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위광 이세하-1

미쿠냥팬시작합니다 2017-08-16 2

"세하야..."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는 자신의 어머니의 잔재를 보며 세하는 침묵을 유지했다. 오히려 제정신인것이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세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느꼈지만 오히려 세하의 주위에서는 그런 세하에게 정상을 요구했다. 매일매일 싸울 수록 늘어나는 자신의 어머니의 시체와 그 어머니의 형상을 띈 기계로 인하여 상처받는 슬비를 보며 세하의 가슴이 쑤셔지듯 아파왔다. 슬비는 그저 한 마디 밖에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세하도 알았기에 애써 웃으며 엉망진창으로 상처받은 몸으로 슬비를 끌어안으며 목청까지 올라온 슬픔과 분노를 애써 참아내었다.

"세하야... 조금이라도... 쉬어."

"응..."

슬비는 그것밖에 말해주지 못했다. 이이상 무언갈 했다가는 세하가 완전히 망가져 버릴지도 모른 다는 걱정에 휩싸인 슬비는 이내 세하의 등을 토닥이며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터벅터벅 힘이 없는 몸을 이끌며 아무것도 없는 시멘트 땅위에 세운 임시처소에 누워 아무것도 없는 초록빛의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

잠깐 눈을 한 번 깜빡이제 어느샌가 세하는 캄캄한 어둠 속을 걸어가고 있었고, 어째서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을 직접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던 세하의 앞으로 붉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예전부터 보고 있었지만 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네는 나를 감복시켰네.]

"당신은...?"

세하는 붉은빛을 띄우며 서서히 걸어오는 존재에게 의구심을 가졌다. 저벅저벅 아무것도 없는 허수의 공간 안에서 울려 퍼지는 구두굽의 소리와 함께 세하는 잔뜩 긴장하며 한 걸음씩 뒷걸음질하기 시작했다.

[만나서 반갑네... 아니... 오랫만이라고 해야하나?? 클로저 이세하?]

"아스타로트...!"

세하는 기억의 저편으로 잠재워뒀던 두려움과 함께 냉정하게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이 쥐고 있던, 쥐고 있어야 할 건블레이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를 그런 배신자와 동급으로 취급하지 말아주게나. 나 같은 늙은이는 쉽게 상처받거든...]

아무리 집중해도 피어오르지 않는 위상력의 상실을 느끼며 자신의 앞에 드리운 최악의 적을 상대로 세하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느꼈지만 공포에 몸을 빼앗기지 않았다.

"무슨 헛소리야... 넌 분명 우리가..."

[해치웠다고? 여긴말이다... 이세하, 자네의 심상공간... 즉 이 어두컴컴한 곳은 자네가 만들어낸 자네의 마음... 지금 내 모습이 이 배신자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은... 어지간히도 앓았나 보군.]

"여기가... 내... 마음속?"

주위를 계속해서 둘러보며 세하는 자신의 마음속이라는 이름을 가진 척박한 어둠의 공간 속에서 몸에 힘을 잃으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황폐하고 붉음과 어두움으로 얼룩진 이 공간이 자신의 마음속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세하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하게 얽혀갔다.

[분명... 이렇게 마음이 황폐화될 무언가를 겪었던 것이렸다?]

"헛소리 그만하고 덤벼... 죽이려면 죽이라고!!"

자신의 말이 조롱으로 들렸던 것인지 호통을 치며 생기 없는 눈으로 올려다 보는 세하를 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아스타로트의 형태를 한 무언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테면? 그래 넌 가장 믿던 동료에게 배신당했구나.]

검은공간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가슴에 비수와 같이 그의 말이 꽂히며 정신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거친 숨을 내몰아쉬는 세하의 상태와 함께 공허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넌 봐선 안될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봤어...]

"그... 그래서... 어쩌라고! 그런 걸... 자신의 부모의 클론으로 만든 병기를 보면서 제정신일 수 있는 자식이 어디있다는 거야!?"

이미 온몸에 땀이 젖을 정도로 세하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였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다가 곧이어 허공을 주먹으로 휘두르고는 그대로 쓰러지며 지칠 대로 지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들이 밉나?]

분노를 이기지 못해 검은 공간 전체가 울릴 정도로 힘을 실은체 세하는 땅을 계속해서 내리쳤다.

"미워..."

[사랑하는 이를 상처 입히는 사람들이 밉나?]

"사람들이... 미... 워..."

아스타로트의 형상을 한 존재는 이내 씨익 웃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비참하게 엎드려진 세하에게 다가갔다.

[너의 마음을 상처 입힌 사람들이 밉나?]

"..."

[자네에게 데이비드를 이길 힘이... '아자젤의 사념'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어찌하겠나?]

세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세하는 다시 한번 손등의 혈관이 보일정도로 온힘을 다해 땅바닥의 재와 먼지를 한 주먹 가득 쥐고서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그것들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재와 먼지들이 타들어가는 연기를 그저 생기 없는 눈동자로 바라보던 중, 세하의 망가진 마음속에서 결심이 세워졌다.

"죽일... 꺼야..."

[자네는... 인간과 세셰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 클로저가 아닌가?]

"그딴 건... 더 이상... 필요 없어... 죽일 거야... 나를 아프게 만든 사람들을... 모두 다..."

[죽이겠다?]

"그래...! 죽일 거야!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죽을 때까지! 죽인 다음! 마지막까지 죽이고...!"

완전히 타들어간 재와 먼지를 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세하의 남색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죽일 거야..."

[좋은 대답이었다. 보아라! 용의 위광을! 나 헤카톤케일의 이름으로 그대와 계약하겠노라!]

[이미 늦었나!?]

자신이 헤카톤케일임을 드러내자 아스타로트의 껍데기가 알에서 깨어지듯 부서지며 그 앞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애쉬와 더스트가 있었다.

[하아... 멈춰 이세하, 만약 그 힘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넌 인류에게도, 차원종에게도 적이 된다. 배척당한 용족의 왕이 되는 거야. 사사로운 감정으로 계획을 그르치지 마...!]

애쉬의 날카로운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세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며 아스타로트가 애용하던 검은색의 검에 한 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멍청이 이세하! 그러다가 진짜 죽는다고!]

다급하게 소리치며 세하에게 달려가는 더스트를 보며 세하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애쉬... 더스트, 이제 알 거 같아... 너희가 어째서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했는지... 이제 난 너희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멍청한 이세하! 그만둬!]

뒤에서 세하를 껴안아 붙잡으며 세하를 제지하려 했지만 세하의 심상 공간에서 세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제아무리 애쉬와 더스트라고 해도 무리였다.

[우린 적어도 너처럼 인류 전체에 대한 학살을 할 마음은 없어! 제발 멈추라고!]

낑낑거리며 세하를 붙잡아 세우려 했지만 눈이 완전히 멀어버린 듯 맹목적으로 힘을 탐하는 세하를 말릴 수 있을 정도로 더스트의 말은 세하에게 깊게 들어오지 못했다.

[누나, 이미 늦었어. 완전히 맛이 가버렸어... 멍청한 인간들...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키카드인 이세하를 망가트린것 도 모자라서 적으로 만들다니... 이 대가는 똑똑히 치르게 해줄 테다.]

아랫입술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씹으며  분노하며 애쉬는 세하의 심상공간에서 스윽 사라졌다.

[이세하! 멈춰!]

[그래 오라... 나 헤카톤케일의 위광이 너를 기다린다.]

허공에 둥둥 떠 부유하던 검이 힘을 잃으면서 땅에 꽂혔다. 시뻘건 공간이 쩍쩍 갈라지며 새하얗게 반짝이기 시작했고 세하의 발아래는 비참한 자신의 몰골을 반사하는 시뻘건 거울들의 연속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체 자신의 비참한 과거, 나약했던 과거를 시뻘건 심상 이미지를 통해 계속해서 바라보며 어느새 검에 다다랐다.

[이세하... 한 번... 딱 한 번만 더 부탁할게... 너를 적으로 두고 싶지 않아.]

"미안하지만... 더 이상 장난은 없어."

세하의 몸이 남색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한 더스트는 이내 튕겨져 비명을 지르며바깥공간으로 추방당했다. 새하얀 벽과 새하얀 땅아래에 피와 같이 즐비하게 늘어진, 자신의 과거를 나타내던 붉은 유리조각들이 남색의 불에 타들어가며 하나둘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너의 몸은 색과 같지... 무엇이든 받아들이지만 그 끝은 한 없는 검은색이 되고 말지... 시간이 되었다.]

남색의 불에 타들어가 완전히 녹아버린 시커먼 물들이 세하의 몸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검은 물에 몸이 둘러싸이며 그것들은 하나둘씩 세하의 몸을 이루는 검은 흉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스타로트의 검은 서서히 작아지며 세하의 크기에 맞춰졌고, 세하의 주위에선 연보랏빛의 아우라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이제껏 느껴** 못했던 방대한 힘의 흐름을 느끼자 자신의 양손을 보며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외형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광기에 휩싸인 세하는 이내 자신의 눈앞에 놓인 연분홍빛의,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백색의 공간에서 단 하나 놓여져 있는 문을 열고 자신의 심상세계의 밖으로 빠져나갔다.
2024-10-24 23:16:5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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