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4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6 1

"우와!! 이거 맛있어. 너무 맛있어!"

"스우, 예의가 없구나. 얌전히 먹어야지. 그런데 이거 정말로 맛이 좋네요."


롤 케이크의 맛을 느낀 공작님의 가족들은 전부 만족해했다. 스우는 양볼을 부풀어오르면서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맛에 취해버린 상황이었다. 하긴 처음 느껴본 맛이니 저런 반응을 보이고도 남는다. 반면에 공작님과 엘렌 부인은 품위를 유지하면서 음미하는 중이다. 역시나 귀족, 스우는 아직 어리니까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거겠지. 좋아하면서 하나 더 먹는 모습을 보면서 부풀어오르는 양 볼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맛이 있으면 한입에 다 먹냐?


"이걸 리플렛 마을 사람들이 먹는단 말인가? 정말 부럽군."

"괜찮으시면 만드는 방법을 제가 이 저택 요리사에게 알려드릴게요. 딱히 비밀도 아니니까요."


이미 리플렛 마을에 있는 야에루씨에게 공유해서 지금은 아이스크림 이후로 대인기라고 했었다. 시간 날때마다 한번씩 알려드리곤 했으니까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다. 뭐, 여기 저택에 방문했으니 예의차원에서 가져온 선물이지만 혹시 입에 맞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었다. 사람마다 입맛이 틀리는 게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입에 맞는다고 하셨으니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 그럼 이거 날마다 먹을 수 있는 건가요?"

"후훗. 스우도 참, 이틀에 한번씩 먹도록 하렴."


이틀에 한번도 너무 많이 느껴지는 데요? 그렇다고 식사를 롤케익으로 먹거나 하지는 않겠지? 나중에 방문했을 때 세분 모두 뚱뚱해지거나 하면 나는 아마 죄책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차를 한잔 마시면서 세 분이 케익을 즐기는 것을 보았다.


"정말 고맙네. 이렇게 맛있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아닙니다. 맛있게 드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사실 입에 안 맞으실까봐 두려워했었거든요."

"혹시 다른 음식도 있는가?"

"네? 네... 있습니다만... 나중에 방문할 때 가져다드릴게요."


공작님은 음식에 너무 취해버린 모양이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영국에서 삼겹살을 처음먹은 사람들도 하늘로 승천한 것 같이 좋아하면서 당장 한국가고 싶어서 난리였다고 뉴스에 실린 사례도 있었다. 그 영국사람처럼 공작님도 그렇게 미쳐버리는 거 아니야? 왕도에 계신 저택을 팔고 리플렛 마을로 이사간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해줬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정식적인 식사담당은 아니었지만 가끔 생각날 때 만든 간식을 동료들이 먹어준 게 떠올랐다. 레비아에게 라면을 끓여줬었는데 정말 맛이 있다면서 칭찬해준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테인이에게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지금 모습도 그 때와 마찬가지였다. 공작님 가족분들이 내가 손수 만든 롤 케익을 드셔주시니까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 참, 또 옛날이 떠오르고 말았다.


"이걸 형님에게도 권하고 싶어지는 군. 틀림없이 좋아하실 것이네."


어이, 공작님. 국왕폐하는 국정을 보시느라 바쁘시잖아요. 롤케익을 드시는 순간 그 맛에 사로잡혀서 국정을 소홀하거나 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공작님이 흥분할 정도인데 형님이라고 불리는 국왕폐하는 안 그러겠습니까? 안 그래도 미스미드 왕국동맹과 제국 침공건 때문에 바쁘시다는 분에게 롤케익을 맛들여서 뭐하시려고...


"새야 공. 정말 고맙네."

"아, 네. 감사합니다. 국왕폐하는 언제쯤 만나뵐 수 있을까요?"

"으음, 일단 내가 형님에게 편지를 보내주겠네. 허락이 떨어지면 그 때 나랑 같이 가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국왕을 만난다. 게임에서나 만화로 보았던 국왕의 모습과는 다르게 지금 현실에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국왕의 위엄이 드러나는 분위기가 신하들을 두렵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나라 국왕은 그 정도는 아닐 거 같았다. 수인차별주의자 귀족들을 상대로도 골머리 아픈데 왕권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가만, 에르제 일행은 그나저나 잘 하고 있을까? 잘 하고 있겠지. 나는 가능한 임무를 줬다. 에르제와 야에, 린제가 서로 힘을 합하면 메가슬라임이나 킹 스네이크 쯤은손쉽게 격파가 가능하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공략법도 알려줬으니 실패할 확률은 낮다.


에르제 일행을 강하게 키운다. 그들은 연약한 여자애들이 아니고 모험가다. 그래야만 한다. 사람은 모두를 지킬 수 없다. 트레이너 씨가 말씀해주신 말이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살릴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했다. 결국에는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소중한 사람일 수록 더 강하게 훈련시킨다고 강조하시기도 했다. 그 말이 맞다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구하지 못했다. 유니온 임시본부 타워에서 이리나 페트로브나를 데이비드의 손에서 구해내려고 했다. 하지만 구해내지 못했다. 그녀는 비록 적이었지만 죽이면서까지 처단할 적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구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스스로 자결을 선택함으로써 이루지 못했다.


왜 나는 그 때 당시에 적을 구하려고 했을까? 아버지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셨겠지. 나는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난 스스로 착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미워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안쓰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까이하려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내 자신의 모습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누군가를 구해내거나 도와주려고 하는 생각이 있다. 아마 아버지는 그러한 근거로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신 거겠지. 


내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한다. 그러나,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킬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능력을 세사람에게 가르친 것이다. 실전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큰 전투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은 법이니까 말이다.


"공작님. 왕궁에서 전령사가 왔습니다."


레임 집사님이 와서 말했다. 전령사라면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 말인가? 기사 한 사람이 와서 공작에게 예를 갖춘 다음에 본론을 이야기한다.


"오르트린네 공작님. 큰일났습니다. 국왕폐하께서 미스미드 왕국 대사가 건넨 와인을 드시고 쓰러지셨습니다."

"뭐... 뭐라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형님께서 독을 마셨다니..."

"대사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국왕폐하께서는 지금 위독하신 상태입니다."

"그럴수가..."

"그게 정말인 것이냐?"


엘렌 부인과 스우도 놀란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놀랐지만 말이다. 국왕이 와인을 마시고 쓰러졌다? 그럼 독을 마셨다는 얘기가 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아니 잠깐, 대사를 위한 잔치라는 데 와인을 국왕 혼자 마신건가?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누가 몰래 국왕폐하가 마시는 잔에 독을 탄 건가?


"알았네. 지금 가지. 새야 공. 자네도 가세!"

"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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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절차를 밟으려다가 의도치않게 빨리가는 신세가 되었다. 마차는 금방 준비되었고, 공작님과 나는 마차에 탑승하여 마부가 채찍으로 재빨리 말을 몰았고, 안에서는 한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공작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새야 공."

"국왕 폐하가 쓰러지신 거 말씀이십니까?"

"나는 형님을 쓰러뜨린 범인이 귀족들 중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분명히 수인족 왕국과 동맹을 막기 위해서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이 드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미스미드 왕국에서 폐하를 암살한다고 해도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미스미드 왕국의 대사가 왔다는 건 벨파스트 왕국에 적어도 적대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거기다가 대사가 건넨 와인이라는데... 분명히 미스미드 왕국에서 가져온 게 뻔했고, 적어도 호의적이라는 얘기인데 그런 나라가 국왕을 암살한다는 건 말이 되지도 않는다. 범인은 분명히 그 수인차별주의자들 중에 있겠지. 안봐도 비디오다.


"새야공이 마침 내 집에 와서 천만 다행이었네. 정말로 고맙네. 신이 내게 은혜를 내려주신 건가?"

"으음. 그렇게 되는 건가요?"

"아무튼 엘렌에게 고쳐준 마법으로 형님을 구해주게.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까."

"아뇨. 돈은 필요없습니다. 안 그래도 저는 국왕폐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사람이라서요. 거기다가 사람 목숨으로 돈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흐음, 자네는 보기보다 그릇이 커다란 인물이군. 형님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네. '다음 차기 왕은 이새야 공으로 임명하노라' 라고 말이네."


리얼하게 연기하실 필요까지 없는데 이 공작님 너무 별난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수인차별주의자와 갈등이 클수록 더 이상 대화만으로는 오지 않는 상황이 올 것이고 암살을 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긴 그러겠지. 역사에서보면 신하들이 아무리 말해도 폭정을 그만두지 않는 황제의 모습에 암살하려고 기회를 노리는 자들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이번 일은 수인족과의 동맹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너무 충돌한 나머지 귀족들이 선을 넘어버린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국왕이 딱히 폭정을 저지르거나 하는 건 아닌 거 같았으니 일단 구해내야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가는 필요없다. 내가 원하는 건 그녀들의 아버지에 관한 정보니까 말이다. 이미 충분하다고 보았지만 공작님이 모르는 새로운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4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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