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별이 떨어지는 밤에는...

루이벨라 2017-01-01 6

 "흐...춥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그야, 크리스마스도 지났으니 이제는 한겨울이라는 말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때였다.

 일부러 입에서 후, 소리를 내며 입김을 뿜었다. 새하얀 입김이 공중으로 올라가다 사라지는 게 보였다. 아, 이제는 겨울이구나.

 난 봄이 제일 좋았다. 5월에 내 생일이 있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난 추운걸 싫어하는 편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여름이 시작되는 초여름도 좋아했다. 초여름 저녁의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니 좋았다.

 초여름의 바람을 맞는 걸 좋아하게 된건 불과 반년 전이었다. 세하와 같이 그날을 보낸 이후.

 -어, 저기 봐! 별 떨어진다...!
 -그러게...

 생애 처음으로 별이 떨어지는 걸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신서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별들이 밤하늘에 총총 박혀있는 것도 그날 처음 보았고, 그 별바다에서 하나의 이탈자가 생겨 떨어지는 별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에...떨어지는 별에다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던데...! 아깝다.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러는데.
 -그건 비밀이지...!

 소원은, 비밀스러운게 좋잖아? 나의 대답에 세하는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보통 세하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그날 세하의 미소는...

 -...
 -...

 이상하게 아파보였다. 차분해보이는 그 표정에 눈물 한방울만 찍으면 영락없이 슬퍼하는 얼굴이었다.
세하는 가끔씩, 한없이 슬퍼보일 때가 있었다. 마치 자기 혼자 떨어져있는, 깊은 심해 속에 있는 거 같이.

 -...어디...아파?
 -...
 -응? 세하야...?
 -안 아파...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말라니. 억지로 대답하는 네 목소리는 벌써 눈물에 잠겨있는 거 같은데? 빨리 집에 가자, 라고 나를 이끄는 세하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세하야...?

 알고 지낼 때부터 항상 궁금했다. 왜, 그렇게 한없이 슬퍼하는걸까. 그리고 그걸 왜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걸까. 그...억지로 참고 있는게 더 서글퍼보이는데...

 -...괜찮다는데, 왜 자꾸 그래?!
 -내 눈엔 전혀 안 괜찮아 보이니까.
 -...

 입술을 잘근 깨무는 세하.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거야? 왜? 도대체 왜?

 결국 세하는 끝까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헤어져서 돌아가는 그 길은 왠지 허전했다. 세하와 몇번 헤어져도 이렇게 허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 세하가 갔나싶어 뒤를 돌아보았는데...

 -...

 세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그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한번도 세하가 우는 걸 **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깨달았다.

 세하가, 울고 있다.

 세하한테 바로 달려간 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머리가 의식하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뛰어가고, 세하를 안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우리 둘은 말없이 서 있었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또 별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 이번에는 소원을 빌어야지...

 -...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세하가, 다시는 이렇게 울지 않기를, 라고.



 "빨리 집에 가야지..."

 잠시 생각에 잠겨서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다시 호, 입김을 불렀다. 아까보다는 덜 하얗긴 했지만 그래도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싶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별이 많이 보였다. 검은 벨벳에 보석을 무작위로 던져놓은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이후로 가끔씩 밤하늘을 올려다 별을 구경하고는 했다. 가을 밤하늘과는 달리 겨울의 밤하늘은 별이 총총 했다.

 '예쁘다...'

 예쁘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감탄사가 무의식적으로 나올만한 풍경.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었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별하늘, 언젠가 지고 있는 노을, 강남에서 차원문이 닫힐 때의 풍경, 그리고...

 세하의 반짝이는 금색 눈동자.

 '...세하, 괜찮으려나.'

 왜 그런 생각이 든지 몰랐다. 이상하게 세하가 우는 날에는 꼭, 하늘에서 별이 떨어질거 같았다. 예전에는 그냥 별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어야겠다, 라는 생각만 들었지, 지금은...

 "...아."

 지금, 하늘을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푸른 꼬리를 그리며 별이 하나 또 떨어졌다.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날 이후, 세하가 우는 날, 세하가 슬퍼하는 날에는 별이 떨어졌다. 청명한 하늘에서 빛을 그리며 떨어지는 날에는, 세하가 슬피 우는 날이었다. 자기 혼자, 슬픔을 씹으며 홀로 우는 날...

 숨이 가쁘기 시작했다. 찬 공기가 계속 들어와서인지 폐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난 아직도 세하가 홀로 우는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왠지 내가 가서 위로해주어야 할 거 같아서...그 외로워보이는 등을 꼭 안아줘야할거 같아서...구슬피 우는 너를 보는 나도 가슴이 아파와서...별이 떨어지는 날에는, 난 항상 세하의 집으로 향했다.

 전화로는 하지 못하는 일이다. 세하는 내가 전화를 걸면 자신은 괜찮다라며 날 속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접 찾아가야, 네가 날 속일 필요 없이, 그대로 널 위로해줄 수 있다.

 내가, 너에게 꼭 필요한 날이다.

 평상시 내 걸음보다 더 빨리 세하의 집에 도착했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세하의 집 앞, 초인종을 두어번 눌렀다. 세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인터폰이 켜져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야."

 문열어,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세하는 이 문을 열어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문이 빼꼼 열렸다.

 "..."
 "..."

 세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빰에 있는 눈물 자국은 날 속일 수 없었다. 더 많은 말은 필요없었다.

 난 앞에 서 있는 세하를 있는 힘껏 안아주었다. 곧이어 세하의,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난 안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실었다. 지금 손을 자칫 놓치다가는 세하가 사라져버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별이 떨어지는 날에는 항상 네가 생각났다. 네가 우는 날에는, 항상 별이 떨어졌으니까.

 그리고 별이 떨어지는 날에는 난 항상 너한테로 갔다. 내가 필요한 날이라는 걸 알기에. 내가 널 안아주며 같이 울어줘야하는 날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 밤하늘에서는 별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너는, 괜찮은 모양이구나.






[작가의 말]
소재 출처는 '로라' 님(@gksl3355), 다시 한번 소재 제공 감사합니다.(좋은 소재를 망친 것이 아닌지 너무 걱정이 되네요 ㅠㅠ)
2017년 1월 1일이고 짤막한 세유로 한번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2017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24-10-24 23:13: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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