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이머 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05-24 0

처음부터 만원짜리 두장씩 가져간 우리였다. 이 게임은 딱히 속임수 같은 건 없다. 운과 심리가 들어간 단순한 게임이다. 한 두장씩 가져가면서 지폐뭉치의 숫자가 줄어들때마다 우리는 긴장해야했다. 그럴 수밖에, 얼마 남지 않는 상태에서 두장을 가져가다가 둘 다 천원짜리라면 질 확률이 높았고, 반대로 한장 가져가다가 상대방이 두장의 만원짜리 획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더해지는 법이었다.


사실 이런 게임은 나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원래 게임이라는 건 이렇게 스릴있게 하는 것이다. 난 설령 이 게임에서 지더라도 상관없다. 난 되도록 선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준우를 심판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준우는 내 게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성격까지 포함하면 분명히 내 계산대로 움직이게 될 거라고 판단했다.


"후우... 얼마 안남았군. 중간점검을 해보자."


준우의 제안에 나는 지금까지 가져간 지폐수를 세어보았다. 만원짜리 지폐가 49장, 천원짜리 지폐가 23장이었다. 놀라운 건 준우도 나와 똑같이 만원짜리 49장, 천원짜리 23장인 것이다. 그럼 현재 남아있는 건 만원짜리가 2장, 천원짜리가 4장이 지폐뭉치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마침 지금은 준우차례였다. 준우가 만약에 지폐뭉치에서 두장의 지폐가 모두 만원짜리면 내가 지는 거다. 하지만 맨 위에 보이는 지폐는 천원짜리다. 다시말해 준우가 먼저 만원짜리 두장을 집을 확률은 없다는 것이다.


"후우...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이군. 이세하, 제법 괜찮은 면도 있구나. 나에게 이런 스릴을 겪게하다니 말이야."


준우의 손이 떨리는 게 보였다. 하긴 당연하겠지. 준우다음에 내가 지폐를 집는 게 만원짜리 두장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쌓여있겠지. 나는 이마에 흘린 땀을 닦으면서 준우의 행동에 집중한다.


"크윽..."


쉽게 집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준우는 불안한 나머지 한장을 집었고, 천원짜리 지폐한장을 가져감으로써 차례를 넘겼다. 이제 남은 건 천원짜리 3장, 만원짜리 2장이다. 나는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되나 생각했지만 맨위에 보이는 지폐는 천원짜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밑에 있는 게 천원짜리인지 만원짜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이건 게임이다. 어차피 나는 이기기 위해서 이런 걸 하는 거 아니다. 심호흡을 하면서 과감하게 두장을 집어들었다.


"후훗."


천원짜리 지폐 아래에 있는 건 만원짜리였다. 이건 행운이라고 봐야된다. 이제 나는 만원짜리 지폐 50장을 채웠고, 천원짜리 지폐가 24장이었다. 반면에 준우는 만원짜리 49장에 천원짜리 지폐 24장, 남은 건 천원짜리 2장과 만원짜리 한장이었다. 이미 승부는 났다. 지폐뭉치 위에 올려져있는 건 천원짜리, 준우가 한장을 집으면 내승리, 두장을 집어서 만원짜리, 천원짜리 한장씩 나오면 승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준우는 과감하게 두장을 집어 천원짜리 한장과 만원짜리 한장을 가져갔고, 내가 나머지 천원짜리 한장을 가져감으로써 게임은 끝났다.


"무승부네."


만원짜리 50장, 천원짜리 25장, 각각 이렇게 되었다. 무승부가 되는 경우, 정말이지 이게 무슨 확률이냐고 묻고 싶었다.


"무승부라... 재미있는데... 다음 게임 제안할 거 있냐?"

"물론이지. 이번에는 단판 승부야. 여기 카드가 있어. 각각 별이 그려져 있지. 이번에도 운 게임이야."

"후후후, 난 오늘 운이 좋다고."

"단, 진 사람은 벌칙을 받게 될 거야."

"벌칙?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건방지게 나에게 도전한 걸 후회하게 만들 참이었거든."


준우녀석, 걸려들었다. 하지만 나도 운이 대단한지 시험할 때였다. 별이 그려진 카드다. 나는 룰을 설명했다.


"각자 카드한장을 뽑아서 별이 많이 그려진 카드를 뽑은 쪽이 승리하는 단판승부다!"

"좋다. 그럼 카드를 섞고, 내가 먼저 뽑도록 하지."


준우가 카드뭉치를 받아서 섞은 다음에 한장을 뽑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별 10개가 그려진 카드군. 다음은 네놈차례다."


이러다 지게 된다면 아마 준우녀석 나에게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겠지. 하지만 나는 석봉이를 위해서라도 질 생각은 없었다. 그대로 카드를 뽑았다.


"별 13개가 그려진 카드, 내가 이겼다!!"


내가 카드를 보이면서 큰 소리를 치자 준우는 순간 울컥하더니 크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크흐흐흐흐, 그래... 이겼다고? 아, 그래. 카드 게임은 네가 이겼지. 하지만..."


그가 꺼낸 빛나는 물체가 있었다. 칼이었다. 역시나 준우는 성격상 이런 짓을 할 거라는 걸 미리 예상했다. 그걸 보고 미소를 짓자 준우녀석은 내 표정에 약이 오른 모양이었다.


"뭐가 웃기는 거야? 넌 이제 능력자도 아니잖아. 널 이자리에서 없애버리고 돈을 차지하겠어. 시신이야 안보이는 곳에 묻으면 돼. 경찰에 잡히냐고? 천만에 내 뒤에는 내 아버지가 있거든. 크하하하하!"


악마의 표정이나 다름없었다. 이럴 거라는 것도 예상했다. 준우는 광기에 물든 채로 달려들자 나는 그대로 한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마인드 크러시!!"

"크아아아악!"


내 눈에는 보였다. 그의 사악한 마음이 말이다. 나는 그것을 지명하면서 이미지화했다. 그게 내가 가진 고유의 힘, 본래 내 위상력은 아니지만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 이미지화로 이루어지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 힘이 어느정도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가능하면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사악한 마음을 그대로 깨뜨림으로써 놈을 정화시키는 용도로 쓰기로 나는 다짐했다.


내 눈에만 보인다. 사악한 마음으로 물들인 것들이 조각을 이루면서 사라져가는 것을 말이다. 이제 그는 사악한 마음이 없어졌으니 다음날은 착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폐뭉치를 집으면서 나는 멍하니 있는 준우를 두고 그대로 떠났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5: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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