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지근한가? [세하슬비]

비랄 2017-03-25 0


***




왜 이렇게 된거야?


어딘가에 쳐박혀 굴러다니던 어떤 남자는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은 매우 단순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다. 당연히 개인 차이야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내 삶은 평범하단 범주에 들것이다. 만약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계속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을 거다. 개인적으론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다. 


왜일까? 처음 만난 그녀는 자신과 같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또래에 비해서 독특한 몸. 까놓고 말해서 키도 작고, 발육도 부진한 꼬맹이같은 여자였다. 그런 주제에 성격은 어찌나 매서운지 어쩌다가 같이 일을 하기 시작한 이래에 그녀에게 잡혀살지 않은 날은 없었다.


일이 부진하다고 잔소리 하고, 잠깐의 휴식조차 잔소리로 훼방을 놓고, 깐깐하기는 비할 데가 없을 정도여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치 않고 나를 질타했다. 이렇게 정이라곤 절대 붙지 않을 여자였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녀에게 정이 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분명히 우리는 상극이었다. 적당한 삶의 자신과 항상 급하고 날카로운 삶의 그녀. 당연히 마찰을 빚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래도 좀 티격거릴 정도이지 크게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없었기에 어찌저찌 같이 일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마 그렇게 현상 유지를 했더라면 분명히 다른 미래가 나타났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았다면, 우연의 선택으로 내가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면, 그렇게 그녀가 자신이 본적이 없는 표정을 지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때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면 결코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다.


왜냐하면 나는 어리석게도 그녀에게 '진실'을 들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사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그 비밀이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진실을 연인이 되어서도 결국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무서웠으니까. 겨우 다가선 그녀와의 평범함 삶이 멀어지는 것이 두려웠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실책인지 눈을 가리고 살던 나는 몰랐으니까.


내가 운명을 부정하고, 세상에 저항해서 얻고 싶었던, 그리고 얻었던 평범함은 그런 나의 어리석음에 의해서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눈을 감고 있던 나는 그것을 나중에 눈치챘고 말이다. 나의 평범함인 그녀가 사라진 것을 말이다.


세상이 나에게 말했다. 운명을 부정하고 진실을 기만한 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그토록 원하던 것을 다시 가지기 위해서 원래의 흐름을 순응하라고. 그러면 끝에 그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잘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지 알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어리석었던 나는, 우를 범하고도 그 우를 가지고 눈을 떠버린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고, 세상은 그런 나를 철저하게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주었다. 나를 진창에 던져서 굴려버리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렇게 토악질 나오는 진창에 굴러 떨어진 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것들이, 눈을 감은 나에게서 세상이 앗아간 것들이 부서져 굴러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실을 부정한 나의 모든 것. 세상이 가져간 나의 평범함이 전부 그 진창 안에 묻혀있던 것이다. 눈을 감기 시작한 순간부터의 나의 기억, 나의 자취, 나의 감정이 전부. 하나도 남김 없이 부서져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어리석던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필사적인 자기 방어. 미치지 않기 위한 발버둥. 그럴 수 밖에 없게된 나에게 세상은 웃으며 나의 어리석음을 완벽히 조소할 것을 내 눈앞에 떨꿨다.


그것은 나의 어리석음의 대가. 진실을 부정하고 어리석은 나의 증거. 나의 평범함. 나의 천사. 나에게 평범한 삶의 마음을 알려준 자...


그녀가 내 눈앞에 쓰러져있었다.



***




베인 라이프. 말하자면 헛된 삶.


나는 내 눈앞의 남자에게 그런 이름의 시련을 선사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보인 것에 이런 식의 흥미를 보일 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그가 보인 것이 무엇인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는 것과 흥미를 보이고 그것을 보는 것은 다르다. 이미 문자가 써진 종이는 문자가 써지는 과정을 매우 다양하게 알고픈 법이니 말이다. 


[너 최저인거 알지?]


자신과 같은 종이가 말했다. 그런데 듣자하니 참으로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이는 중이다.


"네 추천이잖아."


[추천이라니.. 그건 네 생각이고..]


"아니, 저건 잖아? 네 존재가 추천인 셈이라고?"


[……노운(Known). 결국 너는 흥미를 무엇보다 우선시 여기는구나..]


자신의 이름과 제대로된 발언. 그것으로 인해서 나는 이 대화에서 종이가 아닌 하나의 존재로서 해야 하는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이미 자신이 그래야 함을 알고 있으니까.


"데피(Defy). 지성체로서 이야기하지. 우리에게 존재함의 의미는 뭐지? 없어. 우리에겐 그딴게 없다고. 이렇게 이름을 칭하고 무언가를 지향하는 것조차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라고. 그 무엇도 의미 없는 우리는 이렇게 있을 때는 그것을 확립하려고 행동하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런 형태로 그 행동을 확립시키는 짓을 하고 싶어."


정해진 수순. 존재함에 있어서 이 진행은 당연한 것.


[……후우.. 우리는 미쳤어.]


"응."


[일단 나는 네 마구잡이의 행동에 염증을 느껴. 나는 이런 녀석이니까.]


"긍정을 위한 부정. 네 모토잖아?"


이 정해진 대본은 우리들이 정한 것. 이것은 지금의 우리라는 존재이니. 


[…자신의 의미를 위해 저항하라. 오직 그것을 위해서.]


"…존재함의 의미. 그것을 보기 위해서 우린 존재할지어다."


단지 서로가 가진 대본의 제목은 다를지니. 그 차이는 우리를 이렇게 존재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니라.


[후우.. 결국 이렇게 되나?]


"그런 거다."


이걸로 끝. 이걸로 충분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할 일이니 말이다.




***




잠시동안의 트러블을 무시하고 나는 눈앞의 시련 대상자를 본다. 이것에 의미는 없지만 그냥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번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세하. 단 1초. 나에게 있어서는 무한한 1초이지만 너에게 있어선 평범한 1초다. 그 동안에 네가 나에게 보인 것을 증명하기를 바라지.'


눈앞의 시련자. 이세하에게 내가 의미를 위해 부여한 시련.


"…이슬비. 지금 너에게 있어서도 이건 1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등뒤의 존재. 이슬비에게 보여주는 그의 시련.

 

"………노운 씨.. 당신은 도데체 왜 이런.."


"…사랑. 이 시련은 그걸 위해서. 내가 그가 보인 사랑의 의미를 보기 위해서."


이 시련은 그들에겐 이미 정해진 의미가 있다.


"……미쳤어.. 당신은.. 당신들은 미쳤어..."


"상관 없다. 어차피 너와 나에게 오는 결과는 다르니까. 말했지? 1초. 그건 너와 나에겐 다르다고."


하지만 나에겐 정해진 것이 없다. 그들에겐 정해진 것이 있는데도.


"…………이런 짓을 해서, ……우리한테 무슨.."


"글쎄."


그러니 기다려라. 너희는 그것을 받을거고, 나는 그것을 볼테니.


"기대?"


보여다오. 너희의 사랑이란 것을. 정해지지 않은, 아니, 정하지 않은 그것의 의미를 나에게 보여다오.



***





-어이. 작가. 이 오밤 중에 제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무~지 이상한 것이 나왓는데?


노운. 미안한데 진짜로 이건 의미가 없다. 나도 모르니까 신경쓰지 말아주길 바래.


-어딜 도망가냐? 거기 서라!




***




(졸린데 심심해서 쓰는겁니다. "얌마!" 진짜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쓰는거라 저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다고 못 끼어드는 줄 알아!?" 정말로 지금의 저는 미쳤어요. "당장 해명하라고 이 자식아!" 내일 아침이면 정상으로 돌아올까요? "이미 일을 벌려놓고 무슨 짓거리야!" 아니 이건 무슨 중2병도 아니고.."맞거든? 부정하지 말고 해명이나 해!" 이건.. 내가 왜.. 도데체.. 쿠울././.."이.. 이 자식!? 잠을 자러 갔어!?" )



(주) 개판 (^^)

2024-10-24 23:14: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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