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오해' (하)

mpi 2017-02-1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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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 기습을 당해버렸다. 고위험 차원종 바이테스가 풀려난 사실만으로도 전신이 떨릴 정도로 두려운데 그런 차원종이 지금은 내 눈 앞에 있다.

상처투성이의 나를 좀 더 뭉개버리겠다는 듯이 성큼성큼 다가오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은 두려움보단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한 감정만이 내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이 차원종에게 죽어버릴 수도 있는데, 정석대로라면 이런 차원종은 나 혼자서 절대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쯤은 잘 안다.

때문에 나는 여기서 빨리 자리를 떠야/한다. 민첩성이 뛰어난 바이테스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맞서 싸우는 것 보단 위험 부담이 적을 테니까.

그런데... 나는 왜 막막한 감정을 감당 안 되는 저 차원종에게 쏟아버리고 싶어서 다친 이 왼팔로 위상력을 응축시키고 있는 걸까.

하나부터 열까지 리더답지 않은 행동을 지금 보여 버리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이런 차원종과는 혼자서 교전하면 안 된다, 절대 무리다. 패배가 정해져있는 이 싸움을 누가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난 어째서 일어서서 싸우려고 하는 것일까.

 

바이, 테스

 

아아, 이마가 깨진 모양인 듯하다. 위쪽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내 시야를 가릴 정도. 상당한 출혈이라고 예상된다.

동공도 제대로 가지지 않은 백색 눈을 푸르게 발하고선 나를 강타한 저 팔로 다시 나를 휘두르려고 한다.

정말로, 분노에 찬 모양이었다.

 

. . .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분노에 찬 건 내 쪽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세하가 -

 

너 때문에 세하가 -!!!!”

사고회로는 이미 저 고위험 차원종을 토벌한다로 굳어진 지 오래였다.

뒤 쪽으로 빛을 응집시킨 뒤 목표인 바이테스에게 파괴적인 섬광을 내뿜었다.

[레일 캐논]-. 타격 하나하나에 데미지를 입은 듯 한 바이테스는 잠시 당황했지만 역시나 그 위엄은 사라지지 않은 체 전방으로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왔다.

그렇게 달려오는 바이테스를 피할 수단이라면 ....

바이테스가 달려오는 방향 반대쪽으로 초소형 웜홀을 던지고 그곳으로 순간이동 하였다.

[웜홀 생성]-. 이 때문에 바이테스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양 팔에 위상력을 모아 바이테스가 있는 지점에 강대한 인력 왜곡점을 발생시켰다.

[위성 낙하]-. 위상력이 너무나도 많이 소모되는 스킬인지라 안 그래도 다친 몸에 무리가 온 것인지 현기증이 살짝 나기 시작했고 팔에 생긴 찢어진 상처에는 피가 더 흘러나와버렸다.

하지만 이미 왜곡점은 바이테스의 밑에서 악어가 늪에 빠진 먹이를 삼키듯 천천히 데미지를 주고는 그 지점에 거대한 위성이 낙하하여 폭발적이고도 강대한 피해를 바이테스에게 입히는 데 성공하였다.

.

.

.

아니야, 아직 더 해야해. 멀었어. 이 정도로는 저 차원종을 해치우지 못해..!

이미 너덜너덜한 팔로 다시 위상력을 모으고 이번에는 위성이 낙하한 그 지점에 좌표 하나를 그쪽에 찍어냈다.

하나 더. 가슴으로부터 위상력을 모으고 좌표를 하나 더 생성시켰다.

[지하철 직격]-, [버스 폭격]-.

두 개의 거대한 소환물은 바이테스를 강타하고도 남을 정도의 규모였다.

지하철이 먼저 떨어지고 버스가 그 위에 떨어지자 데미지를 입힘과 동시에 센 마찰이 일어나 폭발이 일어나고 말았다.

하지만 차원종을 토벌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징조이리라. 추가적인 데미지만을 생각해보아도 절대로 일반 차원종은 살아남지 못 할 데미지였을 테니까.

그러나 이제는 무리였다.

더는 스킬을 쏟아 부어버릴 위상력이 내 몸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피 때문에 가려지는 눈을 겨우 치켜뜨고선 바이테스의 상태를 확인한다.

폭발 때문에 연기가 생성된 것이 차츰 거두어지고 그 쪽에 쓰러져 있어야 할 바이테스의 모습은.....

 

 

 

없었다.

 

 

크르르르...”

 

, 역시 혼자는 무리였던 걸까.

내 뒤에는 위상력이 각성한 바이테스가 나를 죽이려는 눈빛을 하고 이를 갈아댔다.

안 되는 거 당연히 알았어... 그렇지만 나는 세하를 위해서 싸우고 싶었던 것뿐이야.

하지만 이미 위상력은 고갈되었다. 즉 더는 싸울 수 없다.

 

돌려, -..”

 

슬픔에 차오른 나머지 근접 무기인 픽시드 나이프를 꺼내 바이테스 쪽으로 다가가 두껍고 질긴 피부에 푸욱 찔러댔다.

데미지? 있을 리가 없잖아.

 

돌려내란 말이야...”

 

바이테스는 이런 행동을 하는 내가 의아하게 보였는지 잠시 침묵을 이루었다.

피를 너무 흘러버린 탓도 있고 뭐랄까, 고열까지 동반되니 완전히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피부가 찢기고 고열로 인해 생기는 두통 보다 더 아픈 하나의 요소가 있었다.

 

돌려내라고!!!!!..”

 

다시 픽시드 나이프를 들고 세게 찔렀다.

뜨거운 액체가 눈가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체감하였다. 절망에 뒤 삼켜져 버려 뭐라 말도 못 할 심정인 지금 나는 죽을 고비를 앞두고 이런 대담한 행동이나 하고 앉아있다.

하지만.....

 

아흑.. .. 흐윽..”

 

목이 매여 이제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울고불고 오열 해봐도 세하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까맣게 물들어 버리고 있었다.

손에도 힘이 더 이상 나지 않아서 픽시드 나이프를 떨어트리고 그저 땅바닥에 고개를 뚝 떨구어 버리고 밀려오는 슬픔에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이런 나를 더 이상 두고 보기도 하찮았는지 바이테스는 발을 크게 한 번 굴려 나를 멀리 튕기듯 차버렸다.

 

... 으윽..”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굴러버린 나.

다리 쪽에는 골절이 의심되는 통증이 찾아왔다.

더는 일어설 몸과 정신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편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게임기 같은 거 빼앗지 말고 몇 번이고 더 참아줄걸..

생각해보면 나는 세하와 같이 게임을 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듯 했다.

지금에서야 생각난 그 사실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워서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지금 이 상황에도 눈물이 흐르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

.

잔소리만 하는 내가 세하는 좋아할 리가 없잖아.

그래도 만약.. 훗날이 있다고 한다면 조금 사랑하는 방법을 바꿔야겠어.

 

 

정말.. 정말로

 

 

 

 

 

 

이세하, 좋아했어.

.

.

.

 

이제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지만 이 또한 운명이라고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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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임무 완료. 조금 휴식을 취하다 돌아갈게요, 유정이 언니.”

, 그러렴. 오늘도 수고했어, 슬비야.”

 

근처 부서진 바위조각에 잠시 앉는 이슬비. 그 모습을 본 같이 임무를 실행했던 이세하는 천천히 이슬비의 곁으로 다가간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이슬비 옆에 앉는 이세하.

이세하를 맘속에 두고 있는 이슬비는 조금 기쁘면서도 그런 행동을 보이는 그가 낯설어서 찔끔찔끔 거리를 두며 입을 땠다.

 

, 왜 옆에 앉아?”

그냥-”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에서 게임기를 꺼내고 게임을 시작하는 이세하.

 

네가 너무 외로워 보여서, 라고 하면 돼?”

외롭기는.. 누가!”

늘 리더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쉬는 시간에도 혼자서 노트북을 키고 업무를 진행하잖아, . 봐 지금 노트북 꺼낼려고 했지?”

“....”

 

이세하의 말에 그대로 행동이 읽혀버린 이슬비는 노트북을 잡은 손을 멈칫 하고 말았다.

 

조금은 쉬어줘. 뭣하면 내가 이야기 상대가 되어 줄 테니까.”

“.... , 고마워..”

하고 싶은 말 있음 숨기지 말고 털털 털어 놓고 말이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상냥함.

 

그리고

?”

오늘도 수고했어, 이슬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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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야, 슬비야..! 일어나봐!”

.. 유정이 언니?”

 

익숙한 부름에 눈을 뜬 이슬비.

아직까지 몸 여러 곳이 쓰라린 것으로 보아 정신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인 듯 했다.

 

이건 대체..”

정말 혼자서 수고했어, 슬비야. 유니온에 정예 요원, 그리고 우리 검은양팀이 네가 시간을 끌어 준 동안 다들 모여서 이렇게 바이테스를 다시 한 번 잠재우는데 성공했어.”

 

적어도 목숨을 건졌다.

이 사실 만으로도 이슬비는 분명 기뻐해야 하는 것일 터. 그렇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믿고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만이 맴돌았다.

 

세하, 세하는요!?”

“...세하는 아직 안 보이는데?”

그런!!”

슬비야!?”

 

아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김유정의 저지에도 아랑 곳 안하고 다친 다리를 힘겹게 움직이며 앞에 펼쳐진 부서진 바위들을 하나하나 들쳐보기 시작했다.

 

슬비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세하가, 아직 세하가 여기에..!”

 

. . . 바위 하나를 들쳐 내자 무언가를 봐버린 이슬비.

 

 

 

그것은 깨진 이세하의 휴대전화였다.

.

.

.

.

그럴, 수가..... 세하.. .. 이세하.. 아니잖아... ?

나를 왜 불러?”

“..!?”

 

 

피와 눈물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돌린다.

그곳에는 그녀가 그토록 바래왔고 기다리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아무데도 다치지 않은, 아주 깔끔한 차림으로.

 

, .. 몸이 대체 왜 그래!? 이 주변은 또 왜 그렇고.. 설마 아까 괴상한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는데. 도시 한 복판에 차원종이라도 나타 난거야!? 너 괜찮은 거야??”

“....”

 

{따뜻했다.

그토록 바라던 그가 안전했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히 만들어 준다.

하지만.. 기뻐서 우는 눈물도 있으니까.

그것이 얼굴 전체를 덮도록 범벅이 되면서까지 나는 눈물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다행... 이다-...”

, ! 이슬비! ! 정신차려!!”

 

맥없이 풀썩 쓰러진 이슬비.

하지만 숨은 온전히 붙어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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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잠들어있던 것이었을까, .

복장은 흰 환자복, 푹신하면서도 딱딱한 침대, 대부분이 흰 색으로 이루어진 벽들.

나는 눈을 뜬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이곳이 병원이란 것을 바로 알아차렸고 내가 이 곳에서 입원중인 것을 체감하였다.

...몸이 아직 쓰라리다. 나는 살짝 인상을 써버리고 말았다.

천천히,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자연스레 생각하고...

 

이세하..

 

괜스레 미소가 생겨났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세하가 무사했었어...

 

일어났어?”

?”

 

다시금 눈물이 나올려고 하던 찰나 다정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 무심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세하의 모습이 있었고.. 그 탓에 나는 참았던 눈물이 결국 왈칵 쏟아져버렸다.

 

울지마..”

, .. 미안...”

미안할 것 같진 없고

 

흐느껴 울어버리는 나를 위로 해주는 것인지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세하였다.

역시.. 상냥해서 이렇게 울어서 부어오른 얼굴 그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유정이 누나에게 다 들었어. 성수대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네가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렇구나

정말 미안해...”

?”

내가 감정 하나를 참지 못해서 일이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것 같아.. 약속을 했을 탠데 지키지도 않고 내가 정말 한심할 정도야.”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그에게 건네고 싶었지만 그가 선수를 가로채갔다.

나도 그와 똑같이 미안하려고 하다가 이대로도 좋은 것 같다며 아무렇지 않은듯한 표정을 그에게 보여주기로 하였다.

 

됐네요. 다음부터는 게임 좀 줄이도록.”

약속할게.”

 

아까부터 신경 쓰지 못한 점. 세하가 계속 내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이제야 눈치 챈 나는 부끄러워서 손을 슬쩍 빼버리고 말았다.

 

뭐야, 싫은 거야? 그럼 말해주지.”

! 아니, 싫은 게 아니고.. ..”

“....”

 

뭐야, 왜 내 말을 듣고 이세하도 저렇게 멈칫 하며 얼굴이 빨개지는 건데...

나 그럼 오해해버린단 말이야.

 

, 맞다.

 

저기 이세하.”

.”

나랑 하고 싶은 게임이라거나 그런 거 있어?”

? 갑자기 왜?”

리더로서~ 팀원과의 취미 공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니까.”

리더로서 말이지?.”

.”

 

사실은 아니지만 말이야.

 

하나 있어. 나중에 같이 하자.”

~”

 

조금이나마 더 그와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쁘고 행복하다.

하지만 아직 내 마음은 만족을 하지 못한 체 계속 뛰기만 한다.

 

나 이제 가볼게. 몸조리 잘 하고

, .”

 

조금만 더 있다 가라는 말은 감히 못한다. 이기적인 발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대신 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존재한다면.

 

저 세하야.”

? ?”

 

나는 문을 열고 나가려던 이세하를 멈추었다.

그리고 내 가슴을 한 손으로 뭉클 움켜잡고는 세차가 뛰는 심장을 조금 진정 시키며-

말하였다.

 

 

 

 

.

.

.

.

.

조금은 쉬어줘. 뭣하면 내가 이야기 상대가 되어 줄 테니까.”

“.... , 고마워..”

하고 싶은 말 있음 숨기지 말고 털털 털어 놓고 말이지.”

 

 

좋아해.”

.. ?”

못 들었음 네 잘못이야.”

 

피식 웃으며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세하의 반응이 안절부절 못하며 두 눈을 여러 번 깜빡거리는 것을 보아 분명히 들었을 거야.

 

가본다면서 아직 병실 문을 열기만 한 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너의 행동도 정말 웃긴걸.

얼굴을 나처럼 빨갛게 물들인 체 말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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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데이트 하는 소설이나 써보고 싶어라.



2024-10-24 23:13: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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