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펫받는 소설 2

씻어내리는소나기 2017-03-23 2

1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categorysn=1&n4articlesn=11297


그 후, 엉망진창을 넘어 불꽃이 일렁이는 전쟁터 한복판이 되어버린 교실을 뒤로 하고 정도연 박사님은 알을 아까 그 불꽃이 튀던 상자에 넣고 스티커를 붙여 밀봉해둔 뒤,

"그럼 제 아이를 잘 키워주시길 바랄게요, 이세하 요원."

라는 오해사기 딱 좋은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셨다...가 다시 오셨다.

"마지막으로 권유하는 거지만 육체의 70퍼센트를 기계로 대체하는..."

"아 싫어요, 가요 쫌."

내가 질색하며 등을 떠밀자 그제서야 순순히 동아리 방을 나서주신다. 또각또각... 하이힐 굽 소리가 멀어져가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가신 것 같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몸의 70퍼를 기계로 바꾼다니,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런 수술을 받을리가 없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지금은.

"이거... 어쩌지... 하..."

고개를 들어 왼쪽을 보면 불바다, 오른쪽을 보면 망가진 책걸상들. 아, 이 상황을 뭐라고 표현하는지 나는 알고있다. 개판이다. 이슬비가 내일 보면 좋아하겠네. 난 죽었다.


*


될대로 되란 식으로 정말 대충 뒷처리를 한 뒤,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침대에 몸을 던진다. 푹신. 나는 몸이 매트릭스와 이불 속에 파묻히는 이 느낌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애초에 이런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따뜻한 이불에 파묻혀 점점 눈이 감기...다가 번뜩 눈이 뜨인다. 참, 아직 그 펫이라는 거 확인하지도 않았구나. 아까 불을 뿜던 상자인데 안전상 괜찮은 걸까? 조심조심 다가가 상자를 쿡쿡 찔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안전함을 확인한 나는 펫이 든 상자를 자세히 확인하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며칠 전에 엄마 생신 때 샀던 케이크를 넣은 네모난 케이크상자가 떠오를 정도로 케이크 상자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다만 다른 점은 초와 성냥이 딸려있었던 그 케이크와는 달리 이 상자는 유니온 산하 조직이 제조했다는 뜻이 담긴 품질 보증 씰이 붙어있고, 펫이 먹을 먹이(마치 개껌처럼 생겼다.), 거의 백과사전급의 두께를 가진 사용 설명서가 첨부되어 있다. 펫상자 자체보다 이 사용 설명서가 더 무거운 것은 기분 탓...은 아니겠지. 손을 뻗어 사용 설명서를 집어 펼쳐 본다.

"..."

그리고 바로 덮었다. 음. 포기하자. 내 머리로는 이걸 이해하는게 불가능해. 그렇게 되뇌인 나는 사용설명서를 방 안쪽에 자리한 먼지앉은 책장의 한구석에 살며시 밀어넣었다. 결국 나는 스캐빈저 펫도 어떻게든 키웠는데 이거라고 다를게 있겠어 하고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한뒤, 손톱으로 살살 긁어 품질 보증 씰을 떼냈다. 이제 이 펫은 내가 품질 보증 씰을 다시 붙이지 않는 이상은 내 물건으로 각인된 것. 즉 환불불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다른 말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상태로 흐름을 탄 나는 바로 펫상자를 개봉했다. 그리고 내용물은 역시 덩그러니 놓여있는 알. 살며시, 또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본다.

"따뜻하네..."

의외로 온기가 느껴진다. 이 알, 기계스럽게 생겨놓고 따끈따끈하다. 마치 진짜 생명이라도 담긴 듯이. 아, 그러고보니 난 아직 이 안에 담긴 것이 무슨 펫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데. 언뜻 들은 바에 의하면 다 같은 알처럼 보여도 내용물이 다 다르다는 듯 싶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펫이라니. 신종일게 분명한데 박사님한테 물어볼걸. 바보냐, 나는. 결국 알을 만지작 거리다 책상 위에 얹고 알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 그대로 나는 침대에 다시 누웠다.


*


"일어나, 이세하!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버스를 떨어뜨릴거야!"
윽, 효과만점의 알람소리... 예전에 이슬비가 정신머리를 고쳐주겠다며 직접 녹음해준 알람이다. 덕분에 매일 아침 무서운 나머지 저절로 눈이 떠질 지경이다. 그나저나 언제 잠이 든거지? 어제 내가 피곤하긴 했나보네. 렌즈도 안빼고 그대로 잠이 들다니... 눈이 뻑뻑하고 시야가 좋지 않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라니. 아니 잠깐, 눈 문제가 아닌거 같은데. 뭔가 이상한 것이 얼굴에 붙어있다! 이게 그 옛날 영화에서 봤던 '페이스 허거'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차원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재빨리 위상력을 발휘해 얼굴에 붙은 무언가를 손으로 쳐서 날려버린다. 의외로 가볍게 날아가버린 그것의 정체는...

"에."

뭐지 저거. 정체가 뭐야. 다리가 4개 달린 걸 보면 동물인거같은데... 것보다 저 녀석 아까 내가 날려보낸 후 안쓰럽게 발라당 뒤집혀 다리를 파닥대고 있다... 안쓰러운 나머지 내가 다가가 바로세워줬다. 음? 잠깐 똑바로 서있는 이 녀석,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이빛나 누나가 기동해 준 훈련 프로그램에서 저런 녀석이 떨어졌었던 기억이 난다. 버그덩어리라는 이름이었나... 잠깐. 그런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단 건 알은...? 알은 무사한가?

"어...어라...?"

없네? 저 녀석이 먹어버리기라도 한걸까? 분명히 어제 책상 위에 얹어두고 잤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 녀석이 알을 어떻게 할 정도로 크기가 크진 않다. 그렇단 건... 확신에 찬 나는 버그덩어리처럼 생긴 그것을 들어 요리조리 뜯어보다가 낯익은 문장을 찾았다.

"역시나... 유니온 마크잖아 이거..."

아주 조그마하게 앞다리 쪽에 유니온 마크가 박혀있었다. 그렇단 건 이 녀석은 알에서 부화한 펫...이란 건가?

"그럼... 이 녀석 결국 무슨 펫인거야..."

하고 이 펫의 얼굴을 보자, 나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것은...

"이슬...비...?"

아. 설마. 농담이지?


*



Γ(ㅍ_ㅍ ㄱ )ㄱ

2024-10-24 23:14: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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