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펫받는 소설 1

씻어내리는소나기 2017-02-23 6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펫이예요. 이세하 요원에게 무료로 지급할테니 한번 키워보시는게 어때요?"

모든 것은 내게 건네진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



"...는 관계로 오늘의 작전 구역은 한강 강변길로 제한되어 있어. 그러니 각자..."

수업이 끝난 오후, 신강고 동아리방 검은양팀 특별교실. 여기서 항상 그 날의 작전 브리핑이 이루어지지만 딴짓하다보면 이슬비가 나한테 호통을 치면서 결국 작전내용을 3줄로 요약해주기 때문에 보통은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애초에 저 녀석이 하는 말, 딱딱하기도 하고 별로 귀에 들어오는 내용도 아니다. 처음부터 요약해서 설명해주면 좋을텐데 어쩜 저렇게 원리원칙에 충실한걸까.

"잠깐, 이세하 듣고있어?!"

갑자기 이슬비가 쏘아붙인다.

"아. 응, 미안! 무슨 얘기중이었지?"

"...임무 브리핑 중에 딴 생각이나 하고, 진짜 게임기 확 뺏어버린다?"

얜 뭐 뭐만하면 게임때문인줄 알아...

"아 좀... 그건 봐주라. 애초에 게임 생각 한거 아니거든?"

"그럼 무슨 생각 하고있었는데."

말문이 막힌다. 아니, 진짜 게임 생각은 아닌데. 그렇다고 아까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가는 엄청난 잔소리가 날아와서 박힐거다. 우리의 임무 어쩌고~ 클로저의 의무 어쩌고~

"아...아암튼 게임생각한거 아니거든? 네가 말하고있던 것도 사실 다 듣고있었어!"

"응 그래? 그럼 내가 무슨 얘기 하고있었는지 말해봐."

"청계천에서 형상복제자가 출현해서..."

"나가죽어."



*



결국 화가 난 이슬비에 의해 오늘은 동아리방 청소를 혼자 맡게 되었다. 이슬비가 벌로 청소를 명할 때 치켜뜨던 그 도끼눈을 잊을수가 없다. 하여간 이슬비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오늘 마치고 석봉이랑 승급전 돌리기로 약속했는데. 걔때문에 석봉이랑 같이 겜도 못하고 뭐하는짓인지. 아 망할. 동아리방에 쓰레기는 또 왜이렇게 많은거야. 제이 아저씨는 만날 녹즙팩 마시고는 쓰레기통에 넣지도 않고...

"어라 이세하 요원. 다른 요원들은 어딜 가고 왜 혼자신가요?"

이런. 누가 온 것 같다. 혼잣말이 들리진 않았겠지?

"아, 어쩌다 보니 제가 청소를 맡게 되서요. 아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목소리가 들린 뒤를 돌아보니 서있는 사람은.

"신체개조를 받으시면 그렇게 빗자루질을 안해도 청소기처럼 쓰레기를 다 빨아들일 수 있으실텐데요, 이세하 요원."

정도연 박사님이시다. 팔짱을 낀 채 교실문앞에 우두커니 서서... 웬일이시지? 것보다 또 신체개조 타령이시라니 여전하시다.

"아니... 몇번이나 말씀드렸다시피 신체개조같은거 하고싶지도 않고, 애초에 그런 로봇청소기 같은 기능을 넣어서 뭘해요..."

"이미 제가 시술한 몇십명의 피험자들이 가장 맘에 드는 기능중 하나로 이 기능을 꼽았는데도요?"

"네?"

"아무튼 말이죠, 오늘 온 이유는 아쉽게도 신체개조 권유때문이 아니예요. 뭐 겸사겸사 권하려고도 했었지만."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매드사이언티스트라는 족속이 확실해 보인다.

"가능하면 모두에게 나누어주려고 했지만, 동아리방에 남아있는 요원이 당신밖에 없는 관계로 어쩔 수가 없군요."

갑자기 정도연 박사님이 아까부터 들고있던 가방모양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아? 이게 뭔데요?"

"잠자코 보고계셔요."

갑자기 케이스에서 불꽃이 마구 튀기 시작한다. 잠깐. 아까부터 열심히 청소하던 교실바닥이 여기저기 불똥이 튀어 타는 냄새를 풍긴다. 바닥에 타고 그을린 자국도 마구 생기기 시작한다.

"저기요 박사님? 이거 위험한거 아니죠? 좀 불안한데요?"

"시끄러워요 이세하 요원. 위대한 과학의 앞에서 토를 달지 마세요."

역시 이 사람은 성격이 나쁘다. 저번에 내 건블레이드 튜닝에 마법 옵션이 붙었을때 저 사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던걸 보고 알아챘어야 했는데.



*



결국 교실 바닥이 내 화염분쇄를 맞은 것 마냥 지글지글 타오르기 시작할 때에서야 케이스의 발광이 끝났다. 아. 이거 청소고 뭐고 끝났네. 청소 하지 말걸 그랬다.

"자 어때요, 이세하 요원? 멋지죠?"

"불꽃놀이 충분히 봤으니까 준다는 거나 한번 줘보세요."

"자, 여기요."

평범히 주머니에서 꺼내주신다. 저 케이스에서 나오는게 아니었나? 것보다 생긴게 둥글둥글하고 살짝 넓적한게 마치... 알같잖아.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펫이예요. 이세하 요원에게 무료로 지급할테니 한번 키워보시는게 어때요?"

"아, 감사합니다... 펫이란건 분명 전투를 도와주는... 애완동물 비슷한 뭐시깽이랬었죠?"

예전에 강남 GGV 작전때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 같이 받았던게 분명 좀 징그럽게 생긴... 스캐빈저였던가?

"네, 맞아요. 펫은 당신의 전투를 도우면서 또한 유익한 버프를 제공하기도 하는 최신 공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좋은 걸 공짜로 주는 의도가 궁금하다.

"이런 좋은 걸 왜 공짜로 주는지 궁금하시단 표정이시군요."

이 사람, 눈치가 빠르다.

"뭐 원래라면 다른 클로저에게 임상실험을 부탁하려 했지만 이 펫의 개발자인 제 이름을 듣고는 다들 얼굴이 새하얘져서 거절했다더군요. 뭐,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나는 왠지 알거같은데.

"근데 결국 이 케이스에서 일어난 불꽃쇼는 뭐였죠? 여기서 펫을 꺼내주시는거 아니었나요?"

"그냥 이세하 요원이 곤란해지는걸 보고싶어서 써본건데요?"

"?"

이제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온다.



*



다음편은 생각나면 씀

2024-10-24 23:14: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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