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는 이유는 세하때문이다.
주아이 2017-02-13 4
비가 내리던 날. 슬비는 우산없이 비가 그만 내리기를 기도하고 있다.
"집에 안 가고 뭐해?"
우산이 없어 집에 못 가는 슬비를 본 세하는 놀리는 투로 말하자 슬비는 화가나 소리쳤다.
"시끄러! 게임중독자!"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 우산 없지?
"... ... "
세하는 실실 웃으며 '부탁'이라는 단어가 슬비 입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어떡해하면 되는데?"
" '부탁합니다'라고 해봐."
"뭐라고!"
"아니, 네가 싫다면 굳이 할 필요는 없어. 네가 뭐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사과를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암, 암!"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세하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따를 수 밖에 없는 슬비는 화가난 목소리를 꾹꾹 누르며 기어나오는 목소리로 부탁한다.
"부탁... 합니다."
"하하하하! 굳이 부탁까지 한다면 나야 거절할 수는 없겠는데?"
"우으으."
얄밉다. 슬비는 세하가 얄미워서 참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굴둑같지만 ...
"자, 여기."
세하는 손에 든 게임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슬비에게 우산을 건냈다.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빗 속을 걷기 시작했다.
"야! 우산은 같이 안 써?"
그러자 세하는 뒤를 돌아** 않고 빗소리를 뚫고 말했다.
"그거 네가 써. 잘가."
"자, 잠깐!"
다시 빗 속을 걷는 세하의 등만 쳐다본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건가 완벽주의자 성격때문인가 자신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건 용납을 못한 다는 듯 우산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이건 세하의 우산이지만 내일 찾아오지 뭐."
우산을 버리고 세하 옆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는데 뭐해? 게임기 다 젖잖아."
"너는 우산을 줬는데 왜 비를 맞아? 내가 바보가 된 거 같잖아."
"시, 시끄러!"
"너나 나나 바보네."
"나는 아니야. 너만 바**. 혼자만 비를 맞다니 ..."
교복은 다 젖고 있지만 둘은 걷고 있다. 둘만의 시간을 간직하려는 듯 걸음을 맞추며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었다.
세하가 나쁜 거다.
슬비가 비를 맞는 이유는 세하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