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제이 <S2> 4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11-17 0

김유정 요원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눈을뜨자 자신이 어느 의자에 강제로 앉혀진 것을 보고 몸을 흔들었지만 양팔과 다리는 족쇄로 채워져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문식 의자, 주변은 어두웠으며 천장에 전등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분명히 데이비드가 자신에게 인간의 교활함에 대해서 말하고는 그의 손에서 위상력이 나온 게 느껴졌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가 어떻게 위상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된..."

"깨어났나? 유정씨."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열린 문 사이에 들어오는 빛을 보고 살짝 눈을 감았다가 문을 닫고 들어오는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았다. 천장 불빛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 표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억지로 짓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계획이 어긋났다는 충격과 섞인 모습이다.


"데이비드 지부장님. 어째서..."

"그건 내가 할말이야. 유정씨. 왜 나 몰래 내 뒷조사를 시킨 것이지? 최서희라는 요원, 어디서 들은 거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말이야. 설마 Union 감찰국에서 위장신분으로 나온 A급 클로저일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지금쯤 어디서 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 요원이 날 감시하려고 했더군. 따돌리느라 좀 애먹었지만 말이야. 위상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지 뭐야."


데이비드는 의자 하나를 끌어다가 그녀의 앞에 앉았다. 데이비드는 위상력을 숨기고 있었기에 위상력 능력자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항공사 여직원이 위상력 능력자인 걸 알고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까지 모른 척 해왔었다. 데이비드는 품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지부장 권한으로 요원 신분을 알아봤지. 최서희, 그녀의 본명이 맞군.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지."

"재미있는 사실이라고요?"

"자네가 마음을 두고 있는 그 제이라는 자 말이야. 그 자의 과거를 알아냈거든. 설마 그 얼굴로 성형하고 잠적하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지문인식 결과 전까지는 나도 믿기지 않았지. 하지만 공항에서 손을 댄 물건의 지문과 18년 전에 알던 어느 인물의 지문과 대조해 본 결과 일치하더군."


데이비드는 서류 하나를 넘기고 일급 기밀 파일 하나를 그녀에게 보여주자 김유정 요원은 경악했다. 내용은 일급 기밀, 18년 전, 차원전쟁 때 부상자나 치명상을 입은 위상력 능력자들을 상대로 위상력 결합실험을 해왔던 것이다. 인간과 차원종이 가진 제 1, 2의 위상력, 반인반차원종이 가진 위상력인 제 3의 위상력, 다시 말해, 제 3의 위상력 능력자로 만들어버리려는 위험한 생체실험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내용을 처음 알고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이도 그 실험에 희생자였다고 얘기한 데이비드였다.


"녀석의 본명은 전준혁, 당시 울프 팩 소속의 어린나이였던 베테랑 클로저였지. 하지만 치명상을 입고 은퇴했다고 알려졌을 거야. 사실, 그 녀석은 이 실험에 성공한 유일한 생존자였지. 총 1300명의 클로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성공한 것은 이 녀석 뿐이었어. 실패작인 줄 알고 시체를 정리하는 중에 도망쳤다더군. 그 뒤로 Union 클로저들이 그를 찾아다녔는데 찾을 수가 없었어. 당연하지... 얼굴을 성형해버렸으니까 말이야."


데이비드의 설명에 김유정 요원은 혼란스러워 할 뿐이었다. 과거에 이런 실험이 있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일급 기밀이니 당연했지만 제이가 그렇게 Union과 연관되기 싫어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Union이 목숨걸고 싸워준 클로저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하고 죽여왔던 것이다. 그리고 기록에는 명예롭게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말했었다.


"이 실험을 자행했던 게 바로 Union이야. 그런 Union의 밑에 자네가 있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생각이 드는군. 어떤가? 나와 손을 잡고 Union을 무너뜨리지 않겠는가?"

"지부장님. 한 가지만 대답해주세요. 강남에서 발생한 차원종 사건, 당신이 행한 일인가요?"

"맞아. 내가 한 일이지. 난 이번 일을 통해 Union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알리려고 했네. 그리고 정부의 VIP요원을 납치시키게 베리타 여단에게 연락을 취했었지. Union이 지원을 보내주지 않아 대처가 미흡한 것을 자네들이 깨달았으면 해서 말이야. 그들은 정부 요인을 우선시하고 시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자들이지. 그럼 묻겠는데... 자네는 왜 Union에서 일하고 있는거지?"

"그... 그건..."


김유정 요원은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무엇때문에 Union에 입사하게 되었었나?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을 선택한 거 밖에 없었다. 요즘은 위상력 능력자들이 잘 나가는 시대니 이곳에서 일하면 멋질 거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선택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보고 솔직히 그녀는 많이 실망하긴 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믿고 신뢰하던 인물이 배신을 해버린 것이다. 테러리스트와 손잡고 자신을 이곳에 납치해왔다.


"혼란스러울 거야. 유정씨, 하지만 이게 현실이네. 인간의 본질이 바로 이거라네. 아, 사적인 얘기는 여기까지하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되니까 말이야."


데이비드는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물었다.


"자, 블랙박스는 어디에있나? 램스키퍼에 필요한 블랙박스 말이네. 자네가 총본부에 그것을 받아 공항 어딘가로 숨긴 거 알고 있어. 어서 말하게."

"지부장님. 어째서 그렇게 변하신 거에요? 제가 알던 지부장님은...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유정씨, 사람이란 원래 언제 변해버릴지 모르는 무서운 존재야. 차원종 보다 무서운 게 바로 인간의 본질이라는 거지."


데이비드는 미소를 지으면서 리모컨을 하나 꺼내 버튼을 하나 누르자 김유정 요원의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차원고압발생장치, 민간인은 그렇다쳐도 위상력 능력자까지 버티기 힘들다고 알려진 것이다. 늑대개 팀에게 장착된 초커와 같은 원리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고통을 참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호오, 비명이라도 지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유정씨. 당신은 내가 만난 여자들 중 가장 강한 여자에 속하는 군 그래."

"지부장님... 당신이 왜 우리를 배신한 거에요? 왜 검은양 팀을... 도대체 왜!!"

"말했지 않았나? 사람이란 언제 변해버릴지 모르는 존재라고 말이야."


데이비드는 그렇게 대답하며 버튼을 하나 더 누르자 그녀의 신음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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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리나와 볼일을 끝내고 검은양 팀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그나저나 곧 테러들을 진압한다고 어쩌고 하더니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특경대들이 어째 기죽어 있었고, 검은양 팀도 어째 충격을 먹은 거 같았다.


"어이, 다들 기분이 왜그래? 데이비드 지부장인가 뭔가하는 사람 어디있어?"


나는 리더인 슬비에게 물어보자 그녀는 마침 내가 오길 기다렸는지 표정이 환해지면서 나에게 달려와서 말했다.


"제이 아저씨, 마침 잘 오셨어요. 지금 유정 언니가 데이비드 지부장님에게 납치되셨어요. 꼭 좀 구해주세요."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데이비드가 유정씨를 납치해? 왜? 아항, 혹시 질투나서 그런건가? 내가 유정씨와 친하게 보여서? 아니면 몰래카메라라도 찍나? 이것들이 놀라는 연기도 좋네. 같은 편이 갑자기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데이비드는 내가 봤을 때는 그런 짓을 할 남자로는 안 보였다.


"몰래카메라 찍냐? 데이비드 어디있는지나 말해."

"램스키퍼요. 그리고 이건 몰래카메라가 아니에요. 진짜에요. 지부장님이 우리를 배신하셨다고요."

"뭔 소리야? 배신이라니? 설령 그랬다 쳐도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윽..."


슬비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나는 이런 일과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내가 굳이 구하러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데이비드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려고 했다. 데이비드와 연락이 가능하다면 얘기나 한번 들어봐야될 거 같았다. 과거의 기억을 살려서 통신기로 연결해보려고 했다. Union 장비 중에 그런 게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데이비드와 화상 통화 연결을 시도 했다.


"난 데이비드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 거야. 유정씨를 구하는 건 너희 몫이라고. 설마 관리 요원 하나도 못 구하는 어리석은 클로저는 아니겠지?"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검은양 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클로저라면 자기 관리요원 쯤은 자기가 구해내야되는 거 아닌가?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가서 램스키퍼로 뛰어들거나 해야지. 여기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저희도 그러고 싶어요. 데이비드 지부장님은 저희에 대해서 잘 아시니까 저희가 지금 들어가도 개죽음 당할 게 뻔하다고요."


이리나도 있고, 데이비드도 있다면서 들어가봤자 실패할 게 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자신은 팀의 리더이니 팀원을 개죽음 당하게 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나도 알고 있다. 과거에는 나도 클로저였으니까. 그분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말이다.


1분이 지났다. 안받는다. 램스키퍼에 정확하게 연결했는데 말이다. 그러자 테러리스트 한 놈이 받자 나는 데이비드를 바꿔달라고 말했다.


-뭐? 웃기지 마라. 데이비드님은 너같은 미천한 놈이랑 얘기할 정도로 한가한 분이 아니다. 너희의 램스키퍼는 우리가 가져간다. 너희는 실패했다. 잘가라. Union의 개들아.


이렇게 말하고 통신기를 끊어버렸다. 아니, 이 사람 보소. 그냥 데이비드를 연결해달라니까 이딴식으로 나와?


"뭐야 이 건방진 녀석은? 사람이 부탁을 하는 데 이런식으로 나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다짜고짜 램스키퍼는 지금 어디방향으로 가고 있냐고 특경대 한명의 멱살을 잡으면서 묻자 그는 당황한 나머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나는 공항 밖으로 뛰쳐나가자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점을 보았다. 클로저들이 사이킥 무브로 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이로 떠다니는 램스키퍼의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 


"응? 저기군."
"저기, 헬기를 지원해드릴까요?"

"됐어. 그냥 날아갈래."


나는 가볍게 점프하여 날아올랐다. 내가 날았다며 비명을 지르는 특경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검은양 팀도 마찬가지겠지. 너무 힘있게 점프했는지 내 머리는 램스키퍼 아래부분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2: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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