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팬픽] 10년 후 Episode 2 (1)

Contrasto 2017-05-12 7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너무나도 깊고 어두워, 두려움에 몸을 웅크리고 울었다.


도움의 손길은 오지 않았고, 나조차도 오지 않으리라 체념했다.


피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너무나도 진하고 역해, 팔을 아무리 문질러도 떨어지지 않았다.


지워지지 않는 지독한 피 냄새는, 나를 미쳐가게 만들었다.


어둡고 냄새나는 이 악몽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던졌다.


나는,


나는 과연,


살아가도 되는 존재일까?





-




“...생님, 선생님!”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황급히 정신이 되돌아왔다.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자, 밑에서 내 옷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났다.


아래를 보니, 개구쟁이 아이인 세리가 나를 걱정스러운 듯이 쳐다봤다.


“선생님 왜 멍 때려? 어디 아파?”


나는 세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안아 들고 등을 토닥거렸다.


“으응, 선생님은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세리는 아리송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밝게 웃으며 작은 손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그렇구나! 선생님, 나 사탕 먹구싶어!”

“안돼. 아까도 하나 먹었잖니? 더 먹다간 이가 썩어 아야 한단다.”

“후에엥... 사탕 먹구싶은데...”

내가 세리를 부드럽게 타이르자, 이내 아이는 아쉬운 듯 손가락만 빨았다.


“자, 다른 아이들하고 같이 놀자 세리야?”


나는 내 품에 안겨있던 세리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내려놓았다. 하지만 세리는 그것이 못마땅한지 불만에 찬 얼굴로 내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시러어! 선생님하고 있을꺼야아-!!”


원래대로라면 선생으로서 한 아이를 특별하게 대우해 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일이겠지만, 어째선지 이 아이의 고집에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저런, 안되겠구나. 그럼 선생님하고 같이 낮잠 잘까?”

“응! 선생님하고 같이 잘꺼야!”


도대체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는 나의 패배를 속으로 반성하며 이불을 끌고 나와 그녀의 몸을 덮었다.


“잘 자라 우리 세리...”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불러주니, 세리는 이내 곤히 잠에 들고 말았다. 잠에 들었는데도, 내 손을 굳게 잡은 그 자그마한 고사리 손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연신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어 아쉬움을 느끼고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머지 아이들을 재우고, 아이들의 생활 일지를 써서 가방 안에 넣을 때쯤, 유치원이 끝날 시간이 되어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그렇게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나니, 남은 아이들은 서영이와 세리 둘뿐 이였다.


세리는 서영이의 무릎을 베개 삼아 새근새근 자고 있었고, 서영이는 그런 세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서영이 뭐 읽니?”


나는 서영이 옆에 쪼그려 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헤라클래스.”

“꽤나 어려운 책을 읽는구나... 서영이는 그게 재밌니?”

“응, 재밌어. 신화 같은거, 좋아하니까.”


책을 좋아하는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서영이는 절대로 손에서 책을 놓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책을 일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대부분 그녀가 읽는 책을 보면 아이들의 그림책처럼 얇고 알록달록한 것이 아니라, 두껍고 글씨 위주의 책이었다.


“그렇구나. 서영이는 그 책의 어디가 가장 좋니?”


“헤라클래스가 잘못을 저질러서 벌로 열두 가지 일을 하는 부분이 가장 좋아.”


나는 그 말에 흠칫 놀랐다. 헤라클래스의 속죄를 위한 열두 과업이, 나와 굉장히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무엇으로 인해 죄를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채, 피를 씻기 위해 새 피를 묻히는 그런 모습이 나와 너무나도 닮아서, 슬프고 가여웠다.


“서영이는... 헤라클래스가 좋니...?”


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묻자, 서영이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헤라클래스는 불쌍한 사람이야. 그 사람이 벌을 받는 게 너무 불쌍해. 자기가 진짜로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헤라클래스는 열심히 일을 해. 용서 받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니까 헤라클래스는 착한 사람이야. 그래서 좋아.”


그녀는 헤라클래스를 착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나를 위로해주는것만 같아, 가슴이 아려져왔다. 나는 과연 내 죄를 속죄했을까? 나는 착한 사람일까? 나는 살아도 되는 존재일까?


그녀의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그녀의 보호자가 헐레벌떡 도착했다.


“허억, 허억, 서영아 미안! 아빠가 늦었다!”


나타는 숨을 가쁘게 고르며 빠르게 주워 담았다. 하지만 서영이는 그와 대조되게 담담하게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괜찮아. 책 거의 다 읽었으니 좀만 기다려줘.”


나는 너무나도 반대인 부녀 사이를 보고 쿡쿡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나타님. 차를 내올 테니 잠시 앉아 계세요.”


나는 녹차를 타서 나타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들고 홀짝이며 불평했다.


“** 모범생 녀석... 갑자기 애를 맡아 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필이면 오늘 소영이도 없는데다 일도 늦게 끝났구만...”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옛 팀원을 보니 절로 미소가 번졌다.


“후후. 그래도 서영이가 참 기특해서 말썽 피우지도 않고 의젓하게 책을 읽더라고요. 덕분에 얼마나 활동 일지 쓰는 재미가 있는데요.”


그 말에 나타는 다시 화색이 되어 헤실헤실 풀어졌다. 10년간 그의 바뀐 면모를 꼽아보자면 아마 중증의 딸바보스러운 면모이리라.


“그래? 하여튼 누굴 닮았는지 엄청 어른스럽다니깐! 우리 애라지만 진짜 귀엽고 기특해 죽겠어!”

“나타님을 닮았는지 아주 똑똑하고 책을 좋아해요. 정말이지 활동 일지 쓰는 게 너무 보람되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 나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그의 이런 얼굴은 10년전 이라면 상상도 못할 얼굴이었다. 10 년의 세월에 그도 어느새 바뀐 것이리라.


내가 그렇게 두 부녀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자, 나타는 그것을 보고 나에게 말했다.


“그러는 너도... 꽤나 잘 적응한 모양이야, 레비아.”

“제가 팀을 나가서 나타님과 미스틸에게 잭임이 더해진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죄송해요.”


내가 그렇게 의기소침해지자, 나타는 당황해하며 나를 달랬다.


“아, 아니! 요즘 차원종들은 옛날하고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하고, 거기다 우리는 데이비드와 티어매트도 이긴 전설의 클로저들이라고! 하나도 안 힘드니까! 응!”

“정말로... 제가 폐가 되지 않는건가요...?”


내가 자신없듯이 묻자, 나타는 안심한듯 다시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렇게 미안하면... 다음에 밥이나 한번 사던가. 물론 소영이네서.”

“네 나타님...! 언젠가 꼭 찾아뵐께요!”


내가 다시 웃는걸 보자, 나타는 안심이 된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내 눈매가 다시 날카롭게 올라갔다. 마치, 그 옛날, 무언가 짖궂은 장난을 벌이려는 생각에 즐거움을 감출 수 없는 얼굴처럼.


“헹, 언젠간 이라니 무슨 소리야? 당연히 오늘 아니겠어?”

“네...?”


그의 터무니없는 소리에 잠시 내 뇌가 따라가는 게 늦어졌는지, 얼빠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의 말에 반론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 나타님, 저 그래도 교사여서 오늘 해야 할 일도 많고, 또 내일 수업에 준비할 것도 많고...”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꽃같은 남자인 나타는, 내가 말하는 것을 끊고 다짜고짜 원장실로 들어갔다.


“거 참 말 많네. 어이 여기 대빵! 여기 있는 이 여자는 내가 데려간다! 그리 알아둬!”


내가 그를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지만, 그는 이미 원장 선생님 앞에서 클로저 벳지를 보여준 뒤였다.

이 클로저 벳지에는 보다 수월한 임무 수행을 위한 많은 특권들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군부대에게 특수 요원 이상의 클로저 벳지를 보여주면 대 차원종 부대의 무조건적인 협력과 긴급 상황에 한해 부대의 지휘권조차 넘겨받을 수 있는 권리조차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원장선생님 앞에 벳지를 내밀어 사용한 권리는... 바로 클로저 특별현행법 제 4장 3항, [증거 확보를 위한 무조건적인 협력과 수사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침묵의 의무를 부여한다]는... 사실상 강압 수사권에 해당한다.


그것을 본 원장선생님은 지금 무엇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일어서서 입만 뻥끗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원장선생님을 향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


나타는 그런 나의 손목을 잡아채고 다시 입구로 향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서영아! 세리야! 이제 집 가자!”


그러자, 나타의 목소리를 들은 두 꼬마여자애가 방문으로부터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


세리는 나타의 손에 잡혀있는 나를 보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선생님도 아저씨네 집 가는 거야? 가서 같이 노는 거야?”


그 말을 듣자, 나타는 어딘가 자랑스러운 듯이 웃으며 세리에게 말했다.


“그럼, 이 선생님이 너희하고 잔뜩 놀아줄 거야. 세리야, 아저씨 잘했지?”

“응! 잘했어! 너무너무 좋아!”


나타의 말을 듣자 흥분한 세리가 해바라기 같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괄량이 소녀의 따뜻한 미소를 보자, 내 마음속에 남아있던 당혹감과 불안감은 봄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하하... 그럼 선생님하고 같이 밥 먹을까?”


나는 살짝 난처한 듯이 미소 짓고 말했지만, 아마 내가 이 아이보다 더욱 기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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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 6번째 팬픽이자 4번째 본편 스토리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레비아 팬들 소리 질러!!


필자가 시험이 끝난 직후라 연휴에 불이 붙어서 외전 낸 후에 바로 본편을 다시 낼 수 있게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네 이번 에피소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말해보자면... 세리 귀엽네요. 네 세리 짱 귀여워요. 레비아 에피소드인데... 미안해 레비아 다음화엔 더 이쁘고 귀엽게 나올수 있도록 노력할께. 근데 세리도 같이 귀여워질꺼 같은데 어떡히지?


세슬이 없어서 아쉬운 독자님들은 세슬의 결정체인 세리를 보고 많이많이 귀여워해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정말이지 딸 캐릭터는 미워할수가 없다니깐!


그리고 매번 드리는 감사 인사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빼먹을 수 없겠네요! 제 외전 팬픽의 하편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생에 처음으로 두번째 명예의 전당이라니 기쁘고 감사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소설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할 따릅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전 이만 다음화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4-10-24 23:15: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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