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팬픽] 10년 후 Episode 2 (2)

Contrasto 2017-07-09 3

“어머, 어서와! 정말 오랜만이다!”


나타가 나를 가게 안으로 들여보내자, 주방 쪽에서 소영이 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나는 그녀를 오랜만에 본 것이 너무나도 기뻐 나도 모르게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소영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 보군요!”


소영도 나를 꽉 안아주었다. 왠지 모르게 엄마 같은 느낌이 났다.


“그래그래. 나도 레비아를 너무 보고 싶었어. 이렇게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배고프지? 어서 준비할게.”


그렇게 소영과의 인사를 마친 나는 서영이와 세리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타와 소영의 집은 가게가 1층에 있었기 때문에 2층부터 그들의 생활공간이었다. 2층에는 거실과 부엌이 있었고, 3층에는 안방과 서영이의 방이 있었다. 4층에는 나타의 사무실 겸 서재와 책방이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4층 건물은 나타 소유의 건물이라고 한다. 어디서 이 건물을 살만한 돈을 구했냐고 물어봤더니 소영과의 신혼선물로 자신이 클로저 생활로 벌어들인 대부분의 돈을 써서 구입했다고 한다.


서영이의 방은 작지만 귀엽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의 캐릭터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아마 나타의 솜씨이리라.


나는 그 조각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타님의 실력은 여전하네요. 아직도 더 잘 썰기 위한 연습을 하시는 건가요?”


그러자 나타는 뭔가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거칠게 말했다.


“뭐, 뭐 어쩌라고! 서영이가 만들어 달랬는걸!”


역시 딸의 부탁이라면 죽어도 거절 못하는 딸바보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내가 알던 10년 전의 그와는 너무나도 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섞여있었다.


“저기저기, 아저씨가 내 펭귄 조각도 만들어줬어! 짱 크고 짱 귀여워!”


우리들의 말을 듣고 있던 세리는 자기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조각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나타는 딸들 말에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영락없는 바보 아빠인 셈이다.


그렇게 집 이곳저곳 놓여있는 나타의 조각들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 새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밑에 층에서 소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 다 됐어! 어서 내려와서 먹자!”


우리가 2층의 부엌으로 내려가니, 테이블이 부러질 정도로 호화로운 만찬이 차려져 있었다. 이런 음식은 TV나 책에서만 보던 왕들이 먹는 만찬 같았다. 그 정도로 소영의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리라. 나도 옛날엔 소영한테서 잠시 요리를 배웠지만, 솔직히 그녀를 따라잡긴 힘들어보였다.


내가 식탁에 놓인 진수성찬에 놀라자, 소영은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헤헤. 입에 맞을련지 모르겠네. 오랜만에 레비아가 온다니까 실력 발휘 좀 해봤어!”


맛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맛있었다. 솔직히 소영 옆에 붙어서 요리를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서영이와 세리는 옆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며 반찬을 집어 먹었다. 그 서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젓가락질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세리는 밥이 너무 맛있는지, 두 뺨을 잡고 녹아내리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눈망울마저 초롱초롱했다.


내가 문득 옆을 보니, 나타는 아이들보다 더 열중해서 음식을 먹었다. 여전히 음식 앞에선 사족을 못 쓰나 보다. 그 모습이 마치 그 시절의 나타를 보는 것만 같아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나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소영은 자신의 남편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휴지로 그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자기도 참, 볼에 소스가 묻었잖아.”


그런 모습에서 가족 사이의 따뜻한 사랑을 느꼈다. 왠지 모를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레비아는 언제쯤 결혼할 꺼야?”

“흐에에?”


기습적으로 날아 들어온 질문에 놀라 순간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갑작스레 결혼이라는 단어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말았다.


“소, 소영 님도 너무하세요. 저 같은 사람이 결혼은 무슨 결혼이에요?”


내가 쑥스러워하며 말하자, 소영은 오히려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 같은 사람이라니? 너가 얼마나 예쁜데? 만나는 남자는 없어?”

“흐, 흐아아?! 나, 남자요? 저, 전 만나는 남자는 어, 없는데...”


연애 관련 얘기만 나오면 왜 이렇게 당황하는지, 얼굴은 점점 더 빨개지고 말은 더듬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관심이 있는 남자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와 연애 관계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흐음~ 우리 레비아는 만나는 남자는 없나 보구나~ 흐음~”


내가 자꾸 우물쭈물해하자, 소영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떠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뭔가 머릿속으로 내가 알 만한 사람들의 신상을 훑어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소, 소영님도 참! 생각하는 건 그만둬 주세요! 부, 부끄럽단 말이에요!”


내가 열심히 손을 파닥거리며 소영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 행동은 오히려 그녀의 두뇌 회전을 더욱 가속시켰을 뿐이다.

뭔가가 떠올랐는지, 소영이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다! 레비아가 관심 있는 남자는 미스틸이구나?”

“흐, 흐아아아아아?!”


완벽하게 허를 찔린 나는 너무 놀라서 바보 같은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도 모른 채 머릿속이 사고정지 해버렸다.


옆에서 우리들의 얘기를 열중해가며 듣고 있던 세리는 마침내 자신이 알고 있는 이름이 나오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람은 테인이 오빠구나!”


세리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세리야 그렇게 쳐다보면 선생님 부끄러워서 죽을지도 몰라...!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미스틸하고는 한참동안 ** 못했었고! 봤다 하더라도 뉴스에서 밖에 못 봤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미스틸이라니...!”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소영한테 필사적으로 반박하였지만, 내 변명은 소영에게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내가 한참 소영한테 변명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나타는 눈치 없이 뒤늦게 깨달으며 다시 한 번 확인 사살 해버렸다.


“어?! 뭐야, 너 미스틸 좋아했냐? 난 몰랐는데! 미스틸한테 물어볼까?”

“하, 하지마세요! 연락하지 마세요! 마스틸하고 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요?!”


그렇게 나의 눈물겨운 설득(정작 하나도 먹힌 것 같진 않았다)끝에 이 부끄러운 화제를 넘길 수 있었다.


비록 대답하기 부끄러운 화제가 대화의 중심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여럿이서 둘러 앉아 먹는 저녁 식사는 굉장히 각별했다. 이런 것이 가족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신나게 뛰놀다 제 풀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두 꼬마 공주님들을 침대에 눕혀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정말이지, 천사 같은 아이들이였다. 아마 내가 유치원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건 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겠지.


그렇게 둘을 재우고 나서 나는 1층으로 향하며 두 부부에게 인사했다.


“오늘 식사 정말로 감사했어요. 정말 잘 먹었습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영은 설거지를 하다 말고 나에게 와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응? 가긴 왜 가? 기왕 이렇게 밥까지 먹은 거 하룻밤 자고 가지?”


너무 당연하다는 말투에, 오늘 들어 몇 번째인지 모를 사고 정지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네?”


아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을 나에게, 소영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면서 말했다.


“어차피 너도 집에 가면 아무도 없지, 솔직히 오늘은 늦기도 했지, 내일은 토요일이라 일도 없지, 아이들도 너랑 더 있고 싶어하는 눈치였지. 안 그래?”


그리고 내손을 살포시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잔뜩 있는 걸. 10년 간, 듣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말이야.”

“소영님...”


나는 차마 그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고, 그렇게 나와 소영은 밤새도록 둘만의 얘기를 잔뜩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얼 하고 지냈는지, 그리고 왜 만나지 못했었는지...


그렇게 재미있고도 약간은 슬픈, 그런 이야기꽃도 살짝 사그라졌을 때 쯤, 소영은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기 레비아... 넌, 가족을 만들 생각은 없어?”


나는 또 소영이 나를 놀리는 줄 알았지만, 그녀의 눈에 담긴 진지함에, 새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족, 말이죠...”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와 꽤나 먼 삶을 살아왔다. 내 인생에 있어서 첫 가족은, 늑대개 부대이리라.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용서받지 못할 일도 많이 했고, 속죄를 위한 일도 많이 했고, 싸우기도 했고,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고, 울기도, 웃기도 했던, 그리운 시절. 아마 나에게 있어서 ‘가족’ 이란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족은 만들고 싶긴 하지만... 아직,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네요.”


나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소영은 이 억지 미소조차 꿰뚫어보았으리라.


소영은 잠자코 내 말을 듣더니, 팔을 뻗어 나를 껴안았다. 처음에는 미약한 힘만 느껴졌지만, 점점 더 강하게, 확실하게 힘이 느껴질 정도로 안았다. 온기가 느껴졌다. 아주 따뜻하고 상냥했다.


“레비아... 넌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 분명히 넌 행복해질 수 있을꺼야.”


10년,


그 전쟁 이후 10년 동안, 내 마음은 무언가 비워져 있었다.


마치 소영의 말이 잃어버렸던 조각인 듯, 내 마음 한 구석을 채웠다.


“흐윽...흑...”


나는 소영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등 위로 그녀가 토닥이는 것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줄곧, 줄곧 그 말을 듣고 싶어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레비아... 우선 가족을 만들자. 네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아주 행복한 가족을 만들자.”


가족, 그 말이 너무나도 낯설면서도 가깝게 느껴졌다. 10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의심해왔던 것이다. 이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내가 과연 사랑을 추구하고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묻혀왔던 피를 다 감싸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나는 너무 두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괜찮아 레비아. 나도 널 사랑하고, 나타도 널 사랑해. 늑대개 아이들 모두 널 사랑하고 검은양의 아이들도 너를 사랑한단다. 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어. 이제 그만 두려워하고 모두의 사랑을 받아들이자.”


그렇게 소영의 상냥함에 감싸여,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악몽이 아닌, 행복한 어느 날의 달콤한 추억을 꾸었다.






-






“갑판 위에서 보는 경치는 정말이지 절경이군.”


“그렇게 내려다보시면 위험합니다 함장님. 함장님의 목숨은 곧 제 안전과도 직결되니 유의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멋지긴 하네요... 하이드, 홍차를 내오세요. 이 경치와 잘 어울릴 것 같군요.”


“어-이 레비아! 빨리 와! 나 배고프다고!”


“정말이지 분위기를 깨는 데는 일가견이 있군. 너도 이 경치를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참고로 바람이 잘 불어 시원하니 기분이 좋다.”


“자 레비아, 같이 사진이나 찍어요. 전 아무나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여자가 아니랍니다?”


“네! 곧 갈게요! 기다려주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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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따라 대화체로 글을 끝맺는 취미가 생긴 필자입니다... 드디어 두달 만에 본편이 레비아 에피소드 후편을 다 썼군요! 사실은 레비아를 플레이 해 본적이 없던 필자이기에 상당 부분은 지인과 X무위키를 참고하였습니다만... 여전히 레비아의 스토리에 감정이입하기 힘들었던 만큼, 이번에는 어떠한 혹평도 달게 받아드리겠습니다ㅠㅠ


아직 정확히는 히지 않았지만 레비아의 에피소드는 그녀가 10년 전 전쟁에서 갖게된 마음속의 어둠을 가족과 사랑으로 구원받는 그런 에피소드입니다. 아마 레비아가 가지게된 마음속의 어둠은 언젠가 10년 전 전쟁의 에피소드를 다룰때 자세하게 언급이 되겠지만, 이번에는 구원받는 레비아에 중점을 두고싶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세리는 귀엽습니다! 세리 만만세!


다음 작품은 전의 외전인 [바다, 추억, 사랑]과 이어지는 활기찬 느낌의 세슬네 가족의 이야기를 만들것 같습니다! 모쪼록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들도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필자는 다음 작품에서 후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024-10-24 23:16: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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