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루나와 라인하르트(옵치)가 만나게 된 것 뿐인 소설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7-12-22 0

시간도 비었고

루나 출시 기념으로 한 번 적어봅니다

그냥 간단한 콜라보

참고로 게임 속 스토리와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그럼 방패 동지끼리의 만남

시작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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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나 아이기스, 사냥터지기 팀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문자 그대로 <완전무결>한 클로저이다. 그 누구보다 더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자신이 있으며, 다른 누군가의 도움 같은 것도 일절 필요없다. 혼자서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그것이 내가 클로저로써 싸우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봐, 루나!"


"왜 그러시죠, 선생님?"


최근 들어 나에 대한 잔소리가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지금 내 앞에서 잔소리를 하는 장발머리의 남성, 일단은 나의 선생님인 '볼프강 슈나이더'라는 사람이다. 듣자하니 많은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라고는 하지만, 요원증 갱신조차도 제대로 안 하고 그랬다가 정식요원에서 훈련생이 되어버릴 정도로 허당인 사람이다. 맨날 임무에 나갈 때면 숨쉬기 운동을 하느라 바쁘다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귀찮다는 티를 팍팍 내고... 선생님이기는 해도 나랑은 맞지 않는 사람이다. 어쨌든, 이번에는 대체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는 걸까.


"다 보고 있었어. 내가 분명히 말했었지! 이번에는 너의 방패로 특경대를 보호하면서 함께 연계하는 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거라고. 그런데 방금 넌 대체 어떻게 했지? 미리 말해둔 거랑은 정반대로 특경대원들은 내팽겨쳐두고 혼자 돌진하다니, 대체 왜 그런거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내가 지시에 따르지 않고 앞장서서 차원종들을 쓰러트린 것 때문에 이렇게나 잔소리라니. 하지만 애초에 나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것부터 선생님의 잘못이다. 난 이미 방어보다는 공격이 더욱 적성이 맞다고 입증되었다. 그런 나에게 어울리는 전투 방식은 당연히 쉴새없이 몰아치는 공격!... 이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생각 안 하고 나에게 방어를 중심으로 하면서 싸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합리적이지도 않다.


"애초부터 저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것부터가 선생님의 잘못 아닌가요? 선생님도 잘 아시잖아요? 제가 방어보다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걸요. 무엇보다 선생님이 저를 처음 보셨을 때 방패로 원없이 적들을 공격하면 되지 않느냐고 부추기시기까지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이제와서 이렇게 잔소리를 하시는 거죠?"


"그때는... 하아... 루나, 내 말 좀 들어. 그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너의 독단 임무가 아니라 특경대와 협동해서 수행하는 임무였어. 너의 독단 임무였다면 방어를 중심적으로 하면서 싸우라고는 지시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건 앞서 말했듯이 협동 임무야. 서로서로가 함께 연계하면서 보완해줘야해. 내가 너에게 방어를 중심적으로 하면서 싸우라고 지시한 것도 그런 식으로 하라는 뜻이었어. 오늘 우리들의 선배에 해당하는 클로저분이 오셔서 같이 합동 작전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때도 이렇게 할거야?"


"흥, 어쨌거나 방어는 저에게 맞지 않는 행동이에요. 한다고 해봤자 순간적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정도? 그리고 저는 처음부터 특경대와의 연계는 바라지 않았어요. 위상능력자도 아닌 사람들과 함께 싸워봤자 오히려 걸리적거릴 뿐이라구요."


그 말대로, 애초에 위상능력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럴싸한 무기를 쥐고 함께 작전지역에 출동하면 뭐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 그래봤자 일반인은 어디까지나 일반인. 위상능력자도 아닌 사람들이 함께 나서봤자 오히려 나의 완전무결한 싸움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래서 처음 이 임무를 맡을 때도 혼자서 하겠다고 했었는데.


"뭐라고?! 루나, 말을 조심하도록 해! 자! 잘 보라고!"


볼프강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특경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방향을 가리키셨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서 이 잔소리를 빨리 다 듣고 가야지만 편할 것 같다.


"네가 내 지시를 어기고 혼자서 멋대로 날뛰는 동안, 너와 떨어지게 된 특경대원들 중 몇 명은 부상을 입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어?"


"... 잘 모르겠는데요."


"하아... 정말이지... 만약 내 지시대로 행동하면서 특경대와 함께 싸웠다면, 지금 저렇게 부상을 당한 특경대원들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란 거야!"


"제가 지시대로 행동했어도 부상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렇다면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그럴 바에야 제가 한 마리라도 더 많은 차원종들을 쓰러트리는 편이 나아요."


"뭐...!"


"할 말씀 다 하셨으면 저는 가서 잠깐 쉬고 있을게요. 완전무결한 저도 조금의 휴식은 필요한 법이거든요."


"잠깐, 루나!"







"...칫."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라서 나에게 잔소리를 못 하셔서 안달이신걸까? 그래,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오히려 억지로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특경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해보자고 하신 선생님이 잘못한 거다.


"난 잘못이 없어."


"허허,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가. 꼬마 아가씨?"


"...꺅?!"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 나의 옆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멍하니 있다가 갑작스레 그 목소리를 듣고 즉시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나의 옆에 이미 앉아있었다는 것처럼 편안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머리카락은 물론 수염까지도 백발인 노인이었고, 왼쪽 눈은 과거에 다친 모양이었는지 크게 베인듯한 흉터가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의 2m... 아니, 2m를 조금 넘을 정도의 거구와 그 몸집에 걸맞는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음? 이거 미안하구만. 이 늙은이가 본의 아니게 꼬마 아가씨를 깜짝 놀래킨 모양이로구먼."


"ㄴ, 누가 꼬마 아가씨라는 거에요?!"


"음? 아닌가?"


"이래뵈도 저는 클로저라구요! 그것도 완전무결한! 아시겠어요?"


"호오, 클로저였나? 실례했구만, 설마 이렇게 작고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클로저였을 줄은."


"그러니까 꼬마가 아니라구요!"


대체 뭐야, 이 노인은? 생긴 모습은 둘째치고 초면에 거침없이 말을 거는 데다가 자꾸만 얕보는 듯이 계속 웃으면서 말하다니. 그런데 여긴 분명히 통제구역일텐데, 대체 이 노인은 어디로 들어온 거야? 출입을 통제하는 건 분명히 특경대... 정말이지 역시 도움이 안 되는 집단들이다.


"그나저나 꼬마 클로저께서는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우실까?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나? 괜찮다면 이 늙은이한테 털어보게. 이래뵈도 젊은이들의 마음은 잘 알아주는 편이거든."


"초면부터 그런걸 물어보시다니, 상당히 무례하시군요?"


"그런가? 미안하구만, 껄껄. 그렇다면 굳이 얘기해주지 않아도 된다네."


"흥..."


누구인지도 모를 노인에게 말해줘봤자 무슨 소용이 있으리. 백번 양보해서 얘기해준다고 해봤자 결국 이 사람도 선생님과 똑같은 어른, 어른들이 생각하는 건 뻔할 뻔자, 똑같이 설교를 듣기밖에 더 하겠어? 분명 그러리라고 생각하니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을 거다. 아, 그보다는 어서 빨리 이 노인을 통제구역 밖으로 내보내기라도 해야겠다.


"어쨌든, 여긴 통제구역이니 어서 밖으ㄹ..."


"오? 자네, 방패를 사용하는건가?"


"네? 아, 네... 그런데요?"


"흐음, 좋은 방패로구먼. 흠잡을 데가 없어보이는 견고함, 그리고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것 같은 튼튼함을 가진 훌륭한 방패야."


"... 엣헴, 뭘 좀 아시기는 하나보군요."


이렇게 내 아이기스를 띄워주면서 말한다고 통제구역 밖으로 쫓아내지 않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좋은 안목을 가진 노인이기는 한 모양이다. 하긴, 당연하지. 내 아이기스는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고, 상대가 아무리 강한 차원종이라고 해도 쉽게 박살낼 수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방패를 가진 아가씨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더 궁금해지는구만. 아아, 방금 그건 혼잣말이니 무시하게."


"윽..."


결국에는 캐묻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군... 뭐, 아무렴 상관없나. 아직 다음 임무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고, 딱히 아이기스를 칭찬해준 것 때문은 아니지만... 이 노인은 왠지 다른 대답을 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한 번 털어놔볼까?


"알았어요. 얘기 해주면 되잖아요. 그 대신, 다 듣고 난 뒤에는 여기서 나가주세요. 여기는 통제구역이라서 일반인들은 출입하면 안 되니까요."


"알겠네, 알았어."


"으흠, 그러니까..."


나는 아까 전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얘기해주었다. 볼프강 선생님의 합리적이지 않은 지시, 그에 타당한 나의 불만 등, 얘기를 다 듣고나서 노인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나에게 말하였다.


"허허, 확실히 방어같은 것만 하라고 해서 젊은이들의 혈기를 억지로 누르려고 할 이유는 없지."


"!... 그, 그쵸?! 역시 뭘 좀 아시는 분이로군요."


예상대로라면 볼프강 선생님이랑 비슷한 소리를 하면서 설교를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내 생각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주었다. 이런 일반인도 내 기분을 알아주는데... 역시 볼프강 선생님이 잘못 생각하신 것이 분명하다.


"왠지 자네를 보면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오르는구만. 나도 그때는 자네처럼 전장에서 싸웠지."


"네? 그게 무슨..."


"허허허, 사실은 나도 옛날에는 클로저였다네. 지금은 보다시피 이렇게 늙어서 은퇴를 한 몸이지만 말일세."


"할아버지가... 클로저였다구요?"


확실히... 이 노인의 범상치않은 외모와 일반인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큰 체격, 그리고 늙은 몸인데도 젊은 사람을 압도할 것만 같은 근육, 평범한 노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설마 클로저였다니.


"괜찮다면 이번에는 나의 과거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괜찮겠나?"


"뭐, 휴식 시간도 아직 남았고... 할아버지도 제 얘기를 들어주셨으니, 좋아요."


"고맙구만. 그럼 어디보자... 그래, 때는 20년 전이었지."


"20년 전이라면..."


20년 전, 그렇다는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노인은 과거 차원전쟁의 전장에서 싸웠던 참전용사라는 말이 된다. 그냥 클로저도 아니고 그 차원전쟁에 참전하였던 클로저였다니, 들으면 들을 수록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 연속이었다.


"차원전쟁 시절, 나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활동하는 한 부대의 부관으로 있었다네. 그리고 그 부대의 사령관은 바로 내 스승이셨지. 어쨌든 내가 속한 부대는 많은 전장을 돌아 다니면서 활약하였다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부대에게 큰 임무가 하나 주어졌지."


"큰 임무요?"


"차원종들의 대군에 맞서서 슈투트가르트를 지켜내는 임무였지. 이 임무를 맡은 우리 부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마을에서 진격을 하고 있는 차원종들의 대군을 막아내려고 했었다네. 전투가 시작되고 우리 부대는 다른 클로저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용감하게 싸웠지. 그 중에서도 나는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앞장서서 차원종들을 해치우고 있었다네."


"훌륭하세요.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차원종들과 맞서시다니."


"그래... 사령관인 스승님의 지시도 무시한 채 말일세."


"네...?"



[돌아가 대원들을 지키게!]

[아아, 걸리적거릴 뿐입니다! 알아서들 잘 하겠죠!]



"그건..."


그렇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내가 아까 전에 나갔던 임무에서 행동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행동한 나는 결국 위기에 빠지고 말았네. 혼자 깊숙히 무모하게 돌진했다가 역으로 당할 뻔했지. 이 눈의 상처도 그때 생긴 거라네. 어쨌든, 다행히 그때 스승님이 단신으로 내가 있는 곳까지 오셔서 나를 구하셨지. 부상까지 입으시면서 말일세. 하지만, 그게 부대 전체에게는 역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지."


"악영향이요?"


"스승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신 탓에 부대 전체의 연계가 흐트러지고 그 때문에 점차 차원종들에게 밀리게 되었다네. 결국 우리 부대는 대다수의 대원들이 전사하여 벼랑 끝에 몰리게 되고, 전체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네. 하지만 거기서 후퇴하게 된다면 차원종들이 슈투트가르트에 침범하여 도시 전체를 유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지. 거기서 스승님은 한 가지 결단을 내리셨네. 그건..."



[자네는 부대와 함께 돌아가게. 여기는 내가 막을테니.]



"왜 그런 결정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고도 해도 도시 하나를 유린할 정도로 많은 수의 차원종 대군을 단 혼자서 막겠다는 것은 어떠한 강한 클로저라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나는 스승님의 결정에 따를 수 없었지. 그런 나에게 스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네."



[대원들에게는 네가 필요하다. 가서 그들의 <방패>가 되어주거라.]



"... 아무튼, 나를 포함하여 살아남은 클로저들은 스승님의 결정에 따라 후퇴하고 스승님은 단신으로 차원종들과 맞섰다네."


"그래서 어떻게 됬는데요?"


"스승님의 희생으로 간신히 차원종들이 슈투트가르트에 침범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네."


희생... 즉 그 스승이라는 사람은 그때 전사하게 되었다는 뜻이겠지.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그런 많은 수의 차원종들을 단 혼자서 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예상을 한 결말이라고 해도 왠지 모르게 쓸쓸히 내 가슴 속에 다가왔다.


"지금도 아주 가끔씩 그때 만약 내가 스승님의 지시에 따라서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네. 그런다고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을 생각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만 말일세."


"......"


"... 꼬마 아가씨, 자네의 말대로 자신의 젊은 혈기를 억지로 억누를 필요는 없네. 하지만, 때로는 냉정하게 끓어오르는 혈기를 제어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좋다네. 어른의 설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충고인 셈치고 명심해줬으면 하는군."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는 달라요! 저는 완전무결하니까! 누구처럼 실수를 해서 위기에 처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그런가... 그럼 다행이구료.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졌구만, 그럼 이 늙은이는 이만 퇴장하도록 하겠네."


...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노인의 말을 수긍한다면 이제껏 내가 싸워왔던 모든 순간들이 전부 잘못된, 완전무결하지 못한 것이 될테니까. 그런 생각에 무심코 그렇게 말을 뱉었다. 그런 말을 하고 노인이 벤치에서 일어나 내 옆에서 떠나가고 있을 때가 되서야 나는 그 노인에게 심한 말을 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머리로는 그 노인을 붙잡아세워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몸이 그것을 용납치 않고 있었다. 


"아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해줌세."


"?"


그런데 그 노인이 갑자기 뒤돌더니,


"방패는 본래 타인을 공격하는 도구가 아닌, 타인을 지켜주는 도구라는 것을 명심하게. 그럼..."


"......"


그 말을 남기고는 점점 멀어져가고 곧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나는 그 노인이 사라진 방향을 잠깐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패는 본래 타인을 공격하는 도구가 아닌, 타인을 지켜주는 도구라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일부러 모른척한 채, 나는 벤치 옆에 세워두었던 아이기스를 들고 다시 임무를 수행하러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때까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말의 의미를 마주보게 될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비켜요!"


임무가 시작되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달음에 나서서 누구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차원종들을 쓰러트려갔다. 이번에도 특경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거지만,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런 나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바로 볼프강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루나! 멈춰! 돌아와서 특경대원들을 지켜!"


"!"



[돌아가 대원들을 지키게!]



"...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전부 해치울테니까!"


그 노인의 스승이 말했을 것 같은 대사가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갔으나, 나는 그걸 억지로 무시하고 거침없이 돌격하였다. 그리고,


"너희들이 마지막이구나, 각오해!"


나에 의해서 궁지에 몰리게 된 차원종들이 눈에 들어왔다. 단번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나는 곧장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 차원종들을 향해 돌격하였다.


"하아아앗!!"


하지만, 내가 그 차원종들에게 돌격하려고 한 발자국 땅을 디딘 그 순간...


"꺄아아악?!"


내가 디딘 자리에서 시작하여 땅이 무너져내린 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차원종들이 미리 술수를 부려 한 발만 내딛어도 즉시 무너지도록 만든 함정이었다. 차원종들은 거침없이 자신들을 향해서 돌격해오는 나를 이쪽으로 유인하여 지금 이렇게 나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다.


"크읏! 이까짓거 사이킥무브로... 앗?!"


사이킥무브를 이용해 곧장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이걸 미리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차원종들 중 일부의 차원종들이 활의 모양을 한 팔로 나에게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재빨리 아이기스를 들어 차원종들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으나, 공격을 막아내느라 사이킥무브로 함정을 빠져나갈 순간을 놓치게 되어버렸다.


"으아아앗!!"






"으으..."


함정에 빠져서 지하로 떨어졌던 나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 지하였던 만큼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그래도 함정으로 생긴 빛이 조금씩 들어왔기 때문에 사물을 분간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일단 주변을 살펴보려고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아얏...!"


몸을 일으키는 순간, 발목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보아하니 아무래도 떨어질 때 발을 헛디뎌서 발목을 크게 삔듯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대강 응급처치를 하고 아이기스를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대략 3분 정도를 걸었을 때였을까?


"...!"


무언가의 발자국 소리가 지하의 벽들을 조금씩 울리면서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틀림없이 나를 함정에 빠트린 차원종들이 쫓아온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곧장 경계태세를 취하며 그 발소리의 정체가 보이는 즉시 싸울 준비를 하였다. 이윽고 그 발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나는 아이기스를 휘둘렀다.


"꺗!"


"?!"
'어린... 여자아이?'


아이기스를 휘두른 직후에 확인한 그 발소리의 정체, 그것은 다름아닌 나보다도 어려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차원종이 아님을 확인하고 나는 즉시 휘두른 아이기스를 재빨리 거두었다. 그나저나 대체 왜 이런곳에 어린 여자아이가 있는걸까? 그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 조심히 다가가서 그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얘, 꼬마야. 왜 이런 곳에 있는거니? 부모님은?"


"그게..."


이 아이는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인지 그 경위를 말해주었다. 그 경위는 이러하였다. 자신은 처음에 부모님과 같이 차원종들을 피해 대피하고 있었으나, 나처럼 차원종들이 일부러 파손시킨건 아니었지만 일단은 파손되어서 불안정해진 땅을 실수로 밟았다가 떨어져 부모님과 갈라지고, 출구를 찾아 걷다가 지금에 와서 나와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과는 달리 그리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가벼운 찰과상 외에는 특별히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아무튼, 지금부터 중요한 건 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한시라도 빨리 이 지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를 함정에 빠트린 차원종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꼬마야, 나는 클로저야. 그러니 안심하고 날 따라와."


"엄마랑 아빠 보고싶어..."


"안심해, 내가 꼭 부모님을 만나게 해줄테니까. 자, 어서 가자!"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차원종들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솔직히 이 아이를 지켜주면서 싸울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킁킁..."


"빅터, 어때?"


"역시 루나는 이 밑으로 떨어진 모양이다. 냄새가 여기서 끊겼어. 그뿐만이 아니군. 차원종들의 냄새도 느껴진다. 아마 루나의 뒤를 따라 밑으로 내려간 모양이겠지."


"뭐? 그렇다면 당장..."


"잠깐!"


"?"


"... 이 지하에서 아주 강한 힘을 가진 냄새가 움직이고 있다. 이 방향... 루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군. 만약 적이라면 큰일이다."
.
.
.
.

"...! 찾았어, 출구야!"


발목을 크게 삐어서 걷기 힘든 몸을 움직여 출구를 찾은지 20분 정도, 드디어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이라는 문 앞을 절망이라는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것처럼, 출구를 향해 가면서 빛이 점점 밝아짐과 동시에 나는 그 절망이라는 문지기를 보게 되었다.


"크르륵!"


"앗...?!"


차원종들이 바로 그 출구를 빈틈없이 가로막고 선 것이었다. 그 차원종들을 나를 함정에 빠뜨린 차원종들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저 차원종은..."


자료에서 한 번 봤던 적이 있다. 사자조차도 기가 꺾여 도망칠 정도의 맹수 그 자체나 다름없는 얼굴과 커다란 체격, 할퀴는 것이 아니라 부순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기둥보다도 더 굵은 손톱, 뭐든지 씹어먹을 것 같은 송곳니, 번개를 연상시키는 듯한 날카로운 뿔, 바로 A급 차원종에 해당하는 <말렉>이라는 차원종이었다. 안 그래도 힘겨운 상황에서 이런 A급 차원종까지 등장하게 되다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크아아아!!!"


"읏! 꼬마야! 내 뒤로 피해!!"


말렉이 그 커다란 몸뚱이로 돌진하여 굵은 손톱을 휘갈겼다. 지금으로써는 빠르게 움직이기가 힘들었던 탓에 그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나는 즉시 아이를 내 뒤로 피하게 한 뒤, 아이기스를 내세우고 방어력을 최대한으로 높여서 말렉이 휘갈기는 손톱을 막았다.


"크윽...!"


말렉의 공격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 뒤에 있던 차원종들도 가세를 하기 시작하였다. 말렉 한 마리라면 어떻게든 해볼만 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이렇게 여러 마리의 차원종들이 덤벼드는 탓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몸 상태와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을 낀 상태로는 설령 말렉 한 마리밖에 없었다고 한들 지금처럼 아이기스로 공격을 막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으으... 무서워...!"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했을때, 내 눈에 들어온 한 방향.


'저긴...'


차원종들이 의도한 건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되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었어도 출구를 막고 있던 차원종들의 가운데에 통과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 생긴 것이었다. 빠르게 움직이기 힘든 상태라고는 해도 딱 한 순간, 한 순간만 통증을 참고 한번에 폭발적으로 속도를 올린다면 단숨에 그 공간을 통해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하지만...'


나 혼자였다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뒤에 어린 여자아이가 나만을 의지한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아이를 데리고 방금 생각한 그 방법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일반인에 불과한, 그것도 이렇게 몸이 여리디 여린 이 아이는 내가 낸 속도에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방법을 이용해 빠져나가려면... 그 아이를 버려야만 했다.


'어떡하면 좋지...? 대체 어떡하면...'


말렉을 포함한 차원종들의 공격을 계속 막아가면서 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앞서 생각한 방법을 따라서 할 수 없이 이 아이를 버리던지, 아니면 포기하고 끝까지 이 아이를 지킬 것인지...


"언니...!"


"......"
'... 난 대체 뭘 고민하고 있는거야, 바보같이...'


그런 어리석은 질문... 이미 답은 정해져있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의 방패니까!"
.
.
.
.

"말렉? 재리, 그게 사실이야? 그런데 A급 차원종이 왜 여기에 나타나?!"


"그걸 저한테 물어본들... 어쨌거나 빨리 루나 양을 구해야해요."


"크윽... 빅터가 말한 아주 강한 힘을 가졌다는 냄새의 정체가 하필 그 말렉이었다니..."


"아니, 그놈이 아니다."


"... 뭐?"


"내가 말한건 그 말렉이라는 녀석이 아니다. 그 녀석과는 다른, 그리고 더 강한 힘을 가졌다."
.
.
.
.
.

"아윽!"


계속해서 말렉과 차원종들의 공격을 막아내갈 때쯤, 작게나마 무언가가 조금씩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그 소리의 정체는 지금껏 많은 차원종들을 박살냄과 동시에 어떠한 공격이든 조금의 흠집하나 없이 막아내오던 나의 아이기스에서 처음 보게 된 금이 가고 있는 모습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아직이야... 아직...!'
"버텨! 아이기스! 네가 이 정도에 부서질 리가 없어!"


"크르아아아!!"


계속 자신의 공격이 막히게 되어 흥분하게 된 모양인지, 말렉은 양손에 힘을 가득 실어 있는 힘껏 아이기스를 내리쳤다. 말렉이 내리친 자신의 양손이 아이기스와 충돌한 순간,


콰직-


"...!"


아이기스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며 내 앞에 힘없이 우수수 떨어졌다. 나와 함께 전장을 헤쳐나온 아이기스가 이런 식으로 부서지다니, 믿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아이기스는 마지막 순간, 짧은 한 마디를 내게 던지고 부서졌었다.


'지켜.'


그 한 마디에 나는 아이기스가 부서진 사실의 충격에서 금방 빠져나와 이번에는 나 자신의 몸을 방패삼아서 아이를 지키려 하였다. 이에 반응하며 말렉은 곧장 다음 공격을 감행하였다. 말렉의 굵은 손톱이 내 눈앞을 향해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다가온다. 이 짧은 한순간이, 나에게는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다가왔다. 점점 말렉의 손톱이 가까워져간다. 곧 그 손톱이 내 얼굴을 찢어**려는 그 순간이었다.


콰과아앙-!!!


"크엑!!"


"... 어?"


말렉의 옆에 있던 벽을 부수며 커다란 물체 하나가 빠르고 거친 기세로 다가와 말렉을 강하게 밀쳐내버리는 것이었다. 말렉은 흡사 질주하던 자동차와 충돌하여 나뒹구는 사람처럼 날려져 차원종들 무리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말렉을 밀쳐낸 그 커다란 물체가 내 눈앞에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었다.


"로... 로봇...?"
'... 아니야, 이건..."


처음 본 순간에는 그것이 커다란 사람의 몸을 한 로봇인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로봇이라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세세한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것이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고, 그 모습은 위에 육중한 갑주를 걸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사람은 그 육중한 갑주를 비롯하여 왼쪽 팔에는 사자 얼굴 모양의 방패, 그리고 오른손에는 내 키는 훌쩍 넘는 크기에 타격면의 뒷쪽 부분에는 로켓 추진장치가 달린 커다란 망치를 들고 있었다.


"누구시죠...?"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그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리고 되돌아온 것은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를 가진 대답이었다.


"이렇게 또 보는구만, 다친 곳은 없는가?"


"이 목소리는... 설마...!"


그 사람은 얼굴 전체를 감싼 투구를 잠깐 벗어서 얼굴을 보였다. 머리는 물론 수염까지 하얀 백발에 큰 흉터가 난 실명된 왼쪽 눈을 한 노인, 그 사람은 아까 전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노인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여긴 어떻게..."


"하하, 귀여운 후배가 이렇게 위기에 빠졌는데 당연히 구하러 와야하지 않겠나!"


'후배...?'


그러고보니 볼프강 선생님께서 분명 나중에 선생님 본인을 포함한 우리들의 선배에 해당하는 클로저가 한 분 오셔서 같이 임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는데, 설마 그 클로저라는게 이 노인이라는 말인가?


"그건 그렇고 그 방패..."


"아, 이건..."


그는 부서진 내 아이기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나는 다시 아이기스가 부서졌다는 사실에 의한 충격에 빠져버렸다. 아이기스가 부서졌다면, 이제 앞으로 어떡해야만 하지? 아이기스가 없다면 나는 더 이상 완전무결한 클로저로써 있을 수가 없다...


"아이기스..."


"그 방패, 듣자하니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주인인 자네의 의지에 반응한다고 한다던데 사실인가?"


"네, 맞아요... 하지만 이제는..."


"절망하지 말게. 자네의 방패는 아직 죽지 않았다네. 자네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그 방패는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을 걸세. 의식을 그 방패로 집중하게. 그런다면 그 방패는 다시 원래대로 복구될 거라네."


"그게... 정말인가요...?"


아니, 정말이고 말고 생각할 이유따위는 없었다. 아이기스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아이기스, 아이기스만은 원래대로 되돌릴 것이다. 내 모든걸 맡기고 의지할 수 있는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돌아와... 아이기스... 네가 필요해...! 네가 없으면 안 돼!'


나는 내 의식을 아이기스의 파편으로 집중시켜 내 모든 힘을 아이기스의 파편으로 옮겨 서로 통하도록 만들었다. 나의 모든 힘이 아이기스의 파편을 거쳐서 내 몸으로, 다시 아이기스의 파편으로, 이런 식의 순환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아이기스의 파편은 밝은 빛을 내뿜었다. 눈부신 빛에 눈을 가리고 빛이 사라지자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이기스...!"


아이기스는 부서지기 전의 온전한 모습으로... 아니, 외견은 변함이 없었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다시 재탄생한 아이기스는 이전보다 견고하고 튼튼해졌다는 것을.


"잘 됐구만! 역시 훌륭한 방패야!"


"그야 물론이죠! 완전무결한 클로저인 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방패니까요!"


"하하, 그렇다면 이 늙은이가 그 완전무결한 클로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나?"


"부탁이요?"


"자네 뒤에 있는 어린 아이를 완벽하게 지켜주게나. 어때, 할 수 있겠나?"


완벽하게 지킬 수 있겠느냐고? 훗, 그런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 당연히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런 것쯤, 제게는 일도 아니죠! 보여드리죠, 저와 아이기스의 완벽한 방어를!"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내 뒤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그럼 어디, 오랜만에 날뛰어볼까!!"
.
.
.
.

"인간이라고?"


"그래, 전신에서 철 냄새가 뒤덮혀있긴 하지만 틀림없이 인간의 냄새다."


"...!"
'설마 그 사람인가...'
.
.
.
.

"크하하하!!"


"키에엑!"


"하하! 예나 지금이나 이 로켓 해머는 참으로 훌륭한 대화 수단이로구만! 안 그런가, 차원종 놈들아!"


그는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이 풀려나 날뛰는 황소처럼, 손에 쥔 커다란 망치를 너무나도 가볍게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차원종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임무 전에 만났던 부드럽고 조용한 분위기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모습은 거칠기 짝이 없고 우렁찬 기합소리를 쉴새없이 내면서 문자 그대로 날뛰고 있었다. 그의 기세에 차원종들은 추풍낙엽처럼 날려져 천장에 머리가 꽂히거나 벽을 뚫고 가버리는 등, 맥없이 밀리고 있었다.


'굉장해...!'


"크아아아아아!!!"


그러던 와중에 쓰러져 있던 말렉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괴성을 질러댔다. 역시 A급 차원종인 만큼 방금 전의 공격으로는 큰 충격은 주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오호, 아직 팔팔한가보구만! 음?"


몸을 일으킨 말렉은 양손을 땅에 내리꽂고 힘줄이 겉으로 들어날 정도로 힘을 주다가 식탁을 뒤엎어버리는 것처럼 땅바닥을 뒤엎어버렸다. 균열과 함께 대지로 이루어진 파도가 그를 덮치려 하였다. 나는 빨리 달려가서 그 공격을 막아주려고 하였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소용없다!"


그는 왼팔에 있는 사자 머리 모양의 방패를 내세웠다. 그러자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투명한 방벽이 그 방패를 중심으로 생겨나 그를 말렉의 공격에서 완벽하게 지켜낸 것이었다. 약한 공격이라도 쉽게 부서질 것만 같이 얇고 투명한 그 방벽은 그 말렉의 공격에도 금 하나 가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


"다시 이쪽의 차례로군. 이제 확실하게 끝을 내주마!"


콰아앙-!!


방벽을 거두고 그는 양손으로 망치를 높이 들어올렸다. 높게 들어올려진 망치는 타격면의 뒷쪽에 달려있는 로켓추진 장치에서 폭발음에 가까운 굉음을 순간적으로 발산하고 거센 불을 내뿜었다. 그리고 곧, 그 커다란 망치가 차원종들에게 벼락처럼 작렬하였다.


"망치 나가신다!!!"


콰과과과과과과-!!!










"후우... 끝났구먼. 자네와 그 아이는 괜찮은가?"


"네, 괜찮아요. 그보다... 할아버지는 대체 누구시죠? 혹시 볼프강 선생님이 말한 우리들의 선배격인 클로저라는 분이 당신인가요?"


"아아~ 그러고보니 아직 제대로 자기소개도 못했구먼. 내 이름은 '라인하르트 빌헬름'이라고 한다네. 앞서 말했다시피 지금은 클로저에서 은퇴한 늙은이일 뿐이지."


"라인하르트... 라인하르트?!"


'라인하르트 빌헬름',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클로저들의 오랜 자료에서 본 적이 있다. 최상위의 실력을 가진 전설적인 클로저들 중 한명으로써 그가 나간 전투는 모두 승리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그가 나간 전투들 중에서 단 한 전투를 제외하고는 동료들 중에 전사한 대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클로저가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이 노인이라니...


"그럼 이제... 이 늙은이는 슬슬 퇴장해야겠구만."


"네? 자, 잠깐만요! 들은 대로라면 분명 저희들이랑 같이 합동 작전을 한다고..."


"그럴 생각이었지만, 자네를 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네. 이미 이렇게 훌륭한 방패가 있는데, 이 늙은이가 굳이 낄 필요는 없지 않겠나, 하하!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충 말해주게!"


"뭐에요, 그게... 응?"


그렇게 호탕하게 웃고는 갑주로 덮인 묵직한 손을 건네며 나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고개를 들어 라인하르트 씨를 올려다보자 그는 다시 나와 대화했을 때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그 깨달은 바를 통해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게나, 꼬마 아가... 아니, 클로저 루나. 자네에게 명예와 영광이 있기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라인하르트 씨는 천천히 멀어져갔다. 멀어져가는 라인하르트 씨의 등은 무엇으로도 꿰뚫을 수 없는,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할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방패처럼 굳건해보였다.


"... 나...!"


"?"


"... 루나!!!"


"볼프강 선생님! 빅터...!"


라인하르트 씨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나서 볼프강 선생님과 빅터가 부리나케 내 앞으로 달려왔다. 내가 차원종들의 함정에 빠지고나서 줄곧 찾기라도 한 모양이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네, 발목을 크게 삐긴 했지만 문제없어요."


"루나, 그 인간 아이는?"


"아, 우연히 지하에서 발견했어. 아무튼 이제 부모님과..."


그런 말을 하기가 무섭게 내 뒤에서 처음 듣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내가 아니라 이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자 이 아이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민희야!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클로저이신가요? 저희 딸을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클로저로써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요."


아이의 부모님은 내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고맙다고 인사를 받으니 조금은 쑥스러워졌다.


"언니!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래, 앞으로는 조심하고. 부모님이랑 떨어지지 마, 알았지?"


"응!"


그 아이와 부모님들은 뒤이어 볼프강 선생님과 빅터를 뒤따라온 특경대원들이 직접 차에 태워서 안전지역까지 보내주었다. 다시 그 자리에는 나와 볼프강 선생님, 그리고 빅터만이 남게 되었다. 볼프강 선생님은 주변이 다시 조용해진 걸 보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루나! 이번에도 내 지시를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했었지?!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꼭 내 지시에..."


"죄송합니다, 볼프강 선생님. 앞으로는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도록 할게요."


"그래, 그래야... 응? 잠깐, 뭐라고?"


"네? 그러니까 앞으로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했는데요."


"... 아, 어... 그래... 그래야지..."
'평소같았으면 또 뭐라고 반박을 했을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루나, 왠지 평소보다 좋은 냄새를 풍기게 되었군. 표정도 한층 더 밝아진 모습이다."


"후훗, 그래?"
'깨달았거든,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








"버틸 수가 없습니다!!!"


나는 단순히 적들만을 해치울 수밖에 없는 하찮은 <무기> 같은 것이 아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여러분들의 방패니까!"


나는 적들을 섬멸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을 지켜낼 수 있는 최강의 <방패>.


"루나 아이기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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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한 번 라인하르트가 나오는 소설을 적어본 적이 있던 게 생각나네요

쨌든 루나가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루나와 라인하르트, 둘 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하

그럼 저는 이만




+

옵치 속 라인하르트의 현실


라인 : 걱정말게, 내가 그대들의 방ㅍ...

겐뚜기 : 류승룡 기모찌으아아악

벌레이서 : 폭탄 받아! ... (쾅)으악

한퀴벌레 : 류가 와가테키으아아악

응딩이메이커 : 아무도 내게서 숨지 못엌

솜충이 : EMP발도으윽

라인 : ... ㅅ1ㅂ


2024-10-24 23:18: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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