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5 A급 퇴치 작전 (중)

Sehaia 2017-12-14 7

다시 한 번 봐도 정말 거대하다. 어지간한 개인 주택 하나 정도의 크기는 되어 보이는데,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느낀 당혹감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저 놈이 보기엔 우리는 아마 레고의 조그만 인형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옛날 영화를 보면 장난감들이 별 짓거리를 다하니까, 아마 우리도 이놈을 쓰러뜨리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해내지 못하면 곤란하다. 목을 우드득하고 꺾으며 가볍게 어깨를 돌린다. 오늘 가장 노동을 많이 했고, 할 부위다. 부디 망가지진 말아줬으면 좋겠다.

오른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이슬비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세하. 들리지?”

 

예이.”

 

평소하곤 역할이 좀 바뀌긴 했지만, 너한테는 매번 힘든 일을 맡기게 되네. 미안.”

 

굳이 그런 말하지 않아도 된다며 폼을 잡고는 싶다. 다만, 폼을 잡다가 실수하면 그거야말로 웃음거리다.

거기다가 이렇게 깔끔하게 사과를 해 오지만, 어차피 이건 얘가 잘못한 게 아니다. 딱히 사과를 받을 일도 아니었다. 단지 이 일에 가장 적합하게 나였다. 그것 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가만 생각해보면 얘가 더 힘든 일인 것도 같다.

, 호의는 거절하지 말란 말도 있겠다, 이럴 때는 조금은 뻔뻔하게 나가도 좋지 않을까.

 

그럼 이거 끝나면......”

 

끝나면, ?”

 

, 아냐. 됐어. 이런 건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너 맨날 보는 막장드라마에서도 이런 상황 종종 봤을 거 아냐?”

 

그래. 확실히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

 

설마 다음에 하려고 했던 말이 압수해간 물품 돌려달라는 말 인줄은 생각을 못했는지, 대답하는 이슬비의 목소리가 심각하다. 말을 던지고도 괜히 했다 싶다. 의도한 질문으로 받아들여도 곤란하고, 이상한 의미로 받아들여도 난감하다.

이런 실없는 대화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 아저씨가 대화에 난입해 들어왔다.

 

꽁냥대는 건 그쯤 하라고, 동생. 슬슬 언제든 돌입할 수 있게 준비해.”

 

딱히 꽁냥댄 건 아닌데 말이죠. 아저씨야말로 안 다치게 조심해요. 위상력도 얼마 안 남은 몸으로 놈한테 맞으면, 이번에야말로 생을 마감하시게 될 걸요.”

 

놈의 행동 패턴은 이 중 누구보다 내가 잘 알 거다.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도 마. 너나 괜히 지난번처럼 턱 맞고서 날아가지나 말고.”

 

그런 거 말하는 건 치사하다. 쳇 하며 흘낏 훔쳐본 담벽 너머에서는 말렉이 귀찮다는 듯이 이슬비의 단검을 손으로 쳐내고 있었다.

지금 나는 평소와는 달리 놈의 정면에 있지 않았다. 평소에는 나와 아저씨가 정면에서 차원종의 주의를 끌면서 체력을 깎으면 나머지가 마무리를 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 놈의 정면에 있는 건 이슬비와 아저씨, 미스틸이었다. 나는 놈에게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구속구가 둥글게 뒤통수를 감싸고 있어서 사각은 조금 넓어져있었다. 조금이나마 놈에게 걸리지 않고 움직이기가 수월해진 건 고마운 일이었다.

 

머리 위를 맴도는 단검에 정신이 산만해진 놈에게 아저씨가 달려들었다. 어지러운 물체들 사이에서 주의를 요해야 할 움직임을 포착한 놈은 곧바로 앞발을 치켜들었다. 그 발이 아저씨를 덮치기 직전, 놈은 머리를 강타한 충격에 화가 나서 육중한 몸을 뒤로 돌렸다.

물론, 거기에 내 모습은 없었다.

 

불꽃을 쏘는 걸 익혀둔 게 이런 데서 쓰일 줄은 몰랐는데.”

 

중거리에서 불꽃을 쏘아낸 직후, 다른 담벽에 다시금 몸을 숨겼다. 방금 쏜 불꽃의 궤적에서 좀 떨어진 곳. 이곳이라면 말렉은 내가 어디 있는지 쉽게 감을 잡지 못할 것이다.

 

예상대로 내가 원래 있던 곳을 향해 놈이 발을 휘두르는 동안 이슬비가 다시 단검을 놈의 머리를 향해 날리고, 아저씨는 놈의 위에서 구속구를 향해 몇 대 정권을 내리치고 다시 빠진다.

나는 놈의 주의가 다시 아저씨와 단검을 향한 틈을 타서 건블레이드로 불꽃을 구속구를 향해 쏜다.

이른바 히트 앤 런. 놈의 입장에선 여러 의미로 두통약이 절실해질 상황이다.

 

그런 상황도 이제 곧 끝난다. 이미 20발도 넘는 불꽃을 맞췄고, 구속구는 방금 전부터 약간씩 헐거워진 것이 눈에 띄었다. 여기까지는 전부 계산대로. 유정 누나가 예측한 2시간이 방금 지났다는 걸 생각해보면 실로 놀랍도록 정확한 계산이 아닐 수 없다.

 

유정 누나도 폼으로 우리의 관리 요원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이다. 새삼 누나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며 건블레이드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래도 여기에는 예산을 좀 들여서 만든 건지 그렇게 휘둘렀는데도 아직 생채기도 없다. 아직 싸우기에는 충분하다.

 

미스틸, 지금이야!”

 

!”

 

크에에엑.

 

말렉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여전히 귀가 멍멍할 정도로 크지만, 그 음색은 이전보다 탁하다. 아마 목 언저리를 찔린 듯하다. 그럼 밑 준비는 전부 다 완료됐다는 의미다.

 

유정 누나의 계산을 따르자면 슬슬 내가 직접 나갈 차례다.

그저께 늦어졌던 유정 누나의 작전 회의 내용은 아직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알았니, 세하야? 이 작전은 장기전으로 가야하지만, 초기 싸움은 오히려 최대한 짧게 끝내야 해. 초반전이 길어질수록 이 싸움은 우리가 불리해져.”

 

하지만 그게 왜 제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기억을 더듬어보렴. 말렉이 쓰고 있던 구속구, 그걸 놈이 쉽게 벗어던질 수 있었니?”

 

그건.

기억을 되짚어 보면, 피어오르던 먼지구름의 안에서도 놈은 괴로워했다. 그건 우리가 한 공격 때문만이 아니었다. 놈은 머리와 목을 감싸고 있던 그 구속구를 풀지 못한 채였다. 그걸 벗어던지려고 놈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풀지 못했다.

그것은 구속구가 놈이 가진 힘보다 더 큰 세기로 머리를 구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개를 저은 나를 보며 유정 누나는 확신을 가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 구속구는 말렉이 A급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풀 수 있어. 그 정도로 내구가 튼튼해. 하지만 놈이 구속구를 자력으로 풀어내버리면 그 땐 이미 승부가 난 셈이지.

, 우리 중에 누군가가 놈이 직접 구속구를 풀 수 있도록 구속구를 헐겁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놈이 A급이 될 때까지 놈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건 승산이 없어. 그러기엔 놈이 기본적으로 두른 위상력이 너무 강대해.”

 

이제야 누나가 나에게 시키려고 한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우리가 무슨 전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속구를 해체할 방법을 아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구속구도 그렇게 전문적인 기술로 해체하는 괴상한 물건은 아닐 것이다. 놈의 머리와 목에 자물쇠처럼 잠겨있다면 그 자물쇠는 풀면 된다. 도대체 무슨 수로?

 

단순한 얘기다.

때려 부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 중에, 게임을 제외하면 뭔가를 부수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는 인재가 하나 바보같이 앉아서 얘기를 듣고 있었다.

 

우리 중에서 구속구의 내구도를 단시간에 가장 크게 깎을 수 있는 건 너야, 세하야.”

 

방어구를 무시하는 충격을 박아 넣을 수 있는 위상력. 그 힘은 잘 조절하면 방어구도 내구도를 무시하고 일정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니까, 구속구의 내구도를 확실하게 깎아낼 수 있는 건 나다, 이건가.

 

그래, 좋다. 내가 구속구의 내구도를 깎는다고 치자.

그러나 아직 모자라다.

결정적으로 모자란 것, 그걸 보충하지 못한다면 이 작전에도 승기는 말렉에게 있다.

 

하지만 저만으로는 그걸 많이 헐겁게 만들기에는 힘이 모자랍니다. 제 힘을 강화할 장치라도 있지 않는 한, 그건 좀 무리인 작전이에요. 구속구를 헐겁게 만들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걸 제 시간에 맞출......”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건 제가 할 수 있어요.”

 

미스틸이었다.

 

어느 샌가 나타난 녹색 창이 우리들의 주위를 웅웅거리며 떠다니고 있었다. 마치 창 자체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우리를 도와주겠다는 듯, 미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창을 미스틸이 움켜쥐어 우리에게 뻗었다.

 

이 아이는 주변에 있는 제가 인정한 상대들의 위상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켜줘요. 제가 이 아이를 놈의 목에 박은 후라면, 분명 세하 형이 말렉의 구속구를 부술 수 있을 거예요.”

 

만족스럽다는 듯이 누나가 끄덕였다.

 

어떠니, 세하야.”

 

이것 외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듯, 모두의 눈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의 눈은 말렉의 입체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눈은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리와 목을 편식하듯 뜯어보고, 씹어보고 있었다.

답은 나와 있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데, 어쩌겠냐!”

 

놈의 등 뒤를 타고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절대 꼬리에 맞는 바보 짓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놈의 꼬리를 밟아 도움닫기를 했다. 결과, 놈의 뒷목위에 건블레이드를 박아 넣으며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꼬리의 길이가 닿는 부분은 놈의 어깻죽지 언저리. 그 위로 올라가면 놈이 날 견제할 수단은 앞발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맡을 것이다.

 

나는 이제 내 위상력이 가진 얼마 없는 활용방법을 십분 발휘해야 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몸에 있는 피들이 내 전신을 회전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몸에 있는 세포들이 하나하나 입을 따라 숨을 들이쉬며, 대가로 탁한 숨과 푸른빛을 내놓았다. 그 모든 빛을 건블레이드에 집중했다.

 

평소보다 힘이 넘친다. 확실히 저 창은 문제아다.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상력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이 창의 주인인 저 아이는 평소에 매번 이런 기분에 취해서 싸우는 거겠지.

, 지금은 그것에 감사는 못하더라도 안도하자.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키이잉 거리며 건블레이드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응축된 푸른빛은 건블레이드에만 머물러있기를 거부하고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동차 하나 정도는 고철덩이로 가볍게 바꾸어버릴 것만 같은 열기가 올라왔다.

 

유정 누나가 옳았다. 이걸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은 나였다. 애초에, 쇳덩이를 녹이려면 용광로로 들고 가야 한다.

 

한계까지 응축한 폭발을 건블레이드에서 풀어놓았다. 자유를 얻은 불꽃은 눈앞에 있는 말렉의 구속구를 향해서 날아가며 폭발했다.

 

이걸로, 너도 이제 그 지긋지긋한 것 좀, 벗어던지라고!”

 

머리에 커다란 폭발을 맞은 놈은 잠시 비틀거렸다. 머리를 크게 휘적거리며 몸을 뒤흔들었다. 발밑을 묵직한 진동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이미 익숙해진 우리는 몸을 던져 제각기 미리 봐둔 가장 튼튼한 건물들의 틈으로 몸을 던졌다. 다행히 미리 약속해 둔 건물들 중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다.

 

놈은 머리를 감싸는 구속구가 헐거워진 걸 눈치 챈 듯했다. 머리를 쳐들고 포효하던 놈은 머리를 감싸고 있던 구속구에 앞발을 갖다 댔다.

 

그래, 그렇게 좋아하며 어서 구속구를 벗어라.

 

여태까지 그렇게 벗으려고 안간힘을 쓴 것이 거짓말처럼, 놈은 머리와 목을 두르고 있던 구속구를 크래커 부수듯이 부숴버렸다. 아마 놈과 우리가 함께 쾌재를 부른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놈이 그걸 벗는 것과 동시에, 손목에 차고 있던 디지털시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타이머가 4:00:00부터 3:59:59로 조금씩 숫자를 깎아내기 시작하는 걸 확인하고,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지금은 상대하기 버거운, 하지만 시간을 적으로 두고 있는 A급 맹수가 있었다.

 

놈이 약해질 때까지, 앞으로 4시간.

 

그 시간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다.


-------------------------------------------------------------------

 

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어떠셨는지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공감할 만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말렉의 구속구가 참 미묘한 물건이에요. 분명 처음 나타날 때는 있는 힘껏 쥐어뜯는데도 떨어지지도 않던 것이, 체력이 떨어졌을 때 오히려 잘만 부서져요. 그걸 어떻게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말렉같은 강한 차원종은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 끝에, 이런 히트 앤 런 방식을 써서 놈의 구속구를 부수도록 유도한다.’는 전개로 얘기를 끌어가게 됐네요. 원래 게임에서도 구속구를 벗겨서 싸우는 게 주 목표이기도 했구요.

재미있으셨으면 좋겠네요. 재미있으셨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드릴게요.


Ep-15 A급 퇴치 작전 (상)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29

2024-10-24 23:17: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