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세하 - 2 (스포有)

WinterFlower 2017-08-14 3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세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땅이 있어야 할 곳에 

수직선이 그어져 있었고 자신은 그 선에 붙어 있었다

건물은 그 수직선에 뿌리내려 옆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이상한 세계, 라며 이세하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 자신의 볼을 무언가가 차갑게 적셨다. 비였다

집중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비였다. 이세하는 고개를 

돌리며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땅 위에 

大 자로 누워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덧 보일락 말락 하던 비는 크기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흑회색 아스1팔트에 검은색 동그라미가 그려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원은 수십 개에서 수만 개로 바뀌며 

땅을 완전히 검게 물들였다. 이세하의 머리카락은 주인의 

얼굴에 달라붙거나 땅 위에 축 처져 있었다. 그의 얼굴 옆에 

넘어지며 떨어진 렌즈가 밟혀 찌그러져 있었다.

 


이세하는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그가 원한대로 움직였다.


이세하는 발을 움직여보았다. 그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세하는 일어서지 않고 바닥에 누운 채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을 응시했다. 과열된 건 블레이드에 빗방울이 

떨어짐과 동시에 수증기로 변하며 증발했다.



물방울이 사라지며 치이치이거리는 소리가 이젠 익숙한 

이세하는 더이상 그것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내리는 비가 이세하의 옷과 피부에 묻은 먼지를 다 씻어주었을 

즈음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세하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빌딩을 지나치자 대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두 소녀가 이세하의 시야에 나타났다.



세하야….?”



겁에 먹은 듯한 목소리. 자신을 부르는 분홍 머리 소녀의 목소리에 

이세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다시 홱 돌렸다.



유정이 누나가 불러서 온 거야? 쓸모없는 짓이야. 돌아가.”


세하야!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이세하를 중심으로 펼쳐진 지옥 같은 광경에서 겨우 눈 돌린 채 

말하는 서유리를 이슬비가 가로막았다.



더 말하지 마, 유리야….”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고 

이슬비는 그 사실이 이세하의 입에서든 서유리의 입에서는 나오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서유리는 근심 어린 눈으로 이슬비와 

이세하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이슬비를 

다독이며 말했다.



돌아가자, 세하야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지 않아.”


하지만…!”



서유리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세하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두 사람의 옆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서유리와 이슬비는 반사적으로 

이세하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과 시선을 맞췄다. 인간을 본뜬 기계가 

파괴된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게 왜….?”


그거, 내 엄마야.”



이세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실소를 터트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그것이 웃음인지 울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세하야.”


유니온에서 나의 어머니, 서지수의 클론을 만들고 있었어. 영웅이란 

프레임을 멋대로 씌울 땐 언제고, 인류를 지키는 것이 의무인 클로저를 

통솔하는 집단이인간인 서지수의 자유를 빼앗은 것으로 모자라 

클로저인 알파퀸의 분신을 만들고 있었어. 허락도 없이 말이야.”


….뭐라고?”



뒤로 주춤한 이슬비는 자신의 다리에 차가운 철이 닿은 것을 느꼈다

클론의 또 다른 파편이었다. 이슬비는 떨었다. 입안을 빠져나오지 못한 

비명이 그녀의 전신에 소름이 돋게 했다. 서유리와 이슬비는 뭐라고 

위로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어린 두 사람에겐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세하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짓고는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렸다.



..세하야!”


쫓아오지 마. 돌아가. 이곳은 위험해나는좀 더 바깥에 있다가 

돌아가겠어.”


하지만, 기다려!!”



이세하는 쫓아오는 두 사람을 뒤돌아**도 않은 채 무너져 가능 건물을 

향해 건 블레이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사출된 위상력은 건물에 직격하며 

그것을 무너뜨렸다. 굉음과 함께 지상에 일직선의 그림자를 드리운 건물은 

이세하와 두 소녀 사이의 땅에 부딪히며 일대에 지진을 일으켰다.


후폭풍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뒤로 몸을 피한 서유리와 이슬비는 주변이 

잠잠해지자 곧바로 먼지로 가려진 일대를 정찰했지만 이세하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이슬비와 서유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왔다. 어느덧 임무에 나간 

제이와 미스틸테인이 돌아와 있었고 두 소녀는 그들의 다급한 표정을 

미루어보아 이미 김유정에게 상황을 전달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역시 김유정에게 설명을 요구하려 했다.



슬비야, 유리야!”


얘들아 괜찮니? 다친 데는 없고?”


저희는 괜찮아요제이 아저씨유정이 언니?”


“… 너희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이미 알고 있어설명해줄게.”


아니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



제이는 그리 말하며 임시본부를 나설 준비를 했다.



? 제이 씨. 섣불리 나가시면 안 돼요. 지금 세하의 위치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천리안의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줘. 통신장치가 작동되는 최장거리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이게 한시라도 빨리 세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제이 아저씨도 위험할지도 몰라요!”



미스틸테인이 말했다.



아니, 지금은 나보다 세하가 분명 더 위험해.”


임무 도중에 무언가를 본 건가요?”


그래, 애쉬와 더스트. 두 사람이 이곳에 있어. 만에 하나 그들이 혼자 

있는 세하를 찾는다면그리고 구로역에서처럼 지금 그들이 세하를 

유혹한다면…”


세하가그럴 리가 없어요!”



이슬비는 흥분하며 말했다.



평소의 세하라면 말이지너희들 분명 세하를 만난 거지? 그러니 

그렇게 풀 죽어 있는 거고.”



서유리와 이슬비는 반박하지 못했다.



세하는 지금 정신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태야.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세하를 찾아야 해어린 너희들 보단 내가 분명 세하를 설득하기에 

걸맞을 거야.”


좋아요. 출동을 허락하겠어요. 하지만 제이 씨도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때는..”


알겠어. 그 경우엔 도망치도록 하지.”


제이 씨!”



김유정이 곧바로 임시본부를 뛰쳐나가려던 제이를 불렀다.



세하를제발 구해주세요.”


맡겨만 달라고.”



제이는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임시본부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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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아스1팔트가 필터링이야;;

2024-10-24 23:16:5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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