웜홀 하나가 생겨났다. 갑작스레 생겨난 웜홀을 보고 또 다시 술렁이는 교실, 하지만 이세하와 이세희는 전혀 놀라거나 하지 않으며 그 웜홀을 바라보았다. 웜홀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웜홀을 통해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얇은 연갈색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리의 피부색을 완전히 가리는 진한 검정색 스타킹과 굽이 짧은 편에 속하는 하이힐을 신은 연분홍색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 여성의 등장에 반 아이들은 놀라는 한편, 아이들 중에서 남학생들은 그녀의 외모를 보고는 빠져들어 자기들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녀는 하이힐로 또각,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려있는 교실 문을 통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 그새 못 참고 먼저 오면 어떡해? 아직 공개수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세희를 더 빨리 보고 싶어서."

"... 아무튼 세희야, 내가 오기 전에 네 아빠가 무슨 이상한 짓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니?"

"하하... 괜찮아요,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엄마'."


이세하가 오고 얼마 안 되서 특이한 등장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평범하게 이세하에게 말을 거는 여성이라는 것만 봐도 이미 반 아이들 대부분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 여성이 이세희의 어머니이며 이세하의 아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막 이세희가 그 여성을 친근하게 '엄마'라고 부르는 걸로 그 짐작은 확실시 되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이슬비', 앞서 말한 대로 이세희의 어머니이며 이세하의 아내인 사람이다. 그녀는 한때 한 클로저 팀의 리더를 맡으며 높은 지위를 가진 클로저였으나 이세하와의 결혼 이후, 클로저를 은퇴하고 오직 한 가정의 주부로써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남편인 이세하와는 달리 현재로선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응? 세하야, 그 아이는 누구야?"

"아아, 얘가 바로 그 세희의 남자친구라는 아이야."

"어머, 네가 세희의..."


이천용에 대해 듣고는 이슬비도 이세하의 옆으로 와서 마치 관찰이라도 하는 것처럼 꼼꼼히 이천용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이천용의 백발 머리, 그리고 이마에 선명하게 나 있는 흉터를 보고는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천용이 옛날에 한 은행에서 이마 부분을 크게 다쳐 구급차에 실려갔던 남자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슬비가 그러한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도 이리스에게서 그에 대한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네가 그때 그 남자아이였구나..."

"아..."
'그때의 일을 말씀하시는 거구나.'

"그 남자아이가 설마 이렇게 성장해서 세희의 남자친구가 되었을 줄이야...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것보다... 미안해. 그때 내가 만약 좀 더 빨리 되돌아왔다면 네가 다치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네? 아, 아니에요! 제가 멋대로 나섰던 건데요, 뭘... 저한테 그렇게까지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이슬비는 만약 그때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은행으로 되돌아왔었다면 이천용이 다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괜스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천용에게 사과를 하였다. 물론, 그때의 이슬비가 잘못한 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슬비 본인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여러 타인들을 생각해주는 성격 때문에 그런 미안하다는 감정이 생겼던 것이다.


"맞아, 본인도 괜찮다고 하잖아? 그런데 괜히 계속 사과를 하면 오히려 상대방만 더 부담스러워진다고."

"그, 그렇니...?"

"아... 뭐... 조금은."
'그건 그렇고... 이 분을 보니 왜 세희가 그렇게 예쁜건지 알 것 같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어느새 쉬는시간이 끝나고 3교시의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교내에 울려퍼졌다. 반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 빠르게 앉고 이세하와 이슬비는 조용히 교실 뒷쪽으로 가서 사물함을 벽에 대고 서서 지켜보았다. 곧 교사가 들어와 수업이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여러 학부모들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각자 자신들의 자녀가 수업을 듣는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공개수업의 두 교시 중 한 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쉬는시간이 되어 반 아이들은 공개수업을 참관하러 온 각자의 부모님들과 잠깐 말을 나눈 뒤에 다시 발길을 돌려 모두가 일제히 이세하에게로 다가왔다. 앞서 말했듯이 이세하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지도가 높은 사람, 그만큼 인기가 많아 상당한 팬들도 있었다. 물론 본인은 그에 대한 자각은 없었지만. 아무튼, 아이들은 일생에 만나볼까 말까 한 그런 유명인을 눈앞에 두고는 너나 나나 할것없이 악수를 해달라거나 사인을 해달라고도 하였다.


"후훗, 인기가 참 많네?"

"그거 칭찬이야...?"

"아, 발견! 아버지!"


이세하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난감해하고 있을 때, 교실의 앞문이 열리며 이리스가 들어왔다. 이리스는 이세하를 발견하고는 그를 불렀다.


"?"

"아버지, 죄송한데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부탁?"


이리스는 다음 4교시인 체육 수업을 맡은 체육 교사였다. 그런 이리스가 4교시를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이세하를 불러 부탁할 것이 있다니, 이세하로서는 이리스가 자신에게 무슨 부탁을 하려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이리스가 이세하에게 한 부탁이 무엇인지, 4교시가 시작되고 나서 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알게 되었다. 





장소는 체육관, 아이들은 전부 탈의실에서 체육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에 집합하였다. 학부모들도 이에 따라 체육관으로 들어와서 체육관의 양옆에 설치된 관객석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곧 이리스가 아이들의 앞에 섰는데, 이리스를 따라서 그 옆에 서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은 아까 이리스에게 뭔지 모를 부탁을 받았던 이세하였다. 이리스에게 무슨 부탁을 받은 건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원래 이슬비의 옆에서 똑같이 관객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어야 할 이세하가 지금 분명히 이리스의 옆에 서 있었다. 


"저, 선생님? 왜 이세하 씨가 이 자리에..."

"후후, 실은 내가 한 가지 특별한 수업을 해볼까 해서 말이야."

"?"

"분명 너희들 중에는 클로저를 꿈꾸는 아이들이 있지? 그러니 만약 클로저가 되기 전에 유용한 경험을 하게 되면 나중에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있을 거야."

"그래서 요점이 뭔데요?"

"이번 시간에는 여기 있는 이세하 씨가 직접 그런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어때? 좋지?!"


이리스의 말에 모두는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당연하였다. 이세하는 어디까지나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공개수업을 참관하러 온 사람이고 수업에 직접 참여할 이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이세하 본인도 이리스가 자신을 왜 여기에 부른 것인지 모르고 있다가 이런 소리를 듣고는 어이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야, 그건 좀 아니지. 나는 어디까지나 공개수업을 참관하러 온 학부모라고?"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요, 네?"

'이건 확실하게 자기가 수업하기 귀찮다는 태도다...'
"아무리 그래도 이러는 건 좀... 아무튼, 이쪽은 사양하겠ㅇ..."

"저... 저기!"

"?"


이세하가 이리스의 부탁을 거절하고는 다른 학부모들이 모여 지켜보고 있는 관객석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그때, 아이들 중에서 어떤 한 여학생이 이세하를 불러세웠다. 이세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불러세운 그 여학생을 보면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여학생은 우물쭈물거리다가도 심호흡을 짧게 하고는 이세하에게 말하였다.


"선생님이 부탁하신 것처럼... 저희를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요?"

"뭐?"


이세하는 이번엔 아이들 중에서 그런 부탁을 하는 학생이 나오자 대략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반대로 이리스는 그 여학생이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줬다고 속으로 '나이스!'를 한 번 외쳤다. 이세하는 잠깐 생각을 하며 머리를 몇 번 긁적이다가 그 여학생에게 되물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어?"

"아, 저... 실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장래에 클로저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고의 클로저셨던 이세하 씨에게 조금이라도 뭔가를 배우고 싶어요!"

"......"

"지금 이러는 게 실례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안 될까요...?"


그리고 그 여학생 말고도 똑같이 클로저를 꿈꾸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씩 덩달아 이세하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클로저의 일을 그만두고 외교관으로써 활동하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이세하는 여전히 클로저들 사이에서는 살아있는 전설, 역대 최강의 클로저라고 불리며 존경을 한 몸으로 받으며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클로저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의 눈앞에 있다. 만약 그에게서 조금이라고 해도 가르침을 받는다면 자신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으며 자신들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기회였다. 이런 기회를 그 아이들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그 여학생이 자신을 불러세워 부탁을 해도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덩달아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까지 나오게 되니 과연 거절을 하기에는 껄끄러웠다. 이세하는 잠깐 고민을 하는듯 싶다가 생각을 끝마치곤 짧게 한숨을 쉬고 말하였다.


"하아... 그래, 알았어. 다들 이렇게 나오니 어쩔 수 없구나."

"와아아아아!!!"

'뭐, 저 천용이라는 아이에 대해서도 조금은 확인을 하고 싶었으니...'


이세하는 결국 거절을 하지 못하고 1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고는 해도 지금 이 반에서 클로저를 꿈꾸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쳐주기로 하였다. 이세하의 수락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하였다.

아이들은 클로저를 꿈꾸며 이세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쪽과 그렇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쪽으로 나뉘고, 전자 쪽의 아이들은 이세하의 앞으로 몰려들고 후자 쪽의 아이들은 다 함께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는 관객석으로 가서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이세하는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이세하에게서 어떤 것을 배우게 될까? 하는 생각에 잔뜩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 확실한 건 이세하에게 배우는 이 1시간이 다른 비싼 과외수업 몇 시간보다 훨씬 더 유용한 시간이라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곧 생각을 끝마친 이세하는 조용히 체육관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뭘 할 것인지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역시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실전이 최고겠지. 자, 너희들 전원 나한테 덤벼보렴."

"......"

"왜 그래? 덤벼보라니까?"

"... 네에?!"


자기 혼자를 상대로 여럿이서 한꺼번에 덤벼보라고 하는, 간단히 말해서 '실전' 방식이었다. 


"아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진심으로 싸우는 건 절대로 아니니까. 그래, 너희들의 수준에 맞춰준다고 한다면..."


이세하는 눈대중으로 아이들이 가진 힘을 대강 측정해보고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아이들은 하나만 올린 이세하의 손가락을 보고 다들 고개를 갸우둥거렸다. 이세하가 올려보인 손가락 하나의 의미란,


"'이거'면 될 것 같네."


보여주는 것 그대로 자신은 오직 손가락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상대해주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 행동에 아이들을 낮잡아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세하는 순전히 아이들의 힘을 가늠하고 그것이 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세하의 행동이 몇몇 아이들에게는 자극을 주게 되었다.


"자, 다들 염려하지 말고 진심을 다해 덤벼봐."


평범한 공개수업이 되었어야 할 시간은 이렇게 이리스가 이세하에게 한 부탁을 시작으로 클로저를 꿈꾸는 아이들의 실전 훈련으로 바뀌어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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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번에는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네여

암튼 내일 올라오는 글에서 봐영


2024-10-24 23:18: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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