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뭐냐고? (이세하 편)

비랄 2017-04-15 0


***



영웅. 다시 말해서 비범한 존재.


남들이 인정할 만한, 할 수 없을 만한 일을 하는 존재.


까놓고 말해서 나는 저런 존재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냐고? 그들의 위업은 확실히 가공할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미답의 가능성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으니까. 영웅이 개척한 길을 걷는 것과 그들처럼 새로 개척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거다.


뭐, 지금 내 입장에선 참으로 배부른 소리겠지만 말이다. 평범한 인간이던 나에게도 롤 모델은 있었는데 그걸 부정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이상하다.


각설하고, 나는 그런 영웅이란 존재들이 자신들을 과연 어찌 생각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이 행동이 나에게 실질적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어차피 나는 존재하니 행동할 뿐. 그냥 어떤 모습으로든 간에 일단 살아 움직이니 말이다. 


어쨌든 일단은 꺼낸 의제. 한번 물어나 보자. 어딘가의 영웅들에게.



***



"그런 관계로. 물어보자. 지금 너희는 스스로를 뭐라 할 수 있냐?"


"…잠깐, 노운 씨? 왜 영웅 이야기에서 우리가 들어가요?"


시작한다면 가장 가까운 것에서 부터. 나는 그런 목적을 위해서 내 주변에서 영웅이라 말할 수 있는 녀석들. 이 램스키퍼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영웅의 정의를 읊어주고, 스스로를 어찌 생각하냐고.


당연하지만 내 질문을 듣는 사람 모두는 듣자마자 소수의 눈앞에 이상하게 짖는 멍멍이를 보는 표정과 대다수의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뭐, 이런 저런 반응과 대답을 받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원한게 아니다. 지금 질문을 받은 이 녀석처럼 제대로 대답 해줄 녀석이라면 뭐라도 나오려나?


"흐음~ '그들은 애들이 아니라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될 것.' 뉴욕 타임즈. 너희에 대한 글이라고 뉴욕의 영웅님들?"


"뉴욕 타임즈요!? 아니, 그것보다 왜 그런 걸 우리한테 물어보냐고요!?"


"…뉴욕이 이렇게 초토화 된게 언젠데 벌써 뉴욕 타임즈가 있다구요..?"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호외가 날아다니는데 이게 뭐 신기하다고 그러냐? 그것보다 질문에 대답이나 해라 영웅들."


"아니, 그러니까 진짜! 저희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 뭘 그런 걸 물어보냐고요!?"


"대단하다니? 나의 정신은 인간 소시민의 것이라고?"


내 평범한 질문에 내 눈앞의 소년… 이세하는 질문을 받고서는 나한테 열심히 태클을 걸고 있다. 나는 태클을 원한게 아닌데 말이다.


참나, 도데체 무슨 상황인지.. 지금의 나는 소시민이기에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영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의 영웅에게 물어보는 거란 말이다. 그런데 최소한 그런 질문을 받는 입장이라면 겸손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을 시작하거나 대화를 진행해서 대답을 내놓는게 보통 반응이 아닌가? 이 반응은 도데체 뭐지?


"… 노운 씨. 도데체 지금 질문의 의도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오? 이슬비. 너는 최소한 질문을 받아주는 구나?"


"… 일단 질문의 의도를 알아야 뭐라도 반응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아.."


"…포기했구만 대장. 뭐, 이해해."


으음.. 듣자하니 마지 못하다는 것으로 들린다. 뭐 이리 깐깐한지 원... 뭐, 일단 질문을 받아들인 것으로 만족하고, 나중에 따로 신경이나 쓰자. 지금도 딱히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나는 소시민이지 소인배가 아니다. 음. 소시민이지 암.


"음! 음! 이거 좋군. 이거 물어보면서 돌아다닌지 어언 10명 째라서 말이야. 슬슬 제대로 반응이 안나오나 싶었다고?"


"이런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열 번이나 하신거라고요!?"


"그런데?"


"그런데.. 가 아니라. 민폐라고요!?"


"그래? 그래도 아까 유리랑 테인이는 물어보니 대답하던데? 대신 아이스크림을 뜯겼지만.."


"걔들이 이런 거에 대답했어요?"


"응. 유리는 '자기는 영웅이 아니라 유니온 클로저(공무원)'라는 당연한 느낌이고.. 테인이는.. 뭐랄까나.. 본성처럼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내 말을 듣고는 세하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아마 내 행동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는 느낌이겠지. 아니면 이 질문에 대답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전자는 본디 놀랄 이유가 되지 않겠지만 그에게는 그럴 테니 말이다.


나는 아까까지 여기 눈앞의 셋을 제외하고 이 램스키퍼의 승무원들 몇에게 이 질문을 걸어봤다. 그 뉴욕 사태 때 뒤에서 노력한 박사들과 특경대는 기본이고, 베로니카나 김시환같은 사람들에게도 이 질문을 한거다. 뭐, 대부분은 검은양이나 늑대개의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사실 그들의 반응이 당연하기는 하다. 뒤에서 열심히 노력한 것에 지나지 않는 그들은 일반적으로 영웅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으니 말이다. 역시 내 기준으론 합격점을 줄 수 있어도 그들에겐 아니라는 것일까? 그런 말을 계속 듣다보니 질려서 그냥 직구로 이 클로저들에게 물어보기로 한거다. 스스로에 대해서, 영웅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냐고.


물론 이것이 매우 추상적이고, 이상한 질문임을 내가 모르지는 않는다. 사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단지 존재하는 것. 사는 것이다. 그 방향을, 그 의미를 정했다면 앵간해선 굽힐 마음따위는 추호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그를 위해 존재해 행동한다.


그런 생각을 지금까지의 나에게서 유추했는지, 이세하가 먼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노운 씨는 모르겠지만, 저희 엄마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영웅이었어요. 영웅이란 말은 저한테는.."


저 말을 시작으로 나온 이세하의 대답. 간단히 요약하자면 '나에게 영웅은 그리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라고. 이 녀석은 지금 그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틀렸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이해는 확실하게 간다. 지금 말하는게 뭔지 확실히 이해한다. 뭔지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공감은 가지 않는다.


"흐음.. 그러냐? 역시... 그렇게 밖에 말하지 않는거냐?"


어린 애다. 어쩔 수 없다. 그는 아직 어리니까. 소시민인 내가 봤다면 이런 말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공감을 해줬을거다. 하지만 소시민인 나라고 한들 이 한순간의 그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그를 알고 이를 들었다면 아무리 멍청해도 그에게 속으로 한마디 정도는 했을거다.


-"틀렸을지도 몰라."


신이고 뭐고 나는 원래 평범한 소시민. 인간이었다. 나는 이세하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해한다. 그가 겪은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사실 그것조차 과분할거다. 그와 나를 비교한다면 어느 면에서도 그가 우월하니까.


나는 아픔에 미쳐 광분하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의 마음이 굴복해서 둔감해지고, 정처 없이 쓰레기가 되어 굴러다녔다. 나는 미련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작게나마 무언가를 지금까지 관철했다. 비록 그것이 아무련 변화도 없는 수면을 유지하는 것에 그칠지라도 말라버리고 썩어버린 나보다는 훨씬 우월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일어섰고, 걸었으니까.  


"…그러냐. 그래. 너는 영웅이 아니야. 너 스스로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런 너조차도 영웅으로 볼 수 있는 녀석들은 지천에 널렸어. 제발 최소한의 자각이라도 가져라. 네가 어떤 녀석인지 말이야. 너는 지금까지의 자기가 어떤 착각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한순간의 착각이 누구에겐 영원 포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잘 생각해라. 네가 어떤 것인지."


그러니 일갈한다. 하나의 쓰레기로써. 그럴 자격도 없지만 울부짖는다. 하나의 하찮은 것으로써. 저 오만에 웃기지 말라며 일갈한다. 하나의 미련곰탱이로써.




***






으음... 수정할게 있고,(이런 개연성 0의 집합체는 수정 필요 그 자체.) 무언가 다듬을게 있고(걍 다 갈아야 하지)~ 아 몰라. 귀찮아. 안해.

2024-10-24 23:14: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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