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5 A급 퇴치 작전 (에필로그)

Sehaia 2017-12-25 3

말렉의 퇴치가 끝난 다음 날 저녁.

유정 누나에게서 긴급 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뭔가 하고서 찾아가 본 주소에는 고깃집이 떡 하니 있었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것 같다 싶어서 돌아가려 했으나, 목을 감싼 아저씨의 팔에 다른 팀원들이 있는 곳까지 질질 끌려갔다. 어차피 저녁도 못 먹었겠다, 포기하고 그냥 앉아있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게 웬일이야?”

 

유정 누나가 임무 완료 기념으로 쏜다면서 부른 거잖니. 유리가 보너스 달라고 했더니, 위에서 그런 건 안 나온다고 했데. 그래서 타협을 본 게 이건가 봐.”

 

아하, 그런 거였군. 예상했던 대로 보너스는 갖다 버렸다만, 건물이라든가 도로라든가 피해가 피해니만큼, 어쩔 수 없다. 그럼 나도 사양 않고 먹자.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고기가 불판위에 올라가 있었기에 공깃밥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시켜놓고 잠시 고기가 구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 와중에 아저씨는 빈속에 술을 부어넣고 있었다.

 

맥주 한 병을 맨손으로 딸깍 시원하게 깐 아저씨는 잔에 술을 한 가득 부었다. 푸우욱하며 부글부글 올라온 맥주 거품 째로 한 입에 큰 잔을 다 들이킨다. 얼굴을 붉히며 크으 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동네 완전 폐품 아저씨다. 이런 인간은 재활용 분리수거도 못한다고. 부디 잘 수거해 줄 분을 만나길 바라보자.

 

그러고 보니 집에도 알코올 냄새가 찌들어있었지. 맨날 건강, 건강 타령하면서, 생각해보면 술꾼도 이런 술꾼이 없다.

 

아저씨, 술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녜요?”

 

시꺼. 오늘은 날이야. 날 막고 싶으면 미녀들이나 데려와서 와인을 내 눈앞에 대령해!”

 

와인이라고 한 시점에서 멈출 생각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러게. 거기에 미녀라니, 세상에 어느 미녀가 아저씨를 상대해 준답니까?”

 

꿈 속 세계에서 활개를 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걸 입에 담으면 추하다. 추하다고요, 아저씨. 사실 그 이상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현실에서 얼마나 여자와 인연이 없었으면, , 이거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군. 얌전히 입을 다물자.

 

잔소리는 듣기도 싫다는 듯 손을 홰홰 내젓는다. 그러다 문득 감정의 변화라도 생겼는지, 쉴 새 없이 들이키던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숨을 깊게 들이쉬곤, 들숨 그대로 한숨으로 내뱉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난 너희가 말렉에게서 도망가 줬으면 했다.”

 

난데없이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이 아저씨는 이런 거 하나는 잘한다. 언제나 장난스럽게 있으면서, 중요한 순간은 언제나 내가 틀어쥐고 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돌린다.

방금 전까지 들떠있던 분위기가 아저씨를 중심으로 조금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너희한테는 너무 이른 임무거든. 저 유니온이 멋대로 너희에게 시킨 거니만큼, 너희가 도망가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어. 오히려 이게 외부로 드러나면 위험한 건 유니온 쪽이지. 뒤처리도 생각 않고 인력을 배분하네, 뭐네 하면서 말이 많았을 거야.”

 

그러니, 아직 어린 너희들은 도망쳐 줬으면 했다.

 

아저씨는 왼쪽 입가는 끌어올리고, 오른쪽 입가는 끌어내린 특유의 쓴웃음을 지었다. 말을 잇기가 멋쩍었는지 잠시 머리를 떨구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팀 내에서 연장자를 맡고 있고, 위기 상황에서는 실질적 리더를 맡고 있는 아저씨다. 이번 임무에 대해 책임감은 이슬비 못지않게 많이 느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 보인 태도에서는 그런 면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지만, 아저씨도 마음속으로 우리를 전장으로 데리고 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거다.

 

하지만 너희 중 그 누구도 도망치겠다고 하지 않았지. 너희 중 누구도 멋대로 떠맡겨진 책임에 대해 뭐라 왈가왈부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걸 골랐어.

선임 클로저로서 너희들이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 상황에 사과하마. 그리고 말렉을 눈앞에 두고서도 도망치지 않은 너희가 장하다고 밖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저씨의 선글라스에는 김이 서려서, 안 그래도 보기 어렵던 아저씨의 눈을 더욱 보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왠지 여태까지 중 그 어느 때보다, 그 너머의 다크 서클로 범벅이 된, 그러나 부드럽게 풀려있는 눈을 똑바로 본 기분이 들었다.

 

괜히 분위기 무겁게 만들지 마요, 아저씨. 딱히 그런 거창한 것 때문에 이번에 싸운 거 아니에요.”

 

. 저희는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글쎄. 난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 이슬비는 클로저의 의무를 다했다는 의미로 말을 한 거겠지. 허나 난 다르다. 그런 의미에선 이런 칭찬은 나에게 있어 과분하다.

 

차원종과 맞서야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이라는, 듣기만 해도 낯 뜨거워지는 이유를 댔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거짓이겠지.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두려움과 귀찮음, 그걸 짓누르기 위해 자신의 등을 받쳐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걸 위해 이유를 날조했다.

어른들이 멋대로 휘두르려 했던 여태까지의 모든 상황을 뒤집어엎기 위해, 한계까지 위상력을 끌어냈다.

그 결과가 이거라면, 거짓뿐인 이유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들 하니까.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는 걸 눈치 챘는지, 유정 누나가 손뼉을 탁 치며 밥상에 손을 얹었다.

, 고깃집에서 이런 걸 하는 것도 뭣하지만, 너희들의 승급 심사가 정식으로 통과되어 공문이 내려왔어. 얘들아, 이제 너희도 정식으로 유니온의 수습 클로저야.”

 

, 그럼 이제 봉급도 오르는 거예요?”

 

그럼!”

 

서유리와 아저씨가 눈에 띄게 좋아한다. 서유리는 아예 어디서 꺼낸건지 모를 볼펜으로 티슈에다가 월급 계산을 하고 있다. 얼핏 보니 곱하기가 틀린 것 같지만, 굳이 말을 하진 않았다.

아저씨는 더 가관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더욱 풀어지고 늘어졌다. 방금 전의 그 진지하고 분위기 잡는 검은양 팀 위급상황 리더는 어디 가고 한심한 아저씨만 남아있었다.

이 아저씨, 그거다. 월급 받으면 들떠서 며칠 만에 전부 소진해 버리는, 뒷일 생각 안 하는 타입.

 

좋아! 오늘은 봉급도 올랐겠다, 유정 씨가 쏜다니까, 다들 많이 먹어! 수습요원 승급 기념이다!”

 

거기에 오늘 임무 완료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이 씨, 저하고 반씩 나눠 내시죠.”

 

좋아, 좋아! , 잠깐. 유정 씨? 뭐라고?”

 

, 감사해요. 그럼 계산서 여기 있어요. 절반, 잘 부탁드려요?”

 

, 어라? 잠깐? , 유정 씨. 나 이번 달 생활비가 조금.....”

 

한 번 하신 말씀 취소하시기 없기에요?”

 

절절매시는 거 보면 아저씨가 빈곤한 생활에서 벗어나기는 아무래도 글러먹은 것 같다. 씨익 웃으면서 아저씨를 궁지로 모는 유정 누나의 얼굴이 날 훈련시킬 때의 이슬비와 살짝 겹쳐 보인다. 반면 아저씨의 얼굴에선 방금 전까지의 붉은 기운은 어디가고 평소보다 더 창백하게 핏기가 사라졌다.

 

악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빈틈을 노리다니, 두렵도다, 유니온의 관리 요원. 유정 누나, 당신은 대체.......

 

별로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지만, 이걸 조미료 삼아 고기를 먹는 것도 괜찮을지도.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흑갈색으로 변한 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든다. 황금빛 영롱한 색깔의 기름장에 살짝 찍어, 방금 나온 김 모락모락 피는 흰쌀 공깃밥 위에 얹는다. 파릇파릇 알싸한 향을 풍기는 파를 조금 덜어내 밥, 고기와 함께 덩어리로 입에 밀어 넣었다.

으음, 나쁘지 않네.

역시, 남의 돈으로 먹는 밥은 꿀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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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멘탈이 좀 많이 부서져서 한동안 글을 못 썼어요. 제 나이를 알고 계신 분이라면 대략 유추가 가능하실 테니, 소설보다 어두운 분위기의 얘기는 이쯤하고.

드디어 강남 GGV가 끝이 났네요. 새삼 소설가들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분명 주인공은 이세하로 잡고 글을 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주인공이 제이가 되어있군요. 역시 클저의 주인공은 제이....제저씨 강해....읍읍, 당신 누구야!


농담입니다. 이번 편은 여러모로 골치를 썩였던 에피이기도 합니다. 결국 샌드백이 되어버리긴 했어도, A급차원종의 두려움과 힘, 그리고 그걸 강제로 상대할 수밖에 없는 미숙한 클로저들. 거기에 그들이 이길 납득이 가는 개연성까지 필요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경험의 스케일이 다른 제이의 비중이 저절로 커지더라고요.


모자란 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Ep-15 A급 퇴치 작전 (하)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59


Ep-16 의무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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