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미티드 인 다크사이드 - 최악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9]

Outsideres 2017-02-23 1



"하, 내가 왜 이 회사에 대한 기본 수칙들을 외워둬야하는 거지?"


"아직도 자각하지 못했군요. 당신은 이제 사람이 아니라 겉만 사람인 개에요. 그것도 사냥개죠. 이제 당신의 이름을 버려둬야할 거에요. 이 회사에 존재하는 처리부대 팀에 들어오면 전부 다 이름을 버리거든요. 하나같이 다 인식명으로 불러야하니까요."


"그니까 내가 왜 따라야하는 거냐고! 당장 그 녀석의 위치를 불어!"


"이거야 원‥ 대화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네요. 당신은 이 자리에서 뭘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으로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해봤자, 위상력 수갑이 채워져있으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요. 알고 있나요? 백성현 씨, 이제 당신은 이 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새 삶을 살아야해요. 그 기회를 걷어차버리면 예산이 엄청 아깝지만, 당신을 폐기처분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단 얘기에요."


"…듣자듣자하니 나를 이따구로 만들어낸 것도 모자라서, 규칙을 안 들으면 멋대로 없애버리겠단 거냐? 그게 네 놈들 방식이냐! 어엉!?"


백성현은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아올랐는지, 눈에 핏기가 냉기나 열기마저 저리가할 지경으로 모여들었다. 말 그대로 혈안이 된 눈이라고 봐야할 터이다. 그럼에도 연구원, 아니 최철현은 마치 그를 실험하는 것처럼 비아냥거리듯이 속을 긁는 거 같은 투로 답하였다.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마냥 답해놓는 게 모자라, 자신이 이러는 걸 만류하는 게 아니라 부추키는 것처럼 답하고 있다. 속이 끓다 못해 자기 머릿 속에서 울리는 이 격통이 분노를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야, 이 말도 안되는 소리는? 계속 나를 갈구는 것 같잖아."


"일단 당신의 몸상태에 대해 설명하자면 좀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어요. 뭐, 이건 당신의 동의 하가 아니라 제 마음대로 말할테니 귀를 닫더라도 잘 들으시길 바랍니다. 우선 백성현 씨의 몸은 상체랑 얼굴 턱만 봐도 흉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료진들한테 아주 감사해야할 거에요. 그 몸에다가 인공 심장에 이어 호흡기라는 걸 갈아끼웠고, 갈비뼈까지 갈아끼운 후에야 봉합에 성공했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을 살리기 위해 뇌파의 흐름을 부정적인 감정에 맞춰놓음과 동시에 강화제들을 있는 대로 쏟아부었고. 마지막에서야 수억개의 나노 머신들은 몸 속에 주입시켰어요."


인공 심장에 갈비뼈, 호흡기까진 정말 할 말이 없을 지경이지만 뇌파 조정과 강화제, 나노머신까지? 완전 사람을 기계로 만드는 게 아니라 괴물 수준으로 맞춰놓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늘 아드레날린 분비로 인한 흥분보다 더한 상태가 됐단 얘긴가. 온 몸에서 돌고 도는 분노를 몸에 담궜단 소리다. 15년 동안이나 자기 위상력을 될 대로 뽑아가더니, 다른 클로저들도 모자라서 고아들마저 이용한 분노를 앙갚으려했다. 허나 그것이 곧 나락에 떨어지게 되었고, 다 죽어가는 백성현을 벌처스 사장이 사들인 채 이런 꼴로 개조해냈다?


"자, 여기서 더 말할 게 있나요?"


"그래‥ 두 가지 말할 게 잇다. 첫째, 그 놈이 어딨는지에 대해 불지 않아서 내 머리가 안 그래도 화가 났는데 더 열불나게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 둘째, 날 이렇게 만든 네 놈들을 전부 다 죽여버릴 거다!"


그 말을 끝으로 아까 전부터 계속 느슨해져가는 수족쇄(手足鎖) 형태의 위상력 구속구가 서서히 끊겨지기 일보 직전이었단 것이다. 그걸 본 연구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자신의 현재 입지가 어떤지도 모르고 저리 날뛰려고 드는 백성현을 보곤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마침 당신이 그럴 마음을 필 때마다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어떤 의미로 해야할 지 고민해야했던 일을 해결해줬으니, 바로 이 자리에서 보여드리죠."


"먼저 네 놈부터 죽이겠… 커허억!?"


이제서야 끊겨져버린 구속구로부터 자유로워진 백성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이상 증세에 옆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숨이 막힌 것도 모자라, 몸 안에서 뜨겁게 열불내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어마무시한 고통 때문에 견디질 못할 수준이었다. 심지어 머리까지 뇌세포 조직을 파괴하려는 것 같은 이 아픔에 일어서는 것조차 못하고 시야마저 암전될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크윽, 으으아아아아─!!"


"제 주머니에 들은 이 리모컨을 꾹 누르면 당신의 호흡기 뿐만 아니라 뇌파의 흐름도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나노 머신이 세포 파괴하려는 조짐을 벌이는 공작을 벌입니다. 그러니 저나 다른 이들에게 반항을 할 시에 이렇게 된단 것만 알아두세요. 물론 죽이겠다는 살심으로 공격하는 것도 더더욱 안되고요."


"빌어먹을 놈!"


"아, 한 가지 더 얘기 안한 게 있는데. 이게 5분 동안 지속되면 당신은 죽게 된답니다. 즉, 어디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단 얘기죠."


진짜다. 이 고통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높아져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백성현은 정말 잘못하면 자기를 죽일 수 있단 생각이 눈에 들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은 무기란 것도 없다. 그럼 자기가 새로 생긴 이 능력에 대해 쓰면 되겠지만. 문제는 그걸 억누르고 있는 이 뇌파 덕택에 능력 사용을 하는 건 힘든 짓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조짐을 낸단 걸 알면, 연구원은 바로 백성현에게 더더욱 통제를 가해낼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 능력으로 몸 속에 있는 것들을 죽이는 순간, 본인도 죽을 수 있단 걸 뼈저리게 알도록 해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원하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요."


한마디로 무엇 하나도 건들 수 없는 노릇이다. 하나라도 잘못되는 날엔 백성현이란 존재가 위태로워질 것이고, 이내 다른 것들까지 망가지는 순간 그는 여기서 세상하고 작별하게 되는 셈. 그러니 그는 고통을 부여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비명을 질러가면서도 어떻게든 버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으로선 미련에 가까운 행위인 지라 순응해야만 한다. 분노라는 걸 억지로라도 눌러**다. 그러다가 연구원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걸음 소리에 밖을 빼꼼 내밀어보니.


"오, 마침 오셨군요."


연구원이 누군가를 반겨주는 목소리랑 함께 들여보냈는데. 백성현은 거기서부터 보아야만했다. 푸른 머리와 아우르는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그렇다치더라도, 옆에 정장을 개량으로 맞춰놓은 것마냥 편해보이는 것도 모자라 소매를 걷어 두드러지는 팔뚝을 보인 흉터의 남자. 오른쪽 눈을 가리기 위함인지 흑색으로 물들인 비대칭 머리가 인상적이란 걸 느꼈지만, 이 전체적인 모습에 백성현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연구원이 리모컨을 끄자마자 나노 머신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뇌파가 다시 안정적이지만 늘 분노라는 감정을 유지하고, 호흡기가 다시 원활하게 작동되가면서 돌아가는 자각심을 못 느낀 채로 말이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    *


트레이너는 의료진들이 알려준 윗층 병실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고. 계단을 올라가려던 때에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는데, 다름아니게도 처리부대팀에 속한 채 전투광이라 불리우는 나타가 아니던가? 나타는 그를 보자마자 바로 표정을 구겼지만 예전에 비하면 바로 화내거나 덤벼들지 않았다. 예전만 해도 얼마나 통제불능이 안됐었는지, 정말 죽일 기세로 쿠크리들을 든 채 썰어버리려고 들지 않나. 더군다나 어느 쪽에서든 기습을 하려고 드니, 피곤한 노릇이었지만 슬슬 녀석도 이 방법들만으론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정정당당하게 대련하잔 의미로 밀어붙였다. 물론 그것도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도, 잊을만하면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는 매일 같이 트레이너의 승리로 끝났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런 의미가 없어선지 나타가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묻는다.


"칫, 혼자 어딜 가느라 그딴 인상 쓰고 가는 거냐 꼰대."


"나타인가. 새로운 처리부대팀의 멤버를 맞이하러 가는 중이다. 너도 보겠나?"


"하아? 또 다른 멤버라고?"


그 말에 나타는 의문이 들었고, 애초에 자신은 할 게 없으니 따라가겠단 말을 직구로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신입의 면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트레이너가 직접 보러가는 거냔 식으로 빈정댈 뿐이다. 그는 소년의 말에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는다. 그걸 끝으로 두 사람이 윗층으로 걸어가봤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듯한 비명 소리에 살짝 발걸음이 멈췄다. 도대체 뭘까? 무슨 비명을 지르고 있기에 고통까지 섞였단 말인가? 이 의문을 알 수가 없어 바로 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걸음을 조금 빠르게 하더니, 거기서 연구원이 병실 문 밖에 빼꼼히 드러내고 있단 게 발견됐다.


"오, 마침 오셨군요."


"…무슨 일이길레 병실 안에 소리가 시끄러운 것이오?"

"당신이 통제해야할 새 멤버이자 이제 이름을 버리고 살아가야할 '마견' 을 말입니다."


마견이란 말과 함께 트레이너의 안색은 급격하게 좋아지질 않는다. 물론 그걸 내색하거나 하지 않는다. 드러낼 일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연구원이 안내해주는 대로 들어가보니, 트레이너는 안 그래도 굳은 얼굴이 더더욱 굳어져가고 있단 것이 보여버렸다. 나타는 눈 앞에서 고통을 참아가며 악을 지르는 남자가 눈에 보였고. 남자는 연구원을 바라보려다가 병실로 들어온 다른 두 남자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동공이 흔들리고 말았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초커를 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고통을 준 건지 몰라도 그만하면 됐소."


"그럼 이 리모컨은 당신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트레이너. 다루는 건 당신의 자유니까요."


"‥알겠소."


그걸 끝으로 리모컨을 누르자마자, 고통이 거짓말처럼 누그러졌고. 연구원이 트레이너에게 건내준 다음에, 벌처스로부터 기본 규칙들을 적응하게 만들라는 부탁을 남긴 채 가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이었던 지라 남자, 아니 백성현은 남아있는 이들을 보자마자 말문마저 막혔는지. 아직 가시지 않았던 통각을 억눌러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자신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는 여기 있는 트레이너가 과거 옛날, 동료들을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들을 익히게 만든 그 교관이란 사실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이 남자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어이, 대답해봐. 너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네가 하는군. 게다가 상당히 많이 변했구나, 백성현."


"말해! 왜 이딴 곳에 있는 거냐고!"


방금 전은 분노가 아니라 오히려 자괴감이 느껴지는 듯한 통탄스러움. 그 감정을 트레이너는 알아차린 것일까? 살며시 눈을 감다가 이내 뜨곤, 씩씩거리지만 두 눈은 진실을 알고 싶지만, 알길 바라는 양가 감정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네게 그런 걸 말해줄 권한은 없다. 너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을 터인데, 서로 알 필요가 있는가?"


"……빌어먹을!"

"어이, 꼰대. 이 시끄러운 녀석은 누구길레 서로 알듯이 오가는 건데?"


"‥과거 나와 함께 팀을 이루며 차원종을 상대한 동료다. 그것도 옛 동료지."


한마디로 꼰대 한 명이 더 늘어났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타는 팔짱을 낀 채로 그를 깔고 내려깔듯이 **만, 백성현은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시궁창과 같은 본성이 깃든 벌처스에 트레이너에 이어 소년까지 있단 것에 대한 진노만이 있을 뿐이었다. 단, 이것을 억누르지 못하면 트레이너에 의해 강제적으로 또 고통이 밀려올 수 있단 거에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백성현, 지금부터 너의 인식명은 펜릴로 하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 이름을 버리도록 해라."


"…내 이름을 버리란 거냐. 날 완전 불효막심한 놈으로 만들 작정이군."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허나 넌 이 벌처스에선 적응 기간이란 게 필요해."


확실히 이 벌처스에선 펜릴을 제압할 수 있는 리모컨이란 게 있는데. 거기에 위상 장비라던가 처리부대원들만 대기시켜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고. 뭣하면 5분 동안 버텨내서 그를 죽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인력이나 재산 낭비를 할 필요없이, 트레이너의 힘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리고 연구원의 말에 의하면 신체 강화 뿐만 아니라 부식이라는 특징 능력이 생겼기에 그 능력이 한 번 닿으면 타인의 위상력이든 무기든 갉아먹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알려주기 전까지는 자기가 어떻게 쓰이는 건지 알 도리가 없으니.


"네겐 선택권은 없다."


"‥네 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선택권도, 발언권 자체도 없단 거냐. 참 독하기 그지없군."


"말 더럽게도 많네."


나타의 빈정거림에 백성현은 겨우 자리를 일어나자마자 키가 큰 장신을 보여내니, 소년은 놀랐다긴 커녕 눈을 찌푸린 채 올려다본다. 이런 상대방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 걸 보면 어린 나이에 세상 험하게 살았다든지. 아니면 정말 눈에 뵈는 게 없는 건지 둘 중에 하나다.


"나타, 앞으로 같이 수행하게 될 대원에게 문제 될 수 있는 발언을 삼가도록."


"하아!? 내가 뭘하든 무슨 상관이야!"


"‥잠자코 지시에 따르도록 해라."


트레이너는 딱히 나무라는 건 아니고, 정말 요점을 콕 짚어서 말하니 그가 혀를 차는 게 눈에 보였다. 펜릴은 예전보다 더 독하게 가르치기라도 한 듯, 나타를 잠시 보다가 트레이너를 보았는데. 잠시 동안 봤음에도 두 팔은 뭔갈 채우고 있단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화 프로텍트, 말 그대로 착용한 부위의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받쳐주는 역할인데. 나타의 두 팔은 항시 이걸 착용해야하는 실정이었다. 한마디로 이게 없으면 안된다고 봐야하려나.


"네 선택은 뭐지?"


트레이너의 딱딱한 어투에 백성현은 깊은 고민이라도 할 것도 없이, 지끈거리는 이 두통을 참아가며 또렷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좋아‥ 너의 말을 따르도록 하겠어. 내 이름도, 모든 걸 다 버려주겠다고. 허나 두고 봐, 날 이따구로 만든 놈들을 절대로 안 잊을테니까."


"…초심을 잃지 않는단 건 좋은 마음가짐이지. 허나 그걸 지나치게 독으로 품지 마라."


──그게 너를 망가트리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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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적 및 불만 비난 관련은 받지 않습니다.)


자, 그렇게 백성현과 트레이너의 만남으로 인해..

백성현은 이제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새 인식명 펜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했습니다.

나타는 뭐.. 통제잘됨(끄덕)입니다. 통제불능(웃음)이 아냐.

2024-10-24 23:14: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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