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이세계 이야기 3화

firsteve 2016-11-27 2

3일후

세하가 거울 앞에서 새로 받은 신강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채 한동안 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작게 중얼거린다.

"이 교복은 언제까지 입게 되려나...되도록이면 오래 입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 때...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로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들~다 갈아입었어? 준비 다 된 거야?"

"거의 다 됬어요. 몇 개만 더 챙기면 되요."

세하가 지수에게 말하면서 책상 서랍에서 장갑을 꺼내더니 주머니에 넣고 문을 연다.

"준비 다 됬어?"

"네. 갈 준비 다 됬어요. 근데 의외로 제 전학 수속이 늦어졌네요? 왠일이래요?"

"일부러 늦췄지롱~딱 애들과 즐겁게 만날 수 있게 한 주의 시작으로 잡았는 걸?"

지수의 말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렇게 노력하셔도 저한테 친구 안 생긴다니까요? 괴물 소리나 알파퀸의 대체품 소리만 안 들어도 다행인 판국에....."

"아닐거야~엄마의 감을 믿어봐~"

지수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자 세하가 졌다는 듯이 손을 든다.

"네네...항복입니다요. 가시죠, 엄마."

세하의 말에 지수가 배시시 웃다가 세하의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묻는다.

"어때? 좀 차분해보여?"

"네. 평소의 말괄량이 분위기의 '서지수'가 아니라 '알파퀸'으로 보일 정도의 차분함이네요."

"우으...아들....엄마는 바보라서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어...."

"차분해보이고 예쁘다는 말이에요. 머리도 예쁘게 올려 묶으셨고요."

"괜찮지?!엄마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수가 세하의 앞에서 미소를 짓으며 말하자 세하도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잘하셨어요. 평소에도 그렇게 하고 다니시지...."

"귀찮아~오늘은 아들의 전학날이기 때문에 귀찮음을 감수한 거고. 이크....슬슬 가야겠는데, 세하야?"
 
"그러게요...슬슬 가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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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신강고등학교 정문으로 차가 들어오더니 이내 거침없이 주차한다.

"도~착!!어때, 엄마의 드라이브 실력이?많이 늘었지?"

".....느...늘긴 늘었어도 진짜 왠만하면 운전하지 마세요....사람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에이~그래도 이젠 사고도 안 내고 잘 가는 데 왜~"

지수가 배시시 웃으며 나가자 세하도 한숨을 쉬며 내리더니 학교를 쓱 둘러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옥상은 넓네."

세하의 중얼거림에 지수가 돌아보며 말한다.

"뭐야....아들. 또 은신처 찾은 거지? 그러지 말라니까....애들이랑 놀아야지."

"일단 찾아놓는 거에요. 여기도....그럴지도 모르니까...."

세하가 씁쓸하게 미소를 짓다가 지수의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알았어요....애들이랑 어울릴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

세하의 말에 지수가 그제야 표정을 밝게 하며 세하를 데리고 신강고등학교 교정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두 사람이 교무실로 들어서자 젊어보이는 선생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진짜였네....알파퀸이 여기로 온다는게...."

선생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두 사람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오늘 전학 오는 이세하 학생이랑 서지수 씨이시죠?반갑습니다. 2학년 C반을 맡고 있는 임수아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세하 엄마 서지수라고 합니다. 저희 세하 잘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드님이 잘 적응 할 수 있게 노력할테니까요."

"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수가 말을 끝내더니 세하를 보며 말한다.

"세하야. 적응....잘 할 수 있지?"

"저야 적응 잘 하겠지만 '다른 애들'이 저한테 적응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인데요..."

"그래도....노력은 해줄거지, 세하야?"

"....대체품 취급이나 괴물 취급만 안한다면요...."

세하의 한숨 섞인 한 마디에 지수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이내 평소의 얼굴로 돌아오며 생각한다.

'그래....우리 세하는 잘 할거야. 왜냐면...세하는...나 보다 강한 아이니까.'

"그럼 세하야 저녁 때 집에서 보자. 파이팅!"

"푸흡....네. 파이팅."

세하가 주먹을 살짝 쥐고 지수의 주먹과 맞대더니 이내 수아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에 지수가 작게 중얼거린다.

".....작전이 성공해야할텐데...."

한편....

수아를 따라 복도를 걷는 세하는.....

"그래서 나는 알파퀸의 왕팬이야!근데 내가 이렇게 그 분의 아들을 가르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너도 너희 어머님처럼 정의롭고 멋지고 강하겠지? 아....그런 애가 내 제자라니....."

수아의 말에 세하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하아....이거 처음부터 느낌이 쎄한데....."

수아의 수다가 절정에 달하기 직전, 교실이 눈 앞에 나타나자 수아가 수다를 멈추고 세하에게 말한다.

"여기가 2학년 C반 교실이야. 애들이랑 잘 지낼 수 있지?"

"....애들이 먼저 싫어하지 않는다면요."

"설마 애들이 싫어하기까지 하겠니? 들어가자."

수아가 문을 열고 들어가고 세하가 뒤따라 들어가자 학생들의 시선이 세하에게 집중된다.

"자, 자. 주목. 보다시피 우리 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왔어요. 세하야, 자기 소개."

"이세하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어."

세하의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리다가 한명이 손을 든다.

"혹시....너희 어머니가 알파퀸이야?"

"맞아. 너희가 생각하는 그 알파퀸이 우리 어머니야."

세하의 말에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하자 수아가 교탁을 탁탁치며 조용히 만든다.

"자, 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고. 세하는 저쪽 자리에 앉으면 돼."

수아의 말에 세하가 자리에 앉자 수아가 조회를 하고는 싱글싱글 웃으며 밖으로 나간다.

수아가 나가자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알파퀸 아들이면 쟤도 위상능력자인가?"

"그렇겠지.으으....진짜 하필이면 왜 위상능력자가 전학오고 난리야...."

"그래도 애는 착해보이는데...."

"야. 위상능력자들은 다 괴물이라고. 걔네들만 봐도 이상하잖아."

'걔네들...?그게 누구지?'

세하가 들려오는 학생들의 말에 의문을 품는 순간....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키 작은 분홍머리의 소녀와 키가 큰 검은 머리의 소녀가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유리야. 좀 일찍 다니라니까....하머트면 지각 할 뻔 했잖아."

"에헤헤.....미안미안~"

"정말이지....아침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될 텐데 말이야....."

"우으....또 잔소리 모드다.....이럴 때보면 슬비가 우리 엄마 같단 말이야....."

대화하며 들어오던 슬비가 세하를 보고는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학생에게 묻는다.

"쟤 누구야? 전학생이야?"

"그렇다는데?담임이 데리고 왔어. 아, 맞다. 쟤 알파퀸 아들이라던데?"

"뭐...뭐?!누....누구 아들?!"

슬비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바뀌더니 세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어버버거린다.

"지....진짜 알파퀸님의 아들인...이세하님?!"

".....님 자는 빼. 동갑이고. 또....나는 엄마랑 다르게....."

"영광이에요!!저 진짜진짜 만나뵙고 싶었어요!!!!"

"나...나를?왜?"

"그야 당연하잖아요!알파퀸의 재능을 뛰어넘는 능력! 그럼에도 잠재능력의 자연 성장성이 높아서 아케데미에 안 들어와도 된다는 말을 들은 유일한 인재!!!그게 이세하님이잖아요!!"

"....."

"그래서 말인데, 저희 팀에 들어오시지 않으시겠어요?세하님이라면 알파퀸님처럼 유니온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미안한데 난 너희팀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데."

"....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슬비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합류할 생각이 없는 이유, 첫번째로 난 유니온과 클로저들이 싫어. 두 번째 이유는 난 나를 알파퀸의 대체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는 점이고. 마지막으로.....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합류를 권하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 안해?"

세하의 말에 슬비가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말한다.

"아...아니에요, 세하님!!!전 그런 의도로 합류를 권한 게 아니라...그게....그게....."

"......너희가 원하는 건 엄마의 능력을 이어받은 내 재능이지....나라는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잖아?"

"그...그게....."

"....됬어. 난 더 할 말 없어. 역시....너희도 별반 다를 게 없었어."

세하가 짜증난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슬비가 황급히 따라나가다가 이내 멈춘 채 중얼거린다.

"........망했다......"

한편.....

짜증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온 세하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그래.....대체 뭘 기대한 거야, 이 바보야.....쟤들도 저럴 거라고 예상했잖아...."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기분에 세하가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저게 일반적인 반응이긴 하지만......후우....그래도 쟤들은 비슷한 입장이라서 이해해줄거라고 믿었는데 말이야....'

세하가 한숨을 쉬며 밑을 보고 있는 그 때.

".....뛰어내리려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세하를 보고 있다.

"우정미...씨?"

"동갑이니까 말 놔. 그나저나....뛰어내리려고?"

"목숨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말이지....그리고 애초에....이건 내 목숨도 아니라서 말이야."

"무슨 말이야, 그게?"

"알 필요 없는 이야기야. 그나저나....너도 여기 학생이었나봐?"

"그래. 우연히도 너랑 같은 C반이고 말이야."

"아까는 눈치 못 챘는데?"

"아는 척을 안 했으니까 눈치 못 챘겠지. 아는 척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럼....지금 나한테 아는 척을 한 이유는 뭔데?"

"그 때 못했던 감사인사 때문에."

정미가 세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일어나며 말을 이어간다.

"고마웠어. 적어도 이 말은 당사자에게 직접 해야할 거 같아서 하는 거야."

"......"

"근데 앞으로 너한테 내가 먼저 말을 걸 일은 없을 거야. 난.....클로저가 싫으니까."

"....."

"볼일 끝났으니까 난 내려간다. 수업은 8시 30분부터니까 참여할 거면 참여하던가."

정미가 휙 하고 내려가버리자 세하가 정미가 사라진 곳을 보며 중얼거린다.

"나도 싫다.....클로저라는 것들.....그리고.....이 지긋지긋한 힘도."

그 때.....

"너...너도 클...클로저였던 거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손에 게임기를 든 다크 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소년이 세하를 보고 있다.

"너....언제부터 있었어?"

"미....미안! 드...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지....진짜야!!!"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젓는 소년의 모습에도 세하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소년이 자신의 명찰을 가리키며 말한다.

"나...나는 2학년 C반 하...한석봉이라고 해. 이...이세하지, 네가?"

"...하아....그래....내가 이세하 맞아. 알파퀸 아들이고 또 너희들이 흔히 말하는 괴물....."

"아....알파퀸?괴...괴물? 그....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어...어쨋든 슬비나 유리처럼 위상능력자라는 거지?"

"슬비?그게 누군데?"

"그.....있잖아. 작고 예쁘고 인형같고 머리색이 갓 핀 벚꽃처럼 분홍색인 여자애말이야."

"아......아까전에 나한테 말 걸던 그 애....."

"응응....그 애처럼 너도 위상능력자야?"

"그래.....나도 위상능력자야.....이제야 좀 내가 괴물로 보이...."

세하가 한숨 섞인 말투로 말을 꺼내는 순간....

"우와....부...부럽다!"

"부럽...다고?"

예상치 못한 석봉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의 말에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석봉이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응.....!나 위상능력자들이 부럽거든. 나한테도 그런 힘이 있으면 나도....슬비 옆에 좀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을텐데....."

".....너.....그 슬비라는 애....좋아하냐?"

"으응?!으응....우...웃기지?나 같이 초라한 애가 그런 멋있는 애를 좋아한다는 게....."

"....그 애가....멋있다고?"

"으응....멋있어...."

"......"

"당당하고 일도 똑부러지게 잘하고 늘 자신감에 차 있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

"......"

"내가 가지지 못했던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그래서....좋아하게 됬어..."

"......"

"미...미안!너...너무 내 이야기만 했지?"

".....아니야....이야기....잘 들었어....."

세하가 간신히 입을 떼며 말하자, 때마침 수업 준비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어....수....수업준비종이네....빠...빨리 가자, 세하야....이번 선생님 무서운 분이야....!"

석봉이 앞서 뛰어내려가자 세하가 뭐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석봉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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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저녁...세하가 북카페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밖을 구경한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책 읽기 좋은 분위기까지 평소의 세하라면 아주 만족스러워 할 상황이지만, 평소와 달리 계속 밖만 보며 세하가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한다.

'....첫날부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초장부터 팀에 들어오라는 애가 있질 않나, 구해줬던 애가 있질 않나, 내가 부럽다는 애가 있질 않나.......전에 있었던 학교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이 너무 연달아 터지는 데.......정말 알 수 없는 학교야....'

세하가 생각에 잠긴 그 때....

부우웅 하고 핸드폰이 울리더니 화면에 메세지가 뜬다.

[아들~엄마 배고파~저녁들고 연습장으로 와주라~]

'역시 엄마인가.....그래....이 핸드폰에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건 김x영 팀장이나 우리 엄마겠지....'

[메뉴는 뭘로 원하시나요?]

[고기!!무조건 고기 많이!!!!]

'.....역시 고기인가...'

[네네....한 3인분 쯤 준비해가면 될까요?]

[6인분!!!배가 많이 고프기도 하지만 손님도 와 있어서~]

'...손님?우리 엄마가 연습장에는 손님 부르는 경우가 없는데.....도대체 누구야?'

[네. 알았어요. 6인분 정도로 넉넉히 가져갈게요. 좀 있다 뵈요.]

세하가 문자를 보내고는 한숨을 쉬며 일어난다.

'빨리 장 보러가자.....시간 없다.....6인분 넘게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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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유니온 신서울 지부 건물 안으로 세하가 캐주얼한 옷을 입고 들어오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세하를 발견하고는 아는 체를 한다.

"아, 세하씨. 알파퀸님 찾으러 오셨죠? 이거 찍고 들어가세요. 세하 씨 거에요."

"....제 거요? 전 아직 요원도 아닌데 왜 출입증을...."

"에이~세하씨도 곧 요원 할 거면서 또 그러신다~미리 받는다고 생각하고 쓰세요~"

직원이 웃으며 출입증을 내밀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받아들고 유니온 지하 연습장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곳은 며칠 전 지수와 세하가 대련한 지수의 전용 연습장이다.

'그나저나....손님이라니....아까부터 생각해봐도 엄마가 연습장까지 부를 만한 손님이 없는데....?'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연습장 앞에 도착하고 양 손 가득 도시락을 든 세하가 연습장 문 앞에 선다.

그 순간....

"진짜? 슬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아...아닙니다! 노...노력할 뿐입니다!"

문 밖에서도 느껴지는 밝은 분위기에 세하가 멈칫했다가 문을 연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어?아들 왔다~아들~"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부르는 지수와 낯익은 얼굴의 두명, 키가 큰 남자, 그리고 꼬마아이의 모습이다.

".....사람이 좀 과하게 많은 것 같습니다만?"

"헤헤~시끌벅적한 것도 좋잖아?"

지수의 대답에 세하가 낮게 한숨을 쉬며 들어가 사람들을 슥 보더니 익숙하다는 듯이 바닥에 담요를 깔며 그 위에 가지고 온 도시락들을 놓자 지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세하를 보며 말한다.

"역시 우리 아들~넉넉히도 가져왔네?"

"엄마가 오죽 잘 드십니까....거의 혼자 3인분까지 드시는 분이...."

"그래서 많이 싸온 거야? 그래도 이 정도면 합쳐서 9인분 가까이 되겠는데?"

"저도 있고 엄마도 있고 그 외에도 손님분들이 있다길래 넉넉하게 만들어봤어요."

세하가 피식 웃으며 도시락 뚜껑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슥 하고 올라온다.

"우와.....이....이걸 직접 해오셨어요?"

"동갑이라니까. 그나저나....왜 이렇게 땀범벅이야?"

"아....그....그게 알파퀸님이랑 대련하다보니까 이렇게 됬어요....아니지....됬어....혹...혹시 따...땀냄새 나서 그러는 거야?"

"안 나.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 신경 쓰진 말고."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하다가 지수를 흘긋 보더니 한숨을 쉰다.

"근데 엄마는 왜 이렇게 멀쩡하신 거에요, 대체? 이러면 땀 흘리면서 대련한 얘는 뭐가 되요, 진짜...."

"에헤헤.....좀 그런 가?"

"아...아닙니다, 알파퀸 님! 알파퀸 님과 대련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슬비가 냉큼 대답하자 세하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이쪽도 만만치 않은 빠순이였네....우리 엄마 팬들은 다들 왜 이러는 지, 원...."

그러더니 만담을 나누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자,자. 잡담은 나중에 마저 하시고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다들."

세하가 도시락을 배분하자 각자 자기 도시락을 받아들고 먹기 시작한다.

"음~역시 우리 세하가 만든 게 최고라니까?피로가 싹 날아가네~"

"많이 드세요. 가뜩이나 바쁘셔서 잘 못 드시니까."

"에헤헤.....그럼 사양않고 많이많이 먹을게~"

지수가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하자 세하도 옆에 앉아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그 때....

"여기서 먹어도 되죠, 누님?"

"움? 꼬맹이네. 앉아,앉아. 너는 앉아도 돼."

"제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꼬맹이라고 하십니까...."

"나한테 너는 영원한 꼬맹이다, 이놈아."

지수의 말에 하얀 머리의 남자가 도시락을 들고 앉더니 세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반갑다, 동생. 철부지 누님때문에 고생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셔서 이제는 고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지수가 뾰로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뭐야, 아들....아무리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고 해도 그런 평가는 심한 거 아니야?"

"엄마가 못 하시는 게 요리 뿐인가요....빨래 개는 것도 못해, 요리도 못해, 돈 관리도 못해.....나열하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리겠는데요?"

"......항복하고 가만히 있을게, 세하야...."

천하의 서지수가 풀이 죽은 강아지 마냥 어깨가 축 늘어지자 남자가 크게 웃다가 세하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누님이랑 다르게 아주 톡톡 튀는 동생이구만?반갑다, 동생. 난 제이라고 해."

"이세하에요, 제이 삼촌."

세하가 제이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자 지수가 어느새 침울한 표정에서 벗어나 제이를 보며 말한다.

"뭐야, 꼬맹이....벌써 우리 아들이랑 친구 한 거야?안돼!우리 아들은 내 꺼야."

지수의 귀여운 질투에 세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나중에 저 결혼 할 때도 이러시는 거 아닌지 걱정되는데 말이죠...."

"아마도 그럴 거 같다. 워낙 어린애 같은 누님인지라...."

"이익.....당사자 앞에서 디스 금지!!!금지이이이이!!!!!"

지수의 귀여운 분노에 제이와 세하가 배시시 웃다가 옆으로 다가온 그림자들에 고개를 돌린다.

"헤헤....아저씨. 같이 먹어요~.그래도 되죠?"

"아저씨가 아니고 오빠야. 아니면 세하 동생처럼 삼촌이라 부르던지......어쨋든 나야 동생들이랑 먹으면 좋지. 근데 세하 동생은 괜찮아?"

"다행히도 대인기피증은 없어서 괜찮아요. 같이 먹죠."

세하의 말에 쪼르르 3명이 다가오더니 어느새 동그랗게 둘러 앉기 시작한다.

"흠흠....이....일단 자기 소개부터 할까?나...나는 이슬비라고 해, 반가워....."

슬비가 먼저 인사를 건내자 뒤이어 검은 머리의 소녀가 인사를 건낸다.

"안녕안녕~난 서유리라고 해~만나서 반갑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유리의 인사가 끝나자 이번엔 옆에 있던 꼬마가 세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형! 저는 미스틸테인이에요. 독일에서 왔어요."

3명의 인사가 끝나자 세하도 인사를 건낸다.

"반가워. 두 사람은 알 지도 모르겠지만 이세하라고 해. 아침 일은 미안하게 됬어...."

"괘...괜찮아.....내가 너무 밀어붙인 것도 있었으니까....."

슬비의 말에 지수가 멀뚱멀뚱 세하를 보며 묻는다.

"뭐야, 세하야. 무슨 일 있었어?"

"아....그냥 얘가 자기 팀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들어간다고 했어?"

"아니요. 안 들어갈 거 알잖아요, 엄마."

"그래도 들어가지....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 팀 멤버들인데.....슬비가 대장이고."

".....네?"

세하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멤버들을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어른 한 명에 애들 3명을 팀으로....게다가 팀장을 미성년자로 해서 임무를 시킨다고요?장난해요, 지금?!"

"맞아. 이렇게 4명이 한 팀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어."

지수의 말에 세하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진짜 유니온 윗***들.....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현장 투입을 이런 애들이 태반인 팀으로 했다는 거잖아...."

"세하야....."

"....혹시 유니온이 무슨 임무를 시켰는지 알려 줄 수 있어?"

".....신서울 강남 CGV를 중심으로 신서울에 나타나는 차원종을 없애는 거야....왜?"

"강남 CGV면.....말렉이 출몰한 그 지역이잖아!거길 왜 너희가...?!"

"담당구역이 거기니까. 임무가 거기를 지키는 거니까."

슬비의 담담한 말에 세하가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임무?그깟 것 때문에 그런 위험한 지역에 있는다고?웃기지마. 너희도 목숨은 소중할 거 잖아?이 팀 중 3명이 미성년자이고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그냥 어린애인데!그런데도 왜?!왜 도망을 안 가고 거길 지키려는 건데?!지켜도 너희를 욕하기만 하는 그 사람들을 왜 지키려고 하는 건데?!"

세하의 말에 슬비가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못 구했으니까..."

"....뭐?"

"난....우리 부모님을 잃었어.....차원종 놈들 때문에......근데 웃긴 건.....두 분이 돌아가신 뒤 내가 당하려고 할 때....나한테 이 힘이 생긴 거야......그래서 난....그 때 살아남았어...."

"....."

"그래서 지키고 싶어. 남들이 날 욕하더라도 인정 안 해준다고 해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나처럼 이런 일을 겪지 않길 바라니까...."

"......."

"대답이 됬어?"

슬비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다가 이내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래....대답이 됬어....그리고....팀에 합류할 지 안 할지도...."

".....결정은?"

".....너희랑은 팀 같이 못하겠다.....난 너처럼 숭고한 사명의식도 목적의식도 없거든. 그 때 그 날부터.....난.....그런 거 버렸어...."

세하가 일어나더니 지수를 보며 말한다.

"저 먼저 집에 갈게요, 엄마. 나중에 집에서 뵈요."

"어어?세...세하야?!자...잠시만, 세하야!!"

지수가 서둘러 달려가려고 하자 제이가 지수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누님. 이번 건은 나한테 맡기라고."

"꼬맹아....."

"이해가 되서 말이지, 세하 동생의 마음을..."

"....."

"그러니까 마음 편히 먹고 있으라고, 누님. 적어도 뚱하게 집에서 기다리게 만들지는 않을테니까."

그러더니 제이가 서둘러 세하의 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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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신서울 지부 밖으로 나온 세하가 한숨을 쉬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나 답지 못하게 이게 뭐야.....왜 화를 내고 나온 거야....바보 멍청이 이세하....'

심란한 마음에 땅에 떨어진 애꿏은 캔을 툭툭차며 걸어가는 그 때....

"세하 동생!!잠시만 멈춰봐!!"

뒤에서 제이의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제이 삼촌...?삼촌이 왜...?"

"할 말이 있어서 그렇지. 이야기가 그리 길진 않으니까 편의점에서 마실 것 좀 사서 이야기 하자고."

"....절 설득하시려는 건가요?그렇다면 포기하시는 게 나아요, 삼촌....전....."

"설득할 생각은 거의 없어, 세하 동생. 그저.....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렇지."

"......"

"5분도 안 걸릴 이야기야. 들어 줄거지?"

제이의 말에 세하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편의점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럼 저기서 사서 간단하게 이야기해요."

"좋아. 그럼 가자고."

제이가 앞장서서 걸어가더니 이내 캔 커피 하나와 홍삼 드링크 하나를 사들고 돌아온다.

"자. 받으라고 동생."

"고맙습니다."

세하가 커피를 받고는 제이와 함께 편의점 앞 의자에 앉는다.

"...그래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뭐에요, 삼촌?"

"뭐....그냥 찌질한 놈의 찌질했던 과거이야기지..."

제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동생. 동생이 뭘 잃었는지 누님한테 들었어. 아버지가....돌아가셨지?"

".....네 잘 아시네요."

"......"

"저 때문에 돌아가신 거죠, 정확히는. 제가 힘이 있다고 나서지만 않았어도 됬는데....그냥 사람들만 대피시켰어도 충분했는데, 그 녀석들을 이겨보겠다는 마음에 덤빈 게....화근이었죠...."

"거기에다가 유니온의 요원들은 늦게 도착했고 말이지...."

"네, 그랬죠...."

"그 덕에...동생은 유니온에게...클로저에게 반감을 가지게 된 거 겠지?"

"....아주 정확하게 아시네요..."

"....."

"맞아요. 그래서 싫어요. 그래서 그 팀에 들어가기 싫고요.팀원들은 몰라도 윗***들은.....절 이용해먹으려고만 할 테니까요."

"......"

"전 영웅이 아니에요, 삼촌. 엄마처럼 정점에 설 만큼 강한 것도 아니고, 그 애처럼 남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그런 정신도 없다고요. 그저 이렇게....이도저도 아닌 삶을 사는 제가....어떻게 그 팀에 들어가겠어요?"

"......"

"또 다시 사람들을 잃기 싫어요. 이제 더 이상.....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그 죽음을 어깨에 짊어지기...싫다고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홍삼 드링크를 마시고는 입을 뗀다.

"동생."

"네, 삼촌."

"......그렇게 따지면 나도 자격은 없을 거야....나도....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잃어봤거든."

제이의 발언에 세하가 놀란 표정을 짓자 제이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난 누님과 같은 차원 전쟁 참전자였거든. 울프팩팀에 소속되어있었지."

"우...울프팩이라면...엄마의 부대?!"

"그래. 그 부대의 일원이 나였어. 근데 웃기지 않아? 자격이 없는 나 같은 놈이 어떻게 그런 울프팩의 팀원으로서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하신 거에요, 삼촌.....어떻게 그 무게를....떨치신 거에요?"

"안 떨쳤어. 지금도 내 어깨에는 전우들의 목숨이, 그 무게가 실려있지."

"......"

"그럼에도 내가 주저 앉지 않고,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한 마디 덕분이었지. '살아남아라. 살아남아서, 싸워서 증명해라. 네 어깨에 실린 생명의 무게가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라.' 라고 엄청 깐깐했던 교관이 그런 말을 했어.웃기게도 그 재수없는 말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

"지금 이 일을 하는 것도....어쩌면 그 연장선일 수도 있어. 어떻게 보면....속죄이기도 하고. 그 때 아스러져 갔던 내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속죄....그렇게 아스러졌는데도, 아직도 그 전쟁을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 미안함....그런 게 담긴 거지....내가 하는 이 일에는...."

"......"

"동생. 동생한테 나 같은 마음가짐을, 대장 같은 마음가짐을 강요할 생각은 없어. 다만....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어."

제이가 일어나며 바지를 툭툭 털고는 세하를 보며 말한다.

"동생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동생을 자랑스러워 하셨을거야. 멋지게 적들을 막아서려했던 아들의 모습에 아마도....가시는 그 순간까지....마음 속으로 뿌듯해하셨을 거 같아, 동생...."

"......."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 혹시나 마음이 바뀌어서 팀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쪽으로 연락해줘. 세상에서 몇 명만 아는 내 번호야."

제이가 명함을 주고 사라지자 세하가 명함을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는 중얼거린다.

"....참 사람 민망하게 만드시네요.....제이 삼촌...."

다음날...

또다시 혼자 옥상에 올라온 세하가 제이에게 받은 명함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중얼거린다.

".....일단 받긴 했는데....하아.....괜히 들었어....그런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정미가 손에 조그마한 화분을 든 채 세하를 보고 있다.

"왠일이야?말 먼저 안 건다며?"

"빈정대지마.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화분 갖다 놓으려다가 목소리가 하도 커서 들린거니까."

정미가 뚜벅뚜벅 걸어와 화분을 햇빛에 잘 드는 곳에 놔두고는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혼자 **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건데?"

"나랑 비슷한 사람의 비슷했지만 나랑 다른 결과를 가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넌 이해 못하겠지?"

".....이해하려고도 안 할 거야, 너희들을."

"그래. 그렇게 생각해.....그게 정상적인 사람이니까."

세하가 시선을 하늘로 돌리며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른 질문에 정미를 보며 말한다.

"우정미.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대답 안 해 줄건데."

".....그래....그럼 대답 안 해도 되니까 들어나 줘."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하자 정미가 경계하는 눈으로 세하를 본다.

"....힘을 가진 사람이 있어. 근데 그 사람은 그 힘을 믿고 까불다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 그 이후로 그 사람은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처럼 힘 있는 사람들이랑 안 어울리고 그저 다른 힘 없는 사람들처럼 사는게 맞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어....."

"........"

"그 사람은.....지금까지 바**을 하고 있었던 걸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말 없이 서 있다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바**을 하고 있는 거지. 그 정도면 아주 상바**이지."

"......"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구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바보일 뿐만 아니라 아주 나쁜 xx야."

예상과 다르게 격해지는 정미의 말투에 세하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지만 그런 건 상관 없다는 듯이 정미가 말을 이어간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우리 아빠는 죽었어....죽었다고!!!반대편에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있다고 우리 아빠가 있는 곳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

정미의 울음 섞인 외침에 세하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나한테 그런 힘이 있었으면, 더욱 더 사람들을 구했을 거야! 누군가를 잃는 게 얼마나 슬픈지 아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울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정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씩씩대다가 옥상에서 내려가자 세하가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미치겠네...쟤도 나랑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거잖아...?"
 
세하가 까드득 하고 이를 갈며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세하가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뛰어내려가려는 순간.....

왜에에에엥~!

"이 소리는.....?!"

세하에게는 정말로 잊고 싶은 소리....차원종 출현 경보음이 들려온다.

"x발!!!!!"

세하가 욕지거리를 뱉으며 뛰어내려가자 보이는 것은 우왕자왕하며 내려가는 학생들의 모습과...

치지직....치지직...치지직...

조금씩 조금씩 공중에 생겨나고 있는 차원문들과 한 두마리씩 뛰어나오는 차원종들이다.

"끼로로로!!!!"

인형 같은 차원종이 학생들을 보고 굉음을 지르자 학생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당황하지 말고 운동장으로 뛰어!!!학교 건물 밖으로 나가란 말이야!!"
 
세하가 외치자 애들이 아까보단 빠르지만 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건물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맨 뒤의 학생까지 다 나가자 세하가 마지막으로 운동장으로 뛰어나오며 학생들에게 묻는다.

"헉....헉.....다...나왔어?"

세하의 말에 학생들이 서로의 반 학생들에게 다가가 확인하더니 조금씩 이상없다는 보고를 보내기 시작한다.

'다행이다....그래도.....이번엔 아무도......'

세하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반을 보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안절부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석봉에게 묻는다.

"석봉아, 무슨 일이야?"

"크...큰일났어!!저...정미가 없었졌어!!!"

"뭐?!"

"아...아까 3층 서편 쪽으로 뛰어가는 건 봤는데.....아직까지 안 나왔어..."

"3층 서편? 거기에는....."

"과...과학실이 있어!!!아...아마 거...거기에 숨어있을 거야!!"

"과학실?"

세하가 어제 수업 때 가봤던 곳을 떠올리고는 이를 꽉 문다.

'거긴 숨더라도 발각되면 도망갈 곳도 없는 막다른 길인데...?! 서두르지 않으면....!'

세하가 고개를 드는 순간,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2층 계단 창문에서 인형 한 무리가 튀어나오더니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오...오지마!!!"

학생들이 도망치는 그 순간....

"다들 내 뒤로 뛰어!!!"

세하가 장갑을 꺼내 끼며 소리친다.

세하의 외침에 학생들이 세하의 뒤로 모이자 세하가 손에 위상력을 모으며 생각한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응용이지만.....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세하의 손에 집중된 위상력이 커다란 불꽃으로 변하자 세하가 씩 웃으며 말한다.

"너희 이제 다 죽었어, 인형 자식들아."
 
세하가 타오르는 불꽃을 손에 두르더니 인형들에게 돌진한다.

"끼로로!!!끼로!!!"

인형들이 세하를 향해 달려오자 세하가 중얼거린다.

"내 실험대상이 되어줘야겠어, 헝겊 쪼가리들아."

그러더니 선두로 달려오고 있는 인형 하나에게 주먹을 꽂는다.

그 순간.....

맹렬한 폭발과 함께 인형의 머리가 날아가자 세하가 생각한다.

'....생각보다 양호한데? 조금 위상력 낭비가 심하긴 하지만....이 정도야 뭐....오차범위 안이니까....'

세하가 자세를 잡더니 달려오는 인형들에게 주먹과 발차기의 난타를 시작한다.

맞출 때마다 폭발이 터져나가며 인형들이 녹아내리자 세하가 이내 발에 힘을 집중시키며 말한다.

"[이세하 식 무투기- 선염각]"

극도로 압축된 화염이 발에 휘감기자 바로 앞으로 달려오던 인형에게 그대로 발차기를 날려버린다.

세하의 발이 인형에 닿자 인형을 포함해 그 뒤로 부채꼴 모양으로 화염이 터지며 남은 인형들을 녹여버린다.

그 모습에 학생들은 환호를 하지만 세하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역시 체술로 위상력을 사용하는 건 너무 낭비가 심해....생각보다 너무 많은 힘을 썼어.....저 위에 몇 마리나 있을 지 모르겠지만....이대로는....'

그러더니 핸드폰으로 빠르게 번호를 누르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동생?!동생 지금 어디야?!"

"신강고등학교요.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거의 다 대피했고요, 한 명이 학교에 갇혀있어요. 구조 하러 갈테니까 이쪽으로 지원 좀 보내주세요!"

"알았어, 동생. 이쪽도 급하긴 하지만 그쪽으로 최대한 빨리 대장과 유리 동생을 보낼게."

"부탁드릴게요, 삼촌!!"

세하가 통화를 끝내더니 옆에 서 있던 검도부들에게 묻는다.

"잠깐 너희 목검 2개 빌려도 될까?"

"모...목검은 왜 세하야?"

석봉이 옆에서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건물을 보며 말한다.

"구해보려고. 검 없이 돌격하기엔 숫자가 좀 많을 듯 해서."

세하의 말에 검도부 부원 둘이 군말 없이 자신의 목검을 건내자 세하가 넥타이를 살짝 풀며 석봉에게 말한다.

"석봉아. 만약에 클로저들이 오기 전에 차원종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면 주저없이 튀어. 알았지?"

"아...알았어...대...대신에 부...부탁할게...저...정미를 구해줘...."

"....그래...기다리고 있어. 꼭 구해올테니까."
 
세하가 건물을 향해 빠르게 뛰어가자 석봉이 세하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부탁해.....내 친구...세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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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3층 과학실....

정미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복도를 배회하는 인형들을 피해 화학실 책상 아래에 숨어 입을 막고 있다.

'어...어떡하지...나란 바보...!하필이면 많고 많은 곳 중에서 왜 여길 고른 거야...!!!이...이대로 있으면 어..언젠가는 들키는데...!'

그 순간 정미가 숨어있는 책상 위의 천장이 뚫리더니 그 구멍으로 인형 하나가 정미를 발견하고는 신호를 보낸다.

'크...큰일났다...! 들켰어!빨리 도망가야해!!'

정미가 황급히 책상에서 나와 테이블에 놓여있는 작은 가위를 쥔 채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끼로로로로!!!"

인형들이 어느새 문 앞으로 몰려와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빨리...빨리 뒷문으로!!!'

정미가 정신을 차리고 뒷문을 열고 도망가려고 하자 눈치 챈 인형들이 어느새 그녀의 곁에 몰려와 그녀를 넘어뜨린다.

"꺅!!이...이거 놔!!!놓으란 말이야!!!"

자신의 발목을 꽉 잡은 채 놓지 않는 인형을 보더니 정미가 발버둥을 치며 손에 든 가위로 연신 인형을 찍기 시작한다.

"끼로로...."

인형의 손에 힘이 풀리자 정미는 아픈 다리를 무릅쓰고 있는 힘을 다해 뛰기 시작한다.

'서편 계단으로 뛰어내려가야하나, 아니면....비상구?'

뒷문을 열고 정미가 잠시 고민하다가 서편 계단으로 뛰던 정미가 자신 앞에 보이는 인형의 군세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괜찮아....아직 날 인지하지 못했어.....조심....조심.....뒤로 물러나는 거야...'

정미가 조심조심 뒤로 물러나는 순간.....

"끼로기로!!!'

인형 하나가 정미를 발견하고 신호를 보내자 앞에 있던 인형들이 정미에게 달려오더니 그녀를 덮치기 시작한다.

"이...이거 놔, 이 헝겊 쪼가리들아!!!"

정미가 이번에도 가위로 인형을 찍으려 하지만 자신의 양 팔위을 꽉 잡은 인형들의 힘에 꼼짝도 못한 채 끌려가기 시작한다.

중심부까지 정미가 끌려오자 인형들이 그녀에게 달라붙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한다.

'나....이렇게 찢어져서 죽는거야?오...옷처럼...갈기갈기 찢겨서.....?!싫어.....죽기 싫어!!!'

정미가 있는 힘을 다해 가위를 쥔 손을 휘둘러 인형들을 찍고는 찢어진 교복을 꽉 붙잡은 채 비상구 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두 번의 기회는 없어....비상구....비상구로 가야해!!!안 그러면....이번엔 진짜...!!'

정미가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자 붉은 안광의 인형들이 정미를 따라 온다.

그 모습에 정미가 있는 힘껏 달려 비상구를 향해 뛰어가지만....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비상구의 문은 잠겨있다.

비상구가 잠겨있음을 안 정미가 황급히 가위를 이용해 문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끼로로.....로로!!!"

어느새 자신의 코 앞까지 다가온 인형들의 모습에 손을 떨다가 결국 가위를 놓치고 만다.

"끼로로로!!!"
 
한 인형의 말에 다른 인형들이 정미를 서서히 포위해 다시금 끌고 가서 옷을 찢자 정미가 눈물을 흘리며 생각한다.

'죽는다....죽기 싫어.....누구든 좋아....제발....부탁이니까....살려주세요.....유리야.....슬비야.....제발......누구든 좋으니까.....살려......줘.....'

정미가 결국 의식을 잃자 인형들의 손에서 손톱들이 길게 돋아나더니 모두 붉은 안광을 빛내기 시작한다.

그 순간.....

천장이 부서지며 정미 주변에 있던 인형들을 깔아뭉갠다.

"끼로로?"

정미 주변에 있던 인형들이 정미를 버리고 중앙으로 후퇴하자 천장에서 누군가 뛰어내려온다.

"후우.....천장 진짜 두껍네.....적어도 무너질 일은 없겠어....."

세하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앞에 찢어진 교복을 입은 채 기절해 있는 정미를 발견하고는 이내 자신의 교복 상의를 벗어 정미에게 입혀주고는 인형들의 군세를 살핀다.

'일단 정미의 상태는.....겉보기에는 큰 외상은 없어보여....두려움 때문에 기절한 거랑 옷이 찢어져서 보기 민망한 걸 빼고.....문제는.....저 군세를 어떻게 뚫고 나가지...?'

4층에서도 계속 생겨나고 있던 인형의 군세와 자신의 앞에 있는 인형의 군세까지 어림잡아도 300마리는 넘을 듯한 군세에 세하가 혀를 내두르며 생각한다.

'합리적이고 내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면....내 옆에 있는 정미를 두고 도망가면 돼....정미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내가 살려면 그게 합리적일 수도 있어....'

세하가 자신의 등장에 아직도 우왕자왕하고 있는 인형들의 모습에 세하가 생각한다.

'난 엄마가 아니야....아빠도 아니고.....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반푼이는....이렇게 비겁하게 사는 게....맞는 거 겠지....'

세하가 이렇게 생각하며 정미에게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살려...주세요....제발...."

정미의 목소리에 세하가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는다.

'살려주세요...!!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때의 기억에 세하가 주먹을 꽉 쥐며 생각한다.

'영웅이란 건 늘 담대하고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모두를 구하는 사람이 영웅이야. 넌 그런 영웅이 아니잖아?'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말에 세하가 생각한다.

'그래.....난.....영웅이 아니야....그저...반푼이지....자격 없는 반푼이....'

세하가 고민에 빠져 인형들에게 눈을 떼자 정미를 보고 있던 한 인형이 정미를 향해 손톱을 휘두르며 날아온다.

"끼로로로로!!!"
 
'그래도....그런 반푼이라도....!!!'

세하의 몸에서 위상력이 뿜어져나오더니 이내 눈을 뜨며 검을 뽑는다.

"그런 자격 없는 나라도....!!!!지키고 싶은 건 있단 말이다!!!!!!!!!!!"

세하의 검이 인형을 베자 그 뒤에 있던 벽면까지 긴 검상이 새겨진다.

그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인형들이 주춤거리자 세하가 눈을 감고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빠.....전 영웅이 못 되나봐요.....이렇게....한 명을 위해서....제 마음대로 검을 휘두르려는 걸 보면 말이에요.....'

세하가 어느새 자신의 아버지의 옆에 서서 그를 보더니 이내 그에게서 눈을 떼며 말한다.

'전 아빠랑 엄마가 걸은 영웅의 길 대신......제 갈 길을 갈게요. 사람들을 지키는.....검의 길을.....!'

세하가 눈을 뜨며 검들을 쥐자 청아한 소리와 함께 양손에 든 검에 푸른 화염이 휘감기며 적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이런 승산 없는 거는 지양하는 편이지만.....지켜야 하는 게 있다면....다르지......'

세하가 정미를 비상구 문 앞에 내려놓고는 그 앞에 서서 인형들을 보며 말한다.

"자......그럼......오랜만에........영웅 놀이 좀 해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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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와....뭐 이렇게 수정이 힘든지 일주일 통으로 다 쓰고 올리네요....

그래도 고퀄리티 & 많은 분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니 이번 글도 잘 부탁드릴게요.

다음 글은 최대한 다음주에 끝낼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도 뵈요

이상 firsteve였습니다!
2024-10-24 23:12: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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