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4 소년이 싸우는 이유

Sehaia 2017-12-08 2

, 세하 형!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건 내가 묻고 싶다. 어린이는 얼마 안 있어서 잠 잘 시간일 텐데, 아직까지 일어나서 뭐하고 있는 거냐. 평소 같았으면 키 크고 싶으면 빨리 가서 자라고 말이라도 툭 던졌겠지만, 지금은 별로 그럴 기분도 들지 않았다.

 

밝게 웃으며 말을 걸어온 미스틸의 얼굴은 오늘의 전투를 겪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화창했다. 물론 녀석과 직접 대면해서 싸운 건 아니었지만, 그 위압감을 눈앞에서 경험한 건 마찬가지였을 텐데. 오히려 내가 나이가 많다는 게 이상할 지경이로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던가. 한기남 아저씨를 구출하러 갔을 때, 얘를 처음 만났다. 그 때도 보이드 디 아이드를 포함한 차원종 한 무더기를 상대로 싸우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이 아이에겐 긴장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해 봐야 별 도움 될 것도 없을 거다. 차라리 처음 생각했던 질문이 얘기를 이끌어나가기에는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별 건 아니야. 그러는 너는 여기 왜 왔니?”

 

? , 이거요, 이거. 오늘 싸운 말렉 타입이 쓰고 있던 모자? 암튼 그거 파편이에요. 이걸 감식반에게 보내주면 말렉이 약해진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대처법에 대해서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세하 형도 그것 땜에 온 거 아니에요?”

 

그 순수한 웃음에 대고 단순히 감상에 젖기 위해서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가 없었다.

 

, 그런 거긴 한데.”

 

하하, 맘이 통했네요, .”

 

아아, 양심에서 피가 흘러넘친다......오늘 말렉에게 맞은 건 턱 뿐만이 아니었던 건가. 아무래도 가슴 어딘가도 찔린 것 같다.

해맑게 웃으며 손을 쫙 편 채로 나를 향해 뻗는다. 아무래도 하이파이브라도 하자는 것 같다. 괜스레 머쓱해져서 머리 위를 장식하는 별이나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는 나를 보자 풀이 죽은 듯 약간 시무룩해졌다. 설마 호응 안 해 줬다고 그러는 거냐? , 그거 반칙이다?

 

, 어 예?”

 

이예이!”

 

하는 수 없이 살짝 뻗어준 손에 있는 힘껏 손을 부딪쳐온다. 새삼 이 아이가 어린 아이란 걸 실감할 수 있는 작고 여린 손이었다. 평소에 자기 키보다 큰 창을 휘두른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손이었다.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만족한 것인지, 미스틸은 다시 버스와 아**트의 파편 사이에서 구속구의 파편 찾기를 계속했다. 이렇게만 보고 있으면 보물찾기하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그렇게 보기엔 주변 풍경이 참 황량하다는 게 또 아이러니.

 

딱히 할 것도 없기도 했고, 나도 파편을 찾으러 왔다고 말해버린 이상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별 수 없이 바윗덩이에 걸터앉아 주변에서 위상력의 반응이 느껴지는 물체를 찾기 위해 촉을 세웠다. 그러다 얼마 못 가 다시 미스틸에게 말을 걸었다. 얘하고 말을 하는 동안에는 최소한 이상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기 오기 전엔 독일 지부에서 활동했다고 했지?”

 

. 그게 왜요?”

 

거기 기억나는 사람들은 있어?”

 

다시 생각해보면, 난 얘에 대해서 참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비단 얘 뿐만은 아니겠지만. 그 시끄러운 분홍머리에 대해서도, 서유리에 대해서도, 아저씨에 대해서도, 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딱히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조금 궁금해졌을 뿐이다. 아주 조금, 더 알고 싶어졌을 뿐이다.

내가 툭 던진 질문에 미스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먼 곳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겨 있는 걸로 봐선 상당히 그리운 사람들이 있나 보다.

 

역시 할아버지들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나죠. 그림 그리는 거 칭찬도 많이 해주셨고요. 요즘에도 그림 그리면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구요.”

 

? 할아버지’? 노인정에서 자란 건 아닐 테고, 여기서 할아버지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건 유니온 정도밖에 없다. 이 나이 정도의 애가 부모님 얘기가 일절 없는 걸 보면 좀 이상하긴 한데...... 이슬비의 전례도 있고 하니, 혹시 모를 지뢰가 두려워 그다지 밟고 싶진 않다. 잘 피해보자.

 

그래, 그 분들은 어땠는데?”

 

하하, 그게 말이죠......어라?”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손가락을 입술 끝에 갖다 댄다. 골몰히 생각에 빠져 있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사고의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고의 늪에 빠져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할아......버지? 아니야. 분명히 한 분이 더 있었어. 그런가? 아닌데? 그렇지 않으면, 그건 누가? 아냐? 도대체 누가 나보고 그런 말을......”

 

잠깐 동안 중얼거리던 미스틸은 이윽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텅 빈 얼굴로 나를 올려봤다.

 

“Gefahr. In**ation wurde bereits gelöscht. Der Zugriff ist nicht erlaubt. Bitte geben Sie Ihren Code innerhalb von 2 Sekunden ein.”

 

? , 잠깐만, 너 왜 그래?”

 

독일어인가? 난 못 알아듣는다고!

내가 우왕좌왕하는 새에, 미스틸은 잠깐 지은 멍한 표정을 풀고 다시 웃기 시작했다.

 

? ? 왜요? 뭔 일 있었어요?”

 

“......아니. 딱히 별 일 없었어.”

 

방금, 뭐였던 거지?

그러나 이건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 왠지 모를 직감이 나에게 속삭였다. 이건 너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못 들은 걸로 치자.

 

이건 대화 소재에서 뺀다고 하면, 이제 또 할 말이 뭐가 있더라. 평소엔 그다지 수다를 즐기진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말이 많다.

넌 무엇을 찾고 싶은 거냐. 이 애하고 하는 대화에서 뭘 원하는 거냐. 뭐가 널 그렇게까지 수다스럽게 만드는 걸까? 대답해 봐.

.......

이미 다 알고 있는 주제에, 내빼기는.

 

미스틸.”

 

?”

 

넌 오늘 만난 말렉 같은 놈들을 상대하는 게 무섭지 않니?”

 

사실 오늘 이 아이를 만난 그 순간부터 하고 싶었던, 그렇지만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던 질문을 꺼냈다.

이 아이는 강인하다. 그다지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묻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나 자신의 나약함과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나아갈 수가 없다.

, 나에게 어떤 대답을 할까?

 

무슨 소리에요, ? 그런 게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어요?”

 

.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반응이 늦었다. 그런 내가 의아하다는 듯이,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미스틸은 담담하지만 가볍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나로 하여금 답답해진 머리에 냉수를 끼얹은 것 같은 효과를 냈다.

 

저도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고요? 근데, 이 아이들이 저보고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게 저의 사명이라면서요. 그러면서 저에게 힘을 줬어요. 용기를 줬어요.”

 

허공에서 나타난 창들은 미스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미스틸은 신이 나서는 창들과 함께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닐 거다.

 

분명, 저 아이의 전투 의지는 저 아이만의 의지는 아닌 것이다. 어쩌면 저 창에는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오직 소유주하고만 대화하는 창이라니, 그런 거 들어본 적도 없다. 심지어 전투 의지를 불어넣는 창이라니, 그건 소유주를 전투 병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 예전에 영화에서 봤던 로봇 병기가 떠올라 소름이 끼친다.

 

그러니까, 전 싸울 거예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올곧다. 그러나 그 올곧음은 무얼 위한 것인지 이 아이는 알지 못한다. 사명이란 말을 이 아이는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흔해빠진 순환논법이다.

 

자신이 무얼 위해 싸우는 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가 전쟁터로 직접 나가 싸우는 건, 이 아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단순한 비극일 뿐이다. 자기도 이해하지 못한 사명을 웃으며 입에 담다니, 이런 건.......

 

아아, 역시 안 되겠어.

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빼는 건 역시 맘에 안 들어.

나에겐 싸워야 할 이유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지만, 사명이라느니 책임 같은 건 십 년 정도 전에 내다 버리긴 했지만.

하다못해, 이런 아이가 계속 웃을 수라도 있도록, 조금은 더 싸워보자.

나보다 어린 아이한테 짐을 얹어놓은 채로 얌전히 보고 있기엔 너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몇 주였다.


하다못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기를 바라보자.

핑계로 갖다 붙인 이유라도, 지금은 그거면 괜찮다고 치자. 거짓으로 기워낸 이유라도, 기만으로 가득 채워 온 몸뚱이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이제 곧 다시 싸울 때가 온다.

 

봄이 저물어가는 밤의 바람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머리 위에는 별빛을 뒤집어쓰고, 머리 밑에는 아직 어리기만 한 소년의 눈망울을 오늘 얻어터진 턱에 덧칠한다. 조금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이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단 한마디 말을, 옆에 있는 소년에게 들리지 않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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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어떠셨는지요. 저는 쓰면 쓸수록 소설 쓰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는 나날입니다. 특히 오리지널 스토리. 그리고 감정선 정리하는 것. 물론 액션신도요.

사람은 그리 쉽게 무언가와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수험 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무력하다는 느낌이 들 땐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말을 늘어놓으며 현실을 외면하고 싶기도 하죠. 그런 때는 거짓으로라도 이유를 만드는 것이 임시방편으로 도움이 되어주더군요.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세하의 경우엔 아직 내면에 있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죠. 그렇지만 수습 요원이 되는 과정에선 이 정도로 감정을 정리하도록 잡았습니다. 묘사가 어색했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위에서 나온 독일어에 대한 번역은 이 밑을 드래그 하시면 보일 겁니다. 사실 저도 번역기 돌린 거라 이게 문법이 제대로 된 건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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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재밌으셨으면 좋겠네요. 혹 재밌으셨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Ep-13 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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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A급 퇴치 작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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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7:5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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