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키우기 [나는 플레이어다-1]

ddrkc 2016-12-23 0

"세정아!"

이세하를 데려다주고 유니온 건물로 돌아오자마자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은발벽안에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처자의 이름은 오세린. 그 예쁜 외모와 성격 덕분에 클로저스 게임 내에서도 인기가 상당한 NPC 캐릭터다.

"세린 언니? 진짜 오랜만이다!"

"후훗, 또 세하 바래다주고 오는 거니?"

"뭐 그렇지. 그런데 세린 언니는 김기태 따라 강남 나간 거 아니었어?"

"으응, 시킨 일이 있어서 잠깐......"

내가 자신의 상관을 반말로 부르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난 상관 없었다. 존칭을 해줄 이유도, 가치도 없는 인간인데다가 무엇보다 나랑은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진짜 답답한 건 이 언니다. 맨날 갈굼당하면서도 붙어있는 건 쓸데없이 충성심만 높다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세린 언니 올 줄 알았으면 이세하 좀 잡아둘 걸 그랬네. 인사라도 시키게."

"아니야, 그럴 필요까진 없어. 세하라면 분명 또 너한테 끌려다니면서 대련하느라 힘들었을거니까."

"아아, 그 녀석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말로는 계속 투덜거려도 하루 종일 끌고 다녀도 거뜬할 녀석이니까요."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세린 언니가 꽂아넣은 돌직구에 움찔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싫다는 놈에게 온갖 애교와 협박과 애원을 하면서 여기까지 다다르게 했으니 이세하 입장에선 내 존재 자체가 고문일거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이세하의 찬란한 미래를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 이세하 레벨만 놓고 보면 G타워 옥상 가서 헤카톤케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만한 레벨이다.

"그래도 그 녀석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기는 있구나. 다행이랄까...... 언니, 이 참에 오빠한테 시집 올래요?"

"응?"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는지 언니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때, 뒤에서 그녀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정 양, 또 오세린 씨 못 살게 구는 거야?"

"아... 김유정 씨!"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이 여자는 김유정. 지금은 사무직에서 일하고 있고 유니온의 간부급 자리가 결정되어 있는 밝은 미래의 소유**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이 되어 온갖 고생을 떠맡아 하는 안습한 처자다.

"안 그래도 이세하 군이 그러더라. 보는 여자한테마다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통에 자기 머리만 아프다고 말야. 학교 친구들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면서?"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에도 나는 웃기지도 않다는 듯 코웃음만 쳤다.

"이세하 그게 뭘 모르네. 이게 다, 그 녀석의 안정적인 미래 계획의 일환이라고요."

"세하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보이던데......"

세린 언니가 조심스레 중얼거렸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할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나름대로 오빠의 안위를 걱정하는 동생의 노력으로 봐주세요. 그럼 전 이만ㅡ"

"아, 잠시만 세정 양."

갑자기 김유정 요원이 갈 길 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이세하 군 말인데. 세정 양이 한 번 더 설득해주면 안 될까?"

"설득하다니, 뭐를요?"

나는 그녀가 무엇을 부탁할 지 뻔히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물어봤다. 김유정 요원은 앞으로 자신이 이세하를 맡을거란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장직이란 연관이 없는 내가 봐도 이세하 군의 재능은 너무 아까워. 10살 때부터 훈련을 시작하더니 몇 년 전에는 훈련 프로그램의 최고 난이도까지 클리어하고 얼마 전에는 훈련생용으로 제작된 큐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폭주할 때도 세하 군이 난입해서 강화된 차원종 입체영상을 전부 때려 잡았다고 들었어. 게다가 송경정님 말로는 얼마 전에 학교에 나온 C급 차원종을 맨손으로 때려 잡았다면서? 너도 알겠지만 C급 차원종은 정식 클로저 요원만이 상대할 수 있는 정도인데, 이 나이대에 그 정도 경지에 오른 건 세정 양의 어머니신 알파퀸도 하지 못한 일이야."

실은 10살 때부터 훈련이 싫다는 이세하를 필사적으로 끌고 다닌 것도, 이세하한테는 내가 만든 모의 프로그램이라고 속인 채 유니온이 만든 훈련 프로그램을 최고 난이도에 다다를 때까지 시켜온 것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안 볼 때 몰래 큐브 시뮬레이션을 조작한 것도 나였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치미를 떼고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원래대로라면 잠재력에 비해 실제 능력치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는 이세하가 벌써부터 이 정도의 레벨과 실력을 가지게 된 건 시말서와 상사의 갈굼과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모든 일을 실행해왔던 나의 피와 땀이 서린 노력(?) 덕분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다만 그런 나도 꺾을 수 없던 한 가지.

"저도 김유정 요원님이랑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여전히 클로저는 싫다고 하지?"

세린 언니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랬다. 게으른 천재에 머물러 있던 이세하의 능력치를 특훈과 과학의 힘으로 완전히 뜯어 고치긴 했지만 이세하의 신념까지는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나조차도 지금까지 이세하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저 정도는 알파퀸 아들이면 기본 아니냐'는 개념을 밥 말아먹은 소리를 몇 번이나 들어왔다. 놀라운 건 그런 반응이 칭찬과 감탄의 양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었다. 나도 두뇌파로 밀고 가지 않았으면 주변으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고 자랐을거란 생각을 하니 질리는 동시에 이세하라는 캐릭터의 과거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나는 차마 나의 오빠에게 클로저가 되라는 강요를 진심으로 할 수 없었따.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이세하 역시 진심으로 거부해왔으니까.

김유정 요원은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설득해볼테니까. 내가 무슨 고생을 해서 그 자식을 이렇게까지 키워놨는데 때려친다니, 말도 안 되잖아요?"

어차피 스토리상으로 이세하는 결국 검은양 팀으로 합류하게 된다. 그게 엄마가 시켜서 한 것인지, 본인의 의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환생해서 지금까지 보내온 세월들이 억울해서 못 살 것 같았다.

"미안해. 세정 양에게 짐만 지우는 것 같네."

"뭐. 싫어도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도 오빠라는 인간인데... 아악!?"

말하다가 갑자기 발 끝에 묵직한 충격이 느껴져 비명을 질렀다. 이건 분명......

"선.배.님. 또 농땡이 피우려고 여기서 잡담이나 떨고 있는 거에요?"

"야 최보나! 내가 특수제작된 신발로 발 밟지 말랬지! 게다가 농땡이라니! 방금 전까지 유망한 클로저 요원의 앞날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알았으니까 빨리 와요. 오늘은 내 연구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알았어, 알았다고. 빨리 끝내고 갈게."

보나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연구실로 들어갔다. 최보나. 얼마 전에 유니온에 들어온 또 하나의 천재. 지금은 나와 함께 유니온 신서울지부 기술지원팀에 소속되어 있다. 인게임 내에서는 플레인 게이트 조사를 위해서 파견된 유니온 외부차원 특수탐사팀의 팀장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며 내 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반말을 찍찍 해대는 평소 성격과는 달리 나에게는 무려 존댓말까지 써주면서 나름대로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임에서 이세하한테 하는 것처럼 맨날 발로 밟아대는 건 똑같지만.

"더 있다간 또 한 번 밟힐까봐 안 되겠네요. 저 먼저 가볼게요."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렴."

"세린 언니, 진지하게 생각해 봐!"

"뭐, 뭐를......"

마지막까지 확인사살하는 것을 잊지 않고 그 둘로부터 멀어져갔다. 앞으로 이세하 인생에 이슬비와 서유리도 다가오고, 현재진행형인 우정미도 있긴 하지만 세린 언니 정도라면 뭐, 믿고 맡길만 한 정도 이상이니까, 미리 씨를 뿌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후후후......

"세하 군이랑 항상 틱틱대긴 해도 저럴 때 보면 오빠를 아끼긴 하나보네요."

"네.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세하를 정말 아끼고 있어요. 세정이는 정말 좋은 동생이에요."

"그나저나 세린 씨 얼굴이 아직도 빨간 것 같은데......"

"제, 제가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





"야 이세하."

"왜 불러."

여전히 PSP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이세하가 중얼거렸다. 나와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정말 저 게임기를 부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몰려드는 것 같았다. 심지어 여긴 학교인데도.

"좀 있으면 중간고산데 너 공부는 하냐?"

"하고 있어."

"공부가 아니라 레벨업을 하고 있겠지."

"애초에 니가 억지로 유니온으로 끌고 다니지도 않았어도......"

"웃기고 있네, 새벽까지 게임할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1등도 하겠다 이 자식아!"

내 말에 몇몇 아이들이 나를 양심도 없냐는 시선으로 째려봤다. 뭐, 1등은 항상 내가 차지하는 거긴 하지만.

"넌 클로저도 안 한다면서? 그럴거면 뭐 할 건데?"

"몰라. 하여튼 클로저는 안 할 거야."

언제나 그렇지만 완강한 태도. 나는 한숨을 쉬면서 이세하를 내려다봤다. 아무리 미래를 알고 있다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김유정 요원님 알지? 예전에 한 번 만났던...... 그 분이 그러더라. 지금 오빠 위상 능력은 동나이대 엄마가 가진 능력까지도 뛰어넘는다고."

바쁘게 게임기 버튼을 눌러대던 이세하의 손이 멈췄다. 알 수 없는 살기를 느꼈는지, 주변의 아이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나도 알아. 오빠가 왜 그렇게까지 그 길을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근데 그럴거면 왜 지금까지 날 따라서 훈련 해온 건데? 그냥 싫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었잖아. 왜 못 이기는 척 지금까지 따라와 준건데? 클로저 하기 싫다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한 건데? 지금 오빠가 하는 행동은 명백히 모순이야. 알아?"

오빠가 벌떡 일어났다. 나를 내려다보는 굳은 얼굴에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오빠는 아무 말도 않고 저벅저벅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이세하, 어디 가? 좀 있으면 수업 종 울리잖아!"

오빠를 부르는 정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밖으로 나왔지만 오빠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복도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정미와 유리 뿐이었다.

"오빠 어디로 갔어?"

"세하 방금 위층으로...... 무슨 일 있었어? 엄청 화난 표정이던데?"

나는 유리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이세하를 쫓아 위층으로 향했다. 오빠는 점심 시간, 혹은 짬나는 시간마다 아무도 없는 옥상으로 가서 게임을 하곤 했으니 이번에도 그 쪽으로 향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여기가 아닌가? 근데 오빠가 여기 말고 다른 갈 데가...... 어라?!"

나는 운동장 쪽 난간을 보다가 멈칫했다. 약간이지만 움푹 파여 있는 지반. 그리고 그 지반을 둘러싼 채 흩어져 있는 흙 알갱이들.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이 흔적은 분명히ㅡ

"......사이킥 무브?!"

나는 옥상에서 보이는 신서울 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곳에 오빠, 아니 이세하의 흔적이 보일 리가 없었다.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세하 이 ** 놈아! 학교 땡땡이 치는거야?! 다음 주 중간고사라고 이 ** **야아아아아아!!!"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에 내 사자후만이 울러퍼졌다. 동시에 이럴려고 이세하 키워놨나 자괴감이 들며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





학교를 나온 이세하는 도심 거리를 걷고 있었다. 뚜렷한 목적지도, 어떤 목표도 없이 그냥 계속해서 걷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세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울적해지기 시작했다.

"나 같아......"

방금 전 동생이 해준 말을 곱씹으면서 중얼거렸다. 자기 상태가 그랬다. 원했던 길을 포기했으면서도 그 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처음에는 세하 자신도 열심이었다. 알파퀸의 뒤를 이어 훌륭한 클로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전설'인 엄마와 '천재' 동생의 전폭적인 응원과 도움을 받으면서 하는 훈련도 재미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 밖에서 자신을 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느낀 순간부터 그의 삶은 무너져내렸다. 죽을 힘을 다해 내놓은 성과는 '알파퀸의 아들이니까'라는 말 한 마디와 함께 당연히 해야 할 일 정도로 치부되었고, 저들이 내놓은 목표량에 도달하지 않으면 질타를 받았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멋대로 정해둔 기준으로 세하를 봤고 그런 그들이 본 세하는 엄마의 뒤를 따르기엔 한참 부족한 낙오자였다.

엿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 해도 성과는 없고 폄하와 질타만이 주어졌다. 자신의 무기라고 생각했던 강력한 위상력이 어느 순간부터 세하의 인생을, 세하의 미래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을 놓아버리니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자신이 놓아버린 그것을 세정이 찾아와 쥐어주며 말했다.



"오빠는 강해. 난 오빠를 믿어. 오빠는 할 수 있을거라고."



세하는 세정의 얼굴을 떠올렸다.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로 태어나준 세정. 교내에선 똑부러지는 성격에 단 한 번도 전교 1등 자리를 놓지 않을 정도로 머리도 좋고 사교성도 좋은 인기녀이자 학급 반장. 아이큐 300의 천재성 덕분에 빈약한 위상력에 대해 한 번도 지적받지 않은 아이. 여러모로 자신과는 다른 아이. 주변 사람에게는 안 친하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누구보다 오빠를 아끼는 기특한 동생.

은근한 시선을 한 번도 받지 않았던 세정이 부럽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 동생이 고마웠다. 온갖 연줄을 동원해 유니온의 최첨단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세정이 고마웠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클로저의 길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훈련에 참여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하의 결심대로라면 클로저의 길은 어렸을 때 잠깐 품다 날아가버린 환상에 불과했어야 했지만 지금의 그는 자신의 색안경끼고 바라본 어른들의 예상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클로저의 길은 부담스러웠다. 세정의 말이 맞았다. 지금 자신의 행동은 명백한 모순이었다.





"저기."

"......"

"저기요?"

"어?"

"죄송합니다만, 혹시 신강고등학교가 어딘지 아세요?"





길 한복판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이세하는 고개를 돌렸다. 세하에게 길을 물은 소녀는 분홍색 단발 머리에 위상력 각성자를 뜻하는 파란색 눈동자. 그리고 처음 보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





"흐음......"

김유정 요원은 파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눈 앞의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안경을 바로 쓰며 파일을 보던 남자가 곧 책상 위에 올려진 자신의 명패 앞에 파일을 내려놓았다. 그 손길을 따라 움직이던 김유정의 시선이 명패에 적혀 있는 글씨로 향했다.



[유니온 신서울지부 요원관리부 부장 데이비드 리]



"그래서, 이세하 군의 설득은 어떻게 되었나?"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했고, 유니온에 소속된 이세하 군의 동생에게도 여러 번 부탁해놨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무적인 자리인지라 김유정의 말투 역시 딱딱해졌다. 데이비드 리는 그런 김유정을 올려보다 다시 자신이 보던 이세하의 파일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검은양 프로젝트를 실행시키려면 이세하 군이 반드시 필요해. 어떻게든 설득시킬 수 있게 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유정 요원이 검은양 팀의 책임자를 해줬으면 하는데......"

"네, 알겠습니... 뭐라고요?!"

뜬금없는 폭탄 발언에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김유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데이비드 리는 울상을 짓는 김유정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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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160879

본편에는 넣지 못했는데 세정의 활약(?)으로 바뀐 설정을 설명해드리자면 세하는 유니온에서 일하는 동생 덕분에 예전부터 유니온과 관련된 사람들과 접점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 덕분에 김유정은 물론이고 오세린, 박심현, 캐롤리엘, 최보나 같은 사람들과도 면식이 있는 상황이죠.

본 2차 창작은 소설 사이트 조아라와 동시 연재중입니다. 세하빠+브라콘에 현실 플레이어의 능력을 지닌 여동생과 그런 동생 덕분에 강제로 먼치킨 돼버린 갓세하의 이야기입니다.
2024-10-24 23:12:5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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