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30 0

리플렛 마을에서 왕국의 역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대륙이 전쟁터였다고 했다. 레굴루스 제국과 리프리스, 벨파스트 왕국연합의 전쟁이 발발한 시기, 군사력이 강한 레굴루스 제국은 연합군을 상대로도 이길만한 수준의 전력이었다. 하지만 제국에서 물러났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날씨영향이라고 하는데 그 때가 아마 눈이 왔다고 되어있었다. 원래는 제국에서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폭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제국군이 후퇴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고 봐야된다는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면 아무리 강한 군사력이라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대항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필이면 강한 바람이 제국군 막사를 덮치는 바람에 비축해둔 보급품이 다 날아가버려 그들은 장기간 전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무모하게 정면으로 부딪쳐서 몇 몇 영토를 차지했지만 연합군이 성이나 마을에 있는 보급품을 전부 불태워서 하나도 안남기는 바람에 제국군 입장에서는 난처해졌다고 했다. 그 결과 제국군은 후퇴했고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그 당시에 작전을 지휘했던 벨파스트 지휘관은 현재 국왕이라고 했었다.

 

그런 역사서야 어디든지 있지만 내가 찾는 건 바로 지도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나와있는 지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리플렛 마을은 왕도에서 북동쪽, 제국의 영토와 가까운 곳이다. 국경선까지는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제국이 북동쪽 루트로 쳐들어 올 때 리플렛 마을이 빠르게 점령당할 수가 있었다. 저번처럼 제국이 날씨를 신경 안쓸 리도 없을 테고 미리 피난을 갈 준비를 해야될까? 하지만 막상 피난을 가려고 하면 어디로 가야될까? 아직 왕도에도 적응이 안 되었는데 말이다.

 

도서관 사서에게 마법서가 있냐고 물어보자 사서는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마법서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각 속성마법이 기록되어있는 책, 누가 집필했냐고 물어보니까 대륙 전설의 마법사라고 알려진 사람이 집필했다고 했다.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마법사들을 만나 마법을 공유하고 기록했다고 전해진다고 했다. 잠깐만... 그런데 왜 무속성 마법이 기록되어있었을까? 그건 아무나 사용못하는 개인마법 아니야? 어쨌든 집필해준 사람에게 감사를 해야될 거 같았다. 덕분에 내가 무속성 마법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왕국과 왕국과의 전쟁, 그것은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세를 잡기 위해 외교전을 하기 마련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해본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다. 전쟁 한번 만으로 왕국의 운명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 말이다. 외교전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하도 많이 해봤으니까. 그러고 보니 게임기할 시간을 놓치는 거 같다. 그렇겠지. 여기는 게임 속이 아니고 현실이니까, 조금만 늦어도 후회할 수도 있는 세계다. 내가 아무리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트레이너 씨가 지겹게 말한 것이다. 내 위상력 재능에 너무 의지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많은 준비를 해야된다고 판단했다. 일단 내가 모르는 마법을 하나하나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 익혀두는 게 낫다. 속성 마법은 다 쓸 수 있다. 몇 가지 쓸만한 마법들을 찾아서 공부를 했고, 쓸만한 것만 골라서 메모해두었다.

 

"응?"

 

전설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게 있었다. 속성마법, 무속성 마법, 그리고 전설의 마법, 속성마다 한가지씩 있다고 알려졌다. 게임에서 말하면 궁극스킬같은 건가? 하지만 그만큼 소모되는 마나도 많이 들 테고 쓰는 조건도 까다로울 텐데 배우지 말아버릴까 생각했다. 하나하나 위력이 굉장한 마법들 투성이다. 단 그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각 속성의 최상급 정령들과 계약해야된다고 했다. 속성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쓰지 못한다는 건가? 정령들을 불러낼 방법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둘까? 어둠 속성 마법중에 소환마법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로 정령을 소환할 수도 있다고 들은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주문을 알아야지. 어느 마법서에도 그런게 안나왔는데 말이다.

 

"여기까지 할까?"

 

일단 쓸만한 것만 전부 메모하고 도서관을 나오기로 했다.

 

=================================================================================================================

 

여관으로 돌아온 나는 메모에 적힌 마법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게임에서 나오는 것들이라 굳이 내가 읽을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나 몰라서 전설의 마법도 메모해버렸다. 광범위로 발휘되는 게 공통점이다. 아예 대륙에 재앙을 가져올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가진 것들이다. 불 속성 같은 경우에는 하늘에서 불덩이 폭격으로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게 할 정도라고 했고, 물 속성 같은 경우는 해일로 다 쓸어버리게 만드는 정도랄까? 이런식이다.

 

"으음, 오랜만에 게임이나 해볼까?"

 

자꾸 여기 현실과 게임을 비교하다보니 게임이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오프라인 게임밖에 못하지만 일단 즐기기로 한다. 오프라인이라도 RPG를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중세시대 판타지 배경이지만 총검사라는 직업이 있는 게임이었다. 유리가 생각이 난다. 만약 그녀가 여기 이세계로 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신나게 의뢰를 수행하면서 이름을 날렸겠지. 그리고 야에처럼 먹성도 많이 보였을 테고 동료들 입장에서는 식비가 걱정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가장 서유리를 닮은 사람이 야에인 거 같다. 머리도 길고 몸매와 키도 적당한 수준이고 말이다. 검도에 열정을 가지는 그 모습도 비슷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경이 쓰이는 건, 왜 동료들은 죄다 여자들만 있는거지? 남자는 안 오나? 아니, 그렇다고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BL은 아니다. 그냥 모험자들 시선이 너무 따가워서 그런 것이다.

 

내 총검사 캐릭터는 평소처럼 게임 속 몬스터를 소탕하면서 경험치를 얻고 아이템을 획득한다. 그걸 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쉰다.

 

"시시해."

 

재미가 없다. 역시 게임은 온라인으로 해야되는데 말이다. 사람들과 파티맺고, 순위를 경쟁하는 긴장감 넘치는 배틀, 그런게 좋았는데 말이다. 아쉽다고 생각만 들 뿐이다. 게임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바로 누웠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피곤하니 말이다.


==================================================================================================================


주변이 하얀 안개가 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혼자서 서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왜 주변이 안개로 가득찼지? 바닥의 지면이 무슨 색인지 보이지 않는다. 어디인지는 몰라도 일단 걸어가보자. 아무도 없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내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른들의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였다.


<겨우 이거 밖에 안 되는 건가?>

<너의 어머니가 전설의 클로저였으니 그분의 뒤를 이어서 훌륭한 클로저가 되어야지?>

<저런 애랑 놀지 말자. 우리랑은 다른 괴물이니까.>


뭐야? 이게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지? 내 머리가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한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이런 생각을 떨쳐내는 건 불가능하단 말인가? 지금까지 계속 극복하고 또 극복을 했지만 이 망할놈의 기억은 끝까지 따라와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게 날 괴롭히고 싶은 건가? 내가 잊어버리지 않는 한 계속 나타난다고 하니 말이다.


"그만해... 제발."


어렸을 때는 편하게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길래 그 과거는 잊고 살 수 있었다. 요즘 들어 가끔씩 떠오르곤 한다. 지금까지는 잘 이겨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난 분명히 잠들었는데 안개가 낀 곳에 있다? 그럼 여기 꿈 속인 게 뻔하다.


"그래. 여긴 꿈이겠지."

"맞아. 여긴 너의 꿈이다."

"누구야!?"


기계음성이 들려온다. 내 앞에서 천천히 걸어오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가 있었다.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그 남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와 비슷한 또래 아이로 보였는데 얼굴전체를 완벽하게 가린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녀석은 적이다.


"힘을 가진 사람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치트를 가진 인간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하지."

"무슨 소리하는 거야? 신님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크크크크, 그 말을 믿는 건가? 여기 이세계의 신도 못하는 것이 있어. 명색이 신인데 못하는 게 있다고 말하는 신이 있을까?"


이건 무슨 말인지? 신이 못해줄 정도로 대가를 지불하는 거라고? 신이 내게 마력의 재능을 주었는데 그 대가까지는 신이 어쩌지 못한다는 건가? 그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나중에 신에게 전화를 한번 해야될 거 같았다. 아니, 그러면 모른다고 발뺌하려나?


"언젠간 다시 만날날이 있을 거다. 이세하."

"잠깐... 어디가는 거야!?"


안개 속으로 사라진 남자였다. 대가를 지불하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남자가 사라지자 배경이 빛으로 가득하더니 내 의식이 멀어져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31화 베스트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024-10-24 23:17: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